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59화(259/300)
◈ 제259화
130. 흔적을 발견했다 – 1
“이, 이안 백작! 나는……!”
“아. 시장님께서 넘어가지 않으셨단 건 압니다. 흔들리긴 하셨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죠.”
왜 메디코에게 루벨린이 말을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 전음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쓰는 자를 찾아냈는데.
그럼 바로 잡으러 가면 그만이다.
이안은 아까 감지했던 위치로 바로 워프했다.
산의 지하에 있는 드워븐 시티의 가장 위쪽.
만년설로 뒤덮인 산의 정상에 도착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흔적 따위는 없었다.
“먀네.”
“먀아아아아!!”
먀네의 몸에서 한기의 빛이 뿜어졌다.
그것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만들어 내는 파장을 이용해 탐색을 한 번 더 한 이안은 빠르게 움직였다.
무언가가 산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잡았다! 요놈!”
검은 기운이 감싸여 있는 것을 향해 워프한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검은 기운은 그의 검격을 피해 낸 후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며 쏟아졌다.
“흥!”
낮게 콧방귀를 뀌며 기운을 막아 낸 이안이 손을 뻗는다.
수백 개의 마법진이 겹쳐지며 완성된 뇌룡은 단번에 검은 기운을 휩쓸어 버렸다.
“오우.”
이안의 어깨에 앉아 있던 먀네도 폴짝 뛰어 밑으로 내려와 털을 곤두세웠다.
그의 공격에도 검은 기운에 감싸인 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듯 보였다.
“……지금 우리가 만날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안은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지.”
“어차피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럼 지금 만나자.”
순간 이안의 몸이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검은 기운의 뒤에서 나타난 그는 바로 검을 휘둘렀다.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일격에 검은 기운이 갈라진다.
그러며 안의 내용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꼭두각시술이라니.”
검은 기운 안에 있는 것은 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사람 크기의 덩치를 지닌 인형이 반으로 갈라져 쓰러지자 이안은 그 머리를 밟았다.
“너 뭐 하는 놈이냐?”
“아직 제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아 준비가 끝날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시죠.”
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검은 기운도 완전히 흩어져 사라져 버리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꼭두각시술이라지만 세계의 검이라면 조종자도 타격을 입었을 거야. 키르케. 탐색해 봐.”
<탐색 중입니다.>
<탐색에 실패하였습니다.>
“작정하고 네 탐색을 막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판단됩니다.>
“보통 놈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까지 가능할 줄은 나도 몰랐네. 이건 좀 놀랍다.”
평온한 어조로 말한 이안은 금 인형을 들었다.
인형의 몸 전체에 새겨져 있는 세밀한 주술식을 확인한 이안은 손을 움직였다.
그의 내공이 금 인형을 스쳐 지나가며 주술식을 지워 버렸다.
<하지만 이런 자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놈이 처음 아닌가?”
<그렇죠.>
“어쨌든 조사는 계속해 봐. 단서가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위험한 놈일 수도 있습니다.>
키르케가 걱정을 담아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위험은 무슨.”
그리고 팔찌를 조작하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이런 놈이 처음도 아니고.”
이안이 돌아오자 스크랜다와 레가노스가 그에게 달려왔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나가더니 뭐 하다가 온 것일까.
궁금해하는 그들이 묻기 전에 메디코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저. 이안 백작.”
“아까 걔가 루벨린이라고 악마들의 신이라 불리는 자입니다.”
메디코는 움찔했다.
연구자나 기술자들은 벽에 막힐 때마다 유혹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정도면 괜찮다.
결과만 살짝 바꾸면 된다.
그럼 지금까지 노력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재료를 좀 더 싼 것으로 하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열 번 두드릴 거 아홉 번만 두드리면 좀 더 편해질 수 있다.
연구자와 기술자에게 들려오는 달콤한 유혹은 자신의 내면이 내는 경우도 있지만 악마들의 속삭임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악마들의 신이라는 자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내가 그럼 그에게 넘어가려 했다는 건가.”
“넘어가지는 않으셨잖습니까.”
이안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축 늘어진 어깨를 꽉 잡아 세워 준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연구라는 게 원래 백 번의 실패 후에 한 번의 성공을 이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시장님께서는 아직 덜 넘어지셨을 뿐입니다.”
메디코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터벅터벅 되돌아가자 스크랜다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뭐라고 얘기할까.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피식 웃었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시죠.”
드워븐 시티에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첫날의 연구회와 환영회가 끝나자 이안은 한결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같이 다니는 게 낫지 않겠나?”
“아뇨. 혼자 가는 게 편합니다.”
“그래? 그럼 난 용광로 쪽에 가 있을 거니까 일 있으면 불러라.”
드워븐 시티가 딱히 위험한 것도 아닌 만큼 스크랜다는 별걱정이 없었다.
그가 용광로로 향하는 것을 본 이안이 케신의 거처가 있을 만한 곳을 찾으려고 할 때.
키르케가 이안에게 보고했다.
<주인님.>
<드워븐 시티 앞에 하이랄이 도착했습니다.>
“어?”
엘프의 숲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하이랄은 또 왜 나왔나.
이안이 의아해하는 사이 몇몇 드워프들이 드워븐 시티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아. 오늘 저희 거래처에서 오는 날이라서 그렇습니다.”
“뛰어난 마법사님이신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하이랄입니까?”
“어? 아십니까?”
드워프 하나가 신기해하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요. 하이랄 님은 대단한 마법사님이신 데다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저희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십니다.”
그러니 이안도 만나서 한번 얘기를 해 보는 것이 어떤가.
그들의 제안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드워프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자 한 엘프가 서서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동굴에서 나온 드워프들을 발견한 그녀는 흠칫 놀랐다.
“그대는 왜 거기 있는가.”
“내가 못 올 곳에 왔나?”
“그건 아니다만. 이거 놀랍군.”
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하이랄이 말하자 드워프들은 이안과 하이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설마 둘이 사귀었던 건가?”
“내연 사이?”
“하지만 나이 차이가……. 하이랄 님이 그 정도로 도둑놈 심보를 갖고 있지는 않을 텐데?”
드워븐 시티의 미래를 결정하는 회의도 이 정도로 진지하지는 않을 거다.
그들의 수군거림을 듣던 하이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달짝지근한 관계가 아니다.”
“그럼 무슨 사이십니까? 아. 혹시 연구 때문에…….”
“저자가 내 제자이며 내 가문의 엘프를 죽였지.”
“아.”
진짜 심각한 사이였나 보다.
물론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르지만.
드워프들은 괜히 이안을 데리고 나왔다고 생각했다.
“으음. 죄송합니다. 만나기 껄끄러우셨을 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요.”
이안에게 말을 걸었던 드워프는 하이랄을 보았다.
그녀 역시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였다.
“제자이며 가문의 엘프를 죽였는데 저래도 되나?”
“원래 어느 부분에서 뛰어난 자들이 괴팍하잖나.”
“……돌아가도 되나?”
하이랄이 인상을 찡그리자 드워프들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 아닙니다. 어서 가시죠.”
드워프들은 하이랄과 함께 동굴 쪽으로 향했다.
동굴 입구에 있는 커다란 방어 마법 시설부터 점검을 해야 한다.
“이거 네가 만든 거냐?”
“만든 것은 과거 마도국이고, 나는 그저 이것을 유지 및 보수하는 정도이니라.”
하이랄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기둥에서 빛이 뿜어졌다.
“흠…… 이 근처에 뭔가 일이 있었군.”
“아. 예. 근처에 있는 유적에서 몬스터들이 집결하더군요.”
“거기에 용인이 있었고…… 저희가 잡았습니다.”
“그래? 훌륭하구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설의 점검을 끝낸 하이랄은 휙 고개를 돌려 이안을 보았다.
“왜?”
“엘프의 숲 근처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랬지.”
“용인이라…… 마치 마룡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구나. 그대는 알고 있는가? 과거 수많은 용을 학살한…….”
“게헤른?”
“그렇느니라. 용인은 그 용의 권속으로 스스로를 게헤른의 자식이라 칭하지. 아무튼 그 강대한 용은…….”
“죽었어.”
하이랄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뭐라?”
“죽었다고.”
지나가다가 오크라도 하나 잡았다는 것처럼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런 이안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이랄은 다급하게 물었다.
“그것이 정말이더냐?!”
“엘프의 숲에는 아직 소문이 전달되지 않은 모양인데 제국 쪽에서는 알 사람들 다 안다.”
“아니…… 그렇다면 하트는? 드래곤 하트는 없었느냐? 게헤른이 강력한 이유는 용들을 죽이고 그 마력이 담긴 심장을 취해 자신의 심장을 강화했기 때문이니라.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힘도.”
“없던데.”
“뭐라? 그럴 리 없는데?”
하이랄은 꽤나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한참 혼자 중얼거리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게헤른을 죽인 것이 맞나?”
“맞아.”
“으으으으음…… 그렇다면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구나. 네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누군가가 그 마력과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루벨린 아니야?”
하이랄은 입을 다물었다.
그대로 선 채 그녀가 골똘히 생각을 이어 나가자 앞서갔던 드워프들이 돌아왔다.
“엥? 하이랄 님이 왜 이러십니까?”
“이렇게 되면 하루는 움직이지도 않으실 텐데. 일단 옮겨 두자고.”
드워븐 시티에 있는 유물이나 시설들을 확인할 때 가끔씩 하이랄은 이렇게 정지하곤 했다.
드워프들이 그녀를 옮기려 하자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하이랄의 몸이 떠올랐다.
“오. 굉장하군요. 오러입니까?”
“예. 이자는 제가 옮기죠.”
“감사합니다. 바로 밑으로 가시죠.”
그렇게 하이랄을 들고 드워븐 시티에 들어가 마련된 숙소에 그녀를 넣었다.
“먀아~.”
석상처럼 굳어 있는 그녀를 향해 먀네는 폴짝 뛰었다.
하이랄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은 먀네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식빵을 굽기 시작한다.
그걸 보던 이안은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키르케. 주변 탐색하면서 케신의 흔적이 있나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고 이안은 바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던 드워프들은 말없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이랄은 번쩍 눈을 떴다.
“음. 머리가 무겁군.”
“먀아~.”
“……아니?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 것이냐.”
언제 올라온 것인지 모를 먀네를 내린 그녀는 가부좌를 튼 이안이 자신을 바라보자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놀라지 말고 듣거라. 만약 게헤른의 마력을 루벨린이 가져갔다면…… 내 생각에 그는.”
이안은 그녀가 말하기 전 먼저 말했다.
“다른 차원의 힘을 쓰려고 한다?”
“……그걸 먼저 말하면 지금까지 궁리한 내가 무엇이 되느냐.”
하이랄은 조금 풀 죽은 어조로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