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6화(256/300)
◈ 제256화
128. 돌아가는 날 – 2
그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제국 아카데미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어째 뭔 일이 터질 것 같다.
그렇기에 윌디와 오에리나는 샤를에게 다가갔다.
“황녀님.”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이안이 말하는 것이라면 따르는 게 좋아요.”
“하지만…….”
“그가 말한 것 중에서 잘못된 것은 없으니까요.”
샤를은 안타까워하며 이안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일 뿐이었다.
그녀가 다시 뭔가 말할 듯 입술을 달싹거리자 오스넨이 나섰다.
“만약 샤를이 치료를 거부하면 정확하게 어떻게 되나.”
“운이 좋으면 미치광이 마스터가 되어 주변을 학살하고 다닐걸?”
“……그게 운이 좋은 거라고?”
“그래.”
그럼 운이 나쁘면 어떻게 된다는 건가.
묻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오스넨은 머뭇거리다가 이안을 데리고 가 들리지 않을 곳에서 물었다.
“운이 나쁘면 어떻게 되나.”
“깨달음을 얻고 진리에 접속하게 된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세상에는 진리라는 것이 있어. 세상을 구성하는 원리이며, 모든 힘과 지식의 총집체인데.”
“그게 나쁜 것인가?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잖아.”
“그렇게 단순하다면 참 좋겠지만 진리에 접속한다는 것은 좀 달라.”
“뭐가 다르지?”
“첫 번째.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진리에 잡혀 있는 존재가 되어 버려. 누구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만이 세상을 인식하게 되어 버리지.”
“봉인 같은 건가?”
“비슷해. 세상이 멸망해 진리 자체가 사라질 때까지 홀로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지.”
“……그런가. 그리고?”
“이후 진리의 노예가 되어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한 도구로서 움직여야 해. 일종의 수호자 같은 것이 되는 건데…….”
“수호자라.”
“그래.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일도 있고,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경우도 있지.”
“……두 가지만 들어도 확실히 끔찍하군.”
“더 끔찍한 건 이 모든 과정에서 감정과 기억은 그대로 남는다는 거야.”
즉.
선한 자일수록 그 고통과 죄악감은 더욱 커질 거다.
“단순한 연애 감정 때문에. 하물며 진짜도 아니고 이질감 때문에 끌리는 것인데 그런 고통을 감수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
오스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정말 순수한 호의로 치료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하아. 그렇군. 알겠다. 나도 샤를을 설득하도록 하지.”
“그래. 오빠 노릇 좀 해라.”
대화를 마치자 샤를에게 다가가려던 오스넨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넌 그걸 옆에서 봤다고 했지? 그게 누구야?”
“음. 있어. 그런 사람이.”
이안은 답하기를 거절했고 오스넨은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오스넨과 윌디, 오에리나의 설득에 샤를은 넘어가고 말았다.
만약 치료 이후에도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안도 한번 생각해보겠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어쨌든 일단락이 났기에 프레돈 아카데미는 예정대로 제국 아카데미를 떠나게 되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제국 아카데미 문밖으로 나가자 블랜치는 씩 웃으며 아란세를 톡 쳤다.
“아란세 교관님.”
“어……?”
“아. 표정 관리 좀 하세요.”
어젯밤 검성과 밤새도록 대련을 했다.
그러며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검술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 때문인지 아란세는 연신 실실 웃고 있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나중에 한 번 더 대련을 하기로 했지. 흐흐흐.”
“축하드립니다. 그 축하하는 겸 해서 돌아갈 때는 게이트 타고 바로 가는 거죠?”
블랜치가 웃으며 말하자 아란세는 웃으며 대꾸했다.
“뭔 개소리니. 돌아가는 길도 훈련이란다.”
“이런 젠장.”
올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 이용 없이 육로로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거다.
그 말에 생도들은 이안을 보았다.
“왜.”
“이번에는 상품 없냐?”
“글쎄다.”
“복귀하고 일주일 연속 대련 같은 건 어때?”
“바빠서 그건 좀 그렇고.”
“뭐하느라 바빠?”
“스크랜다 교관님이랑 드워븐 시티 다녀와야 하고,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있고…….”
“오. 그럼 드워븐 시티의 장비? 돈 줄게 좀 사다 주라. 상품으로 그거 어때?”
“드워븐 시티 수준의 장비는 내가 그냥 만들 수 있는지라 상품으로 써먹긴 좀 그렇지.”
드워프들이 사는 도시인 드워븐 시티의 장비는 잊힌 도시의 아티팩트보다는 못하지만 단순 장비로는 최고급에 속한다.
평생 드워븐 시티의 장비 하나를 쥐어 보지 못하고 죽는 자들도 넘쳐 날 정도다.
그런데 그걸 저렇게 간단하게 말하다니.
생도들은 역시 이안이다 싶었다.
“명색이 상품인데 좀 좋은 게 나와야겠지. 좌표 고정기 만들어 줄게.”
“……네?”
다들 기겁했다.
현재 아카데미로만 워프를 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만 있는 좌표 고정기 때문이다.
즉, 좌표 고정기만 새로 만들 수 있다면 자기들 영지에도 워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와. 그거 끝내주는데……. 이번에도 반드시 이긴다.”
하륜이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리자 윌디는 그를 견제하며 빠르게 같이 갈 사람들을 모았다.
생도들이 돌아갈 루트를 정하는 것을 보며 이안은 팔찌를 들었다.
“그럼 그렇게들 알라고. 난 먼저 돌아갈 테니까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보…….”
“이안 백작!!”
대로에서 기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드래곤 실드 기사단이다.
그들의 단장인 크레펜, 그리고 달의 교단 성녀인 세레스티아가 다가오자 이안은 의아해했다.
“뭐야. 더 할 말 있냐?”
제국에서의 일은 끝났다.
물론 뒤처리와 후속 조치가 남았지만 그건 제국에서 할 일 아닌가.
“아니 이렇게 그냥 가는 경우가 어디 있나?”
“없을 건 또 뭐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길래 아란세는 이안에게 손짓했다.
먼저 출발한다는 신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이 빠르게 떠나는 것을 본 크레펜은 한숨을 쉬었다.
“제국에 발생한 위험을 정리해 줬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고 가야하지 않겠나.”
“필요한 것은 목록으로 적어서 보내도록 하지.”
“그게 아니라…… 혹시 제국으로 올 생각 없나?”
이안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크레펜은 슬쩍 눈을 돌렸다.
“황제가 시켰나?”
“음. 그건.”
“제국의 귀족이 될 생각 없어. 각자 알아서 잘살자고 황제에게 전해.”
“폐하께서 말씀하시더군. 원한다면 샤를 황녀님과의 혼인도…….”
“원하지 않아.”
“……후작 위, 아니, 철혈공의 뒤를 잇는 것까지 제안을 하셨는데…….”
“다 필요 없다.”
후작 위나 공작 위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이안은 세레스티아를 가리켰다.
“그런 데 쓸 자금 있으면 달의 교단에 지원이나 하라고 그래라.”
“앗. 저희는 괜찮습니다. 성도님.”
“달의 교단은 여전히 가난하잖습니까. 제국의 지원금이라도 좀 넉넉하게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군요.”
“아하하. 부끄럽네요.”
“그럼 더 할 말 없지? 난 간다.”
이안은 가방을 들었다.
가방 안에 있는 먀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앞발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아…… 자, 잠깐! 일단 황궁에 들어가서 폐하와 좀 더 협상을…….”
어떻게든 그를 더 잡아 두려 했던 크레펜이 외쳤지만 이안은 팔찌를 작동시켰다.
그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크레펜은 꽤나 아쉬워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나.”
워프를 써서 다른 생도들보다 빨리 아카데미로 복귀하자마자 이안은 시약 제조실로 향했다.
‘키르케. 준비해 놓으란 건 어떻게 됐냐.’
<심리 안정제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재료는 토발린의 심장입니다.>
<토발린의 심장 대체제는 클라운 뿌리의 즙과 로켈린 열매의 씨앗. 쓰리 아이 트롤의 세 번째 눈을 각 3:1:1의 비율로…….>
필요한 재료들을 분석해 놓은 키르케가 보고했다.
그것에 따라 이안이 재료 창고에서 약재들을 꺼내고 있을 때 약재 창고의 문이 열렸다.
“음? 넌 언제 왔냐?”
파이프 담배를 까딱거리는 스크랜다였다.
그가 누아브를 타고 있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은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누아브가 괜찮답니까?”
“뭐 어떠냐. 우리 같은 드워프들은 대지와 친밀한 법이지.”
“아무리 그래도 정령왕인데.”
“난 괜찮아.”
헥헥거리면서 꼬리를 흔들던 누아브가 대꾸하자 가방에서 먀네가 내렸다.
“먀아~.”
그리고 폴짝 뛰어 누아브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인 양 자리를 잡아 버린 먀네를 한번 쓰다듬어 준 스크랜다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재료들이 좀 특이하구만. 뭘 만들려는 거냐?”
“필요한 약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교관님.”
“음?”
“드워븐 시티에 좀 가 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죠.”
“거긴 왜?”
이안은 바로 사정을 설명했다.
드워븐 시티에 케신의 거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게헤른의 부하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고.
이안이 말하자 스크랜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일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 보려는 것입니다. 바쁘시면 안 가셔도 되고.”
“바쁘지는 않아. 수업이야 미루면 되니까. 거기에 네가 만든 작업실 때문에 대체자는 많아.”
이안이 특이한 거지 아카데미에서 야금술 배우는 생도들의 수준은 고만고만하다.
그들 가르치는 정도는 지금 작업하는 드워프 중 아무나 데려다 앉혀 놔도 된다.
“안 그래도 드워븐 시티에서 널 보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았지.”
“그냥 아카데미로 오라고 하시지.”
“드워븐 시티의 용광로를 지켜야 하니까. 어쨌든 그 약만 만들면 갈 거냐?”
“예.”
“얼마나 걸리지? 나도 드워븐 시티에는 연락을 해 둬야 하니까 일정을 좀 공유하자꾸나.”
“다음 주면 될 겁니다.”
“알겠다. 전달해 놓으마.”
“알겠습니다.”
* * *
약이 완성될 때까지 이안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작업을 했다.
하륜에게 줘야 할 티탄과 상품인 좌표 고정기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루벨린을 잡을 준비도 해야했고.
그렇게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약이 완성되었고 이안은 그 약을 가지고 바로 제국 아카데미로 향했다.
“이안…….”
이안의 부름을 받고 나온 샤를의 표정은 어두웠다.
“요 근래 조금 이상하더구나.”
“이상하다라. 뭐가?”
“환청이 들리고, 가끔씩 헛것이 보여. 그리고…… 지금도 보이고 있느니라.”
“어떤 것이 보이지?”
그녀는 이안의 뒤를 가리켰다.
“네 뒤에…… 한 여인이 보이느니라. 굉장히 슬퍼하고 있고…… 그리고 나처럼 너를…….”
그녀를 데리고 나온 오스넨은 이안 쪽을 보았다.
그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정말 심각하군.”
“키리슈난의 기억이 침식을 시작해서 그런 거야. 한 몸에 두 명의 기억이 남아 있다는 이질감이 점점 커지고 진리에 다가가게 되는거지.”
“그 약만 먹으면 낫는 건가?”
“나아.”
이안이 약을 내밀자 샤를은 테이블 위에 놓인 약을 보았다.
검은색 환약과 이안을 번갈아 바라보던 샤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약속대로 약을 한입에 삼켰다.
“윽…….”
극심한 두통이라도 느꼈는지 샤를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렇게 잠시 신음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굉장한 허탈감이구나.”
“금방 잦아들 거야. 그리고…… 이제 안 보이지?”
이안은 자신의 뒤를 가리켰고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봤던 것들은 무엇인가. 단순한 환각이었단 말인가?”
이안에게 끌리던 감정이 잦아듦과 동시에 환각과 환청이 없어졌다.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진리에 접근하며 생기는 부작용인데 실제로 있긴 한 거야.”
“……그럼 네 뒤에 있던 그 여자도?”
샤를의 질문에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