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0화(240/300)
◈ 제240화
120. 보고 싶다 – 2
마침 철혈공도 제도에 들어왔다.
그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배우가 다 왔다라……. 보델론.”
“예! 폐하!!”
흑기사 중 하나가 공손히 대답하자 황제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가서 철혈공이 제도에 들어왔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황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배우들 왔다고 목적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막을 내린다라…….”
“그 뒤에 있는 놈들 잡을 거면 같이하자고. 듣자 하니 원한이 있다면서?”
황제의 하얀 눈썹이 꿈틀거리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길게 시간 끌 거 없잖아? 어차피 여기에 걔들도 투자 많이 했을 거야.”
그러니 철혈공을 잡고 그의 영지를 뒤집어엎어 놓자.
그럼 그들이 뭔가 반응을 보이지 않겠는가?
언제 그들이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앉았나.
“당신이 하는 방식은 너무 느려 터졌어. 다 때려 부숴 놔야 걔들도 긴장하지. 나도 도울 테니까 이번 기회에 깡그리 없애 버리자고.”
이안의 제안에 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흐음…….”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하자 홀리데닌은 얼른 그를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황제는 그녀의 도움을 싸늘하게 거절했다.
“폐하……?”
“네가 나에게 독을 먹이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예……?”
홀리데닌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던 크레펜은, 그리고 황제를 호위하는 흑기사들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폐,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 제가 처방한 약들은 모두 달의 신전의 검사와 허가를 받은 것들입니다.”
“그렇지. 그 약들은 그렇지.”
“그런데 어찌…….”
황제가 손을 들어 올리자 정보부 요원이 움직였다.
그는 들고 온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고 그것이 열리자 홀리데닌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상자 안에는 고급스러운 약그릇이 담겨 있었다.
“예전에 검성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약은 말이지.”
“때때로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안이 말하자 황제는 흥미로워하며 그를 보았다.
“프레돈 아카데미 수석이야.”
“하. 그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황제는 홀리데닌을 보았다.
그의 시선에 담긴 무심함에 홀리데닌은 덜덜 떨었다.
“제국 정보부에 명해 이 그릇을 살폈지. 그릇에 한가지 약이 코팅되어 있더군.”
“하, 하지만 그 약은 원기보양과 다른 약의 쓴 맛을 지우기 위해 쓴 것 뿐입니다!”
“알고 있다.”
황제의 입가가 비틀어졌고 정보부 요원은 싸늘하게 말했다.
“폐하께서 자주 드시는 약과 이 그릇에 코팅된 스위틸이라는 약을 조합해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뭐였지?”
“한두 달 정도는 괜찮지만 일 년 이상 복용하게 되면 심리적 불안정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약을 복용하고 특정 음식을 먹으면…….”
“근육의 노화와 오러의 억제효과를 이끌어 내지. 그리고 그 특정 음식은 바로 밀빵이다.”
홀리데닌의 표정이 굳었다.
황제의 앞에 있는 식탁에 밀빵이 잔뜩 놓여져 있었다.
“보아하니 그쪽 아주머님이 주치의 같은데. 식사는 누가 준비하지?”
“홀리데닌 황비님께서 직접 준비하신다.”
크레펜의 목소리는 굳어 있었다.
그가 죽일 듯 노려보자 홀리데닌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너도 알고 있는 건가?”
“프레돈 아카데미 수석이라.”
정보부 요원은 신기해하며 이안을 보았다.
이건 일개 생도 수준의 지식으로 알만한 조합법이 아니다.
제국 정보부 산하의 의약국에서도 총력을 기해서 겨우 알아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아니 그보다.”
정보부 요원이 품은 의문을 해결하려 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그리고 황제. 당신 정도라면 스스로 해독이 가능하지 않나?”
“그렇지.”
황제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억제되어 있던 오러가 터지듯 흘러나오며 굽었던 허리가 펴지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쿨럭!!”
오러를 움직이며 체내에 쌓인 독을 한곳에 모은 그는 크게 기침했다.
그와 함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피가래가 뱉어지자 크레펜과 흑기사들은 무기를 들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피가래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시꺼먼 것이 독이라는 것쯤은.
“개 같은 년……!!”
“감히 폐하의 성은을 받아 살아가는 황비가 이따위 짓거리를?!”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신에게 살기를 드러내자 홀리데닌은 당황했다.
그러며 황급하게 황제에게 매달렸다.
“폐하!! 폐하! 오해십니다!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는!!”
그런 그녀를 가리키며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 여자. 철혈공에게 뭔가 받는 것 같은데.”
“사실인가?”
정보부 요원은 놀란 얼굴로 이안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정보부의 조사에 따르면 홀리데닌에게 약을 공급해주는 약재 관리가 매달 한 번씩 철혈공을 은밀하게 만나곤 했었다.
“뭘 받았느냐?”
“받지 않았습니다! 받지 않았어요! 그저 폐하의 상태를 듣고 싶다고 하길래…….”
홀리데닌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이안에 대한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다.
한번 보면 모든 것을 안다는 자.
그의 눈이 자신에게 꽂히자 홀리데닌은 두려워했다.
마치 자신이 숨기고 있는 것이 드러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물어볼까?”
“고문이라면 제국 정보부도 어디 가서 뒤지지는 않는다만. 그리고 드래곤 실드 기사단 역시 마찬가지지.”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고문하러 보내고 황비니 뭐니 떠들며 저항하는 거 기다릴 필요가 뭐 있나.
이안이 한 걸음 다가가자 홀리데닌은 다급하게 외쳤다.
“가, 감히!! 나는 제국의 황비다! 이안 백작! 아무리 당신이 타국의 귀족이라 하나 나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제국에 검을 겨누는 것이다!”
홀리데닌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이안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제국에 검 들이밀었는데 뭐.”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멱살을 잡고 눈을 번뜩였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꺄아아아아악!!”
이안의 눈동자 색이 붉게 물들자 홀리데닌은 비명을 터트렸다.
딱히 오래 끌 것도 없었다.
홍의 강제가 시작되고 십 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모든 것을 밝혔으니까.
“철혈공이 지시했다라.”
처음부터 홀리데닌이 황비로 추천된 것은 철혈공의 지시였다.
“그건 몰랐습니다.”
정보부 요원은 낭패한 얼굴로 말했다.
홀리데닌을 황비로 받아들인 지 벌써 7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다.
그때 그녀에 대한 뒷조사를 철저하게 했었지만 철혈공과 관련되었다는 것은 파악하지 못했었다.
“철혈공이 그 정도로 완벽하게 숨겼다는 것이겠지. 그자도 300년을 넘게 산 괴물 같은 엘프니까. 속에 능구렁이가 수십 마리는 들어가 있을 거다.”
“그럼 황궁 내의 다른 자들도 비슷하게 키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황제가 중얼거리자 크레펜은 이를 갈았다.
“개 같은……!!”
분노로 눈이 뒤집힌 그가 그녀를 죽이려 하자 황제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자네가 분노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하오나 폐하!! 이자는 반역자이며 폐하를 시해하려 한…….”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지.”
“넘어가는 건 좋은데 어차피 저 여자 오래 못 살아.”
혼이 너덜너덜해졌는데 살아 봤자 얼마나 살겠나.
이안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황제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오래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철혈공을…… 아니지.”
천천히 고개를 저은 그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저것 역시 그의 뒤에 있는 게헤른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그럼 더 의미없겠네.”
무뚝뚝하게 말한 이안에게 황제는 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렇지. 이제 낚시대를 거두기로 했으니.”
* * *
제도의 파괴된 성문을 한 엘프가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중년의 마법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작님. 이제 가시지요.”
“허. 그래. 가야지.”
제국에서 철혈공이라 불리는 퐈드베 공작은 파괴된 성문에서 시선을 거뒀다.
작년쯤부터 갑자기 이름을 날리게 된 북부의 애송이.
이안 브랜든이 제국에 칼날을 겨눈 흔적을 보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으면? 슐라이. 살다 보면 이런 일은 자주 있기 마련이야.”
자신의 오른팔이며 참모인 슐라이에게 퉁명스럽게 말한 그는 고급진 마차에 올랐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런 일은 많았다.
“현 황제 폐하께서 즉위하시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또 그 전에도 있었지.”
퐈드베 공작은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엘프.
인간보다 장수하는 종족인 그가 제국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삼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제도가 공격당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놈들은 모두 철저하게 짓밟혔지.”
“그건 저도 압니다. 예전에 노페이스도 제도에 테러를 일으켰었지요.”
“그래.”
“그들 외에도 제국에 반감을 가진 세력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성문이 공격당한 적은 많았습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성문이 저렇게 파괴된 적은 없지 않습니까.”
“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니까.”
또다시 퉁명스럽게 말한 그는 눈을 감았다.
그를 보던 슐라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되는 건가?”
“조금 그렇습니다. 갑자기 이안 백작이 제국에 온 것도 그렇고…… 또 공께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도 그렇고. 혹시 우리가 하려는 일을 눈치챈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는 것이 아니야.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얘기 모르나?”
퐈드베가 말하자 슐라이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저는 이번 제도행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안 백작이라는 변수가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내가 오지 않는다면? 당장 제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누가 수습하나?”
“붉은 달 신앙 말씀이십니까. 하아. 저는 솔직히 그것도 좀 불만입니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는 슐라이를 데리고 한 상인을 만났는데 그는 웃으며 빛나는 돌을 주었었다.
그걸 이용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퐈드베의 허락을 받아 그 돌을 연구한 그는 그 돌이 엄청난 힘을 가진 보물임을 알게 되었었다.
이후 그것을 퐈드베를 위해 사용했다.
그 돌을 쓰는 것만으로도 약자들이 엄청나게 강해지게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퐈드베 공작을 위한 충신이 되었고 강력한 힘이 되어 그의 세력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상인은 매년 몇 번씩 빛나는 돌을 가져다주었고, 작년에는 심지어 그 돌을 만드는 법까지 가르쳐 주었다.
물론 그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그 대가가 붉은 달 신앙이었지요.”
“그렇지.”
“하지만 붉은 달 신앙은 인신 공양을 하는 신앙이잖습니까.”
“자네 마법으로 사람이 몇 명이나 죽었는데. 고작 인신 공양 따위가 두려운 건가?”
“그것을 태양 교단과 달의 교단이 문제 삼을까 걱정일 뿐입니다.”
“괜찮네. 그들이 뭘 할 수 있겠나.”
퐈드베는 자신만만해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슐라이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왜 갑자기 붉은 달 신앙을 제국에 퍼트리라고 한 것일까요?”
“글쎄? 거기까지는 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
그때 갑자기 마차가 멈췄다.
뭔가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의아해하던 슐라이는 문을 열고 내렸다.
마차의 앞을 황금 갑옷을 입은 이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드래곤 실드 기사단? 크레펜 백작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슐라이는 거칠게 외친 후 손을 들었다.
마차를 호위하던 철혈공의 기사들이 무기를 잡고 싸울 준비를 했을 때.
황금 갑옷을 입은 기사들 사이에서 한 소년이 걸어 나왔다.
“……당신은.”
검은 머리에 무뚝뚝한 인상.
어깨에 새하얀 고양이를 올리고 있는 소년.
현재 북부에서 떠오르는 신성이라 불리는 강자.
이안이었다.
“이안 브랜든 백작.”
“댁이 슐라이지?”
시큰둥한 목소리로 그가 말하자 슐라이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소만.”
“마차 안에 있는 철혈공에게 말해 주겠어?”
“무슨……?”
“답은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함이라고.”
슐라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를 비웃으며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낮말과 밤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지.”
“무슨…… 이게 무슨 짓이오!!”
그가 버럭 외치자 이안은 검을 뽑았다.
“황제가 너희들을 보고 싶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