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3화(233/300)
◈ 제233화
117. 난 안 괜찮다 – 1
이안과 함께 제국 아카데미에 있는 태양 신전으로 향하던 이시는 연신 그를 힐끔거렸다.
이안은 젊은 무인에게는 우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혼자 힘으로 나라와 맞설 수 있는 사람만큼 다들 그를 동경한다.
물론 몇몇은 이안이 거품이니 뭐니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이시는 순수하게 강자를 동경했기에 그에게 꽤나 관심이 많았다.
“사실 아까 백작님께서 배우고 싶으면 나오라고 했을 때 나가고 싶긴 했습니다.”
“그럼 나오지 그랬냐?”
“에이. 제 수준으로 어떻게 백작님께 배웁니까? 나중에 저. 익스퍼트 정도라도 되면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그때라도 찾아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백작님께선 왜 이렇게까지 가르쳐주시려는 겁니까?”
다른 무가들은 가문의 사람도 어지간해서는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간단한 훈련조차도 공개하지 않는 곳이 많은데 이안은 아예 보고 배우라고 훈련장에서 대놓고 가르친다.
그것이 궁금해진 이시가 묻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이게 예시가 되려나 모르겠군. 너에게 소세지 하나는 큰 가치가 없겠지?”
“예. 저도 일단은 자작가의 후계자니까요.”
“하지만 길가에 있는 굶주린, 그것도 막 태어난 강아지에게는?”
“어. 꽤 가치가 있겠죠?”
“마음에 드는 개에게 소세지 하나 주는 것 따위가 뭐가 어렵겠어?”
<예시가 조금 잘못됐습니다.>
<주인님과 저들의 수준차이를 비교하면 개에게 실례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이안은 정정하지 않았고 이시는 어색해하며 웃었다.
“역시 강자의 마음가짐은 다르군요! 어쨌든 백작님을 이렇게라도 만나뵙게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래. 좋아해주니 나도 고맙네.”
“나중에 저희 가문에도 찾아와주시면.”
“아. 그건 좀 그렇고.”
그렇게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걸어 신전에 도착하자 신전 앞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있었다.
“저들은 생도가 아닌 것 같은데?”
“예. 제도에 있는 태양 신전은 이곳 뿐입니다. 달의 교단 신전은 두곳이 있지만요.”
그러니 제도의 태양 교단 신도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예배가 끝나는 중이라 사람이 더 많아보이는 것이었다.
“이래가지고 치료 할 수 있으려나.”
“안되면 내가 하지.”
“치료도 가능하십니까? 이야~!”
그렇게 이시가 감탄하는 사이 신도들을 배웅하던 사제가 나왔다.
반백의 중년 사제는 이시를 발견하고 씩 웃었다.
“태양께서 함께하시길. 이시 성도님. 어서오십시오.”
“하하. 예. 오켄디 주교님.”
그래도 제도라 그런지 주교 정도 되는 이가 주임 사제를 맡고 있었다.
이안이 바라보자 오켄디는 그를 향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뵙는 분이군요. 태양이 함께하시길 빌겠습니다. 태양 교단의 미천한 종. 오켄디입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오!!”
태양 교단에서도 이안의 이름은 결코 낮지 않다.
그래서인지 오켄디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졌다.
“세상에나. 제가 이안 성도님을 뵙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진작에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아뇨. 제가 찾아왔어야죠. 주교님도 바쁘실텐데요.”
이안의 대답에 그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그 모습 때문일까?
돌아가려던 성도들은 신기해하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바로 들어가시죠.”
“저. 오켄디 주교님. 샤를 황녀님의 치료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이실라 수녀님! 치료 부탁드립니다!”
예배 후 정리를 하기 위해 모여 있던 수녀들 중 중년의 수녀가 걸어왔다.
그녀는 이시의 등에 업혀 있는 샤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샤를 황녀님께서 또 이렇게 되셨군요.”
“죄송합니다.”
이안이 볼을 긁적거리며 사과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후후. 황녀님을 가르치신다고 하셨지요?”
“예.”
“조금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그래도 그 부분은 제가 지적할 것은 아니겠죠.”
부드럽게 웃은 그녀가 수녀들과 함께 샤를을 데리고 간다.
그것을 모두 지켜보던 오켄디는 손바닥을 비볐다.
“이안 성도님. 안에 좋은 차가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함께 드시죠.”
“그러시죠.”
어차피 시간이 좀 남았다.
그렇기에 이안이 들어가려 하자 이시는 뒤로 물러났다.
“왜? 같이 가지?”
“정말 영광입니다만. 주교님과 백작님께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자리에 제가 끼는 것은 좀.”
“가끔씩은 무식하게 덤빌 줄도 알아야 할텐데.”
“하지만 그게 이 자리는 아닌 것을 압니다.”
이시는 검을 꽉 잡았다.
오늘 이안에게 검에 서명도 받은데다가 이야기도 나눴다.
여기서 더 하면 너무 기뻐서 환자실에 한 명 더 추가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별 소리를 다한다. 그리고 배우고 싶다면 내가 여기 있을 때 찾아오도록 해.”
“예!”
“중요한 것은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내가 쟤를 가르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니까.”
이안은 이시의 어깨를 툭툭 쳐줬고 이시는 거의 울 기세가 되었다.
“정말 영광입니다! 꼭 백작님을 찾아뵙겠습니다!”
꾸벅 인사한 그가 멀어진다.
그를 지켜보던 이안이 몸을 돌리자 오켄디는 길을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프레돈 아카데미의 신전과는 다른 것이 보였다.
예배당의 앞에 로브를 두르고 지팡이를 든 자의 상이 있었다.
<태양 사도 상이군요.>
<태양 교단에서는 태양의 뜻을 이어받에 세상에 내려 온 이를 태양의 사도라 칭합니다.>
<태양 사도는 교황과 동급의 직위를 지니며 성인으로 등록됩니다.>
‘실제로 태양 사도에 임명된 자가 있었나?’
<지금까지 총 5명이 임명되었었습니다.>
<가장 마지막의 사도가 제국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태양 교단의 위대한 성기사가 된 체이스 칼라드입니다.>
키르케의 설명을 들으며 태양 사도상을 보는 사이 오켄디는 씩 웃었다.
“태양 사도상은 프레돈 아카데미에는 없는 것이지요?”
“예.”
“태양 사도상은 그 사도께서 나오신 신전에만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 상은 위대한 성기사 체이스 칼라드님의 상이죠.”
그는 꽤나 뿌듯해했다.
“사도를 배출한 신전은 성지로 지정됩니다. 그러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성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재산?”
“하하. 아뇨. 사제님들과 수녀님들을 더 모실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며 더 많은 신자들에게 예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
“성직자 된 자로서 부와 명예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요.”
윌리스도.
아니, 지금까지 만난 사제들 대부분이 그와 비슷했었다.
이안이 프레돈 아카데미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키르케는 한순간 웃었다.
<훗. 이 세계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군요.>
‘그러게. 성직자들이 진짜 성직자 같다는 거.’
지금까지 이안이 만난 성직자들 모두 말 그대로 성직자 같았다.
검소하고, 또 노력하는 자들이다.
‘너는 성직자들 싫어하지?’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키르케가 새침하게 대꾸하자 이안은 씩 웃었다.
그걸 본 오켄디는 의아해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 가시죠.”
오켄디는 궁금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그렇게 검소해보이는 주임 사제실에 들어가자 그는 직접 차를 끓였다.
“처음 성도님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한번 찾아뵙고 싶었습니다.”
“오시지 그러셨습니까.”
“하하. 이래저래 일이 많았습니다. 저. 혹시 성도님. 요 근래 실종사건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가볍게 말한 오켄디는 한숨을 쉬었다.
“신전을 찾아주시는 분들 중에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셨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귀족이나 제국 아카데미 생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제도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도 있었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전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분들의 삶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갑자기 실종된다는 건 조금 이상한 일이죠.”
따뜻한 차를 내와 이안의 앞에 올려 준 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성직자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긴 좀 뭐하지만. 철혈공께서 정권을 잡으신 이후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의 말에도 이안은 별다른 대꾸 없이 차만 홀짝거렸다.
“아. 이런 이야기는 싫어하십니까?”
“아닙니다. 재미있군요.”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 제국 아카데미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하아.”
위켄디는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납치사건.
거기에 발록 제단 이야기.
당연하겠지만 오켄디 역시 그 이야기를 들었고 조사차 가보았다.
“세간에 벌어진 일들이 모두 제국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일일까요? 정말 걱정입니다.”
그가 또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그러시죠.”
문을 연 것은 중년의 사제였다.
그는 공손하게 인사한 후 차분하게 말했다.
“오켄디 주교님. 포바스 백작님께서 이걸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하나의 두루마리였다.
꽤나 고급스러운 두루마리를 받은 그는 의아해하며 펼쳐보았다.
“할 수 없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아니. 제가 직접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는 두루마리를 돌돌 말아 품에 넣었다.
두루마리를 전달하러 온 사제가 돌아가자 오켄디는 씁쓸해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지난 번에 잡혔던 녀석 중 하나의 부모가 보낸 서찰이겠죠.”
태양교단에 기부를 하겠다.
그러니 자기 자식이 에시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증언해달라.
일종의 청탁이었다.
“이번 일을 조사하는데 저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군요.”
“황궁에서는 얘기가 없습니까?”
“예. 사실 황궁 쪽에서 이야기가 나오면 저도 거절하기 힘들어 골치가 아픕니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황제가 직접 나서서 오탈을 구원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나.
힘도 힘이지만 제국의 황제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만한 것이 지금 황제는 내궁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폐하의 건강도 안 좋다는데. 치료도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렇군요.”
“예. 폐하의 치료는 폐하의 주치의이신 황비님께서 직접 하실 뿐이고 저는 그저 약만 확인하는 정도이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진심으로 말하는 사이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들은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 태양 교단에 압박이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군요.”
오켄디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태양 교단의 주교에게도 이런 압박을 하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겠나.
어쩌면 현재 조사를 맡은 크레펜에게도 외압이 들어갈지 몰랐다.
그렇기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이 일에 저도 관련되어 있으니.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다 지나갈 일입니다.”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주교님. 저는 주교님 같은 분들을 좋아합니다.”
“어, 그, 그러십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 말에 오켄디는 꽤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밖으로 나가자 귀족가의 심부름꾼들이 몇 명 있었다.
꽤나 오만해보이는 이들을 보던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청탁 넣으러 온 거면 꺼져.”
그의 살벌한 말에 심부름꾼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 생도분 같으신데 괜히 나서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다치십니다.”
한 심부름꾼이 행여나 누가 들을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조언을 이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희들 주인에게 전해. 태양 교단에 이딴 요청 하지 말고 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오라고.”
“그런데 생도님은 누구신데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심부름꾼들이 의아해하자 이안은 씩 웃었다.
“이안 브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