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49화(249/300)
◈ 제249화
125. 뒤틀린 자들끼리 – 1
“젠장!”
열 개의 다리를 가진 그림자 괴물이 일렁거렸다.
검은색의 반투명한 다리 중 하나가 칼날처럼 변해 날아들자 검성은 검을 휘둘렀다.
“아니?!”
하지만 그녀의 검은 그림자를 베지 못하고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림자 괴물의 다리는 곧장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윽!”
간신히 고개를 비틀어 피해 냈지만 상처가 남았다.
아주 가는 상처에 불과하지만 당했다는 것에 검성이 놀라는 사이.
“흥!”
단주는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위험합니다!”
“이까짓 거!!”
-서걱!!
“헉?!”
거스트와 바바는 깜짝 놀랐다.
단주의 검이 스치고 지나가자 그림자 괴물의 다리가 잘려 버린 것이다.
단주가 혼자 그림자 괴물과 싸우는 것을 보던 이안은 샤를의 등을 밀었다.
“너도 해.”
“거, 검성도 못하신 것을?”
“넌 할 수 있다.”
이안이 말하자 샤를은 머뭇거리며 나섰다.
그런 그녀에게도 그림자 괴물은 날카로운 다리를 뻗었고 그녀는 훈련했던 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도 베였다.
그것을 보고 놀란 거스트와 바바 역시 나섰지만.
“윽?!”
“우와아악!”
그들의 공격은 그림자를 벨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놀란 검성이 바라보자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방법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게 무슨…….”
“잘 보십쇼.”
이안이 나서자 기사는 또다시 기묘한 외침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러며 수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난다.
“흥.”
낮게 콧방귀를 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거스트와 바바, 검성은 이안의 검술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림자가 하나씩 사라져 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음. 어렵군.”
하지만 검성은 달랐다.
이안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는 한 걸음 나섰고.
-서걱!!
그림자를 베었다.
“아니?! 어떻게?!”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그나저나 굉장하네요.”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샤를이었다.
이안이 굉장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검화단의 단주 역시도 보통이 아니라는 정도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마스터조차 되지 못한 샤를이 저 정도로 할 수 있을 줄이야.
“굉장한 가르침을 받았군요. 샤를 황녀님.”
“아…… 음.”
매일매일 지독하게 두드려 맞았고 엄청난 고통을 겪었으니 굉장하긴 했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을 때 단주는 기사의 목을 베었다.
“◆◆◆◆◆◆◆!!”
표현할 수 없는 비명과 함께 기사가 쓰러졌다.
그의 몸이 검게 물들다가 그림자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린다.
그러며 나온 것은 검은색 기운이 일렁이는 작은 구슬 하나뿐.
이안이 그것을 챙기자 그림자에 잡혀 있던 사람들이 토해졌다.
“헉…… 헉…….”
“살았다…… 살았어…….”
그림자 속에 잡힌 채 죽지도 못하고 있던 이들은 눈물콧물 뽑아 대며 기뻐했다.
그런 그들에게 다가간 단주는 차분하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모, 모르겠습니다.”
이 탑을 관리하는 마법사 중 하나가 떨리는 어조로 대꾸했다.
철혈공의 처형으로 영지의 운영이 힘들어졌다.
그러며 이 영지의 주인이며, 이 탑의 주인인 키리슈난이 며칠 전부터 탑의 최상층에 틀어박혔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탑이 조금 이상해지긴 했습니다.”
밤에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질 않나.
탑 내부에서 갑자기 실종되는 사람이 생기질 않나.
멀쩡했던 책의 내용물이 완전히 사라지질 않나.
기묘한 일들이 자꾸만 발생해 왔다.
“마탑의 정보로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키리슈난 황녀님께서 보고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거스트는 빠르게 동의했다.
마탑의 최대 목표는 마도국의 잃어버린 유산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권위와 힘을 이용해 연구 자료 같은 것을 강제로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법사들 중에는 자신의 연구를 숨기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마법사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준 단주는 시체를 가리켰다.
“저건 오늘 나온 건가?”
“예.”
“이안. 이 탑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없나? 혹시 여기도 위로 올라가면 다른 차원이 펼쳐지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자. 다들 가자고.”
단주가 말하고 올라가자 다들 그의 뒤를 따랐다.
이안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올라가려고 할 때 샤를이 물었다.
“내가 배운 것은…… 도대체 무엇이지?”
검성도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 모든 것이 이안에게 배운 검술 덕분 아닌가.
“그거 꽤 좋은 검술이니까 꾸준히 익혀 둬. 잘하면 네가 차기 검성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게 정말인가?”
“물론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
시큰둥하게 말하고 이안이 올라가자 샤를은 멍하니 그를 지켜보았다.
그에게는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감돌고 있었다.
“도대체 너는…… 무엇이더냐.”
단주가 걱정했던 것처럼 탑에 다른 차원이 구현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이 탑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저 그림자 괴물들은 도대체 뭔지……. 아니 그보다 도대체 그림자는 어떻게 베는 거야? 이봐. 단주. 요령을 좀 가르쳐 줘.”
나름대로 무력에 자신이 있는 거스트였지만 탑에서는 그 무력이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리 해도 감을 못 잡겠다.
난감해하며 그녀가 말하자 단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그걸 왜 가르쳐 주냐?”
“쯧. 그럼 이안.”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지. 보고 훔쳐 가는 건 상관없지만 무작정 가르치고 싶지는 않아.”
“그럼 저 황녀는?”
“쟤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했으니까.”
“무슨 대가를?”
“그녀의 삶. 평생 저항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그 대가야.”
지쳐서 헐떡거리고 있는 샤를을 힐끔 본 이안이 말하자 거스트는 씁쓸해했다.
“편하게는 못 살겠네.”
거스트의 말을 들은 샤를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사이 그림자 괴물에게 일격을 날려 쓰러트린 검성은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이제 다 올라왔군요. 다음 층이 끝입니다.”
“그나저나 다른 차원의 괴물을 잡는 건데 뭐 얻는 것이 없어서 아쉽군.”
“얻는 것이 왜 없습니까. 이걸 얻었잖습니까.”
“그래. 그게 뭔데 넌 하나하나 챙기는 거냐?”
“그림자의 핵이라는 겁니다.”
“어디다가 쓰는 건데? 그게 있으면 저 그림자 괴물들이 쓰는 것처럼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거나 그런 거냐?”
“그런 건 아니고. 몇 가지 기술을 쓸 때 쓰이는 겁니다.”
“오? 어떻게?”
<그림자 세계의 그림자 왕의 지배술을 사용합니다.>
구슬이 사라지며 이안의 팔이 검게 물들었다.
그 안에서 수십 개의 눈이 나타나자 모두가 기겁했다.
“윽!”
“징그러워.”
“이런 식으로 몸을 보호해서 물리, 마법적인 공격을 막는 갑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 흑마법 중에도 그런 게 있지 않아?”
“그거랑은 좀 달라. 흑마법은 지속 시간이 있고 마력을 써야 하잖아? 그런데 이건 아냐. 한번 쓰면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지.”
“무섭네요. 그런 거면 무적이잖습니까.”
검성이 걱정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잘 베셨잖습니까. 방법만 알면 대응하기 쉽습니다.”
어쨌든 이것도 결국은 그림자니 하던 대로 베면 된다.
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단주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됐고. 이제 올라가자고. 거기 황녀님. 괜찮으신가?”
“……괜찮느니라.”
조금 쉬는 것으로 체력을 보충한 그녀가 일어나자 이안 일행은 바로 꼭대기로 이동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하자 그곳의 이질감에 검성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쥐었다.
천장에 있는 아티팩트에서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을 받는 이 층의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이안. 저기…….”
“원흉이 저기 있네.”
바닥을 가득 채우는 거대하고 복잡한 마법진의 중심에 한 여인이 있었다.
샤를처럼 짙은 금발에 붉은 눈을 지닌 미녀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림자가 없었다.
“키리슈난 데 블라드 황녀.”
단주는 검자루에 손을 올리며 이를 드러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런다고 대답하겠냐. 보아하니 다른 놈들처럼 몸을 빼앗긴 것 같은데.”
바바가 딴죽을 걸었을 때.
키리슈난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곳에 들어온 것이지?”
“말했다?!”
지금까지 만난 그림자를 잃은 자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리슈난은 달랐다.
그림자가 없으면서도 이곳의 말이 통한다.
그들이 놀라는 사이 키리슈난은 샤를에게 눈을 돌렸다.
“오래간만이구나. 샤를.”
“키리슈난 황녀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흐음.”
가볍게 숨을 내쉰 그녀가 손가락을 들었다.
그 순간 마법진 주변의 모든 것에 그림자가 치솟았다.
그 그림자에 집어삼켜진 기물들을 보던 샤를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왜라니?”
“왜 저에게…….”
“내가 너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을 묻는 것인가. 후후. 여전히 순진하구나?”
키리슈난은 희미하게 웃었다.
꽤나 아름다운 미소지만 샤를은 섬뜩함을 느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영지를 받고 이곳에 처음 왔을 때였다. 그때 나를 이끌어 주실 분께서 날 찾아오셨지.”
키리슈난의 다리가 움직인다.
그녀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입고 있던 옷이 바뀌기 시작했다.
화사한 드레스가 사라지고 검은색 슈트가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슈트의 여기저기가 갈라지며 그 사이에 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까 이안의 팔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분께서 말씀하시더구나. 세상은 이용하느냐, 이용당하느냐라고. 그렇다면 이것들은 이용해야 할…….”
“말하는 도중에 미안하다만 나부터 좀 묻자.”
“말해 보거라. 하찮은 것아.”
이안은 당당하게 서 있는 키리슈난에게 물었다.
“너한테 힘을 준 놈. 그리고 이렇게 다른 차원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놈. 거기에 네가 지금 쓰는 힘을 가지게 해 준 놈.”
이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물었다.
“루벨린이냐?”
“후, 후후후…… 우후후후후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은 키리슈난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요염하게 대꾸했다.
“그래.”
그럼 됐다.
이안은 히죽 웃으며 검을 뽑았다.
“그럼 죽어.”
“아하하하!! 그림자의 왕이 가진 힘을 얕보지 마라! 이것이 있으면 나는……!!”
그녀가 웃으며 외친 순간 이안은 검을 휘둘렀고.
-서걱!!
“헉……?!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림자 갑옷이 단번에 깨져 버렸다.
“뭐 대단한 힘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자랑하는데 그거 별거 아니거든?”
망연자실한 채 뒤로 물러난 그녀를 비웃으며 이안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이 그림자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거스트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물리, 마법 공격을 거의 대부분 막을 수 있는 영구적인 갑옷인데 그 정도면 충분히 별거지.”
그녀의 중얼거림에 단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우리의 당연함이 저 녀석에겐 당연함이 아니니까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