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3화(273/300)
◈ 제273화
137. 혼자 두지는 않겠다 – 1
오래간만에 홀로 아카데미 바깥으로 나갔다.
순찰을 위해 아카데미 주변 마을을 걷던 이안에게 몇몇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앗! 이안 백작님 아니십니까?! 이야아~ 항상 아카데미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레몬차가 담긴 나무 잔이 내밀어졌다.
그것을 받은 이안이 값을 치르려 하자 상인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백작님과 아카데미 생도분들께서 매일 순찰을 해 주셔서…… 감사의 표시로 드리는 겁니다!”
“먀아~.”
“어이쿠. 그리고 먀네를 위해서 준비한 것도 있습니다!”
그는 한쪽 구석에서 팔던 쿠키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받은 먀네가 기뻐하며 오물거리자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제가 아카데미에서 장사한 지가 벌써 십 년은 다 되는데. 요즘처럼 편하게 장사한 적이 없습니다.”
이안이 아카데미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이후부터 문제가 크게 줄었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생도들이 순찰을 돈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취한 귀족들이 치는 사고 중에는 생도들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 있었다.
그뿐인가?
아카데미 거리에 있는 양아치들 중에는 자릿세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왈패들은 물론이고 귀족 중에서도 어떤 미친놈이 이안의 구역에서 사고를 치겠나.
“그래? 그거 다행이네.”
“모두 백작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상인의 웃음에 맞춰 주변에 있던 다른 상인들도 웃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이안은 피식 마주 웃었다.
“그래도 바가지는 적당히 씌워. 시장 특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아, 무, 물론이죠.”
머쓱해한 상인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가 준 주스를 가볍게 들어 올린 후 이안은 단번에 마시고 돌아서려다가 멈췄다.
“아. 그리고 방학 되면 피난 갈 일 있을지도 모르니까 준비는 해 둬.”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아해하는 그에게 이안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가 버렸다.
* * *
영웅제 기간에도 이안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연구 개발 구역에서 작업하다 미얄 산맥 쪽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가 주고.
가끔씩 생도들 훈련을 봐주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영웅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안.”
“음?”
기숙사의 정원에 앉아 명상을 하는 이안에게 로위나가 찾아왔다.
보고서 받을 것도 다 받았고 아카데미 운영에 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오늘만 지나면 아카데미도 방학이라 더 할 말이 없을 텐데 왜 온 것일까.
의아해하며 이안이 고개를 들자 로위나는 빙긋 웃었다.
“이번 방학 때 나 솔트 영지로 돌아가.”
“들었어. 후계자 결정전 시작한다면서?”
“응.”
“가능성은 있어 보여?”
“나름대로.”
생도회장에 당선된 이후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많은 나라나 기사단, 귀족들과 엮였다.
그러며 솔트 영지 내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높였기에 후계자 자리에 도전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네가 도와주면 가능성이 아니라 확실할 텐데.”
“지금까지 한 정도면 많이 도운 거 아닌가?”
확실히 그렇다.
이안이 아카데미를 맡은 이후로 그의 회계사 노릇까지 겸하며 그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많으니 이안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긴 하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응원 정도는 해 주지.”
“하하. 고맙네.”
“별말씀을. 그런데 너 후계자 되면 아카데미 관두는 것 아니냐?”
“그건 아냐. 아카데미에서 최대한 이득을 봐야지.”
거기에 내년이면 프레디시안 백작령과 아카데미 간의 레일로드 설치 사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으니 최대한 아카데미에 붙어 있는 것이 나았다.
“졸업하기 전까진 네 회계사 노릇 해 줄 수 있어.”
“그래. 힘내라.”
별반 관심 없다는 듯 이안이 말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티는 이번에도 불참할 거야? 이번 파티는 좀 크게 준비했는데.”
“영웅제 참가도 안 했는데 내가 가서 뭐 해? 그리고 이번 영웅제 우승자가…….”
“에이스윈 카르자. 상급에서는 올덴 위칼시.”
“어. 그래. 걔들이 주목받을 기횐데 내가 참가할 필요는 없지.”
“하긴 그렇겠네.”
“우승자로서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 즐기게 두자고.”
딱 잘라 말한 이안이 명상을 시작했다.
그를 지그시 응시하던 로위나는 정원을 빠져나왔다.
“뭐래요?”
정원 바깥에서는 윌디와 위디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온 것을 본 윌디는 바로 물었고 로위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번에도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다.
즉 혼자 있겠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려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요.”
윌디는 정원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위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우리가 그 녀석보다 힘이 약하다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대 줬으면 좋겠는데.”
안타까워하는 위디아에게 윌발은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의지가 안 되는 거겠지.”
그 말에 근처에 있던 다른 생도들도 입을 다물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댄다는 것은 그만큼 버텨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누군가에게 기대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또 그가 기댄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티지 못할 만한 것을 자신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해야지.”
“예. 해야죠.”
하륜의 중얼거림에 윌디가 대답했을 때 정원에서 명상을 끝낸 이안이 먀네를 데리고 걸어 나왔다.
“파티 참석 안 한다더니? 참석하려고?”
“안 가. 할 일 있어서 연구실 갈 거야. 그런데 너희는 여기서 뭔 작당모의 중이냐?”
“작당모의라니……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지 마.”
하륜이 나서자 이안은 딱 잘라 말한 후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리고 난 신경 쓰지 말고 너희 일이나 해라.”
언뜻 들으면 차갑기 그지없는 그 말에 생도들은 입술만 잘근거렸다.
* * *
영웅제도 끝났고 아카데미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카데미 생도들은 하나둘씩 기숙사를 떠나갔다.
그리고.
이안은 정원에 앉은 채 생도들을 응시했다.
방학이 시작되었고, 이제 곧 기숙사가 폐쇄되는데도 생도들은 떠나기는커녕 짐도 꾸리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오자 이안은 입을 열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너희 일 하라니까. 말은 참 안 듣네. 레일라 어디 있냐?”
“……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레일라가 너희들에게 얘기한 것 아니야? 아카데미로 몬스터들이 공격해 올 거라고.”
“그리고 그 뒤에 루벨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말해 줬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고 있던 그래진이 말했다.
그의 말을 이으며 블랜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야. 이런 일이 있으면 얘기해야지.”
“너희들도 다 바쁠 것 아냐.”
당장 블랜치도 이번 방학 때는 킬로드에게 방학 내내 아우덴 백작가의 비기를 전수받기로 했다.
하륜도 그렇고 그래진도 그렇다.
윌디나 위디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 뿐만 아니라 상급 B반의 생도들 모두 방학 때 많고, 또 중요한 일정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이들은 모두 포기하고 위험한 곳에 남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럴 수야 없지.”
그때 벌컥 기숙사의 문이 열렸다.
하얀 가면을 쓴 남자와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자.
거기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용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레일라와 헬리드가 서 있었다.
“검화단 단주님. 그리고 이세 단장님과 위드론 용병단장…….”
위디아는 놀라며 중얼거렸다.
설마 레일라가 저들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
“사정은 들었다. 이번 겨울. 카르자 기사단의 훈련이 있었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지.”
이세는 자신의 검을 슬쩍 들어 올렸다.
잊힌 도시의 탑에서 마르잔나에게 받은 인챈트가 모습을 보였다.
“여왕은 내가 널 돕기를 바랐다.”
“안 도우셔도 됩니다.”
“내 마음대로 나서는 것이니 너는 부담 갖지 마라.”
이세가 딱 잘라 말하자 단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루벨린 잡고 싶어서 온 것뿐이다.”
“솔직하지 못한 것들 같으니라고. 난 그냥 너 도우러 왔다. 저번에 도움받은 것도 있잖냐. 우리 애들 지금 아카데미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어.”
위드론은 단주와 이세를 향해 퉁명스럽게 말한 후 씩 웃었다.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레일라는 한 걸음 나섰다.
“이안. 당신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 손보다는 열 손이 나은 법입니다.”
“흠.”
“그리고 이번에 함께하시는 분들. 모두 강한 분들이니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맞아. 우리 집에서도 나서기로 했고 수호자들도 도울거야.”
모두 이안에게 크고 작게 도움을 받았다.
물론 그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겠는가.
“그래.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안.”
“난 항상 널 형제 같은. 아니 형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박바레가 크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한다.
그런 그들에게 눈을 흘기며 오에리나도 나섰다.
“그래. 솔직히 네가 다른 차원에서 왔니 마니는 중요한 게 아니야.”
다른 차원에서 왔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중요한 것은 그동안 이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갚을 때가 되었다.
“로위나 생도회장님이 생도회 운영 자금과 보호 자금, 그 외 기타 자금을 꽤나 빼 주셨어. 이걸 활용하면 용병들을 더 모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윌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 쪽에도 이야기를 해 놨어요. 그들도 프레돈 아카데미를 위해서 나서 줄 겁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아란세와 발렌타인이었다.
그들 뒤에는 프리디온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도 있었다.
“레일라에게 이야기 들었다. 지금 각지의 강력한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프리디온은 이안의 손을 꽉 잡았다.
“이런 일 있으면 얘기해야지. 이안.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넌 생도다. 아카데미를 지키는 것은 우리 교관들의 일이야.”
“맞아요. 이안 생도님. 너무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모두가 이안을 바라보며 응원했다.
모두가 이안을 위해 나서려고 했다.
그들의 결의를 마주하던 이안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래.”
“응?”
“아니 돕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냐.”
무덤덤하게 그들에게 말한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동받아도 되는 장면인데 반응이 너무 건조하잖아. 이봐. 형제. 울어도 괜찮아.”
“울기는.”
자신의 어깨를 살짝 잡은 발라의 손을 툭 쳐 낸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어디 가?”
“개발실.”
정원에 남은 이들을 둔 채 이안은 개발실로 향했다.
개발실 옆에 있는 함선에 들어간 이안은 안쪽에 있는 굳게 닫힌 문을 작동시켰다.
이안만이 열 수 있는 문이 열리자 키르케는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더 준비할 필요는 없겠군요.>
함선의 창고 안에는 수백 대의 양산형 티탄과 그동안 몰래 잊힌 도시에서 챙겨 온 수백 대의 가디언들이 있었다.
루벨린이 공격해 온다고 해서 영웅제 내내 쉬지 않고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그걸 둘러보던 이안은 키르케의 말에 무심하게 대꾸했다.
“더 만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