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3화(263/300)
◈ 제263화
132. 함정을 지우다 – 1
언제나처럼 이안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으시는 겁니까?”
“놀라고 있습니다만.”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로 이안이 대꾸하자 마법사는 뻘쭘해했다.
그런 그보다 아란세가 더욱 놀라고 있었다.
“잊힌 도시에 유적이라니?”
“못 들으셨습니까? 숲지기와 마탑에서 연합하여 잊힌 도시를 조사 중이라고? 아카데미에 속한 마법사도 참가중인데.”
마법사가 의아해하며 묻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들었지만.”
“그러며 잊힌 도시를 관리하는 가문들과 함께 대규모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각 가문에서 갖고 있는 정보들을 조합한 후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했죠.”
그곳을 통해서 들어가니 과거 마도국에서 운영했던 것으로 보이는 유적이 보였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흥분했고 유적 탐사를 더 진행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유적에 최근 누군가가 들어갔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서 들어갔고 유적의 최하층에 들어갔을 때 잠들어 있던 유적이 작동되었다.
“잊힌 도시에 있는 많은 영맥에서 힘을 받아 유적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이거 심각한 일이군. 그럼 지옥에서 악마들이 나온다는 것 아닌가.”
“그,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합니다. 악마들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것은 지성이 없는 지옥의 괴물들뿐이었다.
그렇기에 숲지기는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이안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아니 그보다 유적을 통해서 지옥과 연결될 수가 있는 건가?”
“불가능하지는 않죠. 꽤나 비효율적인 데다가 단방향일 테지만.”
“엇? 이안 백작님도 아시는 겁니까? 그곳을 조사한 로드 몇 분께서도 말씀하셨던 겁니다.”
지옥과 장기적으로 연결된 구역이니 잘하면 지옥을 탐구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로드 중 몇몇이 목숨을 걸고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지옥의 괴수들이 나오는 것처럼 로드들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참 신기하죠. 지옥의 진흙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일정 범위 이상으로는 퍼지지도 않고. 또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군요.”
“그래서…… 이안 백작님. 혹시 그곳을 통해 지옥으로 들어가실 수는 없으십니까?”
“갈수는 있는데 하고 싶진 않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하이랄 님께도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물론입니다.”
마법사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갔고 아란세는 이안을 보았다.
“왜 그런 거냐?”
“지옥은 정령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 저기 있네. 누아브.”
마침 고깃덩어리 하나를 물고 들어오던 누아브는 이안의 앞으로 와 앉았다.
황금색 꼬리를 흔드는 누아브의 북슬북슬한 털을 쓰다듬어 준 이안은 바로 물었다.
“이 세계의 존재가 정령계로 갈 수 있나?”
“못 가지. 육체를 버리고 정신체만 유지해야 들어갈 수 있어.”
“그럼 정령들이라면 지옥으로 갈 수 있겠군요.”
옆에서 듣던 아란세는 감탄했다.
하지만 누아브는 딱 잘라 부정했다.
“가능은 한데 가기 싫지. 아무래도 지옥은 악마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곳이니까. 가진 힘이 크게 줄어들어서 바로 악마들에게 잡아먹힐걸?”
“허. 그 정도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행여나 지옥으로 갈 생각은 말아. 정령계도 마찬가지지만. 육체를 가진 자는 육체가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 법이야.”
누아브는 꽤나 진지하게 말했고 아란세는 한숨을 쉬었다.
“이안. 네가 가도 위험한가?”
“엄청나게 위험한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골치아프죠.”
직접 지옥에 가는 것.
그리고 악마들이 나오게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이냐 따지면 압도적으로 후자가 효율적이다.
정신체가 되면 쓸 수 없는 힘도 많은데다가 만약을 위해 준비해둔 패도 의미 없어질테니 말이다.
“그럼 아무 의미 없이 위험한 곳이군. 당장이라도 폐쇄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죠. 그래서 이따가 잠깐 갔다 와 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어서 다녀오렴. 이쪽은 걱정 말고.”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바로 로비를 나갔다.
마침 아카데미에 있었던 하이랄은 아까 왔던 마법사와 함께 와 물었다.
“사정은 들었다. 잊힌 도시로 갈 생각인가?”
“그럴 생각인데. 당신도 갈 거지?”
“가 봐야겠지.”
이안은 그녀와 함께 곧장 아카데미의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를 통과해 곧장 잊힌 도시로 향한 그들이 유적 입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꽤나 많은 이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우리도 좀 들어가 보자!”
“막지 마라! 자식들아!!”
잊힌 도시의 유적이라는 말은 마도국의 유적이라는 말과 같았다.
이안이 잊힌 도시의 탑을 공략하고 마도국의 유산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모든 유산을 완전히 손에 넣은 것은 아니었다.
남은 자투리라도 얻고자 하는 탐험가들은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개미 떼처럼 몰려들어 있는 상태였다.
“비켜라! 비켜라!”
“조사가 끝난 후에 열어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밑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꺼져!!”
“조사하면서 너희가 알짜배기는 다 먹으려는 거잖아!”
“비켜라! 비켜!”
으르렁거리며 한 탐험가가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의 손에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여러분! 안 되겠습니다! 이대로 뒀다간 저놈들이 다 가져갈 겁니다!”
“잊힌 도시에 통제가 어디 있냐!”
“들어갑시다!”
그가 선동하며 외치자 탐험가들이 호응한다.
이대로 뒀다간 막무가내로 안으로 밀고 들어갈 것 같다.
그렇기에 이안은 한 걸음 나섰다.
“그만하고 돌아들 가지?”
그를 본 몇몇 탐험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잊힌 도시를 탐험해 봤던 숙련된 이들은 경악했다.
“아니?!”
“이, 이안 백작?!”
마도국의 유산을 손에 넣었다는 강자.
제국에서는 마룡을 쓰러트렸고 철혈공을 짓밟았던 자.
그런 강자가 여기 나타났을 줄이야.
“제, 제길. 언제 온 거지?”
“아까 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한다. 그만하고 돌아들 가라.”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탐험가들은 주춤거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네깟 놈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우리는 자유를 원하는 모험가이며 탐험가이다!”
“그런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어!”
호기롭게 나선 몇몇은 이안에 대한 이야기만 들은 자들이다.
그래서인지 겁도 없이 나섰고 그 순간 그들의 머리가 떨어졌다.
“진짜 없다고 생각해?”
“헉…….”
“내 지시에 저항하고 싶다면 계속해도 좋다. 난 그런 모습 또한 좋으니까.”
물론 그러다가 죽는 건 별개의 문제고.
이안이 다시 검을 휘두르려 하자 하이랄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기.”
“예?”
아까 이안에게 말을 걸었던 중년 탐험가가 의아해하자 하이랄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 그리고 거기 너. 또 너.”
세 명의 탐험가가 뽑혔다.
그들이 다가오자 하이랄은 탐험가들을 보며 말했다.
“이 셋을 증인으로 데리고 가지.”
“아니 왜 그 셋만?!”
“나도! 나도!”
욕심과 질투심에 눈이 먼 탐험가들이 외쳤지만 하이랄은 무시했다.
“너희 셋. 들어가서 직접 보고 확인해라.”
“으음. 그렇다면야.”
“저 유적의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허튼짓거리를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
“알겠소.”
“그럼 가지. 이안. 이제 슬슬…….”
하이랄이 말했을 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들어갈 필요 없겠다.”
“응?”
고개를 갸웃거린 하이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었고 그들의 주변으로 거대한 수호 결계가 펼쳐졌다.
그 수호 결계를 본 탐험가들이 뭔가 말하려는 찰나.
유적 입구에 있던 이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아해했다.
“무슨……?”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거센 발소리들이다.
“피해!! 피해라!”
“제길!! 늦었어! 마법사들 배리어 쳐!! 어떻게든 막아야 해!!”
유적 입구로 나온 마법사들이 결계와 배리어로 입구를 막으려고 한다.
그들 사이에 껴 있던 노인, 숲지기는 바깥에 만들어진 결계와 그 안에 있는 이안, 하이랄을 보고 안도했다.
“하이랄 님! 그리고 이안 님까지!!”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마법사 하나가 외치자 간신히 나온 기사 중 하나가 덜덜 떨며 말했다.
“유적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적의 입구에서 지독한 악의를 내뿜는 진흙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히이익?!”
“저, 저게 뭐야?!”
지옥의 진흙이 잊힌 도시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며 막대한 악의를 내뿜자 하이랄의 결계 안에 있던 탐험가들은 덜덜 떨었다.
공포에 질린 그들을 향해 짧게 혀를 찬 하이랄은 지팡이를 들었다.
“엘레멘탈 월.”
물, 불, 바람, 흙.
네 가지 원소의 기운이 뭉쳐져 거대한 벽을 만들어 낸다.
진흙의 범람이 그녀의 힘에 의해서 막히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의미 없어.”
“그냥 두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게 아니라…… 진흙은 그저 영역을 만들기 위한 거라…….”
이미 길은 열렸고, 그 길을 통해 나올 것이 있으리라.
-쿠우오오오오오오오!!
진흙 속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숲지기는 검을 꽉 쥐었다.
“지옥의 마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뭘 어쨌길래 저렇게 된 겁니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저희는 그저 조사만 했을 뿐입니다. 특별하게 건든 것도 없고…….”
“어쩌면 그 유적에 들어간 것이 트리거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예?”
“그 흔적 자체가 함정이었다면? 여러분들이 들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유인책이었다면?”
“그럼…… 유적의 최하층에 들어간 것 자체가 지옥과 연결되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그럼 그 흔적은……?”
“글쎄요? 케신이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겠죠.”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검을 들었다.
진흙이 일렁거리며 그 안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시체였다.
수많은 악마들이 뭉쳐져 있는 시체.
그 시체들로 만들어진 듯한 지옥의 마수가 진흙에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아!”
“저, 저건 또 뭐야?!”
“도망쳐!! 도망쳐!”
잊힌 도시를 탐험하며 꽤나 많은 다른 차원의 괴물들을 보았지만 저런 끔찍한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공포에 질려 오들오들 떨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저 끔찍한 광경을 보고 정신이 나간 자도 있을 정도였다.
<다시 태어난 자입니다.>
<크라울리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악마들의 시체를 이용해 만들어진, 있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키르케의 설명대로였다.
악마, 마수, 그리고 지옥의 진흙.
그것들이 합쳐져 다시 태어난, 섭리에 벗어난 괴물이 이 세계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숨을 쉴 때마다 사기와 악의를 내뿜는다.
지성 없이 그저 본능만 남은 괴물은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수많은 팔을 뻗었다.
“으아아아!!”
몇몇 탐험가들이 잡혀 끌려 들어간다.
괴물의 안에 빨려 들어간 이들이 생명을 잃으며 녹아내리는 것을 보자 탐험가들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
“도망쳐!!”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괴물을 피해 결계 끝으로 도망친다.
그걸 보던 이안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까는 자기도 들어가겠다고 난리치더니.”
“탐험가들이 다 그렇지 뭐. 뭔 기대를 한 것이냐?”
하이랄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이안은 마수를 향해 뛰어올라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큰 기대 안 했어.”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퍼어어어엉!!
악마의 시체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괴수가 베여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