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1화(241/300)
◈ 제241화
121. 뒤에 있는 자 – 1
당황한 슐라이는 이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확신만이 담겨 있었다.
“하하. 안 그래도 공께선 폐하를 알현하러 가기로 하셨소. 그러니 이렇게 위협을 할 필요는 없겠지. 기사들을 물려 주시겠소?”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드래곤 실드 기사단이 한 걸음 나섰다.
“싫은데?”
“이거 재미있군. 천하의 이안 브랜든이 드래곤 실드 기사단을 움직이다니. 마치 황제 폐하의 가신이라도 된 것 같구려. 아니면 스스로를 황제라 생각하는 건가?”
슐라이가 애써 담담하게 말하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되도 않는 도발을 쓰냐?”
“큭.”
자신의 도발이 통하지 않자 슐라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혈공을 따르는 기사들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드래곤 실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모두 오십 명이다.
그에 반해 철혈공을 따르는 기사들은 이백이 넘었다.
뿐만 아니라 외곽 구역을 다스리는 경비대는 일단 철혈공의 파벌에 속한 이들이었다.
게다가 제도 내에도 철혈공을 따르는 귀족이 많다.
즉 드래곤 실드 기사단 정도는 자신들 정도로도 쉽게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이안이었다.
과연 저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제길. 크라만과 합류하지 않은 상태라면 싸우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데…….’
차기 최강자의 자리를 거론할 때 늘 들어가는 크라만이라면 이안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슐라이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민했다.
“돌 굴러가는 소리 들린다. 잔머리는 그만 굴리고 슬슬 가자고. 거기 안에 있는 철혈공도 이만 나오고.”
이안이 검을 까딱거리며 말하자 슐라이는 선택했다.
“알겠소. 일단 공께 말씀드린 후에 다시 논의하도록 합시다.”
-쾅!!
시간을 벌려는 슐라이를 보던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철혈공이 타고 있던 마차가 박살 나 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오!!”
“논의를 하자니. 이미 결정이 내려졌는데 뭔 개소리지?”
이안은 박살 난 마차 안을 보았다.
푸르스름한 보호막이 마차의 내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엘프.
오랜 시간 제국의 권력자로 살아온 철혈공 퐈드베 공작은 더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이안을 노려보았다.
“이안 백작.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보면 몰라?”
이죽거리는 그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슐라이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방금 전의 수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력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오러를 쓴 것도 아니다.
그가 그저 한 번 눈을 번뜩인 것만으로 마차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주의할 수밖에.
“……공. 후퇴하시지요. 이후 크라만과 합류해서…….”
“아. 그리고 크라만은 죽었어.”
어깨를 으쓱이며 이안이 말하자 슐라이의 어깨가 굳었다.
그가 죽었다니?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라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친 소리 마시오. 크라만이 어떤 자인데.”
“걔 스핀달 상단의 창고 지하실에 있었지?”
스핀달 상단의 창고 지하실.
그곳에 붉은 달 신앙을 위한 예배당이 있다.
크라만이 그곳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슐라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크라만을 진짜 죽였단 말인가?”
“그래.”
이안은 씩 웃었다.
“내가 죽였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계획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아니, 그걸 떠나서 제도에 더 이상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일단 공작님부터 대피시켜야 한다.’
“주군!! 길을 열겠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둘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도 들었다.
그렇기에 철혈공 퐈드베 공작은 빠르게 보호막을 풀고 몸을 날렸다.
“뒤를 부탁한다!!”
후퇴하기 위해 그가 자신의 기사들과 합류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포위인 후방 쪽을 공격했다.
그걸 보던 이안은 피식 웃었다.
“내가 너희들을 보자마자 공격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건.”
“자기 손으로 잡고 싶다는 자가 있어서 그래.”
그 말을 들은 슐라이는 의아해하다가 당황하며 휙 고개를 돌렸다.
“설마!! 주군! 그쪽은……!!”
드래곤 실드 기사단의 평기사는 익스퍼트 초반 수준의 실력을 지녔다.
그들 정도라면.
그것도 후방에 있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수라면 퐈드베 공작과 그의 호위들이 뚫을 수 있다.
그리 생각하고 달려든 호위들은 당황했다.
“이 무슨……?”
평기사들의 검에서 강력한 오러가 솟구쳤다.
누가 봐도 저것은 익스퍼트 초급 수준의 오러가 아니다.
적어도 마스터를 코앞에 둔 익스퍼트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설마 흑기사들인가?!”
황제 직속의 기사들이 저렇게 움직이고 있다니.
“그럴 수가……? 하지만…….”
흑기사들은 황제를 호위하는 자들이다.
더군다나 지금 황제는 중독되어 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언제든지 암살당할 위험이 있기에 흑기사들은 그의 호위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텐데 저들이 왜 나온 것일까.
“설마!!”
슐라이는 당황하며 퐈드베 쪽을 보았다.
마법을 쓰며 길을 뚫기 위해 싸우던 그를 향해 한 평기사가 다가가고 있었다.
그걸 본 퐈드베는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다.
집채만 한 불길이 기사들을 덮치려는 순간 평기사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퍼엉!!
불길이 한 번에 사그라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을 베어 없애 버릴 수 있는 검술이 이곳에서 나타나다니.
“……폐, 폐하…….”
슐라이는 털썩 주저앉았다.
평기사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제길!!”
퐈드베는 욕설을 터트리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난사되는 마법을 평기사는 검을 휘둘러 지워 나갔고 어느새 다가가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커억!!”
제대로 맞은 퐈드베가 털썩 무릎을 꿇자 기사는 그의 귀를 쥐어뜯듯 잡았다.
“커억…… 너…… 이…….”
복부를 맞은 고통에 헐떡이던 그가 노려보자 기사는 투구를 벗었다.
그러며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칼……하이스…….”
“오래간만입니다. 대부님.”
황제는 차갑게 웃으며 그의 머리를 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망연자실한 슐라이를 후려쳐 기절시킨 후 느긋하게 말했다.
“그럼 돌아가자고.”
철혈공의 부하들.
그들은 철혈공 퐈드베 공작이 잡힌 것을 보고 분노하며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그들을 가리키며 이안이 말하자 황제는 검을 들었다.
“반역자만 제거하고 돌아가지.”
* * *
제국을 좌지우지하던 권신, 철혈공 퐈드베를 잡았다.
그를 끌고 내궁으로 복귀한 황제는 포박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부님.”
“……큭.”
굴욕이 담긴 얼굴로 퐈드베는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안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이안 브랜든. 자존심 따위는 없구나. 설마 황제의 밑으로 들어갈 줄이야.”
“서로 이용할 가치가 있기에 손잡은 것뿐이야.”
“이용할 가치?”
“우리 둘 다 네 뒤에 있는 자를 잡고 싶어 하거든.”
성큼성큼 다가간 이안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재능의 별을 만드는 법을 너에게 알려 준 자가 누군지 넌 알지?”
재능의 별이라는 단어를 듣자 퐈드베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그를 마주하던 이안은 씩 웃었다.
“걔를 불러낼 수 있는 방법. 넌 알고 있나?”
“하. 하하하. 무슨 소린지.”
“칠대 죄악 탐욕의 게헤른, 혹은 음욕의 케신. 둘 중 하나겠지. 난 게헤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퐈드베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것을 본 이안은 히죽 웃었다.
“너도 알고 있었구나?”
그의 말에 같이 끌려와 앉아 있던 슐라이는 깜짝 놀랐다.
“고, 공작님. 서, 설마 그, 그게…….”
“넌 몰랐나? 재능의 별을 만드는 방법은 원래 악마들이 알고 있던 거였어.”
“……그게 무슨 말이냐. 게헤른이라니. 칠대 죄악과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 따위라도 있나?”
“지금까지 나온 것들 모두가 증거인데 무슨 소리를.”
제도에서 퍼지고 있던 붉은 달 신앙부터 재능의 별을 이용해 힘을 얻은 크라만까지.
그 모든 것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퐈드베는 딱 잘라 부정했다.
그를 비웃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크레펜은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들을 보고했다.
대륙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남부 대초원에서 있었던 일들.
마지막으로 제국에서 있었던 일들.
그 모든 것들을 크레펜이 언급하자 퐈드베는 이를 갈았다.
“헛소리. 그건 날 몰락시키기 위한 수작질에 불과하다.”
“그래서 넌 아니다?”
“그래. 그리고 황제 폐하. 절 제거하고 싶으셨다면 차라리 내전이라도 벌이지 그러셨습니까?”
“굳이 제국의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하하. 제가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생각하십니까? 제가 잡힌 것을 알면 제 영지에 있는 부하들과 제 아들인 셀림이 가만히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저와 손잡고 있는 귀족들이 놀고만 있을 것 같습니까?”
“일어나 봤자 그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럼 답은 하나뿐이군요. 죽이시죠.”
퐈드베가 당당하게 말하자 황제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
“예.”
세레스티아는 퐈드베와 슐라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성물들을 꺼내 조사를 시작했다.
“……이분들에게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하하!! 보십시오! 자! 폐하! 폐하께선 그저 권력을 위해서 제국을 위해 몇백 년간 헌신한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걸 다른 귀족들이 웃으며 넘어갈 것 같습니까?!”
“흠…….”
“폐하께서 아무리 강하시다고 하지만 저희에게 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당하게 외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흑기사들을 노려보았다.
“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제 영지에서는 바로 숲지기를 부를 것입니다.”
숲지기.
황제와 원한 관계가 있다는 대륙의 강자 중 하나.
황제를 치기 위한 길을 만들어 준다고 하면 숲지기는 반드시 그들의 편을 들 것이다.
“그것뿐인 줄 아십니까? 저는 엘프입니다. 즉 세계수의 의회에 요청할 수 있지요.”
그들에게 예전에 지원을 약속받았으니 검성도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해보지요!! 어디 한번! 제국이 무너지는 꼴을 봐 봅시다!!”
그가 버럭 외치자 이안은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조용히 좀 해라.”
“크악!! 이안 브랜든!! 네놈도 무사할 성싶으냐!! 세계수의 의회서 움직이면 하이랄 님께서도 나서 주실 것이다!”
퐈드베의 거친 외침이 이어질수록 크레펜의 표정은 나빠지고 있었다.
숲지기까지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검성과 하이랄이라니.
그들까지 내전에 가세한다면 일이 꽤나 골치 아파질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함으로 절 공격할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폐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의 당당함을 마주하던 이안은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임을 눈치챈 퐈드베는 이를 갈았다.
“네놈이 그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으르렁거리는 그에게 이안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깟 게 뭐 어렵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