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8화(258/300)
◈ 제258화
129. 어디 건방지게 – 2
“엣?”
당혹스러워하던 메디코가 할 말을 잃자 이안은 차원 문 발생 장치를 툭툭 쳤다.
“정령술과 마법을 결합했군요. 정령계와 이곳이 연결되는 방식을 이용해서 차원의 문에 접근하시려는 것 같은데…….”
“마, 맞네! 그럼 여기서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건가?”
이안은 문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정령계 역시 이 세계에 속한 세계입니다. 즉 다른 차원과 연결되기에는 방향이 맞지 않죠. 흑마법 중에 페이크 디멘션이라는 거 있잖습니까. 그런 것처럼…….”
“하지만 페이크 디멘션은 가짜의 공간을 만드는 거잖은가!”
앞좌석에 앉아 있던 드워프 하나가 손을 들고 외쳤다.
마법사로 보이는 그의 말에 다른 드워프들도 공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와 같은 가짜라면 진짜를 대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외에도 수많은 질문들이 나왔다.
그 질문에 이안은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대꾸해 주었다.
그렇게 질의응답이 끝나자 메디코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건 아예 쓸모가 없다는 건가?”
“제가 보기엔 그렇군요. 그런데…… 메디코 시장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안의 말에 메디코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그랬다.
사실 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 장치를 가동하며 나오는 반응이나 결과들.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던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것을 부정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란 말인가? 이걸로는 다른 차원에 접근을…….”
“하고자 한다면 억지로나마 접근은 가능한데…….”
“뭐?”
절망에 빠져 있던 메디코는 휙 고개를 들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고자 하는 그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통제와 선택의 문제죠.”
“그게…… 무슨 말인가?”
“다른 차원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건 아시죠? 저것을 그대로 연구 및 개량해 가며 작업을 하시면…… 무작위 차원과 연결이 되긴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차원이 어떤 차원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문을 닫을 수도 없죠. 열리기만 할 뿐.”
“그, 그건 연구를 통해서…….”
이안은 옆에 있는 종이를 북 찢었다.
“이거 합쳐서 다시 원래 종이로 만들어 보세요.”
“……하긴 그런가.”
메디코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안정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결국 실패라는 이야기다.
미친 기술자가 만들어 내는 통제 불가의 장치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드워프로서 그런 것을 만들어 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일단 나도 마법사이며 기술자라서…… 차원을 연구하는 자였는데. 내 백 년이 허송세월이었군.”
“그래도 저거 만들면서 공부 많이 하셨잖습니까. 그럼 됐죠.”
“그래…….”
허탈해하던 그는 이안을 보았다.
그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이안은 단번에 눈치챘다.
그렇기에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개척하려 하고 저항하며 발전하려 하셨잖습니까. 그걸 이제 와서 포기하긴 아깝지 않으십니까?”
“윽. 자, 자네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챈 건가?”
“차원 문을 만드는 방법을 알면 가르쳐 달라고 하실 생각 아니십니까?”
“……하아. 보고대로구만. 한번 보면 뭐든 안다더니…….”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알아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메디코는 아까보다 10년은 더 늙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를 잠시 지켜보던 이안은 칠판 쪽으로 다가갔다.
“오프닝 토론으로는 꽤 재미있었군요. 자. 그럼 시작하죠. 일단 질의응답을 해 볼까요?”
이안이 말하자 침묵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이안에게는 나름대로 재미있고 드워프들에게는 꽤나 유익한 연구회가 끝났다.
그간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나 기술들.
그 외 물리, 화학적 지식.
그리고 마법의 방향 같은 것까지.
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이안은 아낌없이 방출했고 드워프들은 빠르게 흡수했다.
이 정도면 드워븐 시티도 마하의 속도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정도라면 20년 안에 드워븐 시티에서도 초기형 티탄을 만들 수 있겠군요.>
‘그럼 훌륭한 거지.’
기초는 깔아 줬으니 나머지는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연구해서 발전할 것이다.
키르케에게 대꾸한 이안이 걸어 나오자 스크랜다가 다가갔다.
“아주 열심히 떠들더구나. 이거 가공법은 뒷전이 된 것 같아.”
“기초 지식은 전달했는데요? 그리고 더 안 물어보시더라구요.”
“쩝. 그냥 날 믿고 있는 건가?”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시행하는 방식을 배워서 갖고 오라는 것 같았다.
부담이 크다.
스크랜다가 한숨을 내쉬자 이안은 씩 웃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많이 가져가셨잖습니까.”
“윽. 알고 있었냐?”
“스크랜다 교관님 말고도 다른 드워프분들이 제가 알려 드린 기술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연구하는 것 정도는 압니다.”
“그런가. 그나저나 넌 참 대단한 것 같다.”
“별것 아닙니다.”
“아니…… 별것 아닐 리 없지. 네가 우리 같은 드워프라면 모를까. 인간이면서도 기술 전수에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드워프들은 자격이 되는 자들에게는 기술 전수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달랐다.
사소한 기술 하나 전파하는 데도 십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깝지 않냐?”
“원래 지식은 공유하면서 발전하는 법입니다.”
“욕심도 없군. 자. 그럼 가자. 널 위해서 만찬을 준비했단다.”
“그런가요? 그럼 가시죠.”
이안과 함께 걸어가던 스크랜다는 그의 가방에 있던 먀네가 튀어나오자 가볍게 잡았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가게에서 좋은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워븐 시티는 장인들이 만든 물건도 좋지만 요리도 굉장하지.”
“그렇습니까?”
“요리는 기술이니까.”
“그렇군요. 이거 기대가 됩니다.”
“음. 그래. 저 요리를 준비하라고 말해 놓은 게 메디코 시장인데…….”
스크랜다는 아까 연구회 때 메디코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 그가 열심히 준비한 차원 문 발생 장치가 결국 잘못된 것이다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가 얼마나 실망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다 먹고 메디코 시장을 만나 보자.”
“좌절했을 때는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일어나는 것보다는 옆에서 부축해 주는 게 더 좋지 않겠냐? 모두가 너처럼 강한 것은 아냐.”
스크랜다는 이안의 등을 툭 토닥였다.
그를 힐끔 본 이안은 문을 열며 담담하게 말했다.
“부축해 주는 놈이 이상한 놈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
“그게 무슨 소리냐?”
“가끔씩 부축해 주는 척하면서 절벽으로 떠미는 놈들이 있더군요.”
자신의 경험을 말한 이안은 많은 드워프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향했다.
그가 온 것을 드워프들이 환영하는 걸 보던 스크랜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껏 부축해 주고 절벽으로 민다고……? 왜 그런 짓을?”
이안의 환영회에도 참가하지 못한 채 메디코는 자신이 만든 차원 문 발생 장치를 바라보았다.
긴 시간 동안 이것 하나만 바라보며 연구해 왔다.
그런데 이게 방향이 잘못된 쓰레기라니.
“하아…….”
그의 말을 믿어야 할까?
머리는 믿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부정하고 있었다.
“아아아아…….”
절망감이 담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막대한 허탈감이 몸을 감싼다.
그렇게, 홀로 차원 문 발생 장치를 바라보던 그는 망치를 들었다.
그때였다.
그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메디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 누, 누구요?!”
아무도 없는데도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잘못 들었나……?”
“제대로 들었다.”
“뭐?”
그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계속 들리자 메디코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 누구시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지금까지 한 것이지.”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결과물.
이제 코앞이라 생각했던, 자식과 같은 결과물.
이안에게 부정당한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다.
메디코는 긴장했다.
“차원 문 발생 장치…….”
“그래. 이봐. 넌 저것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 왔지?”
“그야…….”
모든 것을 걸었다.
마도국의 뒤를 잇는 것은 마탑이 아닌 드워븐 시티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이제는 없어져 버린 차원에 대한 기술을 증명하겠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 만들어 왔다.
“그런데 그걸. 네가 살아온 것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애송이가 안 된다고 말했어.”
“그, 그렇지만…….”
“물론 그가 마도국의 유산을 얻은 것은 인정해. 또한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가졌지. 하지만 차원에 대한 부분까지 그럴까? 이봐. 메디코.”
달콤한 목소리는 그의 귓가를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쉽게 버릴 거야? 네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거야?”
메디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는 알고 있다.
매번 실패를 할 때마다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포기해야 한다.
어쩌면 여기서 망치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 가지고 언제 네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달콤한 목소리에 도발이 섞였다.
한평생 기술자로 살아왔던 그의 자존심을 한껏 건드리는 그 말투에 메디코는 망치를 꽉 쥐었다.
“이건 잘못되었다.”
“방향성의 차이일 뿐이야. 어쨌든 다른 차원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은 맞다고. 그리고 그 말을 한 것은 이안뿐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잘못되었다고 말한다면 해결책도 제시해야지.”
“……그러는 너는? 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나?”
그저 자신의 미혹이 만들어 낸 목소리라 생각한 메디코는 퉁명스럽게 물었고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물론이지.”
“뭐?”
“방향 제시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것 정도는 얼마든지 말해 줄 수 있다.”
메디코는 깨달았다.
이 목소리가 단순한 환청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망치를 든 채 외쳤다.
“누구냐!!”
하지만 나오는 이는 없었다.
그저 그의 귓가에 목소리만 들릴 뿐.
“누구냐고? 내가 누구냐라…….”
목소리의 주인은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루벨린이라고 한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메디코의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헉!”
문 앞에 있는 것은 어깨에 새하얀 고양이를 앉힌 이안이었다.
다짜고짜 연구실에 들어온 그는 히죽 웃었다.
“어디 건방지게 내가 있는 곳에서 전음을 써? 야. 다 들렸거든?”
그가 나타나자마자 목소리는 사라졌고 이안은 히죽 웃었다.
‘키르케. 추적해.’
<추적에 실패했습니다.>
그녀의 답변을 들은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