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0화(260/300)
◈ 제260화
130. 흔적을 발견했다 – 2
“어쨌든 하던 일은 해야겠지.”
시무룩해진 그녀가 터벅터벅 나가자 이안 역시 숙소에서 나왔다.
그렇게 시설들을 돌며 하이랄은 가볍게 설명했다.
“마도의 극의에 도달하기 위해 참고한 문헌들 중에는 용이 쓴 문헌들도 있느니라.”
“그래?”
“그렇지. 그중 용들의 대표자라 불렸던 위볼라드라는 용이 있었느니라. 위볼라드의 저서. 이계의 색채라는 책에서 말하길. 세상에는 수많은 차원이 있다고 했었지.”
용광로의 온도 조절 장치를 조정한 후 하이랄은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저서를 기반으로 마도국과 위볼라드는 오랜 기간 연구를 해 결국 탑을 만들어 냈느니라.”
“그럼 잊힌 도시의 탑을 만드는 과정에 용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건가?”
“위볼라드뿐이지만.”
“그래?”
별 관심 없다는 듯 이안이 말하자 조정을 끝낸 하이랄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다른 차원의 힘을 노리는 위볼라드뿐만 아니라 막대한 마력을 지닌 용들 모두 게헤른에게 죽었지.”
“흠.”
“그리고 그 게헤른은 너에게 죽었고.”
“그렇지.”
“거기에 그가 가진 마력이 없다는 것. 그것을 다른 차원의 힘을 쓸 수 있는 루벨린이 가져갔다는 것. 꽤나 심각한 일 아닌가?”
“이제 안 심각할 거야. 내가 나섰으니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하이랄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내가 왜 궁극의 마도를 추구하는지 알고 있는가?”
“관심 없는데.”
“없어도 듣거라. 루벨린 때문이니라.”
악마들의 신이며 다른 차원을 엿볼 수 있는 자.
막대한 힘을 지녀 세상의 멸망을 노리는 자.
그자를 막기 위해서 마도의 극의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대와 나. 서로의 목적이 일치하니 서로 돕는 것은 어떠한가?”
“어떻게?”
“프레돈 아카데미에 신기한 것이 많다고 하더군. 그리고 네가 신기한 것을 많이 만들고. 그…… 티탄이라고 하던가?”
“게헤른이 죽은 건 모르면서 티탄에 대해서는 알고 있네.”
“세계수의 의회에서 나온 안건이니 말이다. 엘프의 숲에도 티탄과 같은 것을 만들 수 없냐고 하더군.”
마스터 정도의 힘에 오러, 마력, 정령력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한 티탄.
그것을 다수 만들 수 있다면 엘프의 숲을 보호함과 동시에 향후 루벨린이 나타났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수의 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하이랄은 티탄에 관심을 드러냈었다.
“한번 보고 싶군.”
“와서 봐라.”
“호오. 가도 된다는 것인가?”
“프레돈 아카데미에 외부인 출입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는데? 와서 사고만 치지 마.”
“그렇다면 괜찮겠군. 언제 돌아갈 생각인가.”
“글쎄다.”
드워븐 시티에 온 이유는 케신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계속 탐색을 해 보았지만 키르케가 딱히 무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발견한 것은 단 하나, 루벨린의 분신이 있었다는 정도뿐이다.
“그의 분신이라. 그리고 메디코를 유혹하여 그에게 차원 문을 만들게 하려 했다…… 더 골치 아파졌구나.”
하이랄이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투덜거리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꼭두각시인지 분신인지를 잡았으니 루벨린이 여기서 더 수작을 부릴 가능성은 줄어든 것 아닌가?”
“위협을 느꼈다면 그러겠지.”
“그렇군. 그럼 돌아가는 것으로 알겠다.”
하이랄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다 끝났다.
이안도 더 이상 남을 이유가 없었기에 둘은 곧장 대용광로로 향했다.
대용광로의 드워프들은 꽤나 바빠 보였다.
이안뿐만이 아니라 하이랄까지 온 거다.
지금까지 만든 물품들의 검수를 요청할 기회라 그런지 대용광로에는 꽤나 많은 장비들이 놓였다.
“오오! 하이랄 님! 어서 오십쇼!”
“이게 이번에 우리가 만든 겁니다!”
드워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장비품들을 보였다.
하나같이 바깥에 나가면 꽤나 시끄러워질 보물들이었다.
그것들을 하이랄이 살피는 사이 이안은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차원 문 발생 장치를 응시하는 메디코가 있었다.
“왔는가.”
“예. 그나저나 이거. 계속 갖고 계실 생각이십니까?”
“부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차마 손이 움직이지 않더군.”
루벨린.
악마의 신이라 불리는 자에게도 인정받은 장치다.
조금만 더 개량하고 연구한다면 차원 문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통제가 안 되겠지만 그건 연구와 노력에 따라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그런 미련이 메디코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정말 이게 잘못 만들어진 것인가?”
“메디코 시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통제가 가능한 차원 문 아닙니까?”
“그렇지…….”
“이걸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차원 문뿐입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약간 가시 돋친 어조로 그가 말하자 이안은 분필을 들었다.
방 안쪽에 있는 칠판에 이안이 빠르게 수식과 마법진을 그렸다.
“허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가 적어 나가는 것을 보던 메디코는 숨을 토해 냈다.
저게 뭐란 말인가.
자신은 반도 이해할 수 없는 수식들과 마법진이 빼곡하게 적힌다.
조금의 여백도 남기지 않고 칠판에 빽빽하게 적은 이안은 분필을 내려놓은 후 말을 이었다.
“이것들. 전부 이해하실 수 있으십니까?”
“……마력의 흐름이나 배분 쪽은 가능하지만 그 안정화의 수식…… 맞나?”
“예.”
“그렇군. 그건 새로운 재료를 만들기 위한 수식 같은데…….”
“맞습니다.”
즉.
안정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메디코 시장님께서 만드신 장치는 꽤나 훌륭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완성이 불가능합니다. 재료가 부족하지요.”
“자네가 티탄을 만들 때 썼던 재료들처럼?”
“예.”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예 새로운 물질들이 필요하다.
그것들이 하나도 아니고 수십은 넘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안정된 차원 문을 만들 준비나마 할 수 있으리라.
“이것들을 전부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힘들다는 거군.”
“루벨린이 시장님을 유혹한 것도 그것 때문일 겁니다. 시장님께서 몇 년 동안 고생하시면 저것이 작동은 할 겁니다.”
물론 통제되지 않는 차원 문이 열릴 거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뒷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메디코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의 목적은 세계의 멸망입니다. 그 멸망을 시장님의 손으로, 시장님께서 오랜 기간 고생해서 만든 장치로 이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것을 원하십니까?”
그는 자신이 맹세코 그런 미친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고개를 저었다.
“하아. 쉽지 않구만.”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재료 공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연구회에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으음. 드워븐 시티에서 간 젊은 드워프들이 거기서 꽤나 고생한다고 들었다네.”
“에. 뭐 그렇죠. 원래 연구자들은 그렇게 고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연구 개발 구역은 불야성으로 유명하다.
낮이든 밤이든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늘 인력이 부족해 프레돈 아카데미 내에서 뛰어난 지식을 가진 이들을 끌어들이려고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 내가 갈 수 있겠나?”
“시장님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안 그래도 연구할 것들이 많은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흠…… 하지만 자네는 필요하지 않잖은가.”
“예.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들이 있는 방으로 하이랄이 들어왔다.
메디코 역시 하이랄을 알고 있기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랄 님. 언제 오셨습니까?”
“아까 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꽤나 심각하구나. 내가 나가 줘야겠느냐?”
“아닙니다.”
“흠…… 아직도 이걸 만들고 있군.”
하이랄이 차원 문 발생 장치를 가리키자 메디코는 머쓱해했다.
“이거 좀 잘못된 것 같구나.”
“……안 그래도 이안 백작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잘됐구나. 내 밑으로 들어와서 연구를 해 볼 생각은 없느냐?”
“프레돈 아카데미에서도 같은 제안이 들어왔습니다만…….”
지금 한창 뜨고 있는 프레돈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동.
그리고 하이랄의 연구실.
둘 중 어디로 갈지 선택해야 한다.
갈등에 휩싸인 그를 향해 하이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프레돈 아카데미로 가는 것이 좋겠지. 나 역시도 그곳을 오고 갈 예정이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이야기는 끝났다.
좀 더 배워야 하고, 좀 더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드워븐 시티에서 시장직에 있을 정도로 나이가 많은 메디코였지만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겠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원 문 발생 장치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반드시.”
들고 있는 망치로 발생 장치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마력이 담긴 망치에 부딪힐 때마다 발생 장치가 박살 난다.
삽시간에 발생 장치를 고철로 만든 그는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날 잡고 있는 두 개의 고리 중 하나를 끊었다네.”
“남은 하나는 시장 자리겠군요.”
안쪽에서 들린 소리 때문일까?
드워프들이 놀란 얼굴로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메디코는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시장에서 물러나겠네. 장인 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시장을 뽑아야겠어.”
그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드워프들은 모두 기겁했다.
메디코가 시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에 드워븐 시티가 꽤나 혼란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장인이 더 배우기 위해서 물러나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결국 새로운 시장은 레가노스가 되었다.
“음. 시장으로서 제가 일을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열심히 해 보죠.”
새로운 시장에 취임한 그는 짐을 잔뜩 챙긴 메디코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메디코 시장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프레돈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동은 젊은 드워프들도 힘들어하는 곳인데.”
그는 함께 프레돈 아카데미로 떠나는 스크랜다를 가리켰다.
“스크랜다에게 들어 보니 야근은 기본이고 철야도 꽤나 한다더군요. 그리고 같이 일하던 마법사들도 그랬는데…….”
“하하. 장인이 그런 걸 두려워해서 쓰겠나.”
레가노스의 어깨를 툭툭 토닥인 메디코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슬쩍 고개만 돌린 채 씩 웃었다.
“반드시 성과를 얻고 돌아오겠네.”
“음…… 예. 저희 드워븐 시티에서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이안 일행은 바로 게이트를 타고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연구 개발동에 도착한 메디코는 이안의 연구실 앞에 있는 함선을 발견했다.
몇몇 드워프나 마법사들이 핼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그것이군…….”
“난 티탄부터 확인해 보고 싶구나.”
함께 온 하이랄이 말하자 이안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연구 개발동을 수호하던 티탄 한 대가 다가오자 하이랄은 눈을 반짝였다.
“이거 굉장한데……. 하지만 아직 모자라.”
티탄의 외견을 살피던 하이랄은 씩 웃었다.
“이런 것이라면 변신 합체 능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녀가 티탄의 여기저기를 만지며 말하자 이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메디코에게 말했다.
“그럼 메디코 연구원께서는 대장간으로 가 주시죠.”
“알겠네.”
“아.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뭔가?”
이안은 그의 양쪽 어깨를 꽉 잡았다.
“아카데미의 연구자들에게는 할당량이라는 것이 있으니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작하지 못하고 자기 연구만 하면…….”
“……하면 어찌 되나?”
“쫓겨납니다.”
메디코는 진심이 담긴 그의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게 정말인가?”
“연구 개발동에 왜 불이 안 꺼진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할당량도 매우 적절한 정도이니 너무 걱정은 마시죠.”
그가 말하자 지켜보던 드워프들과 마법사들은 휙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