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4화(274/300)
◈ 제274화
137. 혼자 두지는 않겠다 – 2
원래라면 방학 때 기숙사는 폐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로위나가 힘을 썼기 때문일까?
이안은 방학이 되었음에도 열려 있는 기숙사를 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기숙사의 정원에는 단주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느려.”
그의 검이 빛처럼 휘둘러진다.
간신히 그것을 막아 낸 블랜치가 주춤거리며 물러나자 단주는 빠르게 달려 그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찍었다.
“컥!”
“킬로드의 아들답지 않게 창이 느리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안에게 배웠는데 고작 이 정도라고? 그래 가지고 저 녀석을 도울 수 있겠나?”
“쳇!! 아직 제 실력은 반도 안냈거든요?!”
옆구리를 제대로 맞아 아플 만도 하건만.
블랜치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내며 창을 내질렀다.
그걸 피해 낸 단주는 빙글 몸을 돌려 검자루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골이 울릴 만한 충격에 블랜치가 바닥을 구르자 단주는 빠르게 그를 추격했다.
이를 악물고 버텨 내며 블랜치가 단주에게 맞선다.
그들을 지켜보던 이안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정도로 마도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다른 쪽에서는 마법사진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티탄 개량 때문에 찾아왔다가 잡힌 하이랄이 하륜과 오에리나, 윌디, 그래진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쳇!! 에너지 볼트!!”
단순한 에너지 볼트이지만 이안에게 배운 강화법을 쓴 덕분에 더욱 강해졌다.
여러 개의 마법진이 겹쳐지며 오에리나가 만들어 낸 마력의 탄환을 향해 하이랄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 순간 날아들던 탄환이 사라져 버렸다.
마력으로 마력을 지우는 고급 기술이다.
이안이 쓸 수 있는 기술을 그녀가 그대로 구현해 내자 그래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스퀘이크!!”
그사이 마법을 완성시킨 그래진이 지팡이를 내밀었다.
6서클의 강력한 마법이 펼쳐진다.
갈라지는 땅을 힐끔 본 하이랄은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흔들거리던 땅이 멈췄다.
“아니?!”
“파이어 스톰!!”
그때 수십 개의 불씨가 하이랄의 몸을 감쌌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법을 사용한 하륜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때.
“으악?!”
허공에서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래비티였다.
어느새 하늘로 날아가 마법을 피한 하이랄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마법을 강화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캐스팅 속도가 느리다면 누구나 피하겠지.”
“으으으…….”
“썬더 스톰!!”
윌디의 지팡이가 하늘에 겨눠지자 수십 줄기의 전격이 하이랄에게 떨어졌다.
하지만 하이랄은 간단한 보호막 하나로 그걸 막아 내 버리고 윌디도 공격했다.
네 명의 마법사들이 하이랄에게 쪽도 못 쓰고 깨져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이안은 그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다른 이들을 보았다.
아카데미에 남는 생도들 모두 평소보다 더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니?”
이안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땀범벅이 된 채 다가온 아란세는 피식 웃었다.
그 역시 다른 강자들과 대련을 하고 있었다.
“검성을 만나러 가신다더니. 안 가셔도 됩니까?”
“나중에 가려고 그런다. 왜. 갔으면 좋겠냐?”
히죽거리는 그를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이안.”
헬리드였다.
다가온 그는 자신과 연계하고 있는 수호자들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몬스터들이 움직인다라.”
“응. 그런데 수가 좀 많아.”
대략적인 수만 봐도 일만 가까이 된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의 질도 문제다.
모인 몬스터 중에 약한 몬스터는 없다.
아니, 물론 그들도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강한 몬스터들을 위한 먹이에 불과했다.
“다른 수호자들의 정보를 더 받아서 다른 루트의 공격도 파악해 볼게.”
“너 수호자 됐냐? 수호자랑 되게 친하다?”
“아니.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지.”
헬리드는 종이를 톡톡 가리키며 씁쓸해했다.
“어쨌든 수가 너무 많아. 그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 말은…….”
“확실히 누군가가 몬스터를 지배하며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겠군.”
“예. 맞습니다.”
아란세의 말에 동의한 헬리드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 따위는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움직이는 것일까? 루벨린 혼자 그러는 걸까?”
“글쎄다.”
“애초에 흑마법 좀 쓸 수 있다고 해서 몬스터들을 그렇게 많이 움직일 수 있는지조차도 궁금하군.”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때 훈련을 마친 하이랄이 다가왔다.
그녀는 이안의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받아 읽어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나도 몬스터를 조종하는 정도는 가능하니까.”
“어? 하이랄 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몬스터들은 이성보다는 본능이 더 강한 족속들이다. 그 본능을 자극하여 행동에 따른…….”
하이랄은 빠르게 설명했다.
한참 듣던 아란세는 이안을 잡았다.
“넌 알아듣겠냐?”
“예. 딱히 어려운 이론은 아니군요.”
전형적인 칼잡이인 아란세는 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다.
다른 마법사들을 불러 볼까 했지만 이미 하이랄에게 당해서 뻗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상당한 정신력이 존재한다면 다수의 몬스터의 조종이 가능하지.”
“그렇군요.”
“하지만 그 조종을 하는 과정에서 술자는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공격해 오던 몬스터들의 지휘가 풀어진다면…….”
“몬스터를 조종하던 자. 루벨린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겠군요.”
“그래.”
“그럼 루벨린이 나서게 하려면 몬스터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긴데…….”
“그래. 몬스터들이 이곳을 박살 내든 아니면 우리에게 전멸당하든 해야겠지.”
“성벽이라도 있다면 좋겠군요.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너무 늦었다.”
아카데미는 벽이 있지만 아카데미 주변 마을에는 성벽 같은 방어 시설이 없다.
시간만 있다면 만들겠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만들겠나.
그렇다고 몬스터들이 아카데미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둔 후 루벨린이 움직이게 할 수도 없다.
둘의 대화를 듣던 헬리드가 안타까워하자 아란세는 이안을 보았다.
“이안. 방법 없냐?”
“없는데요. 그리고 성벽 만들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 부분은 걱정 마시고 훈련이나 하시죠.”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가 멀어지자 아란세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나서서 마을 사람들의 피난을 유도하고 있긴 한데…… 괜찮을까요. 하이랄님.”
“그들을 아카데미로 불러들일 생각인가?”
“그건 아닙니다.”
마을 사람으로 위장한 루벨린의 부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그들을 함부로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게이트를 통해 그들이 잠시 이동해 있게 하는 것뿐이었다.
“카르지드 학장님께서 나서서 마탑과 협의하고 게이트 이용 비용을 감당하고 계시니 다행이지만…….”
“어. 설마 마탑에서 이 상황에서도 돈 받겠답니까?”
헬리드가 당황하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규정은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래도 내년에 다른 부분으로 메꿔 준다더라.”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간답니까?”
“스칼렛 왕국. 레드 시티 쪽에서 피난처를 마련해 준다고 하더라. 라키드가 힘을 많이 써 줬지.”
“이왕 힘을 빌려줄 것이라면 병력이라도 보낼 것이지.”
생도들을 가르치던 프리디온이 다가왔다.
그런 그를 향해 헬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보내주려고는 했었죠.”
몬스터들이 움직이고 있고, 그 목표를 아카데미라고 파악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 몬스터들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아카데미 지키다가 자국이 공격당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대규모 웨이브는 군대를 동원해도 막기 힘들다.
그렇기에 각 나라들에서는 함부로 병력을 뺄 수 없었다.
차라리 아카데미로 이동하는 몬스터를 잡는데 힘을 쓰는 것이 낫다.
다른 나라도 다 그렇게 하지 않나.
결국 귀족들이 반대했고 라키드는 아예 왕실 수비군과 선홍기사단, 심지어 자신만이라도 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안이 직접 필요없다고 해버렸잖습니까.”
결국 라키드는 아쉬워하며 피난민들을 지켜주는 거라도 해주겠다 말했고 이안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병력이 더 좋을텐데.”
아란세가 한숨을 내쉬자 헬리드는 씁쓸해했다.
“어쩔 수 없죠. 이안도 고집은 보통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하이랄 님께서는 도와주실테니까.”
“루벨린을 잡는 건 도울거다. 하지만 몬스터 잡으며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거기에 검성과 숲지기가 이미 결집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수를 줄이고 있잖아.”
“그건 그렇죠.”
“거기에 제국군도 제국 국경 근처에서 북진 하려는 몬스터 웨이브들을 막고 있고, 또 각 나라들도 움직이니 나까지 할 필요는 없지.”
하이랄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 버리자 헬리드는 아쉬워했다.
8서클 마법사인 하이랄이 지원을 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래도 달의 교단과 태양의 교단에서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그때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아카데미에 있는 달의 신전 주임 사제인 아우트였다.
“아란세 교관님! 여기 계셨군요!”
“오셨습니까?”
“예. 달의 교단의 성기사님들께서 무려 오백 분이나 찾아오셨습니다. 거기에 사제님이 열분이나 오셨어요!”
“그거 다행입니다!”
달의 교단 성기사 오백이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아란세가 기쁜 듯 웃었을 때 윌리스도 그를 찾아왔다.
“태양교단에서 사제 오십분과 성기사 삼백 명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교단에서도 이차 지원군을 준비 중이십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힘드실 텐데…….”
“아뇨.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이안 성도님께서 요청하신다면 더 많은 지원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요…….”
태양교단이든 달의 교단이든.
둘 모두 이안에게 큰 빚을 졌다.
그렇기에 도움을 위해 아예 성전군을 모집해 보내려 했었다.
하지만 이안은 둘 모두에게 대놓고 필요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성전군은 모집할 수 없었고 소수 정예의 성기사들만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아우트가 풀 죽은 듯 고개를 숙이며 사정을 말하자 아란세는 한숨을 쉬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그렇게 이야기를 했을 때.
“큰일입니다!”
발렌타인이 빠르게 뛰어왔다.
바람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정찰대를 맡은 그녀는 모여 있는 이들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펠로딘 관도를 통해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 수만 무려 삼천 이상…… 그리고 몬스터들은 전부 B급 이상의 강력한 몬스터들뿐입니다.”
“그쪽에는 이세와 위드론이 가 있는데…… 시간 정도는 벌어 줄 수 있겠군.”
트롤이나 오크 같은 대형 몬스터들만 있다는 이야기다.
펠로딘 관도는 아카데미 마을에서 하루 정도 거리일 뿐.
그러니 슬슬 전투준비를 해 둬야 한다.
“그래도 이안에게 말해 줘야겠군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이안이라면 개발실에 있을 거다.
헬리드가 이야기를 전달하러 가려는 사이 아란세는 훈련하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을 보던 아우트와 윌리스도 서로를 응시한 후 바로 움직였다.
그들이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연구실로 돌아간 이안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짝!
그의 신호와 함께 함선의 문이 열린다.
-위이이잉……! 철컥! 철컥!
함선의 안에서 수십 개의 푸른 눈이 번쩍였다.
양산형 티탄들이 빠르게 나오자 이안은 손가락을 튕겼다.
“펠로딘 관도 쪽에 몬스터들 있어. 쓸어버려. 가디언들은 위장하고 마을로 가 있고.”
-치이이익!!
티탄들의 몸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가디언들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한다.
준비를 마친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소식을 알리러 온 헬리드가 멍하니 티탄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바, 방금 뭐야?”
“뭐가.”
“저거…… 다 티탄이지? 근데 생긴 게 좀 다르다?”
“양산형이라 그래.”
아무리 양산형이라고 하더라도 한 대도 아니고 수백 대나 있다니.
거기에 아까 투명화하던 것은 잊힌 도시의 가디언들 아닌가.
놀란 헬리드를 보던 이안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함선의 형태가 변한다.
“저것만 준비한 것도 아냐.”
그걸 본 헬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