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6화(246/300)
◈ 제246화
123. 먼저 먹는 게 임자지 – 2
그가 대놓고 비난하자 흑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이 싸늘하게 노려보자 이안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막으려는 듯 검성이 황급히 나섰다.
“틸다 토완이라…… 그녀가 케신인가요?”
“그렇다고 추정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파악 못 했고?”
“그래. 관문에서 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신기한 기술을 써서 빠져나갔다더군.”
“신기한 기술? 그게 뭐지?”
“갑자기 사라져서 찾아보니 관문의 성벽에서 꽤 떨어진 곳에 나타났더군. 그리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망쳤고.”
<갑자기 사라져서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에테르화 아닐까요?>
‘그렇겠지. 워프였으면 아예 멀리 가 버렸을 테니까.’
“잠깐만요. 만약 그녀가 케신이라면 기체화되어 빠져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안 썼습니까?”
검성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이안은 틸다 토완이 케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 그래서 각 관문에 태양과 달의 교단의 협력을 받아 대기 중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악마라고 하더라도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공격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것으로 막으려고 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쓸 줄이야.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었지.”
황제가 무뚝뚝한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너 혹시 내가 게헤른 잡았다고 일부러 놔주거나 그런 거 아니냐?”
황제에게 있어서 게헤른은 철천지원수다.
그런 만큼 게헤른을 잡고 싶어 했는데 그가 이안에 의해서 소멸되었다.
그가 얼마나 허탈할지는 검성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황제 정도 되는 사람이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을까?
“황제 폐하. 지금은 개인의 원한보다는 더 큰 것을 보셔야 합니다.”
“확실히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지.”
“예. 맞습니다. 지금은 틸다 토완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 혹시 필라이크 영지에서 다른 흔적을 발견하진 않으셨습니까?”
“게헤른과 관련된 자료들이나 흔적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없더군. 또한 토완 영지도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군요. 아. 혹시 키리슈난 황녀님의 영지에 뭔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철혈공은 제1황녀인 키리슈난의 후견인으로서 그녀를 지원해 왔다.
어쩌면 그녀의 영지에 그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키리슈난 황녀님께서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검성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샤를을 부른 것이다. 샤를. 키리슈난에게 갔다 와라. 네가 직접 조사해 보도록.”
“……폐하. 하지만 저는.”
“네가 키리슈난을 동경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옳은 일일까?”
“예?”
“예전에 키리슈난이 말했었지. 자신의 영지로 널 데리고 가고 싶다고.”
샤를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거부했다.”
“……왜 그러셨습니까?”
“키리슈난이 황족을 모으려 하는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철혈공의 힘을 빌려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 줄 황족이 필요했다.
“전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습니다만…….”
“블라드의 피를 잇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또한 키리슈난에게 필요한 것은 명분이니까. 거기에 너는 정략을 위한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샤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키리슈난이 몇 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에게 황족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배웠었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버림받은 황족에게 다가와 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 꽤나 동경하며 호감을 갖고 있었다.
물론 최근 10년 이상 본 적이 없긴 하니만 말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이용하려던 것이었을 줄은 몰랐다.
“네가 쓰는 어법은 키리슈난이 권한 것 아닌가?”
“……그건.”
“그녀가 왜 너에게 그 어법을 권했다고 생각하나?”
“그, 그건 제가 황족으로서…….”
“다른 황족들은 이제 쓰지도 않는 어법인데?”
샤를은 입술이 터져라 꽉 깨물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황제는 쐐기를 박았다.
“그녀가 너에게 그 어법을 권한 이유는 네 주변에 다른 이들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자신의 영지에 둬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날파리들이 꼬이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불가능하니 아예 주변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거만으로 뭉쳐진 어법을 통해 네가 고립되게 만든 후. 차후 손을 내밀어 너를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에 불과하다.”
“…….”
“힘도, 권력도, 친구도. 하다못해 연인도. 네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야 이용하기 편할 테니까.”
항상 쓴맛을 본 자에게 설탕은 중독성 강한 독이나 다름없다.
그 독이 잘 통하게 하기 위해서 키리슈난이 그리한 것이라고 황제는 단언했다.
“너무 넘겨짚는 거 아닌가?”
“사실을 듣고 싶다면 키리슈난에게 물어보면 될 일.”
“증거는?”
“증거 따위는 없다. 제국 정보부의 정보원이 확인한 것에 불과하니까.”
자신의 방어기제로까지 삼았던 것이 사실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을 줄이야.
놀람과 분노, 허탈감으로 덜덜 떠는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검성은 황제를 노려보았다.
“말 좀 돌려 가면서 할 수 없나요. 당신 딸이잖습니까.”
“사실을 외면할 이유는 없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키리슈난에게 뭔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녀와 교섭해 뭔가 알아 오도록 하라.
“틸다 토완이 정말 케신이라 하더라도 악마 혼자서 뭔가 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럴거다. 분면 제국 바깥쪽. 대륙의 다른 나라에 악마들이 써먹기 위한 거점이나 계약자가 있겠지. 내 눈앞에 현계해 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럼 일이 얼마나 편해지겠나.
하지만 케신이 바보도 아니고 이안을 피해서 도망쳤는데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겠는가.
정말 필요할 때 외에는 힘을 쓰지 않고 숨어서 음모를 꾸미려 할 거다.
“아쉽게도 제국 바깥쪽으로는 내 힘이 닿지 않아. 그러니 그 부분은 너와 검성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그래도 어디로 갔는지라도 알아야…….”
“그걸 조사하기 위해 키리슈난에게 보내는 것이다. 거기서 발견 못 하면 대륙을 이 잡듯 뒤져하니 각오해둬라.”
황제는 샤를을 응시했다.
“할 수 있겠나?”
“……저는…….”
“못 하겠다면 말하라. 그럼 두 번째 계책을 쓰면 되니까. 크레펜. 드래곤 실드 기사단과 상비군을 모집하라.”
“토벌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키리슈난에게서 정보를 빼 오지 못한다면 당연히 토벌을 하고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선봉을 오스넨에게 맡기도록 하지.”
“준비하겠습니다.”
크레펜이 공손하게 대꾸하자 샤를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그럼 나가 보도록.”
용기를 낸 샤를이 간신히 답했지만 황제는 조금의 칭찬도 하지 않았다.
무감정하게 그녀를 보던 그가 손짓하자 샤를은 힘겹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검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은 여전히 최악이군요.”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라면 내 생각을 알 텐데.”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행여나 알까 두렵다.”
말을 마친 이안은 몸을 돌려 나갔고 검성도 어깨를 으쓱이고 그를 따라갔다.
그들이 멀어지자 황제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저 둘에게 사람을 붙여라.”
“검성과 이안 백작은 예민해서 감시를 바로 눈치챌 것입니다. 특히 이안 백작은…….”
“최대한 멀리서. 저들이 어떻게 어디로 움직이는지 정도만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정보부원까지 나가자 황제는 옥좌에 앉은 채 씩 웃었다.
* * *
내궁 밖으로 나오자 검성은 예쁜 얼굴을 찌푸렸다.
황제를 만날 때마다 항상 기분이 이렇게 더럽다.
“이안 백작님. 괜찮으신가요?”
“예?”
“아니. 황제 폐하께서…….”
“자기가 저렇게 살겠다는데 놔둬야죠. 저러다가 나중에 뒤에서 칼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겠네.”
저런 식으로 사람을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자들은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다.
과연 황제의 말로가 좋을지는 의문이다.
“혹시나 말씀드리는 건데 세계수의 열매를 그에게 주거나 하진 마시죠.”
“절대 안 줄 겁니다.”
검성도 황제를 꺼리기는 마찬가지였기에 그녀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둘이 황제를 씹으며 나왔을 때.
내궁의 바깥쪽에 앉아 있는 샤를을 발견했다.
“황녀님. 괜찮으세요?”
“예? 아. 괜찮느니라.”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다독인 검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저나 키리슈난 황녀의 영지까지 가야 하는데…… 호위 같은 건…….”
“없다. 원래 이런 임무에는 자신의 세력을 데리고 가야 하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있겠는가.
샤를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자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어쩔 수 없군요. 제가 도와 드리죠.”
“당신이? 어째서……?”
“케신을 잡는 일이니까요. 이안 백작님.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는 것이 어떠신지…….”
“흠…….”
‘키르케. 키리슈난이 갖고 있는 자료 중에 뭔가 쓸 만한 것이 있나?’
<키리슈난의 영지에서 제국 외의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왕국과 상단이 포함되어 특정한 곳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그냥 워프 써서 키리슈난을 잡고 고문해서 정보를 얻으면 되지 않을까?’
<그게 제일 빠르겠지요.>
<하지만 그녀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녀가 단순하게 철혈공에게 이용만 당한 것이라면?
키리슈난이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케신은 더 깊숙이 숨어 버릴 수도 있었다.
<주인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일이죠.>
‘하지만 검성은 난리를 치겠지.’
지금까지 숨어 있던 케신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그걸 놓치게 되는 일이니 얼마나 아쉽겠나.
이안은 검성과 샤를을 보며 고민했다.
<검성과 샤를 황녀가 활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키리슈난이 뭔가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때 움직이자?’
<그렇습니다.>
이안은 빙긋 웃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안 백작님?”
검성은 기대감을 담아 그를 불렀다.
자신 역시 강하지만 한번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이안이 함께한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으리라.
그런 그녀의 기대감을 마주하며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전 바빠서 못 갑니다. 조사는 두 분이 알아서 하시죠.”
“아…… 그러십니까?”
“그래도 그냥 보내기는 좀 그렇고.”
이안은 팔찌를 조작했다.
그의 몸이 사라지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난 이안의 손에는 두개의 팔찌가 들려 있었다.
“두 분이 먼저 가서 조사를 좀 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사요? 무슨…….”
“키리슈난이 케신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 그리고 케신의 은신처나 또 다른 세력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
“음…….”
“그 외에 뭔가 이상한 일이 있다 싶으면 이걸 조작하세요. 아. 그리고 케신의 위치를 파악하면 바로 보내시고. 그럼 제가 워프 써서 바로 넘어와서 잡을 테니까. 시간 끌 것 없잖습니까.”
그의 말에 검성은 엄청나게 고민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케신을 소멸시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안이 나선다면 누구보다 확실하게 그녀를 잡을 수 있을 거다.
개인의 원한과 세계의 안녕.
두 가지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아까 황제에게 뭐라고 말씀하셨더라…….”
“……하아. 알겠습니다.”
자기가 한 말에 걸린 검성은 분을 참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