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8화(238/300)
◈ 제238화
119. 내가 도울게 – 2
이안의 말에 크레펜은 난감해했다.
탐욕의 게헤른이라니.
칠대 죄악 중 하나 아닌가.
설명을 요구하는 그에게 이안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크레펜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몬스터들에게 신앙이 생기고, 그들에게 지성을 주는 자가 탐욕의 게헤른이다?”
“그래. 그리고 몬스터들이 가진 신앙은 과거 음욕의 케신이 퍼트린 붉은 달 신앙과 매우 흡사하지. 또한 산 제물을 이용해 재능을 빼앗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이번 일. 그 둘의 합작이라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철혈공이 악마와 손을 잡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잡았다고 치자고. 폐하께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뭐지?”
“말했듯이 뒤에 있는 놈이 나오길 기다리는 거겠지.”
이안이 단정했지만 크레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폐하께서 철혈공이 제멋대로 날뛰게 놔두시는 이유가 철혈공이 악마들에게 힘을 주고, 그들이 나올 상황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다?”
“내 생각은 그래.”
“믿을 수 없다. 폐하께서 정무를 보지 않으신 이후로 제국 내에서 꽤나 많은 문제가 생겼다. 그로 인해 제국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데 그분께서 그런 일을 벌이실 리가…….”
“믿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아무튼 전해 봐. 그럼 황제가 뭔 얘기를 하겠지.”
할 말은 끝났다.
이안은 크라만의 수급을 크레펜의 손 위에 올려 준 후 말했다.
“자. 볼일들 다 봤으니까 이제 갑시다.”
그리고 아무런 아쉬움 없이 걸어가 버렸고 크레펜은 크라만의 수급을 든 채 무거운 마음으로 황궁으로 돌아갔다.
세레스티아를 달의 신전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하륜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안을 잡았다.
“야. 이안. 그럼 제국 내에서 일이 터지고 있는 이유가 악마들 때문이라는 거야?”
“그렇지. 남부 대초원 쪽의 일도 그렇고. 아까 말했다시피 이번에 벌어지는 일들은 전부 악마와 관련되어 있어. 그들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허 참. 그럼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골치 아플 것까지야.”
“아니. 쟤들 데리고 제국에 남아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하륜은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박바레와 블랜치를 가리켰다.
“야! 우리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 우리가 뭐! 악마와 싸울 수도 있다고!”
“뭐라는 거야. 당한 놈들이.”
윌발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을 향해 윌발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먀네가 울었다.
“봐라. 먀네도 한심하다고 하잖냐.”
“윽…….”
“제기랄.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네.”
그들을 힐끔 본 하륜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네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단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는 있겠지만.”
“너희를 노린다고 해도 문제는 없어. 아니, 오히려 좋지.”
“왜?”
“너희가 착용하고 있는 팔찌 있잖아. 그걸로 너희 위치 파악 가능하니까 잡혀가더라도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잡아간 놈들을 통해 케신과 게헤른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움직일까?”
“악마들이라고 해서 이쪽에서 막 힘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결국 계약을 하든 뭘 하든 영향력을 넓혀야 하지.”
하지만 몬스터 쪽은 끝장났고 남은 것은 철혈공뿐이다.
그를 쳐 내면 게헤른이나 케신도 영향력을 크게 잃게 될 것이니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나 이렇게 재능의 별을 만들어 내는 게헤른이라면 현계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안 나오면?”
“그럼 악마들은 계속 기회를 잃게 되겠지. 결국 인내심 싸움인데…… 걔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또한 시간끌기로 들어가면 주인님께서 더 유리하시죠.>
‘그렇지. 세계관 수집만 끝나면 위치 파악이 더 쉬워질테니까.’
물론 악마들이 그걸 알리 없겠지만.
어쨌든 바로 앞에 있는 먹이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니만큼 그들도 가만히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정면 대결로는 이안을 이길 확률이 낮다.
그럼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아카데미 생도들을 잡아 이용하는 것이다.
“아카데미는 티탄도 있으니 쉽게 공격 못 할 거야. 그럼 남은 건 하나지. 밖에 나와 있는 너희.”
“흠…….”
“미끼 노릇에 불만이 있으면…… 음. 그냥 참아.”
“딱히 불만은 없어.”
“그럼 됐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제국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교문을 통해 들어오는 그들을 향해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수군거렸다.
“왜 저래?”
“아까 우리가 한 일들이 있으니까. 먼저 돌아간 놈들이 소문이라도 냈나 보지.”
이안은 언제나처럼 별다른 반응 없이 기숙사로 향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생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기숙사로 돌아오자 윌디와 오에리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 또 사고 치고 왔다면서?”
“뭔 사고야. 좋은 일 하고 온 건데.”
싱글벙글 웃으며 오에리나는 놀리듯 말했고 윌디는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외출을 금지시키자고 아란세 교관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그녀의 심각한 어조에 블랜치와 박바레는 신음했다.
그런 그녀들에게 하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감한다. 뭐 좋은 거 얻어먹겠다고 나가서 그러는 건지.”
“야야. 명색이 교류전인데 교류도 하고 그래야지.”
“맞아. 맞아.”
“맞기는. 교류는 그냥 여기서 해. 아무튼 고생들 했어. 어서 들어가.”
“그런데 너흰 왜 나와 있냐? 설마 우리 기다린 거냐?”
이안이 웃으며 묻자 윌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 말고도 지금 로비에 다른 생도들이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그녀가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내가 갔는데 걱정할 필요가 뭐 있어?”
“그래도요.”
“됐어. 가서 자. 내일도 훈련받아야 하잖아?”
결국 생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던 이안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기숙사의 창문을 통해 샤를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빙긋 웃어 준 이안도 기숙사로 들어갔고 창문으로 그를 보던 샤를은 무거운 한숨을 토해 내었다.
* * *
황궁으로 복귀한 크레펜은 몰려드는 보고서들을 확인했다.
토킬론의 잔에서 잡은 자들의 심문이 시작되었다는 보고서와 함께 새로 잡혀간 고관들의 심문을 위한 준비가 됐다는 보고서다.
그것을 보던 크레펜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폐하…….’
정무를 보지 않는 것이 악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제국의 신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무시하고 있었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럴 리 없다.’
크레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엇. 단장님. 어디 가십니까?”
“심문장에 가시는 것이라면 같이 가시죠. 이번에 잡힌 고관들의 처분은…….”
“일단 그들은 구류만 해 놓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말하고 크레펜은 바로 내궁으로 향했다.
황제가 거처하는 내궁에 도착하자 황제 직속의 흑기사들이 길을 막았다.
“멈추시오.”
“지금 폐하께선 홀리데닌 황비님과 함께 계십니다.”
“급한 일이니 폐하를 알현할 수 있게 해 줘.”
크레펜이 단호하게 말했지만 흑기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크레펜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크레펜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외쳤다.
오러를 담아 그가 외치자 흑기사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 하는 짓이지?”
“폐하의 휴식을 방해할 생각이냐? 당장 멈춰라.”
흑기사들의 경고에도 크레펜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계속해서 외치고 있을 때 내궁에서 젊은 여인이 나왔다.
피처럼 붉은 머리칼을 지닌 늘씬한 미녀로 몇 해 전 새롭게 황비가 된 제국 지방에 있는 작은 남작가의 여인이었다.
미모, 그리고 의학 지식이 훌륭해 황비가 된 이후로도 황제를 위한 의술을 펼치는 그녀를 본 크레펜은 한숨을 쉬었다.
“홀리데닌 황비님.”
“폐하께서 들어오시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녀가 말하자 흑기사들은 길을 열어 주었다.
크레펜은 그들을 한차례 훑어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쯤 들어가자 홀리데닌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잠시 기다려주세오.”
“알겠습니다.”
귀한 약재가 잔뜩 있는 방에서 준비된 약을 챙긴 그녀가 나가자 크레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폐하께서 요새 몸이 안 좋으시다고 계속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약을 만들고 있지요.”
“홀레데닌 황비님 혼자 힘들지 않으시겠습니까? 다른 의원들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황비이며 폐하의 주치의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지요.”
홀리데닌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내궁의 안쪽.
커다란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검은커녕 깃펜조차 들 기력이 없어 보이는 노인.
대륙에서 가장 강한 네 명 중 하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약해 보이는 황제는 힘없이 크레펜을 보았다.
“오오…… 그대가 왔군…….”
“폐, 폐하……?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옥체가 많이 상하셨습니다!!”
“요 근래 기력이 쇠하다 말씀하고 계십니다. 별일 아니니 크레펜 백작께서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니 저러시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씁니까?!”
“약을 드시면 좀 괜찮아지실 겁니다.”
그리 말하며 홀리데닌은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간 것을 본 크레펜은 거의 울 기세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폐하…… 폐하 어찌…….”
“괜찮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아. 아아…….”
안타까움에 크레펜은 몸을 떨었다.
그런 그를 웃으며 바라보던 황제는 의자의 팔걸이에 힘겹게 팔을 올리며 물었다.
“그래. 그렇게 고함까지 치며……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보고라면 따로 서면으로 받으면 될 텐데…….”
“그, 그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안이 말했던 것을 그대로 전해야 할까?
망설이는 그에게 황제는 힘없이 웃었다.
“무엇을 그리 두려워하는 겐가.”
“소신은…… 폐하. 소신은…….”
“옛날 생각이 나는군. 과거 자네와 함께 전장을 달릴 때가 자꾸만 생각이 나…….”
그때 홀리데닌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그 위에 있는 고급스러운 그릇에 담긴 약을 힐끔 본 크레펜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에 보고드렸지만…… 스칼렛 왕국의 이안 브랜든 백작이 제도에 입성했습니다.”
“그렇군…….”
“그가 폐하께 전언을 부탁했습니다.”
“그래……? 뭐라고 했는가……?”
“그, 그게.”
크레펜은 머뭇거렸다.
망설이는 그에게 씩 웃은 황제는 약사발로 손을 뻗었고 그걸 보던 크레펜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것이.”
“솔직하게 말하게. 솔직하게.”
“차마 신의 입으로는 담기 어려운 이야기를…… 저기. 그게…….”
그 말을 들은 황제는 씩 웃었다.
“자네가 전하기 힘들다면 어디 한번 직접 내 앞에서 해 보라 전하게나…….”
크레펜이 고개를 숙인 후 나가자 홀리데닌은 공손하게 말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오만하기 그지없군요. 폐하. 크레펜 백작이 입 밖에 내기조차 힘든 말을 전하라 하다니.”
“그렇지……. 아아…… 약을 먹고 좀 쉬어야겠으니 자네도 이만 가 보게나.”
“예. 폐하.”
홀리데닌도 나가자 황제는 약을 힐끔 보고 단번에 들이마신 후 씩 웃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처럼 힘없이 떨리던 목소리가 아닌,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힘만 센 것이 아니라 머리도 좋군. 이렇게 쉽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 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