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4화(254/300)
◈ 제254화
127. 내가 안 괜찮다 – 2
구경꾼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그냥 경쟁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싸움이 벌어지게 되다니.
“야야. 이게 뭔 일이래.”
“샤를 황녀님 그렇게 안 봤는데…… 굉장하잖아?”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하시다니. 멋져. 저런 면을 동경하게 돼!”
제국 아카데미의 여생도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겠다는 저 모습.
확실히 멋있기는 했다.
그리고 남자 생도들은 긴장하며 토론했다.
“확실히 샤를 황녀님께서 성격이나 말투만 제외하면 훌륭한 분이시긴 하지.”
“그런데 솔직히 저정도 조건이면 성격도 문제는 안 되지 않냐?”
“그리고 이안 백작님에게 배워서 실력도 좋고. 저번에는 요행이기는 했지만 마스터도 이겼잖아?”
“그리고 얼굴도 예쁘시고.”
교관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샤를 황녀님께서 이안 백작님을 이기면 어떻게 되는 거야?”
“제국 아카데미로 오시는 건가? 그럼 일단 마법부 쪽에 자리를 만들어야겠군.”
“이런 미친. 왜 마법부에 자리를 만들어. 이안 백작님의 검술 몰라? 검술만으로 성문과 성벽을 박살 내신 분이라고.”
“마도국의 유산을 소유하고 계신 분인데 당연히 마법부지.”
다들 웅성거리며 떠드는 와중에 프레돈 아카데미 쪽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했기 때문이었다.
“야. 하륜.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제국 아카데미와 인접한 곳에 앉아 있는 하륜에게 필로아가 물었다.
하륜은 훈련장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둘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샤를 황녀님 잘 위로해 드려라.”
“에이. 설마. 저기서 황녀님을 찬다고?”
“이미 찼는데 뭘.”
“그래도 저 정도 정성이면 인정하지 않겠냐? 그 정도로 이안이 피도 눈물도 없진 않을…….”
필로아가 하륜의 의견에 대꾸하려는 순간.
이안은 검을 빙글 돌려 땅에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폭음.
땅을 가르는 막대한 폭음과 함께 이안을 중심으로 무시무시한 오러가 퍼져 나간다.
“아아악!!”
그것에 휩쓸린 샤를은 일격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날아갔다.
그녀가 바닥에 쓰러져 헐떡거리자 이안은 꽂힌 검을 뽑았다.
그리고.
천마신공 파천의 장.
어검.
검을 허공으로 던졌다.
그의 검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샤를의 목을 노린다.
“저 미친놈!! 해 버렸어! 진짜 해 버렸어!”
저런 일생일대의 고백을 한 아름다운 황녀님에게도 이안은 정말 가차 없었다.
좀 살살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필로아가 경악하는 사이 간신히 몸을 일으킨 샤를은 수성신녀공으로 어검을 막으며 손을 뻗었다.
“아이스 랜스!!”
간신히 완성시킨 마법을 사용한다.
허공에 만들어진 얼음의 창이 날아들려는 순간 이안은 손가락을 튕겼다.
-파직!
허공에 만들어진 얼음의 창이 박살 나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그걸 본 하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봤던 마력 개입이다.
상대방의 마법진에 자신의 마력을 흘려 보내 마법을 무효화하는 기술.
저것이 있다면 어떤 마법사도 이안의 앞에서는 힘을 반도 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저, 저건 또 뭐야?!”
전에 봤던 하륜과 다르게 필로아는,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그러든 말든 이안은 허공에 손을 올렸다.
“리버스 그래비티.”
샤를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하늘로 날아 올라간 그녀를 어검이 추적했고 샤를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멀티플 에너지 볼트.”
“아아악!!”
허공에 둥둥 떠서 방어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없는 그녀를 묶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수십 발의 에너지 볼트를 샤를은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쿠웅!!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았다.
만약 잃었다면 저 높이에서 떨어진 것만으로도 큰 부상을 입었을 거다.
수성신녀공의 낙법을 통해 겨우 살아남은 그녀는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하아압!!”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강하고, 또한 형태의 변화가 자유로운 검술이 펼쳐진다.
그러며 검에 오러가 담기기 시작하자 구경하던 이들은 감탄했다.
“굉장하다!!”
“저런 검술이라니!”
놀란 생도들은 기대감을 품었다.
저 정도면 샤를 황녀가 이기는 것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이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절대 못 이긴다.
샤를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이안은 그저 그녀를 가르치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장난 아니네요.”
“그러니까. 종이 한 장 차이로 이안 백작님이 전부 피하고 있으니까…….”
상대방과의 간격을 정확하게 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샤를의 저 화려한 검격을 간단하게 피해 버린다는 것은.
그만큼 이안과 샤를의 격차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였다.
“끝났네. 이대로라면 샤를 황녀님은 지…….”
그때였다.
“하아아아압!!”
샤를의 빈손이 움직였다.
마법이라도 쓰려는 것일까 싶었던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입을 쩍 벌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샤를의 손에 푸른 오러의 검이 들려 있었다.
“맙소사! 맙소사!!”
생도 정도 나이에 마스터가 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 중에도 마스터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샤를은 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샤를은 2서클에 불과한 하급 마법사였다.
검술?
가끔씩 공통 훈련 때 검술을 가르쳐 주기는 하지만 둔하고 검에 대한 재능이 적어 오러 블레이드는 커녕 평생 오러를 깨치기나 할까 의문이었다.
오죽하면 핏줄만 좋은 낙제생이라는 이야기가 들렸겠는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샤, 샤를 황녀님께서…….”
마스터라니.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다니.
생도들은 감탄했고 교관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이안 백작님…….”
“유저조차 아닌 사람을 저 짧은 시간 만에 마스터로 만든다는 건…….”
그 말은 이안이 작정한다면 마스터로 만들어진 군대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이안을 보았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
“당신…… 뭡니까…….”
그들이 경악하는 동안에도 샤를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안과의 생사를 가르는 대결에서 깨달음을 얻고 빠르게 강해지는 것이다.
그녀의 공격을 피하거나 가끔씩 반격하며 교정을 해 주던 이안은 돌아온 검을 잡았다.
<더 하면 위험합니다.>
‘알아. 이제 끝내려고.’
갑작스러운 실력의 상승이 주화입마를 부를 수도 있다.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여기서 더 불안해지면 피에 미친 마인이 만들어진다.
그 꼴 보자고 샤를을 가르친 것은 아니었기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빛처럼 빠른 검격에 맞은 샤를이 튕겨 날아간다.
방금 전까지 화려한 공방을 보이던 그녀가 일격에 나가떨어지자 웅성거리던 이들이 조용해졌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거의 백중세 아니었나?”
그들의 말을 들은 프레돈 아카데미 측에서는 피식 웃었다.
백중세는 무슨.
이안은 지금도 샤를을 가르쳤을 뿐이다.
일격을 버티지 못한 그녀가 기절한 것을 보던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깝네.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종이가 좀 많이 두껍긴 했지만.
그는 시큰둥하게 말한 후 기절한 샤를을 가리켰다.
“의무대로 보내서 치료 좀 해 주시죠.”
“어, 어어어…… 아, 알겠습니다…….”
멍하니 훈련장을 바라보던 교관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샤를을 데리고 가자 앉아 있던 오스넨이 어깨를 으쓱였다.
“피도 눈물도 없군.”
“각오하고 나온 것 아니겠어? 안 죽인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할 텐데.”
그의 대꾸에 오스넨은 피식 웃었다.
* * *
교류전의 마지막 일정인 경쟁전이 끝났다.
승리는 프레돈 아카데미 측에서 가져갔다.
딱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아니라 그런지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도 아쉬워만 할 뿐이었다.
저 상급 B반 생도들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아마 계속 패배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계속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지.
한 달여 만에 유저는커녕 검사도 아닌 자를 마스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뭘 하겠나.
교관들은 우울해했지만 생도들은 달랐다.
오늘 있을 파티 때문이었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제공한 생도회관에는 벌써 파티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 들어온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 중 일부는 주먹을 꽉 쥐며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내 춤 솜씨로 프레돈 아카데미 놈들을 전부 눌러 주지.”
“내 화려한 비올라 연주라면 가능할지도!”
후계자 정도 되는 이들에게 춤과 음악은 기본 상식이었다.
특히나 요새 제국에서 춤이 유행인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댄스를 준비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 이들이 떠드는 것을 들으며 오스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연습할 시간이 있으면 칼이나 한 번 더 휘둘렀으면 좋겠다.
“철혈공의 몰락으로 제국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춤이라.”
“하, 하하하.”
기뻐하던 분위기가 한 번에 싸해졌지만 상대가 오스넨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자리에서 사교를 위한 노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요.”
“그냥 외교를 잘하는 게 낫지 않나 싶군. 너희들의 그 태평함에 감탄이 나온다.”
“하하하…… 그런데 오스넨 태자 전하. 파트너는 어디 가셨는지…….”
“없다.”
“어머. 그럼 저는 어떠신가요?”
철혈공이 몰락했고 키리슈난이 죽었다.
그러며 더욱 후계자 자리가 공고해진 오스넨에게 접근하는 여생도들이 꽤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서 있던 오스넨은 휙 고개를 돌렸다.
“오. 새로운 마스터가 들어오시는군.”
“몸은 괜찮으신지 몰라.”
마스터에 오르고 이안에게 제대로 패배한 샤를이었다.
그녀가 당당히 걸어오자 오스넨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곳에서 기다려라.”
“예. 오라버니.”
긴장한 표정으로 샤를이 답하자 오스넨은 쓰게 웃었다.
“패배했다고 좌절하지 마라. 넘기 힘든 벽이었으니까.”
“포기할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그도 포기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이안은 저항하는 자를 좋아하니까……. 일단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떠냐.”
“……춤을 신청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어쨌든 본 황녀도 황녀. 아무리 이안 백작이라지만 황녀의 제안을…….”
그때였다.
파티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
아란세를 필두로 한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걸 보자 샤를의 얼굴에 홍조가 드러났다.
자신도 모르게 생도들의 면면을 살피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있어야 할 얼굴이 없었다.
“저. 윌디.”
“예?”
그나마 프레돈 아카데미 측에서 조금 친해진 윌디에게 다가간 샤를은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안은 어디 갔느냐.”
윌디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깐 어디 간 것이라면…….”
“어? 걔? 파티 불참한다는데? 이안은 원래 이런 파티 참석 잘 안 해.”
눈치 없이 끼어든 블랜치가 가볍게 말하자 샤를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기숙사의 정원에 앉아 명상을 하는 이안의 무릎에서 먀네가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
다들 파티장에 가 있는 동안에 명상이나 하기로 한 이안에게 키르케가 조용히 말했다.
<파티장에는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샤를 황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키르케가 무슨 의미로 저리 말하는 것인지 이안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냉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돌아가는 대로 샤를을 치료할 약을 만들 거니까 필요 약재 조사해 놔.”
이안이 딱 잘라 말하기를 거절하자 키르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주인님.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결국 키르케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