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2화(252/300)
◈ 제252화
126. 동질감 – 2
윌디의 말에 오에리나와 위디아는 동의했다.
그녀들의 집에서도 이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가 가진 막대한 힘.
그리고 마도국의 유산.
마탑과의 연계부터 시작해서 스칼렛 왕국 백작이라는 위치까지.
물론 그에게 영지가 없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결점도 되지 않는다.
만약 이안을 포섭해서 데리고 올 수 있다면 당장 후계자 자리를 주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과 친한 프레돈 아카데미 B반 여성들이 그를 이성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종족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겠는가.
하지만 샤를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가?”
“물론 이안이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태풍을 애인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
“맞아요. 자연재해와 혼인하는 것은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오는 거죠.”
“흐음…….”
“황녀님께서는 어떠신데요?”
윌디의 질문에 샤를은 고민에 빠졌다.
키리슈난을 잡고 난 이후 이안에게 향해지는 감정이 조금 이상했다.
“어머. 어머. 어머. 진짜요?”
“그, 그렇느니라.”
“이상하다는 게 어떤 감정이죠?”
“그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그러는구나.”
“우와~ 진짜요?”
세 명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고 샤를은 그들을 더 신기하다는 듯 응시했다.
다르다?
태풍? 자연재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안이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튼 저희들이 이안을 그런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아요.”
윌디는 단언했고 샤를은 신음했다.
어째 자신이 이상해진 기분이었다.
“아무튼 고맙구나.”
“음. 어쨌든 황녀님께서 이안을 좋아하는 것이라면…… 프레돈 아카데미로 유학을 오시는 것은 어떠세요?”
같은 아카데미에 소속된다면 어떻게 자주 보기라도 하겠지만 이안과 샤를은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었다.
물론 그는 워프를 쓸 수 있고 원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프레돈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 구역에서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함께 있고 싶다면 프레돈 아카데미로 샤를이 오는 것이 맞았다.
“핑곗거리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이안에게 더 배우고 싶다든가.”
“아니면 확 고백해 버리지?”
“밤에 찾아가. 이안도 남자잖아.”
“꺅~ 남사스러워라~.”
윌디와 오에리나가 얼굴을 가리며 꺅꺅거리자 위디아는 히죽거렸다.
남 일처럼 가볍게 말하는 셋을 향해 샤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저희들은 응원할 테니까 한번 해 봐요.”
그는 자신의 손으로 가족까지 죽인 자다.
거기에 이안의 성격상 따로 가족을 만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평생 혼자 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 만큼 샤를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친구 된 입장으로 고맙긴 했다.
그래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자고 그들은 말했고 샤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하나…….”
밤이 되었다.
기숙사의 로비에 앉아 먀네와 함께 차를 홀짝거리고 있는 이안에게 샤를이 다가왔다.
“잠깐 시간 괜찮느냐?”
샤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안은 책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돌렸다.
샤를의 얼굴에 홍조가 드러나 있었다.
“어디 아픈 것 같지는 않고.”
“……가슴이 조금 이상하느니라.”
“손 줘 봐.”
샤를의 손을 잡은 이안은 맥을 확인해 보았다.
맥이 조금 빠르며 불규칙하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내공을 흘려 보내며 파악해 본 이안은 붉은 얼굴로 자신을 멍하니 보는 샤를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부정맥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주인님께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샤를의 상태를 확인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이거 문제로군.’
<심리검사를 추천드립니다.>
“거기 앉아 봐.”
그녀를 앞에 앉힌 이안은 옆에 둔 수첩을 들고 깃펜을 잡았다.
“내가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알겠느니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샤를은 긴장하며 살짝 침을 삼키고 그의 앞에 앉았다.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는 이안을 마주하기 어렵다.
샤를이 몸을 꼼지락거리자 이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질문. 눈앞에 다리가 있다고 치자. 그 다리 밑에 기괴한 괴물들이 있어. 너는 어떻게 할 건가.”
“……응? 그게 무슨 질문인가?”
“답변이나 하시지?”
“본 황녀는…… 다리 밑으로 가 보겠노라.”
“좋아. 두 번째 질문.”
그렇게 이안은 계속 샤를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대부분이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한 괴상망측한 질문들이었다.
전부 대꾸한 샤를이 빤히 바라보자 이안은 수첩을 톡톡 쳤다.
“왜 그러느냐?”
“너 지금 내 생각보다 훨씬 정신이 맛이 가 있는데? 아. 걱정 마. 치료 가능하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핑크빛 감정을 품고 다가왔던 샤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샤를은 그렇게 말하는 모습조차 지적이라 생각하며 두근거리고 있었다.
‘……정말로 문제가 있는 건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모욕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다니.
머뭇거리는 샤를을 보던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거기 숨어 있는 사람들 나와.”
“아. 아하하하.”
위디아와 하륜, 메이였다.
그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나왔다가 샤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니 잠이 안 와서 밑에 내려왔는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죄송해요. 황녀님. 훔쳐보려던 건 아니고.”
“그래도 무슨 얘기 하는지는 못 들었습니다.”
“끄으응…….”
사과하는 셋에게 샤를은 신음했다.
그냥 질문에 대꾸만 했을 뿐이지 딱히 뭔가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괜히 부끄럽다.
샤를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자 이안은 그녀에게 수첩에 적힌 답변을 내밀었다.
“갖고 있어 봐. 야. 너희 셋.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
“어? 무슨 질문?”
“바로 답해. 생각하지 말고. 첫 번째 질문. 눈앞에 다리가 있다고 치자. 그 다리 밑에 기괴한 괴물들이 있어. 너는 어떻게 할 건가.”
샤를은 깜짝 놀랐다.
그건 아까 그가 했던 질문 아닌가.
다들 같은 대답을 할 것이라 생각한 샤를이 바라보자 셋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괴물이 있는 다리에 왜 가? 난 안 갈 건데.”
“나도.”
“뭔지 모를 위험한 것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
셋의 답을 들은 샤를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셋 모두 답이 살짝 다를지언정 샤를의 대답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모든 질의응답이 끝나자 샤를은 떨떠름해했다.
“저 둘과 본 황녀는 나라가 다르니라. 사는 곳이 다르면 생활과 사고방식 역시 다른 법이지.”
“하지만 메이는 제국민이잖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샤를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고 이안은 답변지를 셋에게 나눠 주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심리검사야. 정신적 불안정 상태를 측정하는 거지.”
“오. 그래?”
“이런 질문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어느 정도는.”
“누가 가장 정상에 가까운데?”
궁금해하는 위디아에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정상 비정상이 없어. 이 세계의 기준에 맞는 답을 고르는 것뿐이니까. 뭐. 굳이 따진다면 너희 셋 모두 정상이야.”
그 말을 들은 셋은 샤를을 보았다.
그럼 샤를은 다르다는 이야긴가.
이안은 그들의 의문에 빠르게 긍정했다.
“맞아. 샤를 황녀는 지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위디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샤를을 보았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저런 소리를 듣다니.
안타까워하며 그녀를 달래려던 위디아는 흠칫 놀랐다.
그런 얘기를 듣고도 샤를의 얼굴은 달아올라 있었고 시선은 뜨거웠다.
‘진짜 문제가 있나?’
“샤를. 넌 나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윽. 그, 그, 그, 그런, 그런 거 아니…… 아니니라…….”
심각하게 당황한 얼굴로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고.
몸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보면 누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애써 부정하는 그녀를 보던 하륜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이 검사는 왜 한거야? 문제라도 있어?”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나에게 그런 감정을 품을 수 없거든.”
그를 오래 겪은 위디아와 하륜은 동의했다.
하지만 메이는 달랐다.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듯하자 위디아는 웃으며 물었다.
“너 이안을 어떻게 생각해?”
“좋은 남자.”
“그럼 이안을 남편으로 생각한다면?”
“……상상이 안 되는데? 물론 결혼을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이냐?”
샤를이 살짝 토라진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문제 될 것은 없지. 다만 좋은 건 아니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배척받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우리가 널 배척하지는 않는데?”
“난 조절을 하고 있으니 그런 거고. 샤를 황녀를 그냥 두면 앞으로 그녀 옆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을걸?”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사고가 다른 사람과는 오래 옆에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안은 딱 잘라 말했고 위디아와 하륜은 감탄했다.
“야. 넌 어떻게 그런 걸 아냐?”
“그런 건 아카데미에서도 안 가르치는 건데. 아니 그보다. 이안 넌 지금 네가 우리와 다르다고 얘기하는 거야?”
“그럼 내가 같은 줄 알았냐?”
“대충은 알았는데 그걸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지.”
“다르다고 해서 같이 못 지내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 사실 이것도 요령만 알면 대처도 간단한데. 쟤가 그걸 하기는 좀 힘들겠다.”
멀쩡할 때도 주변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상태로 관계 유지가 가능하겠나.
이 정도면 힘을 가진 후에도 계속 외톨이로 살아갈 거다.
그리고 그 괴리감과 이질감은 결국 문제를 일으킬 거다.
“그래도 걱정 마. 아까 말했다시피 치료 가능하니까.”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다.
이안이 깃펜을 내려놓자 샤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걸 꼭 고쳐야 하는 건가?”
“안 고치고 살아도 되긴 하지. 뒷감당만 할 수 있다면.”
“그럼. 고치지 않겠느니라. 이런 감정을…… 잃고 싶지 않느니라.”
샤를이 단호하게 말하자 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에 다들 깜짝 놀랐다.
“와. 이게 뭔 일이래? 이안. 넌 어때? 샤를 황녀님이 좋아? 결혼 상대로 보고는 있니?”
메이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샤를 황녀가 저렇게 좋아한다면 둘이 잘되지 않을까?
흥미진진해하는 셋과 긴장한 샤를을 번갈아 바라본 이안은 딱 잘라 말했다.
“아니.”
“흐읏……!”
“샤, 샤를 황녀! 괜찮아?”
“괘, 괜찮느니라. 괜찮아. 그냥 하늘과 땅이 뒤집힌 것 같고 몸 안의 모든 피가 독으로 변한 것 같기는 하지만 괜찮느니라…….”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 그녀는 간신히 물었다.
“왜…… 왜 아닌 것이냐…….”
그녀의 간절한 표정을 마주하며 이안은 쐐기를 박았다.
“너 내 취향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