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0화(270/300)
◈ 제270화
135. 세계관의 요소 – 2
추격을 당하던 케신이 왜 갑자기 심장이 뽑힌 채, 심지어 저항의 흔적도 없이 죽었는가.
그 의문을 해소하는 이안의 답에 검성과 숲지기도 동의했다.
“제 정보통에 의하면 지옥의 악마들도 자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숲지기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잊힌 도시에 있던 유적에서 지옥의 진흙이 흘러나왔다면서요?”
그러며 지옥이 구현되었지만 그곳에서 악마가 나오지는 않았다.
나온 것은 악마들의 사체로 이루어진 괴수뿐이었다.
검성이 심각한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생도들 사이에서 하이랄이 걸어왔다.
“음? 넌 왜 여기 있느냐.”
하이랄을 본 검성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주춤거리자 하이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아카데미에 있는 티탄의 연구 때문에 온 것뿐이니라.”
“아. 그렇군요.”
둘 다 딱히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그들을 무시한 채 숲지기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옥에 있는 악마들이 소멸되고 있다…… 이거 골치 아픈 일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레일로드 설치 사업에 무인의 숲의 무인들이 가세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예.”
“그러면서 레일로드가 설치될 구역을 무인들이 지키고, 또 몬스터를 소탕하고 있는데…….”
“할 말 있으면 제대로 하지?”
하이랄의 냉정한 어조에 숲지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악마들 중에도 심장을 빼앗긴 채 죽은 악마들이 있습니다.”
하이랄과 검성의 표정이 굳었다.
지옥의 악마들이 죽는다.
그리고 세상에 나온 악마들도 죽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안. 여기서 계속 얘기하기는 좀 그렇군.”
생도들이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이랄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연구실로 가죠.”
이안의 연구실에 들어오자 숲지기는 신기해하며 여기저기를 확인했다.
“이건 뭡니까?”
은색으로 빛내는 작은 구체를 가리키며 그가 묻자 이안의 가방에 있던 먀네가 나왔다.
사뿐사뿐 걸어와 그 구체를 먀네가 앞발로 톡톡 치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먀네 장난감입니다.”
“아.”
“먀아~ 먀~.”
“지금 그런 거 궁금해할 때가 아니잖아.”
하이랄은 싸늘하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꼬며 냉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악마들이 갑자기 소멸된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들 알고 있느냐?”
“글쎄요.”
검성은 고개를 저었고 하이랄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안. 너는 알고 있는가? 과거 게헤른이 용을 소멸시키고 힘을 얻은 것처럼. 루벨린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맞아.”
“하지만 악마들이 갖고 있는 힘을 좀 모은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까요?”
“될 겁니다. 하나의 종이 소멸되면 그 과정에서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런 게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복잡하니 그렇다고만 알고 계시죠.”
의아해하는 검성에게 대충 말해 준 이안은 팔짱을 꼈고 하이랄은 신음했다.
그녀도 연구를 통해 종의 소멸에 의해 얻을 수 있는 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둘을 번갈아 바라 본 검성은 식은 땀을 흘렸다.
“지옥의 악마가 전부 소멸되었다고 치더라도 대륙에 나와 있는 악마들을 전부 잡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수도 수인 데다가…….”
“하지만 잡히고 있지요.”
현실을 부정하려는 검성에게 이안은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검성은 입을 다물었고 하이랄은 갸름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 일을 루벨린이 하고 있다면? 게헤른은 과거 모든 용을 죽이고 힘을 얻었다네. 그리고 스스로 악마가 되었고.”
그럼 용이라는 종 역시도 이미 소멸된 것 아닌가.
하이랄이 그것을 언급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마지막 용을 죽이고, 또 수많은 대악마를 삼켜 용이라는 종족 자체를 없애고 악마화하여 마룡이 된 것은 게헤른이야. 원래라면 그 힘을 게헤른이 가지고 있었겠지.”
“그에게 그런 힘이 있었나?”
게헤른을 소멸시킨 것은 이안이다.
그렇기에 하이랄은 눈을 번뜩이며 물었고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그런 힘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힘은 루벨린이 가져간 것 아니겠느냐.”
“그럴 가능성이 높지. 게헤른이 악마가 되게 만든 건 루벨린일테니까.”
“그렇게 빼앗을 수가 있는 건가요?”
“가능합니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긍정했고 검성과 숲지기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거기에 악마라는 종을 없애며 얻을 힘까지 생각한다면…… 이거 골치 아프겠군요.”
“애초에 그놈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잖아? 그리고 대륙에 나와 있는 악마의 수도 많은 데다가…….”
또한 크라울리가 지금 이안의 손아귀에 있었다.
즉 루벨린이 악마를 모두 없애고 힘을 얻으려 한다면 결국 아카데미로 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검성께선 아시겠죠. 제가 크라울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예.”
하이랄과 숲지기는 몰랐는지 깜짝 놀랐다.
그들에게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봉인구를 씌우고 부리는 겁니다. 마침 잘됐군요. 세상에 나와 있는 악마들에 대해서는 크라울리가 잘 알 테니까 한번 사정을 물어보죠.”
이안은 크라울리를 불렀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생도복을 입은 짙은 붉은 머리의 미소녀였다.
금색의 머리띠가 인상적인 그녀는 연구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검성과 숲지기, 하이랄을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고 그녀는 떡하니 자리에 앉았다.
“뭔데? 왜 불렀어?”
“헉.”
“진짜였나…….”
숲지기와 하이랄이 놀라고 검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든 말든 그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로 위장하고 있는 크라울리는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갑자기 왜? 지금 좀 심각한 일이 있는데.”
“악마들이 죽는 것 때문에?”
“어? 그건 어떻게 알았지? 지금 나와 있는 애들이 습격당하고 있어.”
그녀는 갑작스레 들어온 소식을 전했다.
자신을 따르는 악마들뿐만 아니라 다른 쪽의 악마들까지 갑자기 죽어 나가고 있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사태가 발생하면 원래 크라울리 정도 되는 대악마가 직접 가 봐야 했다.
“근데 내가 지금 나갈 수가 있어야지.”
크라울리는 어깨를 으쓱였고 하이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안전한 곳은 아카데미.
그중에서도 이안의 곁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래. 얌전히 여기 있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거든? 그래서 내 부하들도 좀 데리고 오고 싶은데…… 괜찮을까?”
“사고 치지 말라고 해.”
“좋아. 그럼 바로 알려야겠네.”
“그거 알리겠다고 아카데미 나가지 말고.”
“알았어. 그런데 왜? 그것 때문에 부른 거야? 아니면 이거 풀어 주려고 그러나?”
크라울리는 머리에 있는 긴고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꽤나 예뻤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야! 그냥 풀어 주면 안 되냐?”
“그냥 차고 있어. 그게 있으면 성력도 방어할 수도 있으니까.”
“어? 진짜?”
“그건 천축에서도 최고급에 속하는 아티팩트라고. 어지간한 성력은 그걸로 다 막을 수 있다.”
“오…… 그렇단 말이지?”
크라울리는 히죽거렸고 하이랄은 인상을 썼다.
그런 위험한 것을 대악마에게 줘 버리다니.
“저거 괜찮은 것이냐?”
“괜찮아. 아무튼 크라울리가 여기 있는 이상 루벨린이 악마를 없애려는 일은…….”
“응? 뭐야. 그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루벨린이 한 짓이란 말이야?”
“몰랐냐?”
이안은 시큰둥하게 아까 나눈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다.
전부 들은 크라울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악마들의 신이라는 자가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이 비열한…….”
“충분히 악마다운 모습인데 뭘.”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지. 아무튼 내 부하들을 부를 테니까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에서 공격 못 하게 해 줘.”
“좋아.”
이야기를 마치고 크라울리는 휙 나가 버렸고 검성은 씁쓸해했다.
결국 이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뭔지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우리가 악마를 보호해야 하는 날이 오다니. 이거 충격적이네요.”
그런 그녀를 향해 이안은 딱 잘라 말했다.
“우리 아니고 저만 하는 겁니다.”
검성과 숲지기, 하이랄이 나갔다.
그들이 간 것을 확인한 이안은 책상을 톡톡 치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저물 무렵이 되었을 때 그의 연구실 문이 열렸다.
“이안 성도님. 잠깐 괜찮으시겠습니까?”
프레돈 아카데미의 태양신전의 사제인 윌리스였다.
이안이 얼른 일어나 그를 반기자 그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요새 꽤나 바쁘신 모양이군요.”
“예. 영웅제 대비해서 미얄 산맥 가는 것도 그렇고…… 또 개인적인 문제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라…… 루벨린 때문이십니까?”
“하하. 예. 아. 그래도 사제님께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그리 말한다 한들 마냥 편하게 쉴 수는 없었다.
“본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 왜요?”
“제국에서 있었던 일 있잖습니까.”
이안이 게헤른, 사악한 마룡을 쓰러트려 태양의 사도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것의 진위 여부를 파악함과 동시에 사도 임명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물론 성도님께서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윌리스는 책상 위에 앉아 있는 먀네를 쓰다듬었다.
거친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먀네는 느긋하게 하품했다.
“악마와 싸우는 일이라면 저희 태양교단에서는 언제나 힘을 빌려 드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교단에 오셔서 사도가 되신다면…….”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를 향해 윌리스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태양은 언제나 하늘에 계시지요. 그리고 늘 홀로 계십니다.”
“그렇죠.”
“무척이나 경건한 일이지만 그것이 저는 가끔씩은 무척이나 외롭고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윌리스의 어조에는 걱정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를 향해 이안은 빙긋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태양의 사도 의식은…….”
“사도 아니니 그런 거 안 하셔도 됩니다.”
“……아. 예.”
“그리고 마침 잘됐군요. 안 그래도 찾아뵈려고 했는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제가 도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습니다.”
반색하는 윌리스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당분간 프레돈 아카데미 주변에 악마가 좀 들어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본단에 요청해서라도 반드시 성기사들을…….”
“아뇨. 그냥 놔두시라고요.”
“……예? 하지만.”
“필요한 일입니다. 검성도, 숲지기도, 그리고 하이랄도 동의한 일이니 태양교단에서도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악마를 눈앞에 두고 잡지 말아야 하다니.
사제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왜……, 성도님께서도 악마들을 싫어하시잖습니까.”
“싫어하죠.”
“그런데 왜 그런 겁니까? 힘이 모자라실 리는 없겠지만 그런 것이라면 교단에서 무조건적인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진지한 그를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힘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그럼요?”
이안은 히죽 웃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떡밥을 뿌려 놔야 하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