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8화(248/300)
◈ 제248화
124. 전해 주시겠습니까 – 2
이안이 다짜고짜 문을 부숴 버리자 바바는 깜짝 놀랐다.
“무슨…… 차원의 문이라니. 그게 정말이야?”
“너희들 눈으로 봤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키르케의 탐색으로 확인해 보니 저 탑에서 차원의 문을 여는 시도가 이루어지긴 했다.
그리고 방향성 역시도 어느 정도는 맞았다.
<문제는 출력이 부족하고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 너무 성급했다.’
차라리 잊힌 도시의 탑처럼 어느 정도 안정성이라도 가졌다면 모르겠지만 저 탑에서는 그러한 안정성 따위는 없었다.
물론 몇십 년쯤 더 연구한다면 잊힌 도시 수준 정도는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지금 수준으로는 저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왜 저리 급하게 발동되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철혈공 체포되고, 더불어 셀림이 칠대 죄악 게헤른이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키리슈난은 철혈공의 도움으로 영지를 키우고 발전시켜 왔다.
그런 와중에 철혈공이 몰락하게 되며 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또 본격적으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 판단했기에 키리슈난 쪽에서도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잊힌 도시의 탑에서 아티팩트를 구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 차원의 문을 열고 저 탑에 새로운 차원을 고정시킬 수만 있다면 안정적으로 다른 차원의 물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겠지.’
성공만 한다면 키리슈난은 막대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장 저 탑에 다른 차원이 구성된다면 잊힌 도시의 탑이 닫힌 이후로 할 일이 없어진 탐험가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고용하여 수많은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다.
그뿐인가?
이안처럼 키리슈난 역시 마도국의 유산을 손에 넣었다 판단하고 마탑에서도 지원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 힘이 있다면 철혈공의 도움 없이도 황제의 자리를 노리기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실패했다는 거지.’
<예. 일단 출력이 약합니다.>
영지를 통하는 영맥을 이용해서 차원의 문을 연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고작 저 정도 영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에너지원을 구해서 출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키리슈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안은 박살 난 문 안쪽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첫 번째. 생명.’
과거 인어들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려 했던 놈들처럼.
그리고 남부 붉은 이빨 오크들이 생명을 마력으로 변환시켰던 것처럼.
영지민들의 생명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차원의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두 번째. 재능의 별.’
철혈공이 게헤른과 관련되어 있었고.
또 그의 아들로 게헤른이 위장하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키리슈난에게도 재능의 별이 전달되기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막대한 힘을 이용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의식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지 내 탐색을 마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계획 단계일 테니까? 아마 영맥을 통해, 혹은 철혈공이 구해 오는 재능의 별만 이용하려 했겠지.’
<확실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키리슈난의 행동으로 예측해 보자면 그럴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어쨌든 추가 조사는 계속해 보자고.’
이안이 키르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영지의 경비병과 기사들이 몰려왔다.
개박살 난 성문과 성벽을 보던 병사와 기사들은 긴장하며 이안에게 검을 겨눴다.
“귀, 귀하께서는 누구십니까.”
“몰라서 묻는 거야?”
일검에 성벽과 성문을 부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이안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제국에 이안 브랜든이라는 강자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그들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설마 이안 백작님이십니까? 그런데 왜 이런 짓을……?”
당황한 그들을 향해 샤를이 한 걸음 나섰다.
그녀는 애써 당당함을 유지하며 차갑게 말했다.
“아까 전 탑에서 끔찍한 소리가 나더구나.”
“그건…….”
“저 탑에서 뿜어진 검은 연기. 그게 뭔지 너희들은 알고 있는 게냐?”
“그건 키리슈난 황녀님의 연구일 뿐입니다.”
기사들은 딱 잘라 말했고 바바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니 이놈들은 잊힌 도시의 탑에도 안 가 봤나…….”
“가 보기는 했겠지. 다만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나갔을 테니까 모르는 것도 당연해.”
웨이브 때 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바깥에서 볼 수는 있지만 내부, 특히 탑 근처에서 그것들을 자세히 봤던 이들과는 다르다.
특히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샤를을 제외하곤 모두 숙련된 강자들.
웨이브가 생기든 말든 잊힌 도시를 탐험할 수 있는 이들이기에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이들은 그저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까 나온 연기, 그리고 대기의 흔들림. 마지막으로 끔찍한 비명. 이것은 잊힌 도시에서 웨이브가 발생할 때 생기는 일들입니다.”
검성이 단호하게 말하자 기사들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럴 리가. 그런데 뉘신지……?”
“소개가 늦었군요. 티엘 칼린이라고 합니다. 검성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검성?!”
이안에 검성까지 오다니.
이거 사태가 정말 심각한 것 아닌가 싶었다.
기사들은 서로를 보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맞아. 내 소문 정도는 들었겠지?”
잊힌 도시의 탑에 있는 차원 문을 닫고 마도국의 유산을 얻은 자.
현재 대륙에서 차원의 비밀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자.
이안이 긍정하자 기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그런…….”
“저 탑을 만든 것은 키리슈난이겠지? 어디 있냐.”
“탑에 가셨습니다. 아니 가셨다기보다는 탑에서 나오지 않으신 지 며칠 되셨습니다.”
“그럼 됐어.”
“저, 저기!! 이안 백작님!”
기사들은 황급히 이안의 앞을 막았다.
그들을 보며 히죽 웃은 그가 넣었던 검을 다시 뽑으려 하자 기사들은 기겁했다.
“백작님을 막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기…… 만약 저 탑에서 문제가 생기면 여기는 어떻게 됩니까?”
“차원수가 나오겠지.”
그 대신 바바가 대답하자 기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차원수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잊힌 도시에 있는 끔찍한 괴물들.
그런 괴물들이 나타난다면 이 성에 있는 영지민들은 어찌 된단 말인가.
“너희들은 영지민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대피해 있거라.”
“……어. 음. 알겠습니다.”
샤를이 나서서 말하자 기사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문을 지키던 이들까지 데리고 그들이 황급히 떠나자 거스트는 진지하게 말했다.
“자. 그럼 가도록 하지.”
“아니.”
거스트가 앞장서려고 할 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반응에 거스트가 의아해하는 사이.
가방에 있던 먀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먀아아아아……!!”
그리고 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으르렁거렸다.
“뭐야. 먀네가 왜 이러지?”
먀네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먀네의 저런 모습에 다들 긴장했다.
“먀네. 샤를 옆에 가 있어.”
“먀아!!”
이안의 명령에 따라 먀네는 폴짝 뛰었다.
단숨에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간 채 먀네는 다시 털을 곤두세웠다.
“온다.”
검성은 눈에 힘을 주었고 단주는 검을 반쯤 뽑았다.
바바는 식은땀을 흘리며 양손으로 검을 꽉 쥐었고 거스트는 반지를 겨눴다.
기사단원들이 떠나간 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평범한 남자였다.
아무 곳에서 대충 잡으면 저 남자와 비슷한 사람은 수십 명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서 특별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림자가 없다.”
“크렘. 발■■리드. 위드■■ 빌론. 켈르■■디시■■아스.”
알 수 없는 언어로 그가 말한다.
그리고.
“그림자가 없어?”
거스트의 말대로 남자에게는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걸 들은 검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났고 샤를의 머리 위에 있던 먀네는 더욱 몸을 곤두세웠다.
“먀아아아아!!”
“어이. 이안. 넌 저게 뭔지 아냐?”
마도국의 유산을 얻어 차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안이라면 뭔가 답이 있겠다 싶었다.
단주가 묻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라 셰 케■■■민.”
“……뭐?”
“여기 발음으로는 좀 말하기 힘든데. 그냥 쉽게 말해 그림자를 먹는 놈입니다.”
“그림자를 먹어? 그게 가능한가?”
그들이 알기로 이 세계에 그런 괴물은 없다.
그렇기에 저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거겠군.”
거스트가 중얼거리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남자의 몸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그림자도 먹으려고 하네.”
“그림자를 먹히면 어떻게 됩니까?”
검성의 질문에 이안은 슬쩍 그녀를 보며 대꾸했다.
“하루 안에 되돌리지 않으면 죽습니다.”
이안은 남 일처럼 말했고 이제 남 일이 아니게 된 이들은 기겁했다.
다른 차원의 어떤 것인지도 모를 존재와 싸워야 하다니.
검성이 검을 꽉 잡자 이안은 한 걸음 나섰다.
“아.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제가 잡을 거니까.”
“캬아아아아아!!”
그 순간 수십 개의 그림자가 괴물로 변해 이안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그는 가볍게 베었다.
-서걱!!
일격에 그림자 괴물이 사라지며 그 안에 있던 수십 개의 그림자가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그림자가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기괴한 광경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이안은 탑을 가리켰다.
“가자.”
시간이 지날수록 일행의 말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저 탑에 가까워질수록 몸서리쳐질 정도의 이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뭔가요. 이건.”
그림자가 없다.
지금 태양의 위치라면 반드시 생겨야 할 그림자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길래…….”
<아까 연 차원이 그림자 세계군요.>
‘그러게.’
차원 문이 열렸을 때 자리에 없어서 몰랐다.
하지만 탑의 상태를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잠시 열린 사이 몇 개체가 이 세계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탑의 최상층에서 그림자의 왕이 탐지되었습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들어가야지.’
이안은 거침없이 탑의 문에 손을 가져갔다.
굳게 닫혀 있던 탑의 문이 열린 순간.
내부를 확인한 샤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맙소사. 이게 뭔…….”
바바마저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으…… 으으…… 으…….”
“살려……어…… 줘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림자에 갇힌 채 신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층의 중앙에 앉아 있던 한 기사는 희미하게 웃으며 입을 벌렸다.
“칼라!! 칼라데 ◆◆◆◆!”
“뭐라는 건가요?”
“그림자 달랍니다.”
“하. 훌륭하네.”
이런 상황에서 통역까지 되다니.
진짜 든든하기 그지없다.
단주가 감탄하며 이안의 어깨를 토닥였을 때 검성은 노기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백작님. 제 말도 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림자에 반쯤 잡아먹힌 이들을 보던 검성은 차갑게 말했다.
“개소리 말라고.”
그 말을 이안은 고스란히 전했고 기사는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사람들을 물고 있던 그림자가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