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2화(242/300)
◈ 제242화
121. 뒤에 있는 자 – 2
“뭐?”
“그나저나 검성? 검성이 날 적대할 것 같지는 않은데. 너 붉은 달 신앙을 퍼트렸잖아. 그런 주제에 그녀를 끌어들이겠다고? 제정신이냐?”
“큭.”
“그리고 하이랄? 대륙 유일한 8서클 마법사?”
“그래! 그녀는…….”
“걔 나한테 졌어.”
“뭐……?”
퐈드베의 표정이 굳었고 황제 역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8서클 마법사면 자신도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자다.
그녀가 마도의 연구에만 몰두하고 엘프의 숲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기에 대부분 모를 뿐.
세상에 나선다면 대륙 강자의 판도가 달라진다고 하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8서클 대마법사인 하이랄을 이겼다니.
“미, 믿을 수 없다.”
“믿을 필요 없어.”
“그럼 숲지기는…….”
“아. 그래. 숲지기? 내가 그와 나쁜 사이는 아니지만 그가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 것 같지는 않네.”
그 말에 퐈드베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런 그를 향해 이안은 비웃음을 던질 뿐이었다.
“그런데 황제와 검성이 나와 손을 잡고 있는데 숲지기가 뭘 얻겠다고 나와 싸우려고 할까?”
“크윽…….”
“그리고……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안은 히죽 웃었다.
“남부 대초원에서 발생했던 거대 폭발. 그것도 내가 한 거다.”
“뭐……?”
“내가 그 폭발을 너의 영지에서 한번 터트리면…… 다른 귀족들이 과연 나에게 칼을 들이댈까?”
“거, 거짓말하지 마라!”
“믿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자. 이제 됐지? 네가 생각하고 있는 뒷배가 그것뿐은 아닐 것 아냐.”
이안은 퐈드베의 어깨를 턱 잡았다.
“더 꺼내 봐. 네가 가진 것들을 꺼내고 꺼내다 보면 게헤른이 나오겠지.”
그의 말에 퐈드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적이 거물이다.
그를 노려보던 퐈드베는 황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폐하. 폐하께서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계시는지 잊으신 겁니까?”
“대부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고작해야 황위 계승권 6위에 불과했을 때. 제가 폐하를 모셨습니다.”
현 황제가 어렸을 때 퐈드베는 그를 후원했었다.
그저 검술에만 미쳐 있는 자에게 권력을 주었다.
그가 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고, 그가 황제에 오를 수 있게 정적을 제거해 주었다.
“그렇기에 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신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절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퐈드베는 눈물까지 흘렸다.
“어찌하여 이러시는 겁니까. 폐하. 어찌하여 저런 무도한 자와 손을 잡고..!”
바로 바뀐 그의 분위기에 이안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제 와서 이간질이냐?”
“닥쳐라! 네놈!”
퐈드베의 거센 외침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빨리 끝내자. 안 할 거면 내가 한다.”
이안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퐈드베에게 다가가 차분하게 말했다.
“대부님.”
“……폐하아…… 소신을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게헤른과 손을 잡았다면, 그리고 그를 불러낼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 정말 아닙니다. 게헤른이라니요. 어찌 제국의 충실한 신하인 제가 악마와 거래를 했겠습니까?! 믿어 주십시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퐈드베는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굽혔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황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군.”
황제가 물러난다.
그가 빠지자 이안은 히죽 웃었다.
“네놈!! 네 이놈!! 네깟 놈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다고 해서 내가 거짓을 토해 낼 성싶으냐!!”
“이 아저씨 캐릭터 확실하네.”
그의 멱살을 잡아챈 이안은 퐈드베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충신 코스프레를 하려면 제대로 하길 바란다. 끝까지 버티다가 죽어도 괜찮고.”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그의 눈이 붉은 빛으로 번뜩이자 퐈드베는 비명을 터트렸다.
한참 동안 고문당하던 퐈드베는 결국 모든 것을 토해 냈다.
헐떡거리는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황제에게 눈을 돌렸다.
“어때?”
“흐음…… 정리하자면 재능을 탈취하는 법을 가르쳐 준 자와 붉은 달 신앙을 퍼트리라고 한 자가 같은 자라는 것인가?”
“그렇지.”
“하지만 필라이크 공작령에는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이 있다.”
“대악마 정도 되면 악의를 숨길 수 있어.”
당장 크라울리도 이안에게 불려 올 때마다 악의를 숨기지 않는가.
그러니 게헤른도 그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뭐. 성녀님 정도 되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숨기고 다니는 것은 가능하겠지.”
“그런가.”
“그렇지. 다만 그 대악마가 게헤른이냐는 질문에는…….”
이안도 답할 수 없었다.
퐈드베도 그가 악마라는 것만 알지 게헤른이라는 것은 몰랐으니 말이다.
“비상시 그를 부르기 위한 아티팩트가 퐈드베 공작의 저택에 있다고 하니 바로 가 봐야겠군.”
“그래. 또한 필라이크 공작령에서 다른 귀족들을 규합하기 전에 그것을 막아야 하니까. 내 쪽에서도 보내야겠다.”
“이제 와서 손 뺄 생각 없어. 어중간하게 건드릴 생각도. 그쪽은 내가 해결하지.”
“그곳까지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바로 가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마라.”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퐈드베의 증언을 들었던 슐라이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필라이크 공작령에서 퐈드베의 뒤를 이어 움직일 자가 누구지?”
“……셀림 공자님.”
“셀림이라.”
“퐈드베 공작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하고…….”
“하프 엘프인가.”
“예.”
“좋아. 그럼 그자만 쳐 내면 필라이크 공작령에서 쓸데없이 움직이지는 않겠지.”
원래 이런 일은 머리만 쳐 내면 되는 일이니까.
이안은 차분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도 쪽 조사는 알아서 해. 그리고 틸다 토완이라는 여자도 좀 찾아보고. 그 정도도 못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래.”
“그럼 수고하라고.”
이안은 손을 들었다.
그가 팔찌를 조작하자 순식간에 이안과 이안의 가방에 있던 먀네가 사라졌다.
그걸 본 이들이 놀라는 사이 황제는 싸늘하게 말했다.
“크레펜. 지금부터 제도 전역을 조사해라. 지금까지 파악한 붉은 달 신앙과 관련된 놈들을 모조리 잡아 오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녀. 당신 역시 그를 돕도록 하고.”
“예. 폐하.”
그들뿐만 아니라 흑기사들에게도 명령을 내린 그는 쓰러져 있는 퐈드베를 내려다보았다.
“대부님. 어쩌다가 이리되셨습니까.”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때만 해도 훌륭한 엘프이며 뛰어난 마법사였는데.
뭐가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왜 그리 탐욕에 물드셨습니까.”
“크윽…… 으…….”
“황제가 되고 싶으셨던 겁니까? 그게 아니면…….”
황제의 뒤에서 권세를 이어 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퐈드베를 내려다보다가 검을 들었다.
“으…… 사, 살려…….”
“죄송합니다.”
그는 검을 내렸다.
그 검이 목을 꿰뚫자 퐈드베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황제는 흑기사에게 무감정하게 말했다.
“치워라.”
“예.”
그가 나가자 황제는 무릎을 꿇고 있는 슐라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럼 이제 자네인데…….”
“…….”
“자네에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우리.”
황제는 눈을 번뜩였다.
“진지하게 얘기해 보지.”
* * *
좌표는 알고 있으니 필라이크 공작령에 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허름한 건물 뒤에서 워프를 끝낸 이안은 거리로 나온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 뭐야? 이건.”
생각 이상으로 도시가 황폐화되어 있었다.
그래도 제국의 2인자이며 오랜 시간 권력을 잡고 있던 철혈공의 영지인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나름대로 도시 흉내는 내는지라 포장도로가 있고 2, 3층짜리 집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허름했다.
거기에 불법으로 증, 개축한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 때문인지 거리 자체가 슬럼화되어 있었다.
“먀아~.”
전에 아카데미의 뒷골목에 들어갔을 때처럼 먀네는 코를 막고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가방을 톡톡 쳐 준 이안은 쓰게 웃었다.
2층집의 창문에서 오물을 바닥에 그대로 버리고 있었다.
“여기가 직할령 맞나?”
<맞습니다.>
<다만 직할령의 남부 구역입니다.>
필라이크 직할령은 제도 수준으로 큰 도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부와 북부의 차이가 상당했다.
돈이 많은 상인들이나 기사들은 북부.
그리고 돈이 없는 이들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남부에 살고 있다.
키르케가 간단하게 설명하자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왜 좌표를 여기로 찍었냐?’
<주인님께서 이런 곳을 선호하시잖습니까.>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는 법.
이런 절박한 곳에서 저항하는 이들을 찾기가 더욱 쉽다.
그렇기에 키르케는 이안의 취향에 맞춰 좌표를 전했을 뿐이었다.
<북부의 좌표를 보고할까요?>
‘됐어. 그냥 가지 뭐.’
허름한 거리를 걸어 길의 끝에 도착하자 북부와 남부를 가르는 검문소가 보였다.
북쪽으로 일하러 가려면 통과해야 하는 문 앞에서 병사들은 히죽거리고 있었다.
“자 자. 들어가고 싶은 놈들은 입장료를 내라고!”
“모든 것은 공작님의 군대를 위한 세금으로 쓰일 거다!”
“아니 세금을 이렇게 받아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요?!”
“뭐? 너 미쳤어?! 감히!”
“으아악!!”
통행세가 꽤나 컸나 보다.
항의하는 남자를 끌어낸 병사들은 그들을 멋대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피투성이가 된 그가 절뚝거리며 돈을 내고 지나가자 병사들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들어가고 싶은 놈들은 돈 내! 아니면…… 흐흐. 우리를 좀 즐겁게 해 주고 가든가.”
<참으로 전형적인 쓰레기들이군요.>
‘그러게 말이야.’
몇몇 여인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들을 향해 병사들은 음흉하게 웃었다.
“일하러 가야 하지 않아?”
“응? 오늘 일당 날리고 싶나?”
“윽…….”
결국 몇몇 여인들이 병사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때 그들을 지나친 이안은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을 즐겁게 해 주면 통과할 수 있는 건가?”
“하! 뭐냐? 애송아?”
“옷은 좀 좋아 보이는데…… 그래. 어디 한번 즐겁게 해 봐라!”
천마신공 파천의 장.
난신.
이안의 검격이 검문소뿐만 아니라 북부와 남부를 가로막는 벽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그 거대한 구멍을 본 병사들이 입을 쩍 벌리자 이안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재밌지?”
“아. 예. 재. 재밌…… 재밌습니다.”
“그럼 들어간다.”
그들을 지나쳐 북쪽으로 이동했다.
아까 봤던 곳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은 거리를 지나 북부의 중앙 쪽에 도착하자 이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꽤나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필라이크 공작령의 경비대입니다.>
<필라이크 공작령의 상비군입니다.>
<필라이크 기사단입니다.>
“많이도 모였다.”
<전쟁 준비 중이라 이 근처에 병사들이 많이 몰려 있었습니다.>
키르케가 말하자 이안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때 필라이크 기사단 사이에서 경장 차림의 잘생긴 청년이 나왔다.
붉은 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하프 엘프 청년이었다.
“이거 귀한 분께서 여기까지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셀림 필라이크라고 합니다. 아. 그리고 키리슈난 황녀님과 결혼을 약속하여 차기 황족인…….”
오만을 담아 그가 자신 있게 말하자 이안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악마 새끼들 말은 믿을 수 없다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을 테니까요.>
<충분히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확 다 죽여 버렸어야……. 아. 이미 다 죽였군.”
“예? 그게 무슨…….”
<뭐.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키르케의 탐색 범위도 아니었으니 어쩌겠나.
그냥 이렇게 잡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그는 가볍게 마음먹었다.
의아해하는 그를 보며 이안은 검을 겨눴다.
“지옥에 있다던 게헤른이 왜 여기 있을까?”
그가 싸늘하게 말하자 셀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