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5화(245/300)
◈ 제245화
123. 먼저 먹는 게 임자지 – 1
철혈공의 처형 소식이 퍼졌다.
그것 때문에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구심점이 되어 줘야 할 철혈공의 아들, 셀림 필라이크가 악마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것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마룡이었다는 것까지 태양교단에 의해서 공표되자 제국의 귀족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태양교단에서 블라드 황가와 짜고 그런 소리를 한 것이라고 여길 수조차 없었다.
그 마룡을 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심지어 태양교단의 주교뿐만 아니라 필라이크 기사단의 기사들까지 그것을 증언하지 않았는가.
괜히 철혈공의 유지를 이어받겠다거나, 혹은 그 뒤를 잇겠다거나.
그렇게 떠들며 나서 봤자 악마와 손잡았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무를 놓고 내궁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황제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면서 필라이크 공작령을 조사하고 그곳에서 펼쳐진 인신매매 및 인체 실험 등에 대한 것이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귀족들은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있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메이는 한쪽을 힐끔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은 한쪽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는 이안이었다.
“그 마룡을 이안이 없앴다는 거야.”
철혈공의 아들인 셀림의 정체는 바로 칠대 죄악 중 하나인 탐욕의 게헤른이었다.
수많은 용을 살해한 용살자이며, 수많은 대악마를 집어삼키고 대악마가 된 자.
그런 무시무시한 존재를 이안이 일검에 해치워 버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철혈공을 잡을 때 이안이 직접 나서기도 한 것 때문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지.”
남부 대초원에서의 대폭발.
그리고 마룡을 일격에 소멸시킨 위엄.
남들이 들으면 조금 과장된 소문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그 폭발을 본 스완은 지금 퍼지는 모든 소문이 진짜라 믿고 있었다.
“으으음…… 이안 백작님의 한계가 어딘지 궁금하군. 아니 그런데 그 정도면 그랜드 마스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가 강하긴 했다.
하지만 과연 이안이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옳은 일일까 싶을 정도다.
“너무 강해서. 인간의 인지를 넘어설 정도로 강해서 그런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접근도 못하고 있네.”
메이의 말대로였다.
이안 주변에는 아무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그와 같은 프레돈 아카데미 소속 생도들이 없을 때면 그는 대부분 홀로 움직였고, 그런 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나마 이안을 겪어 그리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메이가 안타까워하자 스완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 튀기 싫다는 거지……. 그 대폭발을 일으키고 마룡을 일격에 잡은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래도.”
“아무리 안전한 사자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자는 두려워할 뿐이야.”
그렇게 그녀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식당으로 훈련을 마친 생도들이 들어왔다.
“야. 이안. 왜 혼자 먹고 있냐?”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과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은 확실히 달랐다.
블랜치는 언제나처럼 쾌활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윌발은 아예 옆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훈련 시간이 늘었네?”
“발라 그 자식이 샤를 황녀님한테 져서 늘었어. 으씨. 이게 뭔 고생인지 모르겠다.”
블랜치가 투덜거리자 윌발은 피식 웃었다.
이안이 철혈공을 잡으러 갔을 때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고작해야 유저 수준에 불과했던 샤를이 마스터인 발라를 이긴 것이다.
작대기 하나 든 아이가 중무장한 기사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기에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당연하겠지만 프레돈 아카데미는 초상집 분위기였고.
결국 블랜치가 나가서 샤를을 이기기는 했지만 발라가 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 때문에 제대로 열받은 아란세는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에게 쉬지 말고 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다들 그걸 이행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오후에도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데…… 넌 뭐 할 거냐?”
“하던 대로 샤를 가르쳐야지.”
“샤를 황녀님 안 바쁘시다냐?”
“걔가 바쁠 일이 뭐가 있겠냐?”
어차피 황제가 정무에 나선 이상 황족들이 뭔가 할 일은 없을 거다.
대충 답한 이안이 수프를 홀짝거리고 있는 와중 식당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오스넨이 복귀했습니다.>
몬스터 토벌 때문에 나가 있었던 오스넨이 온 모양이다.
북적거리는 제국 생도들 사이에서 나온 그는 이안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아주 큰 소란을 일으켰더군.”
“불만이라도?”
“그건 아니다만…… 내가 들은 것이 정말 사실인지 궁금하다.”
자리에 앉은 그는 황궁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를 물었다.
철혈공의 처형.
그리고 그의 아들인 셀림이 사실은 게헤른이었다는 이야기.
필라이크 공작령에서 행해지고 있던 일들까지.
자신이 들은 모든 것을 오스넨이 이야기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들었네.”
“그런가. 그럼 내 동생 파세딘은 역시 재능을 빼앗긴 건가.”
“그러겠지?”
이안이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하자 오스넨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재능의 별을 복용하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훈련하든 해야지.”
수프를 홀짝거리며 이안이 대꾸하자 오스넨은 얼굴을 쓸어 만졌다.
“그리고 오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샤를에 대한 거?”
“그래. 샤를은 내가 몬스터 토벌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마법사였는데…… 갑자기 마검사로 전향했더군. 너의 가르침을 받고 말이야.”
“그렇지.”
“혹시 재능의 별을 쓴 것인가? 내가 들은 바로 그 재능의 별이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백 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던데.”
만약 그런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
아무리 황족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힘을 쌓는 일이 용납될 리 없을 테니까.
“그거 안 썼다.”
“그래? 음…… 그럼 이안. 부탁이 있다.”
“파세딘 황자에게도 비슷한 훈련을 시켜 달라는 거면 사양이다.”
“……어째서지?”
“얼굴도 못 봤고, 누군지도 모르고. 성향도 모르는데 내가 왜 힘을 써야 하나?”
샤를이야 마음에 들었으니 손을 내민 것뿐.
오스넨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그를 도울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안이 딱 잘라 거절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볼일 다 봤으면 가라. 난 슬슬…….”
그때였다.
이안과 오스넨이 같이 있는 것 때문에 웅성거리던 식당이 조용해졌다.
식당 안으로 들어온 금발의 소녀 때문이었다.
“……오라버니.”
“아. 그래.”
샤를이었다.
그녀는 이안의 앞에 앉아 있는 오스넨을 보고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런 그녀에게 쓰게 웃어 준 오스넨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응원하마.”
“……예.”
“비록 네가 이안의 도움으로 그리 강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기회라고 할 수 있겠지. 그 기회를 놓치지 말거라. 후회하기 싫다면.”
“……아. 예.”
여전히 거슬리는 말투였지만 샤를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스넨이 휙 나가 버리자 샤를은 이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훈련 시간이니라.”
“그래.”
이안은 남은 수프를 홀라당 마셔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훈련하러 갈 테니까 너희도 열심히 해라.”
먀네를 데리고 그가 샤를과 함께 나가자 박바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러다가 샤를 황녀가 마스터가 되면 우리도 못 이기는 것 아냐?”
“……놀지 말아야지. 야. 나와. 한판 뜨게.”
훈련이 끝났다.
오늘도 두들겨 맞은 샤를은 회복을 위해 신전으로 향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이안에게 맞은 팔을 보았다.
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멍 하나 나지 않았다.
때리는 것도 재능이 필요하다더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 뼛속까지 아프게 치면서 바깥에는 상처 하나 만들지 않을 수 있던 것일까.
“어렵구나. 어려워.”
씁쓸해하며 신전에 도착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전 앞에 못 보던 사람이 있었다.
붉은 머리에 검을 든 장신의 여인과 사랑스러운 외모를 지닌 엘프 소녀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샤를은 의문을 품었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배운 대로라면 저 적발의 여인이 훨씬 강해 보여야 한다.
하지만 왜 그런 것인지 자신보다 키도 작고 몸도 작은 저 엘프 소녀가 너무나도 강해 보인다.
‘기분 탓인가?’
그렇게 의아해하며 엘프 소녀를 보고 있을 때.
엘프 소녀는 샤를을 똑바로 마주하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굉장하네요. 마치 거대한 건물이 지어지는 것 같아요. 당신 뛰어난 스승에게 배우고 있군요?”
“그게 무슨 소리더냐.”
“어…… 말투가……?”
“본 황녀의 말투는 원래 이렇느니라.”
“황녀? 아아…… 혹시 당신이 그 샤를 황녀님인가요?”
엘프 소녀는 샤를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빙긋 웃었다.
“이안 백작님에게 배우고 있으시다던. 하긴 그분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라면…….”
“그런데. 그쪽은 누구지?”
샤를은 경계심을 품었다.
지금 이안의 이름이 높아지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그 말은 자신을 통해 이안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핑계로 이안과 어떻게 자리 한번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샤를은 저 여인과 엘프 소녀가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경계하자 엘프 소녀는 빙긋 웃었다.
“티엘 칼린입니다.”
“……검성?”
흠칫 놀란 그녀가 뒤로 주춤 물러났을 때.
샤를의 뒤로 이안이 나타났다.
“검성께선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이안의 질문에 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녀님께 들었습니다. 지금 제국의 붉은 달 신앙과 더불어 케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서요?”
“예.”
“그 토벌에 참가하고 싶어서 찾아왔…….”
그때였다.
그들이 있는 신전으로 다수의 기사들이 들어왔다.
칠흑 같은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이안과 검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안 백작. 그리고 검성. 폐하께서 너희들을 찾으신다. 그리고…….”
쓱 시선을 돌린 그들 중 하나는 샤를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샤를 황녀님께서도 폐하께서 들라 하십니다.”
“본 황녀는 어찌하여?”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결국 샤를은 한숨을 내쉬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내궁 안에 들어가자 옥좌에 황제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저 앉아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공포로 몸이 굳는다.
겁먹은 샤를이 입술을 살짝 깨물자 그녀의 옆으로 먀네가 다가갔다.
“먀아~.”
먀네의 울음 덕분일까?
샤를은 간신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왜 사람 오라 가라냐?”
그녀는 깜짝 놀라며 이안을 보았다.
황제 앞에서도 그는 시큰둥한 태도로 물었다.
그런 그의 용기에 샤를이 감탄했을 때 황제는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말한 틸다 토완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그래서?”
“확실히 이상한 부분이 있더군. 특히나 그녀가 이동한 곳에서 붉은 달 신앙이 퍼지고 있었다.”
그가 제국 정보부에서 만든 보고서를 내밀자 검성은 그것을 받고 이를 갈았다.
“……그렇군요.”
분노를 참아 내는 듯한 그녀에게 잠시 시선을 준 황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 새벽. 관문을 통해 제국을 빠져나갔다더군.”
“놓쳤다는 거네?”
“그래.”
그의 말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쩜 이렇게 한심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