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6화(236/300)
◈ 제236화
118. 함정 – 2
킬로인은 사정을 설명했다.
이안이 제국에 오기 전의 일이었다.
“그때는 철혈공께서 제도에 계셨지.”
“이번 교류전 대비해서 다들 과하게 훈련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제국 아카데미에 철혈공께서 응원차 오셨어.”
그리고 그는 제국 아카데미를 순시한 후 훈련을 하는 생도들에게 한 가지 시험을 냈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철혈공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 귀족이나 고관들이 제국 아카데미에 오면 그런 식으로 시험을 내는 일은 많았으니까.
그 시험에서 통과한 생도 중 하나가 킬로인이었고 철혈공은 그에게 포상을 주었다.
“그게 이 가게의 식사권이야. 토킬론의 잔에는 많은 고위 귀족들과 고관들이 와.”
즉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그들과 연을 쌓게 된다면 차후 제국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가게에 출입하는 이들과 안면을 쌓아 두면 영지 관리나 제국과 관련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니 말이다.
“그 시험이 무슨 시험이었지?”
“음…… 철혈공이 있는 방에 들어와서 그가 내는 시험문제를 푸는 것이었어.”
킬로인을 비롯해서 몇몇 생도들이 그 시험을 통과했고 식사권을 받았다.
이안이 바라보자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지, 진짜야!”
“거짓말이라고 할 생각은 없어. 그런데 그때 철혈공만 있었나?”
“아니. 그…… 한 여인이 있었는데.”
“여인? 누구?”
“누군지는 나도 몰라. 얼굴에 면사를 쓰고 있어서…….”
‘키르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나?’
<그녀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키르케도 직접 탐색을 한 것이 아닌, 기록에 의지해 정보를 확인한 것이라 알 수 없었다.
팔짱을 끼고 생각하던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험 본 생도가 누구인지 기억하나? 제국 아카데미의 모든 생도가 시험을 본 건 아닐 것 아냐.”
“뭐 그렇지. 일단 합격한 사람 중에는 나와 메이, 로틴,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안은 피식 웃었다.
모두.
이번 교류전 때 프레돈 아카데미를 상대하는 생도들이었다.
<철혈공도 꽤 많은 준비를 한 모양이군요.>
‘그래봤자 의미 없지만.’
어쨌든 킬로인을 비롯한 다른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키르케에게 그들에 대한 추적을 맡긴 이안은 그들이 떠나자 입을 열었다.
“크레펜 백작. 여기 정리는 좀 맡겨도 되려나?”
“그러지.”
토킬론의 잔의 매니저와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그리고 붉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까지.
그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 가게에 있던 모두가 봤다.
다들 제국에서 한가락 하는 고위 귀족이나 고관이니 증언 자체는 문제가 없을 거다.
그는 기사들에게 체포되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의 조사는 어떻게 하지?”
“그건 내가 맡도록 하지. 얘들아.”
“어?”
여전히 구석에서 뻘쭘해하는 박바레와 블랜치.
그리고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윌발과 하륜을 부른 이안은 세레스티아를 내밀었다.
“성녀님 모시고 돌아가.”
“여기 조사하려는 것 아냐? 나도 도와줄게.”
“그래? 그럼 그러든가. 그럼 성녀님은 돌아가시죠.”
“저도 돕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만.”
“그래도 붉은 달과 관련된 일에서 빠질 수는 없죠.”
세레스티아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돕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야. 우리도 도울게.”
“어. 뭐 해 줘야 하냐?”
“어디부터 조사하는 게 나으려나……?”
자연스럽게 박바레와 블랜치, 윌발도 조사에 참가했다.
그들을 둘러보며 세레스티아는 밝게 웃었다.
“아카데미의 뛰어난 생도분들께서 도와주신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아하하. 뭐 이 정도 가지고.”
“별것 아닙니다. 으하하하!”
세레스티아가 기뻐하자 박바레와 블랜치는 웃었다.
그들을 힐끔 본 하륜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멋모르고 술 퍼마시다가 독에 당한 주제에.”
“윽.”
정곡을 찔린 둘이 또다시 시무룩해진다.
풀 죽은 그들을 세레스티아가 애써 달래는 사이 윌발은 이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실 가게 들어왔을 때부터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 있었지. 2층의 저 방.”
그의 손가락 끝에 2층의 작은 문이 걸렸다.
“우리 자리가 저기여서 보였거든. 우리가 들어왔을 때 저 문으로 잘 차려입은 자들 몇 명이 들어가더라고. 종업원들이 그들을 안내할 때 들어 보니까 꽤 높은 귀족과 고관 같던데…….”
“그래서?”
“그리고 이 난리가 날 때까지 저 방에서 누구도 안 나왔어. 다른 문으로 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확인했을 때 이 가게의 문은 저기 하나뿐이었지.”
윌발이 진지하게 말하자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크레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누군지 아나?”
“글쎄요. 옷만 보면 저기 관리들이랑 비슷했는데 좀 더 좋더군요.”
“그럼 가 보는 게 맞겠군.”
“댁은 여기 정리나 하지? 그리고 철혈공이든 뭐든 쟤 빼내려고 하면 반드시 막아.”
“으음. 알겠다.”
크레펜이 드래곤 실드 기사단의 기사들과 함께 현장을 수습했다.
그들까지 나가고 가게가 텅 비자 이안은 바로 위로 올라갔다.
“여기?”
-철컥.
당연하게도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언락.”
잠긴 문을 향해 뻗으려던 이안의 주먹을 막은 하륜이 손을 내밀었다.
다섯 개의 마법진이 겹쳐지며 강화된 언락 마법이 발동했다.
-철컥! 우웅! 철컥철컥!
잠금장치가 풀린다.
그와 동시에 안쪽에서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 함정이 있나 본데. 문을 열면 마법이 발동되겠다.”
내부에서 마력의 흐름을 느낀 하륜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안은 바로 검을 뽑았다.
“그럼 막아야지. 하륜. 열어.”
문고리를 잡은 하륜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어두컴컴한 복도가 드러났고.
-철컥! 우우웅!!
복도의 끝에 설치된 마법진이 발동한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얼음덩어리들이 날아들자 세레스티아는 바로 기도문을 외웠다.
“달의 빛이여! 이곳에서 그대의 적을 막아 주소서!!”
그와 동시에 이안 일행의 몸에 보호막이 펼쳐져 얼음덩어리들을 막았다.
제도 내의 식당에서 이런 위험한 마법이라니.
뭔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보던 하륜은 손을 들었다.
“라이트.”
그의 오른손에서 빛이 뿜어지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비췄다.
그걸 본 모두는 신음했다.
벽과 천장, 바닥.
모든 곳에 빽빽하게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아까 그들은 여길 어떻게 들어간 거야?”
“특별한 형태의 보호구가 있으면 마법진이 발동되지 않게 할 수 있지. 수업 때 배웠잖냐.”
“그렇긴 한데……. 그나저나 이거 해제하는 것도 일이겠다. 가는 도중에 마력이 충전돼서 다시 공격 들어오겠는데? 그렇다고 해제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그 와중에 다 도망가겠다.”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이쪽의 상황을 아직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었다.
“부수게?”
“그냥 해제만 하게.”
<프레데온의 대마법. 마력 봉쇄를 시작합니다.>
그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빠르게 수인을 그리자 수십 개의 마법진이 겹치기 시작했다.
“……그건…….”
허공에 만들어진 거대한 마법진을 향해 이안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마법진은 빠르게 이동하며 통로 전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직! 파지직!!
이안이 만들어 낸 마법진이 통과할 때마다 기존의 마법진이 힘을 잃는다.
그것을 보던 하륜은 입을 쩍 벌렸다.
그런 그를 향해 블랜치와 박바레, 윌발은 의아해했다.
“뭘 그렇게 놀라?”
“지금 저게 뭘 한 건지 모른단 말이야? 이안이 한 것은 마법계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타인의 마력이 섞인 마법진을 저런 식으로…….”
“나 마법학 성적이 낮아서.”
“하하. 그거 되게 어렵더라.”
“그렇지?”
셋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말하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저 무식한 칼잡이들과 뭔 얘기를 하겠나.
“야. 이안. 어떻게 한 거야?”
“마력을 덧씌우는 거야. 이건 좀 어려운데. 나중에 가르쳐 줄게.”
“오…… 오오! 진짜?”
“까짓거 이거 하나 못 가르쳐 주겠냐.”
씩 웃은 이안이 팔을 툭 치고 지나가자 하륜은 기뻐하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런 그를 쳐다보던 나머지 일행들은 이안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통로를 완전히 지나치자 끝에 철문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여기가 끝인가 보네.”
하륜이 다가가 철문에 손을 올렸다.
이곳 역시 잠겨 있었다.
“해제한다.”
-철컥!!
언락 마법으로 잠긴 문이 열린다.
그러자 또 다른 통로가 모습을 보였다.
“위치상 보면 여긴 다른 건물과 연결되는 길 같은데.”
건물 한 층 전부가 통로로 되어 있었다.
그곳을 지나 끝에 도착하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연 순간 하륜은 이를 갈았다.
짙은 피비린내가 열린 문을 통해 풍기고 있었다.
“……이런 미친.”
하륜은 짧게 중얼거렸고 블랜치는 창을 겨눴으며 박바레는 메이스를 꽉 비틀듯 잡았다.
윌발 역시 활과 화살에 손을 올렸다.
“……달이시여.”
세레스티아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인간, 엘프, 수인족, 드워프.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인간의 목을 자른다.
엘프의 복부에 검을 꽂아 내장을 뽑는다.
드워프의 양손을 잘게 자른다.
수인족의 귀와 꼬리를 베어 내고 그들의 양팔과 양다리를 자른다.
“이건…… 고문조차도 아니잖아.”
그저 쾌락을 위해서.
자신이 남보다 위에 있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괴롭히고 죽이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구석에는 꽤나 많은 난자된 시체들이 있었다.
“……나도 나름 미친놈들 많이 봤지만 이런 놈들은 처음이군.”
박바레가 더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하자 블랜치는 창을 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피투성이의 사람들 중 몇몇이 웃으며 다가왔다.
“응? 새로운 손님이신가?”
“흐흐흐. 그럼 이리로 오라고. 저 밑에서 또 올라올 테니까.”
<재능의 별을 얻고 난 후 쓸모없어진 이들을 저들의 쾌락을 위해 주고 있습니다.>
“어이. 이봐.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
-콰득!!
박바레의 메이스가 투실투실하게 살찐 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의 머리가 박살 나자 이 방에 있던 이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 하는 짓이야!!”
“이안!! 여기 놈들 다 죽인다!!”
“다 죽이지는 말고 몇 명은 살려 둬.”
그때였다.
피로 얼룩진 고급스러운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붉은 로브로 몸을 두른 이들이 기절한 남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고 이안 일행을 발견했다.
“비, 비상!! 비상!! 침입자다!!”
그가 외친 순간.
이안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래. 비상 상황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