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화(26/300)
◈ 제26화
13. 차원이 다르다 – 2
“아라크네 거미줄 채취? 어? 이건 하급생도의 요청선데? 하급생도도 A급 몬스터를 잡아야 합니까?”
이안이 종이를 꺼내 읽자 하운드는 힐끔 보고 고개를 저었다.
“하급생도의 승급 시험 중의 연금술 항목에 필요한 재료라 그런 거지. 수업이랑은 상관없어.”
발주자는 하급 C반의 연금술사 아리안 헤베라고 적혀 있었다.
“아냐?”
“몰라.”
이안의 기억을 뒤져도 이 이름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즉 이안과는 큰 관계가 없는 생도라는 것이다.
키르케가 설명하려 하자 그는 제지하고 종이를 보았다.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이용한 약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거미줄을 구할 수 없으니 같이 구하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하급 승급 시험에 A급 몬스터의 재료가 쓰인다니.”
“거미줄 정도라면 중급에서도 채집은 가능하니까. 자. 어쨌든 신청은 끝났고…… 넌 사교회 같은 건 들어갈 생각 있냐?”
“딱히 관심 없는데. 왜? 뭐 괜찮은 거라도 있나?”
“작위 낮은 귀족들 같은 경우는 생도회에 많이 들어가더라고.”
“생도회라. 시간 많이 뺏기겠지?”
“당연한 얘길.”
생도회는 아카데미에서 상당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그 의무 역시 꽤나 많았다.
당장 기자재의 반입을 위한 조사 및 아카데미와 마을의 치안유지.
제국 아카데미와의 관계 및 협력 나라들과의 사무업무.
각 왕국 기사단들의 일정 조율이나 외부 기관과의 응대.
그 밖에도 재학 중에 많은 일을 하지만 졸업 후에 다양한 기관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작위가 낮고 미래가 불투명한 생도들은 일부러 생도회에 들어가곤 한다.
“아니면 댄스 연구회는 어떠냐? 우리 아우덴 백작가가 파티를 자주 열거든.”
“뭐. 나보고 아우덴 백작가로 오라는 얘기냐?”
“이안. 사실 난 우리가 전생에 형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어.”
<블랜치 아우덴의 혼이 차원을 넘을 정도의 힘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키르케의 말을 듣지 않아도 안다.
이안이 피식 웃자 블랜치는 그의 팔을 잡았다.
“아무튼 친구야. 내가 널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좀 알아줬으면 하는구나.”
“그래. 그래.”
그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걸어 아카데미 본관에 도착했다.
꽤나 거대한 건물 앞에 도착하자 블랜치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럼 난 동호회 가 봐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고. 먀네. 안녕~.”
“먐먀~.”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울자 블랜치는 히죽거리고 떠났다.
그가 본관으로 들어가자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태양신전에 가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서 봉사 활동이나 하고 예배나 드리면서 태양의 기운이나 얻자.
이안은 어깨에 있는 먀네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2레벨이 되었으니 얘의 정보 확인도 가능하지?”
<빛의 정령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해 봐.”
<빛의 정령은 태고부터 존재했던 정령입니다.>
<현재는 고양이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정령화 된 실제 모습은 일종의 빛의 덩어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실체화한 빛의 정령의 특징은 하얀 털과 황금색 무늬입니다.>
<실체화를 하면 빛의 정령으로서의 능력을 대부분 잃지만 태양과 달의 기운 및 다양한 기운을 통해 회복이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로?”
<최대로 성장 시 플로더 마대륙의 드래곤 수준의 힘을 지닙니다.>
<성장에 따라 사념을 통해 의사 전달이 가능합니다.>
키르케는 계속 설명했다.
<또한 충성심이 강하여 주인이 죽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그건 안타깝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은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지 끝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죽음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넌 그러지 마라.”
“먀아?”
먀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안은 먀네에게 내공을 불어 넣었다.
“먀아아아……!”
내공에 담긴 태양의 기운을 느낀 모양이다.
먀네는 기분 좋게 울며 그의 손 위에서 몸을 말았다.
순간 먀네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하얀 털이 더욱 부드러워졌고 금색의 무늬가 좀 더 많아졌다.
먀네는 더욱 깊어진 눈으로 이안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먐먀~.”
“말은 안 하는데?”
<성장률이 부족합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더 해 봐야겠군.”
태양의 기운을 받은 먀네가 기분 좋게 그르렁거리며 이안의 얼굴에 털을 비비고 있을 때.
“이안?”
“여기서 뭐 해요?”
그의 뒤쪽으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륜과 윌디였다.
본관과 연결된 계단에서 내려온 둘이 다가오자 이안은 의아해했다.
“웬일로 둘이 붙어 있냐?”
“아. 저희 지리 연구회에 참가하고 있거든요.”
“솔트 후작가와 프레디시안 백작가 둘 다 상업 가문이니까. 거기 모이는 정보는 큰 도움이 되지.”
둘 모두 소금을 취급하는 가문으로 솔트 후작가는 거대 염전, 프레디시안 백작가는 거대한 암염 광산을 운영한다.
거기에 그 외에도 영지에서 많은 것을 생산하고 판매하니 지리 연구회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나쁜 판단은 아니리라.
윌디는 빙긋 웃으며 이안에게 다가갔다.
“상업에 관심이 있다면 자세하게 얘기해 줄까요? 아. 차라리 방학 때 와 보는 게 어때요? 정식으로 초대할게요.”
“그런 거면 내 쪽으로 와라. 이안. 바다 본 적 있나? 솔트 후작령에는 바다도 있다. 바다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인생관이 바뀐다고 하더군.”
둘 모두 이안을 탐내고 있었다.
그의 무력이나 지식, 그리고 그의 담대함과 리더십까지.
모든 부분에서 좋게 볼 것들뿐이니 말이다.
물론 좀 막 나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그 정도는 가문에서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었다.
“저녁 같이 먹으면서 솔트 영지에 대해 말해 주지. 어지간한 곳보다는 조건이 훨씬 좋을 거다.”
하륜이 이안의 어깨를 툭툭 토닥이며 씩 웃자 윌디는 그의 손을 잡아챘다.
“이안. 발라에게 들어 보니 당신 금속에 관심 많다면서요? 저희 프레디시안 백작령에는 희귀 금속이 나는 광산이 있는데…….”
“솔트 영지에도 광산은 있지. 거기 철이…….”
서로를 노려보던 둘이 각자의 영지를 자랑하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달의 신전은?”
“없는데.”
“없어요.”
그럼 됐다.
그가 몸을 돌리고 가려 하자 둘은 다급히 쫓았다.
“야야. 잠깐만 기다려봐!”
“잠깐이면 된다니까요? 이안. 저희 영지에 분명 달의 신전은 없지만 다른 건 많…….”
그때 본관 건물에서 약간 허스키한, 하지만 꽤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이서 한 사람을 괴롭히다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셋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짙은 푸른빛 머리에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지닌 미청년이었다.
이안보다 5살은 더 많아 보이는 그는 중갑을 착용한 채 여유롭게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를 본 윌디는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생도회장. 라키드.”
이안이 그를 빤히 보는 사이 그는 둘을 향해 엄중한 어조로 말했다.
“아카데미 본관에서 이런 소란에, 거기에 약자를 괴롭히며 평화를 어그러트리려 하다니.”
하륜과 윌디는 당황했다.
약자?
이안이 약자면 이 세상에 약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나.
“괜찮나? 이름이 뭐지?”
보빌드 던전의 일로 나름대로 아카데미에서 얼굴이 알려졌다 생각했는데.
이안은 자신을 모르는 그를 신기해하며 바라보았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회 회장 라키드 스칼렛이다.”
<스칼렛 왕국은 브랜든 남작가가 속해 있는 나라입니다.>
<라키드 스칼렛은 스칼렛 왕국의 2왕자로 계승권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난 자로 유명합니다.>
<또한 패왕 거스트의 제자로 현재 마스터 수준의 실력을 지녔습니다.>
“중급 B반 대표 이안 브랜든입니다.”
“이안이라……. 네가 그 녀석이었군.”
그는 이안을 살펴보았다.
마른 체형에 마른 얼굴.
어깨에 있는 고양이가 귀엽긴 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B반 대표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안은 하륜을 보았다.
“대표직 너한테 넘긴 지 꽤 됐고 처리도 됐어.”
학기 도중 갑자기 대표가 바뀐 것 때문에 아카데미가 꽤 소란스러웠었다.
이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인데 왜 모르는 걸까?
그들의 대화를 들은 라키드는 고개를 저었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쪽에 신경 쓰느라 그런 소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복귀요?”
“상급생도는 의뢰를 받아 아카데미 바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모르나?”
“아. 아아~ 그 복귀. 알고 있습니다.”
전에 상급생도로 승급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의무에 분명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안이 납득하자 그는 휙 고개를 돌렸다.
하륜과 윌디를 보던 그는 검자루를 쥐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왜 B반 대표를 괴롭히는 것이냐.”
둘은 바로 정색했다.
“오해입니다. 회장님. 저는 B반 생도 윌디 프레디시안입니다.”
“하륜 솔트입니다. 마찬가지로 B반 생도입니다.”
둘이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뭘 한 거지?”
“잠깐 얘기 좀 하자는 것입니다.”
“방학 때 저희 영지로 초청하던 것뿐이었구요.”
둘이 항변하자 그는 이안을 보았다.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이런 일에도 나서십니까?”
“생도회는 아카데미의 치안 유지도 맡는다. 회장이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다.”
“아하. 그런데 하급생도들은 관리 안 하십니까?”
“한다. 문제라도 있나?”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씩 웃었다.
그 웃음에 뭔가를 느꼈는지 그는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뭔가 있군.”
“같은 반 생도끼리 괴롭히는 일은 하급생도들에게서 많이 생깁니다. 그쪽이나 한번 알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아. 하급에서 또……. 그렇군. 알겠다.”
라키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친목을 강제하는 것 또한 좋은 것이 아니다.”
“아. 예.”
“그러겠습니다.”
둘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만족한 라키드는 왔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그가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이안은 지그시 응시했다.
“먀아…….”
먀네도 뭔가 기분 나쁘다는 듯 그를 보며 살짝 울었다.
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하륜과 윌디는 안도했다.
“어휴. 큰일 날 뻔했네.”
“하륜! 당신 때문에 이게 뭔가요!”
“내가 뭘 어쨌다고. 어쨌든 이안. 저녁 먹으러 갈 거지?”
“봉사 활동 가야 해서 저녁은 좀 그렇고. 저 생도회장이 뭔데 다들 그렇게 긴장해?”
“생도회장의 권한 때문이죠. 생도들을 이끌 수 있는 데다가 상급 교관 수준의 권한을 지녔거든요.”
“잘못 걸리면 귀찮아지지.”
역대 생도회장의 권한에 대해 몇 가지 설명한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후…… 이안. 아직 아카데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 봉사 활동 끝나고 저녁 먹으면서 설명해 줄까?”
“아니면 봉사 활동 같이할까요? 아. 그리고 저희 영지에는 달의 신전이 없지만 저희 가문과 연계하는 분들 중에 달의 신전과 관련된 분들이 많을 거예요.”
윌디가 선수를 치자 하륜은 코웃음을 쳤다.
“솔트 후작가에서 소금 판매하는 곳 중에는 달의 신전도 있다.”
“시끄럽네요.”
둘이 기 싸움을 시작하자 이안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야! 이안! 같이 가!”
“기다려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