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화(25/300)
◈ 제25화
13. 차원이 다르다 – 1
이안은 전에 봤던 팸플릿의 내용을 떠올렸다.
분명 퍼레이드 때 영웅제 우승자가 용사의 검을 잠시 받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퍼레이드 때 나오는 용사의 검이 진품인가?”
“응. 그리고 나도 들은 정돈데 그 검은 어떤 것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더라.”
<그 어떤 차원에도 파괴되지 않는 물건은 없었습니다.>
‘그렇긴 하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그냥 파괴할 실력이 안 돼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용사는 잊힌 도시 출신이야. 그쪽의 물건들은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까…….”
아까 검화단의 검사가 터트린 연막탄도 잊힌 도시의 아티팩트 중 하나다.
이안은 챙긴 통을 꺼냈다.
“그런데 잊힌 도시가 도대체 뭐냐? 그건 책에도 그냥 위험한 곳이라고만 하고 자세하게 안 나오던데.”
심지어 키르케마저도 현재 상태로는 자세하게 알아낼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도 꽤나 중요한 것일 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수업용 교과서에도 간단하게 언급만 되는 정도였다.
그 질문에 블랜치는 샐러드를 먹으며 답했다.
“잊힌 도시는 대륙 중부의 중심지를 말해. 아주 오래전 마도국이라 불리던 도시국가가 있던 곳인데…….”
그곳에 어느 날 차원 문이 열리고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대륙의 각 나라들은 차원 문을 통과해 나오는 괴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웠어. 그 장벽 안을 잊힌 도시라고 하지.”
거기까지는 현재 키르케의 레벨로도 알 수 있는 정보다.
“그럼 그 차원 문은 닫히지 않은 건가?”
“뭐 아직도 괴물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또 거기의 막대한 영맥 때문에 몬스터들이 몰리기도 해. 위험지대이고 각국에서도 비밀로 취급하고 있어서 그쪽에 대한 자료는 아카데미에서도 찾기 힘들 거야.”
블랜치는 예전에 아버지에게 들었던 고급 정보를 말해 주었고 이안은 흥미를 보였다.
“거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상급 올라가야 하나?”
“글쎄? 근데 너 정도면 그냥 가도 되지 않겠냐?”
그때였다.
식당의 문이 열리며 아란세가 뚱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척 봐도 저기압인 듯한 그가 들어오자 생도들은 황급히 피했다.
거친 걸음으로 걷던 그는 이안 일행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
“이안. 그 검…… 설마.”
그의 시선은 탁자 위에 올라와 있는 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건…… 검화단의 검이잖아? 그걸 어디서 발견했나?!”
이안은 순순히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것을 들은 아란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끙……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이 터지고 있는데 검화단 놈들은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온 건지.”
“뭔 일 있습니까?”
“슬슬 영웅제 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영웅제 때 각 나라의 기사단에서 인재를 선발하려고 참가하거든.”
“그게 문제가 됩니까?”
“문제라기보다는…… 거기에 카르자 후작가의 기사단도 포함되었다는 것 때문이다.”
아란세 교관은 이안을 가리켰다.
“그래서 네가 걱정이다. 에이스윈을 박살 내 놓고 그의 검까지 빼앗아 갔잖냐.”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이걸 빌미로 카르자 후작가에서 트집을 잡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대놓고 시비를 걸지는 못할 거다. 그래도 쓸데없는 간섭이 들어올 수도 있겠지. 널 카르자 기사단에 입단시키니 마니. 뭐 그런 일을 말이야.”
“그걸 왜 그들이 결정합니까?”
“아카데미는 각 나라들과 협약이 맺어져 있어.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선발권을 가지지.”
“거부하면 되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러면 그들과 적대 관계가 되니까.”
아무리 이안이라고 하더라도 카르자 후작가와 적대 관계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란세가 떨떠름해하자 이안은 웃었다.
“그럼 됐네요.”
적 좀 되면 어떤가.
어차피 적은 많은데.
이안의 자신감 넘치는 답에 아란세는 만족했다.
“좋아. 그렇다면 카르자 기사단이 오더라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봐주지. 당장 따라오도록!”
아란세가 거칠게 외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 바쁩니다.”
가르치는 겸사겸사 이안의 실력을 다시 확인해 보려던 아란세는 시무룩해졌다.
“왜?”
“수업 대비로 준비할 게 많습니다.”
“으으음…… 그, 그래? 그럼 방과 후에.”
“방과 후에는 봉사 활동 가야 합니다.”
“그럼 어. 한가할 때…….”
“예. 한가할 때 말씀드리죠.”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원래 네가 따로 가르침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가 뚱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한 사람이 손을 내미는 법 아니겠습니까.”
“하아.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실망한 표정으로 아란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블랜치. 발라. 내일 보자.”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해 주고 이안이 멀어진다.
아란세는 그를 보다가 블랜치에게 물었다.
“쟤 가끔씩 보면 이상하지 않냐?”
“원래 강한 자는 괴팍하다잖습니까.”
“뭐? 그럼 내가 괴팍하다는 거냐?!”
아란세가 외치자 블랜치와 발라는 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럼 아니겠나.
둘이 차마 답하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짓자 아란세는 팔짱을 꼈다.
“그나저나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길래 저런 걸까?”
“아까 검화단 검사가 말하던데 검성 아니면 숲지기 같다던데요?”
이안의 전투를 보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기는 했다.
그들이라면 이안 수준으로 강한 자를 키울 수 있었을 테니까.
“만약 그게 진짜면 난리가 나겠군.”
검성, 황제, 숲지기에게 밀린 만년 2등은 대륙에 넘쳐 나고 있었다.
당장 검화단의 단주만 해도 숲지기를 꺾고 싶어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수든 쓰겠지. 제자를 잡아 두고, 그를 협박해서 검술을 익히든, 아니면 그를 약점으로 삼든.”
“우와. 치졸하네. 전사로서의 자질이 없군요.”
“그들에게 전사로서의 자질은 중요한 게 아닐 테니까. 그나저나 검화단의 검사라…….”
아란세 교관은 탁자를 톡톡 치다가 일어났다.
“일단 조사를 좀 해 봐야겠군. 블랜치, 발라. 따라와라.”
“저도 바쁩니다.”
“저 교양 보충 수업 때문에 공부하러 가야 해요.”
둘이 B반에서는 성격이 좋은 편이지만 역시 B반 생도는 B반 생도다.
수업 외적인 부분의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는 듯 그들이 휙 가 버리자 아란세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교관 말을 듣는 녀석이 한 명도 없냐…….”
검화단이나 카르자 기사단이 노리든 말든 어쨌든 수업은 계속되었다.
이안은 본수업인 약초학 수업이 끝나자 책상에 앉은 채 고민했다.
“흐으으음…….”
“뭐 하냐?”
블랜치와 그래진이 다가왔다.
그들이 가까이 오자 이안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종이를 들었다.
“교양 신청서?”
“너 야금술이랑 던전 탐사학 듣지? 이제 뭐 들으려고?”
“글쎄.”
마땅히 내키는 것이 없다.
그래도 영웅제 우승을 목표로 하려면 학점을 채워야 한다.
한 가지 교양과목을 더 들어야 하는데 뭘 들을지가 고민이었다.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수준이라고 해 봐야 주인님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요.>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면 기쁘게 배워 보겠지만…….’
이 세계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보니 마땅히 끌리는게 없다.
“악기 연주는 어떠냐? 그게 여자 꼬시기에는 제일이라던데.”
“나 다루는 악기 많아. 여기서 뭐 더 배울 필요는 없을 듯.”
“그럼 유물 연구학은 어때?”
그래진은 눈을 반짝였다.
던전 탐사학과 유물 연구학은 상급의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지식이다.
이안은 유물 연구학을 찬양하는 그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럼 단검 던져서 맞힌 거 듣는 건 어때?”
“내가 또 단검 던지기는 예술이지.”
블랜치는 단검 몇 개를 내밀었다.
그것을 잡은 이안은 가볍게 던졌다.
하나가 벽에 박히고.
하나가 단검의 자루에 박히고.
마지막 하나가 두 번째 단검의 자루에 박혔다.
“오우야.”
“내가 단검 던져서 맞히는 건 그냥 선택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그럼 이건 어때? 몬스터 헌팅. 매주 2회 미얄 산맥에 들어가서 몬스터 잡는 수업이야. 시간 구분 없어서 간단하게 하기에는 딱 좋지.”
“몬스터 처치는 본수업 때 꽤 하는데?”
“생도들은 미얄 산맥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거든. 그래서 몬스터 헌팅 교양 수업으로 산맥의 지리와 몬스터 서식지를 확인하는 거야. 영웅제 우승 노리는 애들이라면 필수로 듣는 교양이지.”
“오…….”
“어때? 괜찮지 않아? B반에서도 이거 듣는 애들 꽤 많아.”
물론 그래진은 안 듣는다.
그는 말없이 유물 연구학 신청서를 내밀고 있었다.
“어디 그런 흉물스러운 것을. 그래진. 저리 치우지 못해?”
“유물의 멋짐을 모르는 네 녀석이 불쌍하다.”
그들이 떠들고 있는 사이 다른 쪽에 있던 이들도 흥미를 느끼고 다가왔다.
이안이 교양 수업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자 다들 하나씩 말했다.
“고서 탐구학 괜찮아. 거기 교관님이 되게 예쁘셔.”
“인챈트 수업 같이 듣자고~.”
“요리는 어때? 박바레랑 나도 듣는 거야. 같이 듣자. 이 위디아식 닭고기 수프 맛이 궁금하지 않아?”
“이안. 이 하륜이 추천하지. 솔트 가문에서 지원하는 상업 실무 어때?”
“프레디시안 가문에서 지원하는 물자 관리 실무도 추천할게요.”
여기저기서 얘기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몬스터 헌팅이나 듣자.”
“왜?”
의아해하는 이들에게 이안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용돈 벌이나 하게.”
블랜치와 함께 이안은 몬스터 헌팅의 준비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하운드는 깜짝 놀랐다.
“이안 아닌가. 몬스터 헌팅 신청하려고?”
“교관님은 사냥술 교관 아니십니까? 왜 여기 계십니까?”
이안도 놀라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몬스터 헌팅은 전투술 교관들은 전부 돌아가면서 참가하지. 음. 자네라면 실력 평가는 필요 없겠군.”
그는 바로 허가증을 내어 주었다.
“다만 몬스터 헌팅 수업은 위험한 수업이야. 가급적 다른 생도들과 함께 다니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헌팅을 신청한 중급생도 이상은 한 학기에 한 번 이상 하급생도들을 데리고 미얄 산맥에 들어가야 해. 그건 알지?”
그건 이안의 기억에도 있었다.
실전 훈련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중급생도들과 함께 미얄 산맥에 들어갔었다.
물론 그때도 이 빙의체는 긴장해 크게 실수를 했었고 결국 뒤에서 구경만 했었다.
“몬스터를 잡으면 그 증거를 여기로 가져와. 그리고 채취한 재료는 당연하겠지만 잡은 사람의 것이고…….”
하운드 교관은 바로 기준 표를 보여 주었다.
A급 몬스터 셋을 잡으면 바로 최고점이다.
물론 저건 상급반을 위한 것이고 중급반은 B급 몬스터를 다수 잡는 것으로 점수를 얻는다.
“그 외에 질문 사항은? 아. 그리고 파티원이 필요하면 저기 벽에 붙여 놔.”
안 그래도 원하는 몬스터를 수색하고 잡기 위해서인지 벽에는 꽤나 많은 구인 및 구직 글이 붙어 있었다.
“모험가 길드 같군요. 그쪽도 이렇게 한다던데.”
“비슷하지. 물론 우리는 몬스터만 잡지만.”
하운드 교관은 씩 웃은 후 밑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주었다.
“자. 이건 선물이다.”
그가 준 것은 가죽 신발이었다.
사냥꾼들이 자주 신는 신발을 받은 이안은 살짝 묵례했다.
“감사합니다.”
“뭘. 그럼 오늘 바로 가겠나?”
“좀 보고요.”
이안은 바로 모집 게시판을 보았다.
그곳에 있는 수많은 구인 및 구직 글 중에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