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7화(267/300)
◈ 제267화
134. 확인하고 싶었다 – 1
키르케의 보고에 이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기숙사에서 나온 한 생도가 이안 일행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라? 너흰 언제 왔냐?”
“방금. 야. 마틴. 너 그래진이랑 위디아 어디 갔는지 알아?”
“어? 걔네? 유적 탐사 간 것 아냐? 그래진이 챙겨 간 장비들 유적 탐사용 장비던데?”
“뭐? 미얄 산맥에 간 게 아니고?”
오에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얄 산맥 출입자 명단에 그래진과 위디아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 쪽과 관련된 이들을 위주로 찾고 있는데 유적이라니.
“나야 거기까지는 모르지. 아. 그러고 보니 그래진이 뭔가 자료를 엄청 찾던데.”
“무슨 자료?”
“마왕과 관련된 자료. 유적학 연구실에 와서 있는 대로 찾아보고 가더라고.”
“아…… 그래?”
“그래진과 위디아가 외박한 것 때문에 그러냐? 야야. 걔들이 블랜치도 아니고 사고 치겠냐?”
마틴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블랜치를 디스했고 그는 으르렁거렸다.
키득거린 마틴이 가 버리자 오에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지금 미얄 산맥 쪽 정리 중이라 위험하잖아.”
“그래도 그 둘이면 문제없지 않겠어요?”
그래진과 위디아에게는 이안이 준 팔찌가 있었다.
즉 여차하면 아카데미로 워프할 수 있다.
윌디는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블랜치의 표정은 달랐다.
“라이자는 없잖아. 그녀도 같이 있다면? 애들이 라이자를 버리고 도망칠까?”
“아차.”
“으으음……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오에리나. 이거 교관님들도 알아?”
“지금 아란세 교관님도 미얄 산맥에 들어가셨잖아. 어휴. 그래진 이 자식은 평소에는 조용하더니 왜 갑자기.”
“뭔가 알아챘나 보지.”
잠자코 있던 이안이 말하자 다들 의문을 품었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이안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미얄 산맥에 마왕의 유적이 있거든. 라이자와 얘기를 하면서 그래진이 뭔가 깨닫고 움직인 모양이야.”
“아. 그렇구나……. 뭐?!”
그의 평온한 목소리에 마찬가지로 평온해하려던 블랜치는 기겁했다.
“마왕의 뭐가 있어?”
“마왕의 유적.”
“그게 미얄 산맥에 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맞아요. 이안. 마왕과 용사에 관련된 것은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마왕의 유적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구요.”
“그게 미얄 산맥에 있었다고? 아카데미 코앞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경악한 셋은 이안을 바라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 이안이야.”
“아.”
그 한마디로 납득이 되었다.
떨떠름해하던 윌디는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걸 숨겼어요?”
“딱히 말할 필요도 없잖아.”
“아니…… 그, 그렇긴 하지만.”
“마왕의 유적이라면 용사와 관련된 것도 있을 것이고…….”
“용사에 대해서는 잘 아니까 됐어.”
이미 잊힌 도시의 탑에서 용사에 관한 것은 파악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자.
그것이면 된 것 아닌가.
“마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거 알아서 뭐 하게?”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다.
셋이 침묵하자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됐지?”
“됐긴 한데…… 이안. 거기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알긴 아는데. 왜? 가 보게?”
“가 봐야지. 그 유적만 보면 눈 돌아가는 머저리가 위험할 수도 있잖아.”
“오~ 그래진 좋아하냐?”
블랜치가 히죽거리자 오에리나는 정색했다.
괜히 뻘쭘해진 그는 애꿎은 바닥만 발로 툭툭 걷어찼다.
“걱정되면 가 보자고.”
“알았어! 금방 준비할게!”
오에리나가 바로 기숙사로 들어가자 윌디는 들고 온 것들을 내려놓았다.
“저도 갈게요.”
“피곤하지 않아?”
“그래도 친구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데 가 봐야죠. 그래진은 다 좋은데 유적과 관련된 일만 있으면 폭주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위디아도 있잖아.”
“걔가 같이 가서 더 걱정이네요.”
위디아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기에 더 걱정이다.
윌디가 한숨을 폭 내쉬는 사이 블랜치는 윌디의 가방까지 들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가 나왔을 때는 새로운 갑옷과 창을 들고 있었다.
“당신도 가게요?”
“라이자 양도 같이 간 걸 텐데 가 봐야지.”
그때 오에리나가 나왔다.
그녀 역시 경장 차림에 스크롤이라든가 아티팩트를 잔뜩 챙겨 들고 나왔다.
“자. 가요. 이안. 마왕의 유적이 어디 있죠?”
“트리미돈 협곡 근처.”
“……어?”
트리미돈 협곡이라면 이들 모두 아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곳이잖아?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모두의 경악을 마주하며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블랜치, 윌디, 오에리나.
셋을 데리고 이안은 곧장 트리미돈 협곡으로 향했다.
등산이라도 하듯 천천히 올라가 도착한 곳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다.
몬스터도 없고 맹수도 없다.
풀을 뜯어 먹는 작은 동물들 정도만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먀네는 느긋하게 하품했다.
그리고 먀네의 주인인 이안 역시 언제나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깨에 힘 좀 빼지?”
“야. 여기에 마왕의 유적이 있다면서.”
그에 반해 셋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블랜치는 아예 오러를 준비하고 있었고 윌디와 오에리나는 아티팩트를 꺼내 둔 상태였다.
그들을 향해 한마디 한 이안은 협곡의 끝에 있는 절벽을 가리켰다.
“저기 마왕의 유적이 있어.”
“……없는데?”
혹시나 절벽 아래 숨겨져 있는 것일까?
윌디는 지팡이를 들어 마력을 퍼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마력에도 걸리는 것은 없었다.
“거기에 애들의 흔적도 없고…… 뭐, 발자국은 많이 있다만.”
미얄 산맥으로 진입하기 위한 길목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흔적들은 꽤 있었다.
이 중에서 그래진과 위디아, 라이자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블랜치가 심각한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자국을 찾으면 안 된다.”
“그럼 마력의 흔적을 찾아야 하나요?”
“그렇지.”
“하지만 마력의 흔적도 없는데?”
“탐지를 할 때 방금 윌디 네가 마력을 흩뿌렸잖아?”
“그렇죠. 그게 기본 아닌가요?”
“마력을 흩뿌려서 특별한 마력을 찾는 것도 좋지만 탐지하는 방법은 그것만 있는 게 아냐.”
“어? 그럼 네가 지금까지 주변에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게 지금 네가 하는 거냐?”
블랜치가 신기해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었다.
순간 그의 마력이 빠르게 주변을 잠식해 나간다.
“마력이든 오러든. 주변을 완전히 장악해 내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해.”
“음…… 말만 들어서는 감도 안 잡히네요.”
“이것도 훈련이 필요한 거야. 좀 강하게 할 테니까 느껴 봐.”
이안은 마력을 더욱 강하게 퍼트렸다.
그 순간 윌디와 오에리나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싸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욱!!”
그 이질감을 참지 못하고 오에리나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블랜치와 윌디 역시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이걸 공간 장악이라고 하는데 잘만 쓰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모두 파악이 가능하지.”
“으윽…… 그, 그만.”
결국 블랜치가 무릎을 꿇었다.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손을 내렸고 그 순간 셋의 몸을 감싸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후우우우…….”
“이, 이거 공격기로도 좋겠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아.”
“어? 왜?”
블랜치나 윌디, 자신 같은 실력자들의 상태가 이상해질 정도의 힘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뛰어난 것 아닌가 싶었던 오에리나가 묻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쓸 힘이면 그냥 싸우는 게 더 효율적이거든.”
“아. 그렇군.”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하는 거니까 틈나는 대로 연습해 봐.”
간단하게 말한 이안은 성큼성큼 걸었다.
“그래진의 마력이 여기로 향하고 있다.”
“어. 음. 아무것도 없는데?”
“절벽밖에 없잖아요.”
“저 밑에 있는 건가?”
까마득한 절벽을 내려다보며 오에리나는 뛰어내릴 준비를 시작했다.
리버스 그래비티를 이용한다면 절벽 밑까지 무사하게 내려갈 수 있을거다.
그녀가 몸을 풀자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밑 쪽은 마력으로 확인해 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긴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전부 조사한 구역이구요.”
그럼 어디란 말인가.
셋이 바라보자 이안은 손을 들었다.
“저기 위에.”
“……응?”
이안이 가리킨 것은 절벽의 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공간 굴절의 결계가 펼쳐져 있어. 꽤나 고서클이군. 8서클 수준인 것 같은데.”
“어…… 8, 8서클요?”
“누가 그런 마법을…….”
“그야 모르지. 그런데 무작정 막는 건 아냐.”
“그럼요?”
이안은 내공을 움직였다.
유형화된 오러가 허공에 한 사람 정도만 들어갈 작은 고리를 만들었다.
“저기로 통과하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어.”
“고작 그거예요?”
황당해하는 윌디에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그거다.
하지만 그 간단한 조건을 모르는 자 중에 누가 행하려고 할까?
이안이 설명하자 윌디는 납득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 위로 들어갈 자는 없을 거다.
“그럼 그래진은 저걸 어떻게 알았지?”
“걔도 나름대로 조사한 게 있나 보지. 자. 그럼 우리도 들어가 보자고.”
이안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몸이 떠올랐다.
윌디와 오에리나도 마법을 사용했고 홀로 남은 블랜치는 떨떠름해했다.
“야?! 난 어떻게 하냐?!”
“뛰어. 마스턴데 그 정도도 못하냐?”
“잡아 줄까요?”
“도와줄 수 있는데~ 누나라고 해 보렴~.”
둘을 노려보던 블랜치는 이를 갈고 뒤로 물러났다.
“비켜!!”
그리고 절벽을 향해 냅다 뛰었다.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이안 역시 그대로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헉! 이게 뭐야?!”
분명 절벽 위로 뛰어올랐다.
그런데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은 두 개의 커다란 문 사이였다.
그가 당황하는 사이 그의 위에 있는 구멍에서 윌디와 오에리나가 나타났다.
“이안은 아직 안 들어왔죠?”
“난 여기.”
문 안쪽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이 들어가려고 할 때.
그들의 뒤쪽에 있는 어둠 속에서 이안과 흡사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가짜 문이야. 들어가면 안 된다.”
앞과 뒤.
두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도들은 당황했다.
“이거…… 이안 목소리 맞나요?”
“맞는 것 같은데…….”
무엇을 믿어야 할까.
어떤 것을 따라가야 할까.
고민하던 그들이 무기를 꽉 쥐었을 때.
윌디와 오에리나가 나타났던 천장의 구멍에서 이안과 먀네가 뛰어내렸다.
“뭐 하냐? 안 가고?”
“……너 이안 맞냐?”
블랜치가 경계하며 묻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방금 네 목소리가…….”
얼빠진 목소리로 블랜치가 중얼거리자 윌디와 오에리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이안은 검을 들어 냅다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오러가 폭풍처럼 퍼져 나간다.
-끄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양쪽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리자 셋은 기겁했고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케주스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어둠 속으로 끌고 와 공격하는 몬스터.
이제는 멸종했다고 알려진 몬스터가 이곳에 있었다.
블랜치가 긴장하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것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애들 구하러 온 상황에서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냐…….”
“꺄아악!!”
어둠 속에서 비명이 들렸다.
젊은 여성의 비명이다.
위디아의 비명이라 생각한 윌디가 그쪽으로 달려가려 하자 이안은 그녀를 잡고 오러를 날렸다.
“케에에에에엑!!”
또 괴물의 비명이 들렸다.
경악한 윌디가 침을 꿀꺽 삼키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거든.”
“어떻게 알아들었어요?!”
위디아와 오래 알고 지낸 윌디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녀가 놀라자 이안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이걸 왜 못 알아들어? 완전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