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2화(272/300)
◈ 제272화
136. 올 테면 와 봐라 – 2
레일라는 꽤나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확실히…… 가능성은 있겠네요. 이안. 당신은 아카데미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있으니까.”
“뭐. 그런 셈이지.”
“정말 그럴까?”
“그냥 공격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가능성이 높으니까. 거기에 루벨린은 이제 쓸 수 있는 수가 그리 많지 않아.”
헬리드가 중얼거리자 이안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낮게 한숨을 내쉰 그가 걱정스레 응시했지만 이안은 언제나와 같았다.
“물론 내가 틈을 내줄 리 없지.”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에요. 헬리드가 조사하고 제가 판단한 바로 이번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다면 그 규모는…….”
아마 지금까지 발생했던 웨이브는 따위라 불러도 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그것을 이안 혼자 막아 낼 수 있을까?
“다른 곳에 지원이라도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안이 아카데미에 남게 된 이후 아카데미의 영향력은 무척이나 강해져 있었다.
마탑은 물론이고 스칼렛 왕국과 태양교단, 달의 교단.
거기에 용병들이나 각지의 기사단 중에서도 아카데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뿐인가?
무인의 숲에서도 아카데미를 인정하며 그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부에서도 이안. 당신을 신처럼 생각한다면서요?”
“정확하게는 남부의 오크들이지.”
“어쨌든요. 또 하이랄 님도 자주 아카데미에 오시고.”
그뿐인가?
제국에도 지원을 요청한다면 아카데미로 병력을 보내 줄 것이다.
그 정도면 아카데미를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레일라가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조언하려 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에?”
“필요 없어.”
뭔 놈의 자신감이 저리도 큰지.
레일라는 기겁하며 다른 자료들을 꺼냈다.
“자, 잠깐만요. 이안. 아무리 당신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다방면에서 공격해 오는 몬스터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몬스터들이 공격하는 것은 방학 때일 것이다?”
“……예.”
프레돈 아카데미는 지금 영웅제 도중이다.
즉, 영웅제가 끝나면 아카데미는 방학으로 돌입하고 많은 생도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그뿐인가?
아카데미에 있어야 할 교관들도 연수라든가 훈련을 위해 아카데미를 떠난다.
그러며 아카데미를 지켜야 할 인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티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희 바라디스 백작가에서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요 없어.”
이안은 딱 잘라 지원을 거절했다.
그의 냉담한 반응에 헬리드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부담된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부담이라니. 그런 거 느끼지 마.”
만약 이안이 없었다면 레일라가 죽었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이 사랑스러운 소녀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것을 막아 줬고, 또 그녀를 살려 줬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그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어차피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은 사이야. 거기서 뭘 더 하겠다고?”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그는 다시 한번 거절했고 레일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하아. 알겠어요.”
식사가 끝나자 이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분간은 바쁠 테니까 찾아오지 마. 준비할 게 많거든.”
“으음…… 알겠어요.”
그가 휙 가 버리자 레일라는 헬리드의 손을 꼭 잡았다.
“어떻게 생각해?”
“이안은 강하지.”
그래.
그는 강하다.
어지간한 마스터 수준이 아니다.
최강이라 불리는 검성, 숲지기, 황제보다 더욱 강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서는 힘들 거야.”
헬리드가 말하자 레일라는 동의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거기에 이 일을 꾸민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만큼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저렇게 나오는 걸 봐서…… 그는 이번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럴 것 같네.”
레일라가 동의하자 헬리드는 그녀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어떻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레일라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안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말에 헬리드는 바로 동의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는 내가 전할게. 어차피 나도 영웅제 참가 안 하니까.”
“그래. 고마워. 아니다. 같이 가자. 내가 설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까.”
아무래도 헬리드보다는 좀 더 말을 잘하는 자신이 나서는 게 나으리라.
레일라가 말하자 헬리드는 빙긋 웃었다.
* * *
이번에 미얄 산맥에 들어갔던 생도들이 복귀했다.
다행스럽게도 생도들 중에 사망자는 없었다.
물론 다친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생도들이 복귀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란세는 쓱 이안을 보았다.
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말없이 그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왜 그렇게 보냐?”
“보면 안 됩니까?”
“안 될 건 없지. 아. 그리고 이안. 방학 때 말이다.”
“전 할 일 있어서 아카데미에 남아야 합니다.”
물론 기숙사는 폐쇄되겠지만 연구 개발 구역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아란세는 머쓱해했다.
“나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검성 만나러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려고 하실 것 아닙니까?”
“귀신같은 녀석.”
어떻게 사람 마음을 그렇게 쉽게 눈치챈 걸까?
아란세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검성도 이래저래 바쁘다더군요.”
“그러냐.”
“얘기해 드릴까요?”
“어. 음.”
검성에게는 그녀가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는 제자가 있었다.
그런 만큼 아란세 하나 더 낀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얘기하지.”
이안과 검성이 꽤 친해 보이는 만큼 그가 말한다면 그녀도 받아들여 줄 거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일.
이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넌 뭐 때문에 아카데미에 남는 거냐? 레일로드? 그런데 레일로드 작업은 거의 끝나지 않았어?”
아카데미에서는 레일로드를 위한 선로를 제작하고 있었다.
아란세도 프레돈 아카데미 운영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만큼 그 진척률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연구 개발 구역에서 드워프들과 마법사들이 매일 야근을 해 가며 할당량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레일로드가 프레디시안 백작령으로 이동되는 것쯤은 알고 있던 그가 묻자 이안은 씩 웃었다.
“손님이 오실 것 같아서. 그거 대비할 겸 아카데미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 그거 아쉽군. 그래도 너무 일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괜찮습니다.”
아쉬워하며 아란세가 말하는 사이 모든 생도들의 복귀가 끝났다.
그들이 잡은 몬스터들을 확인하고 점수 측정이 끝나자 이안은 몸을 돌렸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발렌타인이 아란세에게 다가갔다.
“아란세 교관님. 아까 이안 생도님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셨나요?”
“별것 아냐. 방학 때 뭘 할 거냐는 얘기였지.”
“아…… 이안 생도님은 갈 곳이 없었죠. 그럼 아카데미에 계속 남겠다고 하시던가요?”
“그러겠지.”
“잘됐네요. 그럼 저도 아카데미에 남아야겠어요.”
“이번 방학 때 톨벤 유적 탐사에 참가한다고 하지 않았나?”
교관실에 있을 때 발렌타인이 신나 하며 떠들던 것이 떠올랐다.
참가하기 힘든 유적 탐사대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마침 방학 때라 이번 방학에는 계속 거기 참가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후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여기 있으니까요.”
“마왕의 유적? 애들이 그러던데 아카데미 근처에 마왕의 유적이 있다고.”
“예. 이안 생도님이 남는 이유가 거기 탐사 때문이 아닐까요?”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자세한 것은 이안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발렌타인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를 향해 걸었다.
그걸 지켜보던 아란세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나도 검성을 만나 뵈러 가 봐야 하나…….”
기숙사로 복귀하자 늘어져 있는 생도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안이 들어오자 반색하며 손을 들었다.
“야! 이안! 이리 와 봐! 좋은 홍차 들어왔어!”
위디아는 싱글거리며 찻주전자를 들었다.
막 끓여 따뜻한 차를 잔에 따라 내민 위디아는 이안이 자리에 앉자 그의 어깨에서 내려온 먀네를 끌어당겼다.
“먀아~.”
“넌 이번 방학 때 어떻게 할 거야?”
“아카데미에 남을 생각인데.”
“에? 레일로드 할당량은 다 채운 것 아냐?”
위디아는 옆에 앉아 있는 윌디를 보았다.
그녀도 이안의 결정에 꽤나 놀란 듯 보였다.
“더 만들어야 하나요? 일정상으로는 문제없는 것 같은데요.”
“레일로드 때문만은 아니야. 그런데 왜?”
“아. 이번 방학 때 우리 영지에서 모이기로 했거든.”
위디아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다른 애들도 모이기로 했어. 저번에는 솔트 후작령이었잖아? 여름에는 바다. 겨울에는 산. 이게 최고지.”
“흠.”
“우리 영지의 겨울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소복이 쌓이는 눈에…….”
위디아는 너스레를 떨며 영지를 자랑했다.
그녀의 영지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윌디 역시 동의했다.
“확실히 겨울은 위디아네 집이 참 좋죠. 특히 위디아네 겨울 특산품이 눈 맞은 보덴 차인데…….”
“어쨌든. 너도 같이 가자. 박바레도 간다고 했고 윌발이랑 마틴도 간다더라.”
그 외에 오에리나라든가 다른 애들 역시 늦게라도 가기로 했다.
“애들 다 가는거야?”
다른 쪽에 앉아서 블랜치와 장기를 두던 하륜은 피식 웃었다.
“나는 불참이야. 이번 방학 때 후계자 결정전 시작하거든.”
생도회장이 된 이후로 영향력이 커진 로위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 때문에 솔트 후작가와 관계된 이들은 모두 겨울에 후작령에 있어야 한다.
“그거 빠지면 골치 아파져.”
“그래? 잘됐네.”
“어? 뭐가 잘돼?”
“아무것도 아냐. 다른 녀석들은?”
다들 위디아네 가든, 아니면 집에 있든 할 거다.
모두가 아카데미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같이 가자.”
위디아가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는 꽤나 친해진 그녀는 이안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안은 그 기대를 한 번에 무너트렸다.
“안 가.”
“쳇. 왜? 바빠?”
“바쁘지.”
“맨날 그렇게 일만 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사냐? 야. 좀 쉴 때는 쉬는 게 어때?”
옆에 있던 오에리나가 지원했지만 이안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차를 다 마신 그가 방으로 올라가자 위디아는 한숨을 쉬었다.
“쩝. 너무 혼자만 고생하는 것 같아서 좋은 것 먹이고 쉬게 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돌아올 때 이안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해서 오도록 해요.”
시무룩해진 위디아를 윌디가 달랬을 때.
기숙사의 문이 열렸다.
“음? 헬리드랑…… 레일라잖아?”
아는 얼굴 둘이 들어오자 블랜치는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 하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왔어?”
궁금해하는 그들에게 레일라는 진지하게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요.”
“도움? 무슨 도움?”
“모두들. 이안을 도와줬으면 합니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굳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깨어난 하륜은 싸늘하게 물었다.
“자세하게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