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7화(247/300)
◈ 제247화
124. 전해 주시겠습니까 – 1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샤를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살짝 그녀를 본 검성은 이안을 당겼다.
“그런데 샤를 황녀님은 괜찮을까요?”
“문제 있겠습니까?”
<샤를에게 남은 방어기제가 황실의 어법만이라면 문제가 있겠죠.>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다른 무기들이 생겼습니다.>
이안과의 훈련을 통해 힘을 얻었다.
그 힘을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샤를에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지.’
<하긴 그렇죠.>
지금까지 이안과 함께 수많은 세계를 거치며 키르케도 많은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샤를처럼 이안에게 집중 훈련을 받은 이들도 보았다.
그들 대부분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꼭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주인님께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렇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가방을 열었다.
“먀아?”
가방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먀네가 낮게 울자 이안은 먀네를 들었다.
“먐먀~.”
그리고 샤를의 품 안에 올려 주었다.
“무슨……?”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할 때 귀여운 것이 있으면 좋다더라.”
“……본 황녀는 괜찮느니라.”
“그 어법을 버릴 생각은 아직 없고? 결국 널 이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
“……모르겠구나.”
“그래? 아무튼 먀네를 안고 있으면 좀 나을 거다.”
“먀아~ 먀먀~.”
“뭐, 네 어법을 유지하든 말든 그건 네가 선택할 일이니 내가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거기에 집착하지는 말도록.”
그가 냉정하게 말하자 샤를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먀네를 들었다.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괜찮느니라. 본 황녀는…….”
“그럼 돌려주고.”
다시 이안의 품으로 돌아온 먀네가 낮게 울었다.
그걸 부럽다는 듯 바라보던 검성은 살며시 손을 내밀어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거기 가서 케신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확인해서 보고해 주십시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쓰는 건가요?”
“아. 그거요.”
이안이 팔찌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자 검성은 어색해하며 따라 했다.
간신히 메시지 전달 기능을 알게 된 그녀는 감탄했다.
“이런 좋은 것을……. 감사히 쓰겠습니다.”
“테스트 기능도 겸하는 거니까 문제 있으면 따로 적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바로 출발하지요. 가죠. 황녀님.”
“아카데미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황제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거잖아.”
“그리고 너와의 훈련도 남아 있느니라.”
“지금 네가 해야 할 훈련은 결국 실전뿐이야. 나랑 붙는 것도 이제는 줄여야지.”
“그런가.”
“그렇다. 그러니까 잘 갔다 와. 검성. 싸울 일 있으면 쟤 내보내시죠.”
“알겠습니다.”
검성 정도라면 무리 없이 샤를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거다.
그가 말하자 샤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둘에게 인사를 하고 이안은 제국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검성은 샤를에게 눈을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이안을 응시하던 샤를의 눈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검성은 쓰게 웃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 그럼 갈까요?”
* * *
키리슈난의 영지까지는 제도에서 게이트로 바로 이동하면 갈 수 있었다.
게이트를 통해 이동하자 검성은 탄성을 터트렸다.
꽤나 커다란 성이 보이고 있었다.
제도의 것을 훨씬 넘을 정도로 높은 성벽이었다.
그리고 그 성벽의 안쪽 중앙에는 그 높은 성벽보다 훨씬 높은 탑이 있었다.
“저 탑은 도대체……?”
의아해하며 검성은 게이트를 관리하는 마법사에게 물었다.
“저 탑은 뭔가요?”
“아. 키리슈난 님은 뛰어난 마법사이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마탑을 만들어 운용하고 계시죠.”
“그런데 저렇게 높다고요?”
“취향이잖습니까. 사실 저도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단독 학파라도 만드시려는 모양이죠.”
게이트의 마법사는 뭐 이상하냐는 듯 말했고 검성은 떨떠름했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 중에 괴팍한 자들은 많으니 말이다.
“샤를 황녀님. 여기 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예전에 한번 와 봤었지. 꽤나 좋은 곳이었다. 밀 빵이 특산품이며 좋은 품질의 우유와 더불어 치즈가 있지. 또한 토지는 비옥하여 밀이 잘 자라고…….”
말 그대로 평화롭고 부유한 곳이었다.
직할령 자체도 철혈공과 키리슈난이 전력을 다해 번영시켰기에 어지간한 도시 수준으로 크고 넓었다.
그녀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저는 처음인데. 그런데 그때도 저런 탑이 있었나요?”
“글쎄. 그때는 저런 탑은 없었느니라.”
“그렇군요. 어쨌든 일단 성에 들어가 보는 것이 우선이겠네요. 자. 그럼 가실까요?”
검성이 말하자 샤를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성으로 향했다.
성 근처에 도착하자 그들의 어깨를 커다란 손이 잡았다.
“……무엇이냐.”
샤를이 거만한 어조로 묻자 손의 주인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댁이 왜 여기 있지?”
붉은 수염을 지닌 거구의 남자였다.
그를 본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깜짝 놀랐다.
“붉은 수염 바바?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건가요?”
“아는 자인가?”
“예. 수호자라는 집단의 검사인데 이들은 악마와 싸우며 세상을 구한다는 사명으로…….”
“악마와 싸운다는 자가 여기 있다? 그렇다면…….”
샤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럼 황제와 이안이 말한 것이 정말일지도 모른다.
키리슈난이 악마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나를 이용하고자 했다는 것.’
샤를은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사후 황궁에서도 거의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자신에게 다가와 준 1황녀.
상냥하게 웃으며 황실의 어법을 가르쳐 줬던 그녀.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이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점차 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굳든 말든 바바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수호자가 움직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지. 악마가 관련된 일. 특히나 여기는 좀 뭐랄까. 이상해.”
“무슨 부분이 이상하죠? 아니. 잘됐군요. 바바. 정보를 교환했으면 합니다.”
“그러자고. 그런데 옆의 아가씨는 누구지?”
바바의 질문에 샤를은 따끔거리는 가슴을 꽉 누르며 말했다.
“본 황녀는 샤를 데 블라드. 제국의 황녀이니라.”
“……황녀랑 댁이 왜 같이 있지?”
“그건 따로 얘기해야 할 것 같군요. 그런데 바바. 여기에 당신만 있나요?”
“그럴 리가.”
바바는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수레가 있었고 수레에는 바바처럼 회색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검성도 아는 얼굴이었다.
“패왕 거스트…… 그리고…… 어라? 당신은……?”
의아해하던 검성은 하얀 가면을 쓴 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검화단의 단주? 당신은 또 왜 여기 있습니까?”
그녀의 질문에 단주는 검을 꽉 쥐며 차갑게 말했다.
“루벨린 그놈에게는 나도 원한이 있으니까. 거스트가 그러더군. 이쪽에 루벨린과 관련된 놈의 흔적이 있다고.”
“아하.”
패왕 거스트와 붉은 수염 바바.
거기에 검화단 단주까지 있다니.
이 정도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검성이 안도하는 사이 샤를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만큼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 아닌가. 으음…….”
이안에게 배웠고, 이제 익스퍼트 수준이 되었다고 하지만 저들만큼 강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샤를은 불안해했고 검성은 빙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별일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안이 준 팔찌가 있지 않은가.
그걸 이용해서 프레돈 아카데미까지 후퇴하면 될 거다.
그렇기에 검성은 안심하며 말했다.
“그러니 이제…….”
샤를을 안심시키며 웃던 검성은 휙 고개를 돌렸다.
거스트와 바바, 단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시선 끝에 걸린 것은 성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탑이었다.
“……야. 저거 뭐냐.”
단주가 중얼거리자 거스트와 바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탑은 크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저거.”
“말이…… 안 되는데?”
바바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탑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구름처럼 영지를 뒤덮기 시작했다.
“저게 무엇인가?”
샤를만이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의 중얼거림에 검성은 조용히 답했다.
“잊힌 도시의 탑…… 웨이브가 발생했을 때 저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녀가 대답한 순간.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높은 성벽으로 가려진 영지의 안쪽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걸 들은 검성 일행은 바로 성을 향해 뛰었다.
성벽 근처에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성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
검은 연기가 더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 성 내부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싶었다.
하지만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상 얌전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봐! 문을 열어! 어서! 안에 있는 사람들 대피시켜야 해!!”
“무슨 소리냐! 그리고 너희는 누구고!!”
“지금 자기소개할 때 아니라니까?!”
바바는 결국 이를 갈며 검을 뽑았다.
그걸 본 기사들이 대항하려고 하는 사이 샤를은 팔찌를 들었다.
자신은 아예 모르겠지만 이들 모두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즉 이해를 넘어선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안이 지시한 대로 팔찌를 조작했고.
“……뭐야?”
한순간에 이안이 모습을 보였다.
함께 밥이라도 먹고 있었는지 먀네의 입가가 고깃기름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 너!”
“댁들은 왜 여기 있고……. 아니 그보다.”
성문과 성벽 위쪽을 보던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너…… 모르는 거냐?! 지금 저 안에 있는 탑에서 잊힌 도시의 탑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웨이브라고! 웨이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끼에에에에엑!!
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들리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실패했네. 출력과 안정성이 부족해서 차원의 문이 열리다 말았어. 음. 그래도 나올 놈들은 나온 것 같긴 한데…….”
“어? 그게 무슨……?”
그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하늘에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거짓말처럼 하늘이 깨끗해졌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그들을 향해 기사들은 무기를 들었다.
“네놈들!! 감히 키리슈난 황녀님께서 다스리는 영지에서 이런 소란을 일으키다니! 뭐 하는 놈들이냐?!”
기사들과 병사들이 으르렁거리자 이안은 그들을 보다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이대로 내버려 둬도 차원의 문을 완전히 여는 데는 실패하겠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그냥 둘 수는 없지…….”
“그럼……?”
샤를이 걱정스럽게 묻자 이안은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저 탑에 있는 것. 파괴한다.”
-콰아아아앙!!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