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4화(264/300)
◈ 제264화
132. 함정을 지우다 – 2
진흙으로 뒤덮인 지옥의 마수가 쓰러진다.
그것을 응시하던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유적에 들어가고자 했고, 또 괴수의 등장으로 도망치려던 탐험가들이 머쓱해하고 있었다.
“먀아~.”
그런 그들에게 먀네가 한심하다는 듯 울자 숲지기는 빙긋 웃었다.
“도움을 받았군요.”
“저 정도라면 당신도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백작님처럼 빠르고 깔끔하게 잡을 수는 없었겠지요. 아시다시피 제 전투법은 좀 난잡하잖습니까.”
숲지기의 대꾸에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긍정이라는 것을 아는 그로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쪽에서는 저 진흙 외에는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숲지기는 마탑의 마법사들을 보았다.
그들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꽤나 난감해하고 있었다.
“아니 왜 갑자기 그게…….”
“허. 참 나. 그나저나 진흙이 저렇게 많아서 들어가 다시 확인할 수도 없고…… 정화하는 데만 몇 달은 걸리겠군.”
지옥의 진흙이 샘솟는 것은 멈췄지만 유적 내부는 이미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어지간한 성력 가지고는 턱도 없을 것이다.
“그냥 들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그때 탐험가 중 하나가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숲지기는 휙 유적 입구 쪽을 가리켰다.
“그럼 들어가 보시죠.”
저길 들어가라고?
탐험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기 들어간 순간 악의에 물들어서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대도 불가능한 것인가?”
“그런 건 아닌데 안에 별다른 것도 없어 보이고.”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키르케 역시 탐색으로 유적 내부를 확인했지만 정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들어가면 바로 몸과 정신이 녹아내릴 악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 저걸 그대로 둘 건가?”
“그건 아니지.”
물론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그렇다.
이안은 뽑은 검을 가볍게 움직였다.
-파바바바박!!
신성한 문양이 유적을 중심으로 새겨지기 시작한다.
그 빠른 검격에 탐험가들이 놀라는 사이 문양이 완성되었고 그곳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오오오오…….”
“정화된다!”
“이안 백작님이 제국에서 마룡을 쓰러트리셨다더니…….”
“정말 태양의 사도가 맞는 건가?”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던 이안은 정화가 끝나 진흙이 사라지자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말했다.
“내부 확인하고 싶으면 하셔도 됩니다.”
“어? 정말이십니까?”
“근데 딱히 특별한 건 없을 것 같은데.”
“그, 그건 직접 봐야 하죠! 이런 진흙이 나왔던 것이니까…….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법사들이 경계하며 유적 안으로 들어가자 탐험가들 몇몇이 그들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탐험가들과 마탑의 마법사들이 본격적으로 유적 탐사를 시작한다.
그걸 바라보던 숲지기는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케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안 백작님. 드워븐 시티는 어떻습니까?”
“그곳에서 루벨린의 분신을 발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마땅한 것은 없었지요.”
“음. 그럼 검성이 라이트 시티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 거군요.”
“그러겠죠?”
“괜찮을까요?”
“괜찮을 겁니다.”
이안은 언제나처럼 태평했고 숲지기는 그의 태평함을 받아들였다.
“그렇군요. 그럼 저도 일단은 라이트 시티로 가 볼까 합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백작님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전 일단 아카데미에서 대기하고 있으려고 합니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라이트 시티에 간 후 문제가 생기면 연락드리도록 하지요.”
숲지기는 이안에게 인사한 후 하이랄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던 그녀는 숲지기가 다가오자 피식 웃었다.
“어린것이 이젠 다 늙었구나.”
“저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 내는 입장이니까요. 그래도 하이랄 님께서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흥. 그러니까 세계수의 열매를 줄 때 받을 것이지.”
“하하. 전 괜찮습니다.”
그녀에게도 마저 인사한 숲지기가 떠나간다.
그런 그를 하이랄은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무슨 사이길래 그러지?”
“저 녀석이 젊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일 뿐이다.”
그게 다였다.
하이랄은 더 이상 말하기를 거부했고 이안도 캐묻지 않았다.
“그럼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것인가?”
“그래야겠지.”
“흠. 그럼 나는 엘프의 숲으로 돌아가겠느니라.”
볼일도 다 봤는데 굳이 같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홀로 떠났고 혼자 남은 이안은 피식 웃었다.
“먀아~.”
그리고 하얀 앞발로 이안의 얼굴을 토닥거린다.
그런 먀네를 잡아 가방에 넣은 이안은 팔찌를 들었다.
“우리도 가자.”
* * *
잊힌 도시, 드워븐 시티.
두 곳 모두 특별한 흔적이 없었다.
남은 것은 라이트 시티뿐이니 검성과 숲지기가 뭔가 알아내길 기다리는 수밖에.
그사이 이안은 언제나처럼 연구 개발 작업을 이어 나갔고 영웅제가 가까워졌을 때 그가 있는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야. 이안. 뭐 하냐? 요새 기숙사에도 잘 안 들어오고. 많이 바빠?”
“음?”
블랜치였다.
그가 빈 의자에 앉으며 쿠키를 꺼내 놓자 작은 구체 모형을 앞발로 툭툭 치며 놀던 먀네가 다가왔다.
“먀아~ 먀~.”
그리고 바로 블랜치의 무릎 위로 올라간다.
그걸 본 블랜치는 히죽거리며 그에게 쿠키를 내어 주었다.
“먐먀먀먀~.”
앞발로 쿠키를 잡은 먀네가 우물거리자 블랜치는 먀네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다음 주부터 영웅제 몬스터 헌팅 시작된다더라.”
“그래? 야. 거기 있는 드라이버 줘 봐.”
“이거?”
“어. 아무튼 그래서?”
“담담 구역을 배정받았거든. 이게 네 구역이다.”
이안은 블랜치가 준 미얄 산맥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것을 힐끔 훑어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전에 거기네.”
“뭐? 전에 네가 드레이크 잡았던 곳?”
“어. 그 근처 아냐?”
“맞아. 전에 네가 드레이크를 잡은 이후에도 그곳에 또 드레이크들이 자리를 잡은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요 근래 드레이크들이 영역 바깥으로 이동하곤 했다.
“드레이크의 사냥터는 여기랑 여기였는데…… 이 근처에서 파이어 타이거와 오거 무리가 발견되었더라고.”
“파이어 타이거? 그게 이 근처에 있었나?”
드레이크와 마찬가지로 S급에 속하는 맹수형 몬스터인 거대 호랑이.
불길을 몸에 두를 수 있는 데다가 영악하고 잔인해 S급에 속하는 몬스터가 있다.
거기에 무리를 지은 오거까지.
그들이 드레이크의 사냥터를 침범하는 터라 드레이크 쪽에서도 다른 사냥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드레이크의 범위도 좀 변하고 있어. 드레이크의 이동 범위가 넓은 거 알지?”
“알지. 잘하면 시험 구역에도 올 수 있겠군. 가 봐야겠네.”
“같이 가자.”
드레이크 한두 마리라면 이안 혼자서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에 있는 드레이크는 한둘이 아니다.
거기에 파이어 타이거와 오거 무리까지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라는 이야기다.
“사람 모자랄 것 같으면 더 가고. 이쪽은 진짜 위험하다니까 B반 애들 다 데리고 가도 된다고 하던데.”
“교관님들은 어쩐다는데?”
“발렌타인 교관님이랑 프리디온 교관님, 그리고 아란세 교관님을 필두로 다른 구역의 몬스터를 잡는다더라.”
블랜치는 지도를 접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요 근래 미얄 산맥이 좀 이상하더라고.”
“왜?”
“몬스터들의 이동이 잦아.”
마치 무언가에 쫓겨나듯.
혹은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미얄 산맥 내에 있던 몬스터들의 위치가 자꾸만 바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시험장 선정이 어렵다더라.”
“그래?”
“응. 그런데 너 뭐 만드냐? 똑같은 것만 여러 개 만드는 것 같은데?”
블랜치가 흥미를 보이자 이안은 책상 위에 있는 것을 툭 쳤다.
티탄의 핵이었다.
“좀 더 만들어 놔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바쁜 거 아냐? 괜찮냐?”
“괜찮아.”
“그럼 오늘 저녁에 출발하는 거로 하자.”
“그러자고.”
저녁이 되어 기숙사로 복귀하자 아까 낮에 말했던 것처럼 블랜치와 윌디가 무장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은 미얄 산맥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짐이 꽤나 많다.
“뭘 그리 바리바리 싸 가냐?”
“적어도 5일은 머물러야 할 테니까요. 이안. 치즈 좋아하죠? 많이 챙겨 놨어요.”
“네가 만들어 준 그 가루도 챙겼다. 밥은 잘 먹어야지.”
그들이 챙긴 짐을 가리키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냥 내가 왔다 갔다 하면 되는데 뭘 그리 챙겨.”
“아차.”
“그걸 생각 못 했네요…….”
“솔직히 너희가 안 와도 되긴 하지만.”
“에이~ 어떻게 너한테만 그걸 다 맡겨 놓냐?”
“물론 이안. 당신이 보기에 저희가 약해 보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도움은 되겠죠.”
지팡이를 꽉 쥐며 윌디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하긴 그렇겠군. 아무튼 짐은 많이 챙겨 갈 필요 없어. 장비만 챙겨. 장비만.”
식량 같은 것은 그냥 워프로 가져오면 되니까.
이안의 말에 둘은 커다란 가방을 내려놓았다.
“왔다 갔다 하는 게 수고스럽지 않나요?”
“딱히 그렇지도 않아. 자. 그럼 가자고.”
로비를 나가 미얄 산맥으로 통하는 입구에 도착하자 몇몇 생도들이 보였다.
하륜과 발라, 윌발이었다.
“어? 너희도 가냐?”
“어. 우린 이쪽.”
이안이 지도를 보여 주자 하륜은 아쉬워했다.
이안 일행과는 방향이 다르다.
“이쪽에는 바이콘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 와. 미얄 산맥에서 바이콘 나온 건 거의 십 년 만이라더라.”
“어? 그래? 근데 바이콘은 처녀만 보면 난리치잖아.”
“우리 중에 처녀는 없거든.”
처녀를 증오하며 신성함을 거부하는 마수인 바이콘은 그냥 남자가 상대하는 게 제일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하륜 쪽 일행에는 남자들만 모여 있었다.
“바이콘 뿔이 인챈트 재료로 좋다면서? 갖다 줄게.”
씩 웃으며 박바레는 이번에 새로 구입한 메이스를 들었다.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뭔 일 생기면…….”
“이거 쓰라고? 알았어.”
여차할 경우 아카데미로 워프하면 된다는 것 때문인지 불안감이 크게 줄었다.
그들이 떠나려 하자 블랜치는 발라에게 다가갔다.
“형님. 몸조심해.”
“미친놈아. 누가 형님이야.”
발라는 정색했고 블랜치는 그를 빤히 보다가 창을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형님과 같이 가고 싶지만…….”
“같이 가면 내가 널 죽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가라.”
발라는 블랜치에게 성질을 내고 하륜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멀어지자 윌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래요?”
“사랑을 쟁취하는 중이니까 신경 쓰지 말자.”
윌디는 떠나는 발라를 지그시 응시하는 블랜치를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신성한 배움의 터에서……!! 으으. 용서할 수 없네요.”
“놔둬. 좋을 때니까.”
그렇게 이안 일행도 미얄 산맥으로 들어갔다.
그리 얼마나 들어갔을까?
꽤 깊숙한 곳에 들어가 잠시 쉬려고 할 때쯤.
숲속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악!”
<라이자 킬하트입니다>
<아라크네에게 쫓기고 있군요.>
탐색을 마친 키르케의 보고에 이안은 블랜치에게 웃으며 말했다.
“더 좋을 때가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