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3화(253/300)
◈ 제253화
127. 내가 안 괜찮다 – 1
“거 취향 한번 확고하네.”
위디아는 샤를을 보았다.
짙은 금발에 피처럼 붉은 눈동자.
뚜렷한 인상을 지닌 아름다운 얼굴에 몸매 역시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외적인 부분은 괜찮은 것 아닌가? 너 저번에 황녀님 예쁘다면서.”
“그래.”
“그럼 신분 때문에 그래?”
“내가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보여?”
“그건 아니지. 음.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내가 하륜 소설 보는 것 가지고 크게 뭐라고 한 적은 없잖아.”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이 튄 하륜은 버럭 소리쳤다.
“취향이다! 존중해라!”
“맞아. 존중해라.”
“존중하는 과정에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만…… 황녀님?”
메이는 샤를을 보았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녀를 툭 건드리자 소파로 천천히 허물어진다.
“황녀님?! 괜찮으세요?!”
기절했다.
두 번째 답변에서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기절한 그녀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손을 뻗었다.
은은한 달빛을 머금은 손이 샤를을 감싸자 정신을 잃었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으음…….”
“괜찮으세요?!”
“괜찮느니라. 하늘과 땅이 뒤집…….”
“그건 아까 했으니까 됐어. 아무튼 네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너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그런가…….”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저항이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 말로가 어떤 건지 알고 있거든.”
“어떤데?”
“운 좋으면 미치광이고 운 나쁘면…… 아니. 이 얘기는 할 필요 없겠군.”
“……아니 운 좋은 게 미치광이라고? 나쁜 건 뭐야?”
“있어. 그런 게. 아무튼 꽤나 힘들어하더라고.”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고 하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힘들어하더라고? 누가 그런 적이 있었어?”
“……뭐. 예전에.”
이안은 어지간해서는 숨기는 일 없이 그냥 말하곤 한다.
심지어 전에 다른 차원과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을 보여 주기도 했잖은가.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가 말하기를 꺼려 하는 듯하자 하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도 사정은 있겠지. 아무튼 황녀님. 이안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치료를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겠느니라.”
하얗게 질린 채 샤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그녀를 위디아와 메이가 부축하자 하륜은 씁쓸해했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너 평생 혼자 사는 것 아니냐?”
“솔로가 뭐가 나쁜데?”
“나쁠 건 없지만 아쉽지.”
“됐어.”
이안은 고개를 저었고 하륜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올라가자 이안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주인님.>
‘난 괜찮아.’
<알겠습니다.>
이안의 대꾸에 키르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 * *
제국에서 난리가 났지만 제국 아카데미에는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제국 내 서열 2위인 철혈공이 몰락하고, 거기에 마룡의 등장과 더불어 키리슈난의 처형까지 있었으니 아예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다는 듯 제국 아카데미는 큰 문제 없이 일정을 소화해 냈고 드디어 두 번째 경쟁전이 시작되었다.
“이번 경쟁전은 뭐라냐?”
“주사위를 이용한 워 게임 같은 건데 실제 싸움은 없고 모의전만 하는 거야.”
제국 아카데미는 사관학교고 졸업생들은 당연히 제국군에 사관으로 입학한다.
그러며 거기서 인정을 받아 장교가 된 후 퇴역하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영주가 된다.
그러며 전쟁을 치르는 일이 많으니 이런 식으로 전략과 전술 훈련을 하는 수업이 많았다.
“제국군이 강한 이유가 이거지. 각 영주들이 모두 기본적인 전략과 전술을 쓸 수 있다는 거.”
그럼으로써 제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각 영주들이 기사와 병사를 이끌고 제국군에 참가한다.
그러며 강력한 군대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은 우리도 가르치기는 하지만 여기만큼 제대로 되지는 않지.”
아란세가 끼어들자 그래진은 그를 보았다.
그의 표정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
“저번에는 우리가 이겼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이건 개인의 실력보다는 전략과 전술을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그렇기에 아란세는 하륜을 보았다.
“네가 참모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죠.”
“나머지는…….”
아란세는 흥미진진해진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생도들을 보았다.
어째 기대하기가 어렵다.
“……알아서 잘하길 바란다. 지시는 잘 따르고.”
“전 저보다 약한 사람의 명령은 따르지 않습니다만.”
“훗. 저에게 지시를 하고 싶다면 하륜이 저를 이겨야 할 겁니다.”
요새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또 이런다.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고 그의 옆에 서 있던 이안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이번엔 나도 참가하는데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되겠냐?”
“어? 진짜?”
“물론 개입은 안 할 거야. 대장의 자리에 있을 거고 시험 자체는 너희들만으로 치르겠지.”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한 B반인 만큼 그들을 통제할 억제력이 필요했다.
그 자리에는 이안이 딱이기에 이번에는 그를 열외시키지 않았다.
아란세는 전의를 불태우는 B반 생도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망할 놈들. 그럼 준비됐냐?”
“예!”
“가자. 이안. 대장으로서 뭔가 한마디 할 생각 없나?”
아란세의 질문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언제나와 똑같죠.”
그리고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쓸어버려.”
시작된 모의전은 하루가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제국 아카데미도 이번에는 질 생각이 없었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결국 간발의 차이로 프레돈 아카데미가 승리했다.
“어휴. 머리 터지겠네.”
모의전의 중심이었던 하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수십 개가 넘는 부대를 막기 위한 전략의 구상.
그 전략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보급 물자의 편성과 이동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지시하느라 꽤나 고생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 오에리나는 싱글거렸다.
“고생했어. 거기서 역전극을 벌일 줄은 몰랐네.”
제국 아카데미에서 보낸 추가 부대의 공격을 버텨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사위의 신이 도왔다.
“솔직히 질 줄 알았지.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수는 이길 수 없었을 테니까.”
하륜은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를 향해 아란세는 피식 웃었다.
“전쟁터에서는 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운을 만들기 위해서 윌디와 그래진이 파 놓은 함정도 유효했지.”
추가 부대의 수가 적은 것.
그리고 그들이 급습하기 전에 타격을 입은 것.
그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하륜의 운이 통한 것이다.
“뭐, 그것도 운은 운이니까요. 그나저나 제국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실망했겠는데요?”
하륜은 힐끔 반대쪽을 보았다.
제국 아카데미 쪽의 지휘관은 오스넨이었다.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왔다.
“좋은 게임이었다. 마지막은 운이 따른 것 같기는 하지만.”
“운 역시 실력이란 거 모르나? 그리고 게임은 게임일 뿐.”
“하긴. 너를 전력에 넣지 않았으니까.”
워 게임에 사용되는 말의 전력 평가는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 상의하여 결정한다.
그리고, 이안이라면 양측 모두 어지간한 대부대 이상의 전력 취급하는 데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번 게임에는 나오지 않았기에 비등한 승부가 된 것이었다.
“이안이 끼면 게임이 안 되잖아. 그건 받아들여야지.”
하륜이 웃으며 말하자 오스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이제 남은 경쟁전은 내일 치를 개별 전투인가. 이안. 설욕을 하고 싶은데 이번에 나올 수 있겠나?”
“글쎄다.”
이안은 슬쩍 아란세를 보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개별 전투는 이긴 사람이 계속 참가하는 것이 아니니까. 너도 계속 열외만 할 수도 없고.”
아란세의 허락을 받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덤벼라.”
“내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군.”
전에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붙었을 때를 떠올리며 오스넨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긴다면 뭔들 못해 주겠나.
“나도 예의를 갖춰서 상대해 주지.”
이안의 말에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룡을 이긴 영웅을 과연 오스넨이 이길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스넨의 표정은 밝았다.
“부탁한다.”
그렇게 두 번째 경쟁전이 끝나자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던 블랜치는 기지개를 켰다.
“그럼 끝났지? 가자. 이안. 괜찮으면 대련 좀 하자.”
블랜치의 요청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샤를 봐줘야 해.”
“어? 음. 그래.”
“뭐냐? 그 표정은.”
“아니 그게…….”
블랜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안에게 다가가 작은 어조로 속삭였다.
“너 샤를 황녀님 찼다면서.”
“그건 또 어디서 들었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야. 그런데 안 불편해?”
불편할 게 뭐 있겠나.
이안은 고개를 저었고 블랜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어쨌든 넌 대련 못 한다는 거지? 야! 발라! 덤벼라!”
“하하! 그 말을 기다렸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이 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멀어지자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 샤를이 다가왔다.
“오늘도 훈련을 하는 게냐?”
“나 갈 때까지 계속할 거야. 훈련장으로 따라와.”
이안은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 말했고 샤를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그를 따랐다.
여느 때처럼 이안과의 훈련이 끝나고 복귀한 샤를은 방으로 가는 대신 오스넨을 찾았다.
자신을 찾아온 배다른 동생을 향해 오스넨은 씩 웃었다.
“무슨 일이냐.”
“오라버니. 부탁이 있습니다.”
“신기하군. 네가 나에게 부탁 같은 것을 하다니.”
제국 아카데미에서 홀로 있는 그녀를 자신이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항상 보살펴 줬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말했었다.
힘들면 그만하고 황궁으로 가도 된다고.
힘든 것이 있다면 자신에게 부탁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샤를은 거절했었다.
그런 샤를이 부탁을 한다고 하니 그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 뭘 부탁하려는 거지?”
어지간한 것이라면 웃으며 들어주려 했던 오스넨은 샤를의 말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샤를의 난감한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다음 날이 되자 예정대로 개별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이안이 참전한다는 것 때문인지 교관들 중에서도 수업 없는 이들이 와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구경꾼으로 가득한 훈련장을 둘러보며 아란세는 이안의 등을 툭 쳤다.
“기선 제압. 부탁한다.”
“그러죠.”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훈련장으로 나갔다.
그가 훈련장 위에 서자 웅성거리던 훈련장이 조용해졌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안은 검을 뽑았다.
“나와.”
말 한마디의 무게가 크다.
제국 아카데미의 그 누구도 도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상대할 것은 오스넨뿐이라고 그들이 모두 생각했을 때 한 명이 나섰다.
그걸 본 모두는 기겁했다.
“샤, 샤를 황녀님?!”
무장한 그녀가 훈련장에 올라오자 교관들뿐만 아니라 생도들 모두 놀랐다.
오직 오스넨만이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샤를은 이안에게 검을 뽑아 겨눴다.
“이안 브랜든. 그대는 도전하며 저항하는 자를 좋아한다고 했느니라.”
“그렇지.”
“그러니 그대에게 도전하고, 본 황녀를 거부하는 그대에게 저항하리라. 그리고…….”
붉은 눈을 번뜩인 그녀는 수성신녀공의 자세를 취했다.
“그대를 이겨 쟁취하리라.”
저항감이 넘치다 못해 흐를 정도다.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한 훈련장에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하지만…….”
-쿠우우웅!!
그의 주변에서 오러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온몸이 따끔거릴 정도의 막대한 투기를 마주하며 샤를이 검을 꽉 쥐자 이안은 싸늘하게 말했다.
“져 줄 생각 따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