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5화(265/300)
◈ 제265화
133. 조사를 부탁받았습니다 – 1
“블랜치. 출동.”
“어? 나갈 생각이긴 했는데. 왜 내가 가?”
미얄 산맥의 어떤 몬스터든 이안을 이길 수 없다.
거기에 그가 나가면 죄다 한 방 아닌가.
의아해하는 그에게 이안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말했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해?”
“……설마?!”
그는 바로 창을 잡고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사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윌디는 블랜치가 한 소녀와 함께 걸어 나오자 의아해했다.
“어라? 누구죠?”
복장을 보아하니 탐험가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는 더 아니고.
남부의 유목민들이 자주 입는다는 가죽 갑옷을 입은 소녀를 보던 윌디는 흠칫 놀랐다.
“설마?!”
“으아아…… 깜짝 놀랐다. 아. 도와줘서 고마웠어.”
“뭐 이 정도 가지고. 나 기억하지?”
“응. 블랜치잖아?”
“하하. 기억해 줘서 고맙네. 그리고 호칭은 이왕이면 오, 오빠가 좋은데.”
블랜치는 몸을 배배 꼬았다.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윌디는 사뿐하게 걸었다.
“라이자 양인가요?”
“어…… 누구?”
라이자가 의아해하자 윌디는 생긋 웃었다.
“윌디 프레디시안이에요. 프레돈 아카데미 상급 B반의 생도이고. 발라와 친구이기도 하죠.”
“아! 그렇구나. 반가워. 라이자 킬하트야. 아. 혹시 존댓말해 줬으면 해?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게.”
“아뇨. 괜찮아요. 제가 존댓말을 쓰는 건 제 버릇일 뿐이니까. 유목민은 위아래 다섯 살까지는 거의 친구로 여긴다는 문화는 알고 있거든요.”
윌디가 생글거리며 대꾸하자 라이자는 마주 웃어 주었다.
“그런데 라이자.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블랜치의 질문에 라이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답하기 꺼려 하는 듯한 그녀를 보며 이안은 뚱하니 말했다.
“남부 대회의에서 뭔가 지시 사항이라도 내려온 거냐?”
“귀신이네. 응. 맞아. 발라 오빠에게 맡기라고는 했지만 바빠 보여서.”
“오. 뭔데? 뭔데? 내가 도와줄게.”
블랜치가 대놓고 호의를 보이자 라이자는 그를 빤히 응시했다.
“훗. 왜 그렇게 보는 거지?”
“블랜치 오빠. 나한테 반했어?”
“여기서 그런 얘기를?!”
라이자의 당돌함에 윌디는 감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남부 유목민의 문화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부에서는 원하는 신부나 신랑을 얻기 위해서는 남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해. 그 전에는 연애고 뭐고 못하니까 그건 알아줬으면 하네.”
그녀의 당당한 말에 윌디는 또다시 감탄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안에게 작은 어조로 속삭였다.
“발라 대신 킬하트 부족의 후계자가 될 만하네요. 눈치도 빠르고.”
“킬하트 부족의 미래가 밝다.”
이안과 윌디가 이야기하는 사이 직구를 명치에 제대로 맞은 블랜치는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어라? 아냐?”
“마, 맞는데?”
“좋아. 나도 신랑감은 항상 모집 중이니까. 영웅제 끝나면 방학이지? 그럼 그때 대초원에 가도록 하자.”
“어…… 넌 내가 괜찮니?”
“오빠 블랜치 아우덴이라면서. 아우덴 백작가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 봤어. 거기에 아까 그 거대 거미 잡은 거. 오러 스피어 아냐?”
“마, 맞지?”
“가문도 좋고, 얼굴도 괜찮고, 발라 오빠가 그러던데 성격도 괜찮다고 했고.”
거기에 방금 목숨을 구해 주기까지 했다.
그럼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당장 시험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음…….”
“그 전에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라이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블랜치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잘 부탁할게?”
“오, 오우!”
블랜치는 기뻐하며 이안을 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달려가 안으며 외쳤다.
“흑흑. 고맙다! 이안!”
“놓고 얘기해라.”
만약 이안이 직접 나섰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이안은 기뻐하는 블랜치를 떼어 내고 찬물을 부었다.
“그리고 남부의 시험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 시험 과정 중에는 혈육과의 대결도 있어.”
“……헉.”
블랜치는 아까 전 발라의 반응을 떠올렸다.
반대하는 혈육과의 대결.
그럼 그와 싸워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신보다 먼저 마스터가 된 발라가 얼마나 강한지는 블랜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음. 지겠지?”
“지금 수준이면 지지.”
“큭. 훈련 열심히 해야겠군. 영웅제 끝나고 집에 가면 아우덴 백작가의 비기를 배워야겠어.”
마스터도 된 마당에 비기 전수를 받는 것이 뭐가 나쁘랴.
그렇게 그가 의지를 불태우는 사이 윌디는 그를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물었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죠. 남부 대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라뇨? 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으으으음…….”
라이자는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우리 쪽 일이라.”
“괜찮아요. 미얄 산맥 쪽을 탐색하는 것이라면 저희 쪽 일이기도 하니까…….”
라이자는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블랜치는 히죽거렸다.
그런 그를 다시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윌디는 생긋 미소 지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저번에 남부 대초원의 대회의가 열렸거든. 이안의 요청으로 말이야.”
“예. 그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래서 각 족장들이 얘기를 하는 도중에 이런 말이 나왔어.”
“뭔 이야기요?”
“윈드스피어 부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호오.”
“남부에서 문제가 터졌다면 북부 역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가요?”
“그래서 북부에 올라가는 김에 조사를 좀 해 달라고 하더라고.”
“그 조사 구역이 미얄 산맥이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외에도 조사를 부탁받은 곳이 여기 말고도 꽤 있어.”
프레돈 아카데미에 온 김에 미얄 산맥의 조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한 것뿐이다.
“그래도 혼자 온 것은 좀 무모하네요. 차라리 발라에게 맡기지.”
“혼자는 아니었어. 같이 온 탐험가들이 있는데…….”
“그런데 그들은 어디 갔죠?”
“흩어졌지.”
시작은 꽤나 순조로웠다.
하지만 중간쯤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뭔 몬스터가 이렇게 많은지 몰라. 내가 들었던 것 이상이던데?”
“요 근래 늘기는 했죠.”
아카데미에서도 그것 때문에 상급 B반에게 조사 및 토벌을 맡긴 것 아닌가.
“그래서 다른 탐험가들은?”
“나야 모르지. 그래도 실력이 꽤 있어 보이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야. 위칼타라는 탐험가가 대장인 탐험대인데…….”
<전에 탑에서 만났던 탐험가군요.>
탑의 슬라브드.
영원한 얼음의 나라에서 만났던 탐험가다.
마스터급의 실력에 같이 다니는 이들도 숙련된 탐험가였다.
“갑자기 뒤에서 공격이 들어와서 말이야.”
“그랬군요. 그들이 걱정이네요.”
“그러게 말이야.”
<부상을 입고 지치기는 했지만 전원 무사합니다.>
키르케는 빠르게 주변 탐색을 마치고 보고했다.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 합류하는 것이 낫겠다.”
“어디 있는 줄 알고?”
“우리가 가는 길 쪽에 있어. 슬슬 이동하자.”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말한 이안이 걷자 라이자는 그의 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블랜치는 씩 웃었다.
“쟤는 원래 대단한 녀석이잖아.”
“확실히 그렇긴 하죠…….”
일행이 하나 더 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행 속도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스 랜드!”
윌디가 지팡이를 들며 마법을 발동시키자 다섯 개의 마법진이 합쳐진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얼음이 주변을 휘감았고 거대한 뱀형 몬스터인 야크신은 한기에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와. 윌디 언니. 굉장하네?”
“후후. 이 정도 가지고. 그리고 내가 굉장해 봤자 진짜에는 못 미쳐요.”
“아니 그 정도도 꽤나 훌륭한 것 같은데. 블랜치 오빠도 대단하고.”
“흐아아압!!”
허공에 떠오른 블랜치가 창을 던졌다.
오러가 잔뜩 담긴 창은 단번에 쓰리 아이 트롤의 몸을 반파시켜 버렸다.
막대한 회복력으로도 회복하기 힘든 부상을 입은 쓰리 아이 트롤이 쓰러지자 블랜치는 씩 웃었다.
“어때?”
“응! 와. 멋지네. 엄청 훈련한 것 같아. 나도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거든!”
그녀가 감탄하자 블랜치는 우쭐해했다.
그렇게 일반인들이 싸우는 사이 이안은 검을 들었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난격.
-크어어어어어엉!!
열댓 마리의 트롤 무리가 이안의 검격에서 뿜어진 수십 줄기의 검은 기운에 휩쓸린다.
그것만으로 흔적조차 남지 않고 그들이 소멸되어 버린다.
블랜치와 윌디의 전투력에 놀라던 라이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으음…… 아,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말이 안 나온다.”
“굳이 말할 필요 있나. 그나저나 슬슬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은데.”
“먀아아아!!”
라이자의 품에 안겨 있던 먀네가 울었다.
몸을 꿈틀거리며 그녀에게서 벗어난 먀네는 폴짝 뛰어 숲 쪽으로 향했다.
“가 보자.”
먀네를 쫓아가니 작은 동굴이 보였다.
그 동굴 안쪽을 보며 먀네는 낮게 울었다.
“안에 계시면 나오시죠.”
먀네를 잡아 든 이안이 말하자 동굴 안에서 한 명이 나왔다.
꽤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어…… 어?! 이, 이안 백작님 아니십니까?!”
“오래간만입니다. 위칼타.”
“아! 예! 정말 반갑습니다! 하하. 죽으라는 법은 없군요!”
설마 일행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짐마저 잃어버린 상황에서 이안을 만나게 될 줄이야.
피를 흘리며 기뻐하는 그에게 이안은 가방에서 꺼낸 포션을 던져 주었다.
“치료부터 하시죠.”
“감사합니다!”
그는 바로 포션을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야 윌디의 옆에 서 있는 라이자를 발견했다.
“라이자 양께서도 무사하셨군요! 태양께서 도우셨습니다! 정말!”
“태양보다는 이안이 도운 거죠.”
“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이안 백작님. 다시 한번 감사드리겠습니다. 이 은혜는 미얄 산맥에서 내려가면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나저나 혼자십니까?”
“예. 첫 번째 습격을 받고 일행이 나뉜 상태에서 두 번째 습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몬스터였습니까?”
지금 이 지역에는 오거와 파이어 타이거, 그리고 드레이크가 있다.
위칼타 정도 되는 마스터 일행을 공격할 정도라면 그들이라고 보면 되겠지.
어차피 처분해야 하는 것들이라 이안은 무덤덤하게 물었고 위칼타는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그게 뭐라고 해야 할지.”
위칼타는 볼을 긁적거렸다.
“처음 보는 몬스터였습니다. 아니, 이걸 몬스터라고 해야 하나?”
“뭐길래 그러십니까?”
그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검은 연기로 뭉쳐져 있는 무언가였습니다.”
검은 연기라는 말에 이안은 차갑게 웃었다.
얼마 전에 그와 비슷한 것을 잡았었다.
‘키르케. 탐색…… 안 해도 되겠군.’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블랜치도 눈을 돌렸고 흠칫 놀랐다.
검은 연기로 뭉쳐진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