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1화(271/300)
◈ 제271화
136. 올 테면 와 봐라 – 1
미얄 산맥에 들어갔던 이들이 복귀했다.
이번에는 꽤나 고생을 했는지 갔던 이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아니 뭔 몬스터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냥 영웅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투덜거린 하륜이 쇼파에 눕듯이 앉자 이안은 만들어 놓은 피로 회복제를 던져 주었다.
“이런 것까지 만들어 놓다니. 감동해도 되냐?”
“울지는 마라.”
피식 웃은 이안이 대꾸하자 하륜은 얼른 회복제를 들이마셨다.
이후로 들어온 다른 이들도 이안이 준 회복제를 받아 마셨다.
늘어져 있던 그들을 보던 윌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란세 교관님은요?”
“교관님들은 바로 회의 들어가셨어. 아. 너희는 어떻게 됐냐?”
“다 처리했지.”
이안이 함께 간 만큼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블랜치는 여유롭게 말한 후 그래진과 위디아가 앉아 있는 쪽을 가리켰다.
“아. 그리고 형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자꾸 형님이라고 하지 마라. 자식아.”
“에이~ 이미 라이자 양이랑 만나서 좋은 관계가 되었거든? 현실 부정하지 마~.”
“뭣이라?!”
기겁한 발라는 이안을 보았다.
눈에 핏발까지 돋아 있는 그를 향해 이안은 그 당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아니 그 머저리 같은 계집애는 왜 거기 기어 들어가서!”
“에헤이~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고 해 줘.”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말했어야지! 그 계집애 어디 있어?!”
“야야. 흥분하지 마라.”
씩씩거리는 그를 블랜치는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사이 하륜은 신기해하며 그래진을 보고 물었다.
“그래서? 마왕의 유적을 갔다 왔다 이거야?”
“그래. 무려 봉인된 마왕까지 보고 왔지.”
“허어. 이거 놀랄 일이네.”
마왕의 유적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가 봉인만 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팔자 좋게 앉아서 차를 홀짝거리고 있는 이안 때문이리라.
“이안이 문제없다고 했다면서? 그럼 걱정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늘어져 있던 박바레가 말하자 하륜은 동의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윌디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은 걱정을 하는 게 어떤가 싶네요. 아무리 그래도 마왕인데.”
“이안. 네가 못 이겨?”
“그럴 리가.”
하륜은 어깨를 으쓱였고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다들 이안의 강함에 너무 마음을 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아란세와 발렌타인이 들어왔다.
“어라? 발렌타인 교관님은 왜 오셨어요?”
아란세야 원래 자주 오는 데다가 그가 담당하는 반이니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발렌타인은 아니다.
혹시 이안을 만나러 온 것인가 싶었던 생도들이 바라보는 사이 발렌타인은 그래진에게 다가갔다.
“그래진 생도님.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조사 및 열람 및 대여한 자료들 때문에 그러시죠?”
“예. 그 자료들. 대부분이 마왕과 관련된 자료들인데…… 혹시 뭔가 발견하신 건가요?”
안 그래도 그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진은 이안을 힐끔 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말했다.
“마왕의 유적을 찾았습니다.”
“……예에에?!”
기겁한 발렌타인을 진정시키고 둘에게도 사정을 설명했다.
전부 들은 발렌타인은 몸을 꼼지락거렸다.
“저, 저도 가 볼 수 있을까요? 예? 용사님 시대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은데!”
그녀가 홍조까지 띠어 가며 말했지만 그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안을 다시 보기만 할 뿐.
“지금은 좀 그렇고 영웅제 끝난 후에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안은 찻잔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아아아…… 하지만.”
“지금 봐도 별것 없을 겁니다.”
“그, 그런가요?”
“예. 이왕 보실 거면 마왕이 깨어난 후에 보시는 게 낫지 않나 싶군요. 가장 훌륭한 유물은 그 시대를 살아온 자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안은 웃었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마왕을 잡아서 그걸 조사해 보라는 얘기다.
그 얘기에 어떻게 웃을 수 있겠나.
“아니 그래도 마왕인데…….”
“별거 없으니까 걱정 마.”
“너 루벨린과도 싸워야 한다면서.”
“까짓거 뭐가 문제겠냐.”
저 자신감은 꼭 배우고 싶다.
아란세는 감탄하며 박수를 친 후 말했다.
“어쨌든 영웅제 끝난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발렌타인 교관님도 돌아가시고.”
“아아. 그렇지만. 마왕이 부활하면서 유적이 파괴될 수도 있고…….”
결국 그녀가 시무룩해하며 아란세와 나가자 그래진은 피식 웃었다.
“어째 네가 이질적이니까 주변도 이질감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일시적인 거니까 문제없어. 자. 그럼 우리도 해산하자고.”
슬슬 시간도 늦었는데 계속 로비에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가 명상을 위해 정원으로 향하자 생도들은 서로를 보다가 각자 갈 곳으로 이동했다.
홀로 정원으로 간 이안이 자리에 앉자 그의 무릎 위로 먀네가 올라갔다.
달이 중천에 뜬 늦은 밤이라 그런지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린다.
폭풍의 전날처럼 고요한 정원에서 이안은 계속해서 명상을 이어 나갔다.
* * *
영웅제의 몬스터 헌팅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영웅제의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아카데미의 축제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 순찰이나 하고 있어야 하다니!”
블랜치는 절망하듯 외쳤다.
그런 그를 향해 오에리나는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라이자 양은 못 만나잖아. 발라가 그렇게 달라붙어 있는데 되겠냐? 포기하는 게 어때?”
블랜치가 발라의 여동생인 라이자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이미 상급 B반 생도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키득거리며 말했고 블랜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인생에 포기는 없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웃었다.
“훌륭하다.”
“오! 이해해 주는구나?!”
“그런 도전 정신 좋지. 그런데 발라도 작정하고 막으려고 할 텐데.”
“으음. 발라가 왜 그렇게 막으려고 하는 걸까. 나도 알고 보면 좋은 남자인데.”
“너무 잘 알아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미운 동생이라지만 그래도 친구에게 보내기는 좀 그렇겠지.”
“정략결혼은 그런 식으로도 많이 하거든?!”
블랜치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고 오에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개인 간의 연애 문제는 자기 일이니 신경 쓰지 말자.
“정 뭐하면 아우덴 백작가를 통해서 정식으로 혼담을 진행해 보든가.”
“그래. 발라만 꺾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킬하트 부족은 환영할 것 같은데.”
“크으윽. 훈련 열심히 해야겠군.”
그렇게 투덜거리는 블랜치를 데리고 이안과 오에리나는 순찰을 이어 나갔다.
아카데미를 이안이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기 때문일까?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없었다.
물론 취객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순찰을 끝내고 다른 조와 교대했을 때.
이안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이안.”
“헬리드냐?”
헬리드, 그리고 그의 약혼자이며 연인인 레일라였다.
이안에게 치료받은 이후 계속 살이 붙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이제는 성숙한 영애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와. 레일라. 엄청 좋아졌네? 보기 좋다.”
“후후. 사실 몸만 좋아진건 아니에요.”
레일라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작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헉?! 너 서클이 파괴되지 않았어?”
“다시 만들었어요.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재활 훈련을 했고 결국 서클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치료 때문일까요?”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것도 의지가 필요한거야. 그러니 나보다는 네 노력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후후. 그런가요? 아무튼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도, 그리고 아버지도, 헬리드도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없었을 테니까요.”
“감사 인사는 양손 무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하하. 그럴 것 같았어. 그럼 보답으로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헬리드가 웃으며 말하자 블랜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우린 여기서 해산하자고.”
“어? 같이 가지?”
“됐네요. 셋이서 먹고 와라.”
오에리나도 같이 갈 생각이 없었나 보다.
그들이 멀어지자 레일라는 볼을 긁적거렸다.
“딱히 눈치 준 건 아닌데.”
“그래도 애들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하는 건 알더라고.”
“그런가요? 아무튼…… 가요. 괜찮은 곳에서 대접할게요.”
아카데미에서 괜찮은 곳이라고 해 봐야 늘 가던 루벤의 식탁뿐이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마자 레일라는 본론을 꺼냈다.
“헬리드에게 들었어요. 미얄 산맥에서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면서요?”
“그래. 다른 곳도 그런가?”
“예.”
“몬스터가 신앙을 가진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예. 요 며칠 전부터 그러더라구요.”
레일라는 바라디스 영지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그리고 바라디스 상단이 발견한 것들을 말해 주었다.
몬스터들의 서식지가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위치가 변하고 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거죠.”
그녀는 지도를 펼쳤다.
“약한 몬스터들이 강한 몬스터의 서식지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흠.”
“이상하지 않나요? 고블린 무리들이 오거의 서식지에 가 봤자 한 끼 식량 정도밖에 안 될 텐데.”
“한 끼 식량치고는 좀 많지.”
“아무튼요.”
“그리고 하나 더.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긴데 요 근래 악마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해.”
헬리드까지 말하자 이안은 탁자를 톡톡 쳤다.
그가 입을 다물자 헬리드와 레일라는 요 근래 생기고 있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안의 질문에 레일라는 입을 다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말하게 된다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저는 저기. 이렇게 생각하는데…….”
침을 꼴깍 삼킨 그녀는 지도의 몇몇 부분을 가리켰다.
“약한 몬스터들이 강한 몬스터들의 서식지로 가는 이유는…… 저기.”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스스로 식량이 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러며 지도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
조사에 따르면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꽤나 다양하다.
“이거 조사하느라 엄청 힘들었어.”
헬리드는 너스레를 떨었고 레일라는 씩 웃었다.
만약 그의 뛰어난 조사 능력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이렇게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한 몬스터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확인해 보면요. 방향이 이렇죠.”
그러며 쓱쓱 선을 그었다.
그 경로들의 끝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이 그어질수록 확연해지고 있었다.
“프레돈 아카데미군.”
“예. 뭐. 물론 다른 곳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이안.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이겠죠?”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답에 레일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그런 걸까요? 아니, 어떻게 몬스터를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거죠?”
“방법이야 너무 많아서 이렇다고 말하긴 좀 그렇고.”
“많다구요?”
“흑마법에도 몬스터나 사람을 세뇌하는 방법이 있어.”
“하지만 이런 다수는 힘들지 않나요?”
“마력과 힘만 있으면 안 될 것 뭐 있겠냐.”
문제는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느냐는 거다.
과거 흑마법이 절정기일 때도 이런 것이 되는 자는 없었다.
“거기에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 있지.”
“무슨 이유요?”
“몬스터들을 움직여 아카데미를 칠 수 있고, 내가 지키는 사이 날 공격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잠깐만. 그럼 이건 루벨린의 짓이라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씩 웃었다.
“이제와서 걔 말고 누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