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5화(255/300)
◈ 제255화
128. 돌아가는 날 – 1
파티는 별 탈 없이 끝났다.
물론 샤를이 꽤나 실망하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모두가 기숙사로 돌아오자 로비에 앉아 있던 이안은 생도들을 반겼다.
“어서 와라.”
“야…… 너 괜찮겠냐?”
“뭐가.”
허둥거리며 다가온 블랜치가 말하자 이안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를 빤히 보던 블랜치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샤를 황녀 말이야.”
“괜찮아. 그리고 쟤를 위해서도 이게 낫지. 나한테 그런 감정을 품는 건 정신이 나간 자들이나 가능한 거니까.”
샤를에게는 키리슈난의 기억이 있다.
한 사람의 몸에 두 개의 기억이 유지된다면 그 괴리감과 이질감 때문에 정신은 점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자에게 그건 치명적인 위험이다.
“와. 그거 그렇게 위험한 거였어요?”
“두 명분의 기억을 유지할 수준이면 괜찮지만 걔는 그런 게 아니라서. 치료해야 해.”
“어떻게 치료해? 기억을 지우는 거야?”
하륜이 신기해하며 묻자 옆에 있던 박바레가 메이스를 들었다.
“메이스 같은 걸로 후려치나?”
“……아니 그런 무식한 방법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약만 먹으면 괜찮아. 그럼 키리슈난의 기억이 샤를의 기억에 흡수되면서 사라질 거야.”
“허어.”
“사람이 항상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완전 기억 능력 같은 특별한 힘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샤를에게 그런 건 없어.”
이안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고 다른 생도들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니. 너 그렇게 살다가 평생 혼자 살 것 같아서.”
“네 말대로라면 정신 나간 사람들만 너에게 그런 종류의 호감을 느낀다는 것 아냐.”
“별 이상한 애들이 꼬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막 몰래 계속 쫓아다닌다거나.”
“내가 모르게 쫓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칭찬해 줘야지.”
“……하긴 그것도 그러네.”
몬스터 헌팅 때 이안은 기척을 완전히 감춘 몬스터들까지 찾아내서 잡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예민한 이안을 속일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나.
검성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힘들 것 같았다.
그때 로비의 문이 벌컥 열렸다.
“이안!”
“아란세 교관님?”
“지, 지금 제국 아카데미 교문에 거, 거, 검성께서 오셨다더라!!”
“그렇습니까?”
이안에게는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란세에게는 달랐다.
그에게 있어서 검성은 동경과 경외의 존재였다.
특히나 그가 B반을 상급으로 올리고 싶어 했던 이유가 뭔가.
검성을 다시 만나 그녀에게 검술을 배우겠다는 열망 때문 아니었는가.
“저기. 있잖냐.”
“같이 가시겠습니까?”
“고맙다!!”
아란세는 눈에 띄게 기뻐하며 황급히 무기를 챙겼다.
그런 그를 보던 블랜치는 창을 들었다.
“넌 또 왜?”
“아니. 검성이라잖아. 그 정도 강자를 만날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
“매일 만나면서 무슨.”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박바레 역시 메이스를 챙겼다.
칼잡이들이 전부 따라가려고 하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나중에 아카데미로 초청할 테니까 너희는 나중에 와라. 아란세 교관님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거기에 초를 치고 싶냐?”
“쩝.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결국 이안과 같이 가게 된 것은 아란세뿐이었다.
그는 꽤나 흥분됐는지 콧김까지 북북 내쉬고 있었다.
“야. 이안. 나 지금 괜찮냐?”
“선보러 가십니까?”
“아니 그래도. 내 동경의 대상을 만나러 가는 건데…… 옷이라도 다른 걸 입을 걸 그랬나?”
아란세가 자꾸만 머뭇거리자 이안은 그를 두고 걸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이안을 쫓아온 아란세는 제국 아카데미의 교문 앞에 서 있는 이들을 보고 딱딱히 굳었다.
하얀 가면을 쓴 자.
붉은 머리의 여인.
그리고 엘프 소녀였다.
“아. 이안 백작님. 여깁니다.”
제자인 예린에게 뒤로 물러나라 말한 검성은 이안에게 다가왔다.
발랄한 걸음으로 다가온 그녀는 이안의 뒤에 서 있는 아란세를 발견하고 빙긋 웃었다.
“오래간만이네요. 아란세. 잘 지냈나요?”
“예? 예. 자, 잘 지냈…… 지냈습니다.”
“보아하니 마스터 같고. 그리고 훌륭한 교관이 되었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아닙니다. 저기 그게. 거, 검성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검술과 응원이…….”
“후후. 너무 긴장하시네요.”
검성이 웃자 아란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스터가 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검성이 얼마나 강한 자인지.
그렇기에 그는 주먹을 꽉 쥔 후 말했다.
“전의 약속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곤란하겠네요.”
이안과 할 이야기가 있었다.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안의 어깨를 톡톡 토닥였다.
“난 잠깐 물러나 있으마.”
“가서 심호흡이나 좀 하십쇼.”
“그래야지.”
검성을 만났다는 것 때문이지 아란세는 꽤나 흥분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쓰러지겠다 싶어 이안은 웃으며 말했고 아란세는 동의했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검성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
“케신을 쫓을 생각이시죠?”
“그래야겠죠.”
“당신은 어디를 맡으실 생각인가요?”
“일단 드워븐 시티 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라이트 시티는 제가 가 볼게요.”
그럼 하나가 남는다.
바로 잊힌 도시.
그곳의 탐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알아야 한다.
“황제는 힘들 거예요. 그는 제국을 맡아야 하니까.”
“수호자들에게 넘기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음…… 그들도 좋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아니면 단주님께서 맡아 주시겠죠. 단주님. 잠깐 와 주세요.”
예린과 함께 있던 단주가 다가오자 이안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잊힌 도시를 조사하여 틸다 토완, 케신일지도 모르는 여자를 찾아 달라 요청하자 그는 팔짱을 끼며 부정적으로 말했다.
“나 혼자서는 힘들 거다. 잊힌 도시는 워낙 넓은 데다가 비밀 통로도 많으니까.”
“그렇습니까?”
“거기 시설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나 위에 나와 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야.”
웨이브를 통해 나타난 다른 차원의 시설들.
그리고 마도국의 시설들이나 비밀 통로까지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숲지기 노인네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게 어때?”
“숲지기라.”
“그 노인네. 잊힌 도시는 정말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거든. 아마 무인의 숲보다 잊힌 도시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걸?”
“그래요?”
“거기에 네가 아는 마법사들 몇 명만 붙여 두자고.”
“확실히 그게 낫겠군요.”
이안의 중재가 있다면 숲지기와 마탑에서도 공동 조사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그건 황제보고 내라고 하죠.”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군요. 알겠습니다. 황제에게는 제가 통보하겠습니다.”
“황제가 내겠냐?”
“안 내면 제가 내겠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제국도 감당하게 하죠.”
“오. 어떻게 하려고?”
“제가 돈 쓴 만큼 제국에서 돈 쓰게 만들 겁니다. 제국 곡창지대 몇 곳에서 신세계 마법 몇 번 쓰도록 하겠습니다.”
붉은 이빨 오크의 도시를 박살 낸 그 마법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제국인이 들으면 식겁할 만한 이야기를 제국인이 아닌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나눴다.
어쨌든 이야기는 일단락 났고 이안은 몸을 돌렸다.
“저희는 내일 복귀할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검성. 라이트 시티 쪽의 조사가 끝나면 아카데미로 와 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저희 애들이 검성께 가르침을 받고 싶다더군요.”
검성은 웃었다.
눈앞에 자신도 이기기 힘들다 생각될 강자가 있는데 다른 자에게 가르침을 바라다니.
하지만 원한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 끝나는 대로 아카데미에 가겠습니다.”
그럼 됐다.
이안이 물러나자 기다리던 아란세가 나섰다.
“저, 검성. 지금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아. 하지만 교문에서 하긴 좀 그러니…… 자리가 필요한데.”
“바로 훈련장을 빌리겠습니다!”
환호하며 물러난 아란세는 기숙사로 향하려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야. 이안. 정말 고맙다.”
그가 계속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된 것이니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란세를 향해 이안은 피식 마주 웃었다.
“별말씀을.”
*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교류전이 끝났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이 떠날 때가 되자 오스넨은 샤를을 찾았다.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가 보니 퉁퉁 부은 눈으로 샤를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쓰는 쪽 옆의 다른 침대에 짐들이 놓여 있었다.
샤를이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아무도 그녀와 룸메이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 때문인지 샤를에게 다가가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샤를도 혼자가 아니게 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괜찮냐.”
“예…… 오라버니.”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놓고 어필을 하고 대놓고 고백을 했는데 대차게 차였다.
그 정도면 꽤나 상처를 입었을 것 같은데도 샤를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보였다.
“내가 말하긴 그렇지만 그 녀석은 좀 특이한 녀석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냐?”
“……예.”
샤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이번에 떠나면 또 언제 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여차할 경우 유학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녀를 향해 오스넨은 한숨을 쉬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가 말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저항하며 살라고.”
“흠.”
“그러니 저항할 뿐입니다.”
그녀가 다부진 어조로 말하자 오스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살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때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떠나려나 보군. 그래도 배웅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유학은 따로 신청하도록 하자.
그리 생각한 오스넨과 샤를은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꽤 많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안을 발견한 오스넨과 샤를은 그에게 다가갔다.
“이안. 잠깐 괜찮나?”
“괜찮지. 왜. 할 말이라도 있나?”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동생에게 양보하려고 한다.”
“그래?”
이안은 샤를에게 눈을 돌렸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이안은 정말 티끌조차 변화가 없었다.
“본 황녀는 포기하지 않겠느니라.”
“그렇게 깨졌는데도?”
“본 황녀가 진다고 포기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느니라.”
“하긴 그렇지.”
이안이 납득하자 샤를은 안도했다.
솔직히 이건 자신이 생각해도 치졸한 발언이기는 했다.
그가 받아들여 줘서 다행이라 생각한 샤를이 유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찰나 이안이 먼저 말했다.
“돌아가는 대로 약 만들어서 가지고 올 거다. 그거 먹어.”
“……그럼 나에게 있는 키리슈난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가?”
“그래. 천천히 사라지겠지. 그 기억 오래 둬 봤자 좋을 건 없어.”
“그럼…… 너에 대한 이 감정도 사라지는 것인가?”
“그래.”
이안은 단정하듯 딱 잘라 말했고 샤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걸 그대가 어찌 아는가.”
“말했잖아. 그런 일 겪은 사람을 옆에서 봤다고.”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씁쓸함이 잔뜩 담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끝까지 치료하지 않았고, 그 결말 역시 좋지는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