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69화(269/300)
◈ 제269화
135. 세계관의 요소 – 1
그래진의 말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마왕이 용사에 의해서 소멸된 것이 아니라니.
하물며 우르쿨 가문은 한때나마 마왕의 부하였던 가문이다.
그런 만큼 그래진이 하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려웠다.
“그게 진짜야?”
“응. 물론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야. 서부에 있는 유적들 중에도 그런 이야기 따위는 없어.”
“흠…… 이거 믿기 어려운데. 이안. 넌 어떻게 생각해?”
“진실.”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고 다들 핼쑥한 표정이 되었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
“여기 유적에 봉인이 하나 있긴 해. 규모 면에서 보면 그게 마왕의 봉인이겠지.”
“지, 진짜라고?!”
“아니 그게 무슨…….”
이안을 제외한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용사와 마왕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헛소리 말라고 하겠지만 이안이 한 말이라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진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고 오에리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자식아!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냐!”
“켁. 아니 이건 가문의 비밀이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대놓고 기어 들어와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냐?! 응?!”
“켁켁.”
“그, 그만! 나 때문이야!”
라이자는 얼른 오에리나를 잡았다.
씩씩거리며 그녀가 물러나자 라이자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래진 오빠와 얘기를 하다 보니까 하나하나 끼워 맞춰지더라고. 남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긴 했어.”
“하아. 뭐…… 어쨌든. 이안. 그 봉인은 해제가 가능한 거야?”
“세상에 해제가 불가능한 봉인은 없단다.”
더 절망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오에리나는 두려워했고 윌디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우리가 이 유적에 들어온 것으로 봉인이 풀리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내가 보기에 그건 아냐.”
그래진은 확신을 담아 말했고 블랜치는 이안을 보았다.
이안도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그는 안도했다.
“휴우. 다행이다.”
“그래진 말대로다. 누가 들어왔다고 풀리는 구조는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면 봉인이 풀려?”
“궁금해? 그럼 가서 한번 보자고.”
언제나처럼 태평한 이안은 앞장섰다.
그가 멀어지자 굳어 있던 오에리나는 다급하게 이안을 잡았다.
“가서 보긴 뭘 봐?! 이런 불안한 곳에서는 그냥 나가는 게 상책 아니겠냐?”
“어.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윌디도 떨떠름해하며 동의하자 블랜치는 인상을 찡그렸다.
“야. 이안. 그냥 나가자고. 위험은 피하는 게 최고 아니겠어?”
“맞아. 맞아.”
윌디와 위디아, 블랜치, 라이자까지.
모두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래진은 아쉬워했지만 그도 나가자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빙긋 웃었다.
<역시 저들과 주인님은 다르군요.>
‘어쩔 수 없지.’
수많은 삶을 겪어 가며 위험에 무감각해진 이안과 다르다.
저들에게는 이번 생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정상적으로 본다면 저들의 행동이 맞지요.>
그저 저들의 당연함이 이안의 당연함이 아닐 뿐.
“너희는 나가. 라이자. 케주스의 목소리 구분은 가능하지?”
“음…… 응.”
“그 외에는 딱히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어 보이니까. 돌아가는 것도 문제없겠지.”
“야. 그 전에. 너희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자신이야 라이자와 얘기하다가 단서를 찾아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안 일행은 달랐다.
이안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오에리나와 윌디, 블랜치에게 자신만큼의 유적학 지식이 없다 생각한 그래진은 대놓고 물었고 셋은 이안을 가리켰다.
그래진이 답을 요구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 그래? 진짜 못 당하겠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 여기 봉인은 위험한 것 아냐?”
“딱히? 그리고 여기에 있는 봉인은 누가 풀려고 한다고 풀리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시간 지나면 풀리는 거지.”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시간에 따라 풀리는 봉인이라면 언젠가 이 봉인이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게…… 언제 풀리는지도 알아요?”
“당연히.”
이안은 빙글 검을 돌려 잡았다.
또 바닥을 부수고 밑으로 내려가려는 듯한 그를 블랜치가 말리려는 순간.
천마신공 파천의 장.
지뢰진.
-콰드드드득!!
공동의 바닥이 무너져 내린다.
그곳을 통해 이안이 들어가 버리자 블랜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으으으음…….”
다들 난감해했다.
하지만 이안 혼자 저기 보내도 되는 것일까 싶었다.
결국 고민하던 윌디는 이안이 뚫어 놓은 구멍을 향해 뛰어내렸고 다른 이들도 바로 그녀의 뒤를 쫓았다.
천장의 파편이 남아 있는 바닥에 도착하자 이안이 어둠 속을 응시하는 게 언뜻 보였다.
먀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이 한쪽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에 놀라며 윌디는 심호흡했다.
“라이트.”
그녀의 지팡이가 들어 올려지며 빛이 뿜어진다.
그리고 주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헉!”
거대한 살덩어리였다.
수많은 눈이 달려 있고, 천장과 바닥, 벽에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살덩어리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살에 붙은 수많은 눈이 향하는 것은 바로 이안이었다.
“저, 저게 봉인인가?”
“응.”
“생체형 봉인 같은데…….”
두려워하기는 했지만 그래진과 윌디, 오에리나는 마법사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족속에 속하는지라 그들은 본능적으로 살덩어리를 살펴보았다.
수많은 눈이 있는 살덩어리에는 아직 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눈이 몇 개 있었다.
“떠, 떠진다.”
라이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살덩어리에 있던 작은 실금이 꿈틀거리며 거기서 눈이 나타났다.
그 눈이 바라보는 것은 역시 이안이었다.
“저거…… 뭐야?”
“마왕의 봉인.”
“……저기. 이안. 저 눈이 다 떠지면…… 봉인이 풀리는 거야?”
“응.”
“얼마나 남았지?”
잔뜩 긴장한 블랜치가 묻자 이안은 입을 열었다.
“10.”
“10, 10년?”
“9.”
“…….”
모두가 입을 쩍 벌리며 긴장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일반적으로 봤을 때 풀리려면 시간 꽤 남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어떻게 확신하지?”
오에리나의 질문에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이건 진리에 접근했던 자가 패배할 경우 만들어지는 봉인이거든. 이걸 해제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야. 시간이 흐르는 것뿐.”
모두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는 표정이군. 다른 차원에서 이런 일이 몇 번 있었거든.”
모두가 침묵한다.
그 침묵을 받아들이며 이안은 히죽 웃었다.
“너희들도 대충은 눈치채지 않았냐? 특히 윌디와 오에리나, 그래진. 너희들은 더 그럴 텐데.”
셋은 흠칫 놀랐고 블랜치와 위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그러겠네요.”
윌디는 작게 중얼거렸다.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씁쓸하게 말했다.
“저번에 기숙사에서 이안이 다른 차원을 보여 준 적이 있잖아요?”
“그랬지. 다른 차원을 보면 위험하다고도 했고.”
“그때부터 생각해 봤던 건데요. 이안이 가진 힘. 저희와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이안. 당신은 사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고 봐요. 맞나요?”
“맞아.”
이안은 시원스럽게 긍정했다.
“……넌 뭘 숨길 생각을 안 하냐.”
블랜치는 기가 막혀 했다.
원래 이런 건 좀 숨겨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그는 그저 시큰둥해할 뿐이었다.
“뭐 대단한 거라고 숨겨. 그리고 용사도 다른 차원에서 온 자였고 잊힌 도시의 탑도 다른 차원과 연결되었었는데.”
“하아. 그럼 너도 용사와 같은 세계 출신인 건가?”
“그건 아냐.”
“쯧.”
꽤나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째 분위기가 평온하다.
라이자는 봉인 쪽을 힐끔거리다가 이안의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이안. 그럼 마왕의 봉인이 풀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잡을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나.
라이자는 걱정하며 지금이라도 저걸 잡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들 그의 말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북부 사람들이 남부보다 태평하다더니…… 여기서도 태평한 건 문제 있지 않아?”
“아니 그렇게 말해도…… 이안이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쟤가 알아서 한다고 한 것 중에 문제 생긴 적은 없으니까. 믿고 기다려야겠지?”
“만약 문제 생길 것이었다면 벌써 해결했겠지.”
“프레돈 아카데미는 이안의 영역이에요. 그 코앞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이안이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네요.”
압도적인 신뢰가 느껴지는 말이다.
그들을 빤히 보던 라이자는 한숨을 쉬었고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여기 조사 및 개발해 봐도 되는 건가? 마왕 시대의 유적은 그 수가 적어서 괜찮은 유물들이 많은데.”
그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나중에 봉인 풀리면 그때 해라.”
* * *
유적의 조사는 끝났다.
생도들과 라이자가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것을 보던 이안에게 키르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벨린이 다른 세계의 기술을 쓸 수 있다면 마왕의 부활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어쩌면 그걸 이용해서 주인님을 공격하려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수도 있어.’
<차라리 지금 봉인을 풀고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기술 정도는 이안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루벨린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키르케가 그것을 언급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일부러 놔두는 거야.’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기술을 쓰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어쩌면 게헤른이 갖고 있던 마력을 여기에 쓰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루벨린이 힘을 낭비할 수 있게 하는 기회이니 일부러 그냥 두는 것이다.
‘루벨린이 마왕을 이용하든, 마왕이 부활하든 잡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테니까.’
<주변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이안이 결정을 내리자 키르케는 바로 탐색 범위를 강화했다.
그렇게 그가 아카데미로 들어와 기숙사 앞에 도착했을 때.
엘프 하나와 노인 하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세상에나.”
“검성이잖아? 거기에 숲지기라니…….”
“이안을 만나러 오신 건가?”
아카데미 생도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며 이안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안이 오자 엘프, 대륙의 강자 중 하나인 검성은 살짝 인사한 후 진지하게 말했다.
“오래간만입니다.”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케신. 찾았습니까?”
“예. 찾기는 찾았습니다. 다만…….”
검성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겨우 말했다.
“우리가 케신을 찾았을 때. 그녀의 심장이 뽑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소멸 직전이었죠.”
“그 말은…….”
“누군가에게 힘을 강탈당했다는 이야깁니다.”
“누군가?”
“그리고…….”
숲지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항의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안은 입을 다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쓸 수 있는 패가 부족해진 루벨린이 악마를 잡고 다니고 있나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