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7화(277/300)
◈ 제277화
139. 필요한 희생이었다 – 1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패는 한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직접 공격.
하지만 루벨린이 직접 공격해 오면 이안으로서는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니 첫 번째는 제외한다.
그건 루벨린의 마지막 패일 테니까.
두 번째는 외부의 공격이다.
이안이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아카데미 전체를 공격하여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 공격이 바로 몬스터를 이용한 것과 유성 낙하였다.
그 또한 이미 막았으니 의미가 없다.
그럼 남은 것은 세 번째.
이안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오. 네가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이거 감동인데?”
박바레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친하게 지내는 자들은 이들 정도뿐이다.
물론 외부에도 몇 명 있기는 했지만 그들에 대한 대비 정도는 해 놨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야겠군.”
“쉬긴 뭘 쉬냐? 훈련해.”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 된 윌발에게 이안은 딱 잘라 말했다.
“루벨린 잡았다고 세상이 평화로워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음…… 하지만 악마들의 신인데.”
“악마들의 신이라고 해 봤자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해.”
그거 하나 없어졌다고 세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이안의 냉정한 말에 다들 씁쓸해했다.
그에게는 악마들의 신이든 뭐든 크게 보자면 자신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다들 무거운 얼굴로 침묵하자 가장 속없는 발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일어났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아무튼 그럼…… 박바레. 훈련이나 하러 가자고.”
“오우.”
그들이 나가자 다른 이들도 머쓱해하며 나갔다.
꽤나 바글거리던 기숙사가 빠르게 조용해져 간다.
많은 이들이 나가자 로비를 둘러보며 이안은 소파에 앉았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둘 중 하나지.”
윌디가 묻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냥 패배를 인정하고 이안이 사라질 때까지 숨어 있든.
그게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나와 정면 승부를 내든.
둘 어느 쪽을 택해도 이안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세계관 수집이 완료되면 루벨린을 곧바로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세계관을 손에 넣게 되는 순간 이 세계는 이안의 것이 된다.
그 말은 이곳에 무엇이 있든지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럼 루벨린이 아무리 다른 차원의 힘을 쓴다고 하더라도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루벨린도 그것을 알기에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 몰랐다.
<알고 있다면 진다는 것도 알 텐데…… 왜 그렇게 덤비려 할까요?>
‘0보다는 0.1이 낫지.’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잡히지만 움직이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루벨린 입장에서는 반드시 움직이려 할 것이다.
<대비를 좀 더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해 뒀어.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으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리자고.’
* * *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던 그녀는 감았던 눈을 떴다.
역시 그는 언제 봐도 최고였다.
그는 항상 당당했다.
언제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었다.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당신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루시엔의 분신으로서 지옥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분신이라 하여 특별할 것은 없었다.
결국 루시엔과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싫었다.
악마들밖에 없는 지옥이 싫었고, 이곳에 남게 한 루시엔의 의지가 싫었다.
지옥을 떠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지옥이 싫어서 떠난 루시엔처럼 그녀 역시 지옥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루시엔의 분신.
루시엔이 남긴 의지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 지옥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의무가 만들어 낸 괴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증폭되었었고.
어느 날 그녀에게 특이한 것을 보게 만들었다.
숲이었다.
지옥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숲.
그곳에서 한 소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때가 처음이었지요.”
자신의 품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커다란 그림이었다.
짙은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
그리고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
처음으로 보게 된 다른 차원의 등장인물.
이곳에 갇혀 있는 자신과는 다른 존재.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아…….”
그때 더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아주 우연찮게 다른 차원을 보게 된 것이고, 그것을 계속 보기에 자신은 너무나도 약했으니까.
그렇기에 움직였다.
더 많이 보기 위해서.
더 오래 보기 위해서.
끝없이 수련을 했다.
그리고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에 보게 된 그는 달랐다.
한쪽 눈가에 긴 상처를 가진 남자였다.
빛으로 번쩍이는 검을 든 채 하늘을 누비는 커다란 배를 조종하고 있었다.
골렘이나 가디언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멋대로 베어 넘기고 강대한 힘과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았다.
멋있었다.
지옥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과는 다른 그 자유로움을 동경했다.
또다시 힘이 다해 더 보지 못하게 되고.
다시 훈련을 해 힘을 쌓고 보았을 때 그는 거인들을 이끌며 용과 싸우고 있었다.
이후 또다시 보았을 때 그는 원숭이 하나, 돼지 하나와 함께 삼장법사라는 자를 수호하고 있었다.
다시 훈련을 해 보고.
다시 보고.
보고.
보고.
또 보고.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그를 보았다.
그렇게 그저 훔쳐보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이 루벨린의 낙이었다.
이 지옥에서.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악마들 사이에서.
그것만이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다.
“아아아.”
더 보고 싶다.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나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차원을 누비는 그처럼 자신 역시 움직이고 싶었다.
그렇게 이룰 수 없는 바람은.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의무의 괴리감은 더욱 커져 갔고 거대한 이질감이 되어 결국 진리와 접속하게 만들었다.
“아아…… 진리시여…….”
세계를 구성하는 법칙.
세계를 유지하는 힘.
막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져다주는 그것에 잠시나마 접속하게 된 것이다.
그 대가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를 좀 더 볼 수 있다면.
아니, 수없는 차원과 세계를 이동하는 그를 따라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처럼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렇기에 점점 정신이 마모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 진리에 접속했고 결국 답을 깨달았다.
“아아…… 이제 곧 이 세계는 멸망합니다.”
자신은 이 세계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그런 자신이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 세계를 멸망시킨다.
그러며 만들어지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신이라는 고유한 존재를 만들면 그를 따라갈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고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 나가며 실행해 나갔다.
그러던 와중에 이변이 발생했다.
“아아아아아…… 이런 축복이…….”
그가 나타났다.
수많은 차원을 여행하는 그가.
동경하고 존경해 온 그가 이 세계로 온 것이다.
그렇기에 기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리하여 말해야 한다.
당신을 오랫동안 봐 왔다고.
당신을 만나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아직 이 세계에 잡혀 있는 요소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루벨린은 눈을 돌렸다.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왜. 왜 이곳에 온 겁니까…….”
그녀는 거울에 손을 가져갔다.
거울 속에 있는 칠흑처럼 짙은 검은 머리칼.
보라색의 커다란 눈동자.
누구라도 반할 만한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에게 손을 뻗었다.
손이 마주 닿자 루벨린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왜 벌써 온 겁니까. 왜…….”
그는 수많은 차원을 여행하며 세계를 수집하는 자다.
그에게 수집된 세계는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
그 말은.
이 세계의 구성 요소인 자신은 결코 그처럼 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절망감에 몸을 떨며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싫어…….”
그는 무한한 삶을 살며 수많은 세계를 수집하는 자다.
그런 그가 만난 세계의 일부로 남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다.
적어도 그의 옆에 설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싶다.
그리고 만약.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루벨린의 몸이 어둠으로 감싸이기 시작한다.
완전히 자신을 가린 그녀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당신을 막은 유일한 자로서…… 당신에게 영원히 기억되겠어…….”
그것이 그의 적이 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진리와의 접속과 다른 차원과의 연계로 마모된 그녀의 정신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 * *
“으랴아아아!!”
<주인님.>
‘나도 느꼈어.’
이안은 달려드는 블랜치의 머리에 하이 킥을 날렸다.
한 대 맞은 블랜치가 나가떨어진다.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른 그가 바닥에서 꿈틀거리자 구경하던 생도들은 떨떠름하게 토론했다.
“저거 죽은 거 아냐?”
“안 죽어도 저 정도면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은데.”
“가서 윌리스 사제님이나 아우트 사제님 좀 모시고 와라.”
그들이 심각하게 말하는 사이 널브러져 있던 블랜치가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으이 씨. 죽는 줄 알았네.”
“순간적으로 오러를 이용해서 육체를 강화하는 건 이제 됐네.”
제대로 맞았는데도 그가 기절도 안 한 것을 보자 다들 감탄했다.
블랜치의 실력이 꽤나 늘었다.
그걸 보던 발라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야! 너 치사하게 이안한테 자꾸 배울 거냐?”
“사랑은 허리케인이지!”
“뭔 개소리야?! 제길! 이안! 나랑도 붙어!”
도끼를 들고 나온 발라가 소리치자 위디아와 박바레가 나섰다.
“줄 서. 자식아.”
“넌 저기 가서 프리디온 교관님이랑 해라.”
그렇게 그들이 대련을 이어 나가려 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만하자.”
“왜?”
“이제 메인이벤트 시작해야 하니까.”
이안의 말에 모두 의아해했다.
그때 그들이 있는 정원으로 하이랄과 발렌타인, 누아브가 당황하며 달려왔다.
“이, 이안 생도님! 큰일입니다!”
“이게 무슨…… 이 무슨……!!”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8서클 마법사.
정령왕.
정령왕의 계약자.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서 이안을 제외하고 손에 꼽을 만한 강자들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걸 본 생도들이 의아해했을 때.
“……하늘이.”
윌디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색이 변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던 푸른 하늘이 검게 물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 연기에 감싸인 것이었다.
그것이 드러나자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느꼈다.
이안을 넘어서는 막대한 이질감의 폭풍이 그들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따악!!
그것을 보자마자 이안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신호에 따라 아카데미에서 대기하고 있던 양산형 티탄들이 움직인다.
“어?”
“뭐, 뭐야?! 뭔데 저렇게 많아?!”
수백 대의 티탄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수많은 연구원들의 피와 땀이 섞여 있는 것 같은 티탄들을 보며 생도들은 감탄했다.
“이안! 너 저걸 예상하고 저렇게 많이 만든 거냐?”
“그게 아니면 왜 만들었겠냐. 자.”
시큰둥하게 대꾸한 이안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우우우웅!!
티탄들이 검은 연기를 향해 날아갔고.
-콰아아아아앙!!
그 검은 연기로 들어가자마자 자폭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떨릴 정도의 폭발들이 이어진다.
그것들을 보던 생도들은 이안에게 눈을 돌렸다.
“저거 만드느라 고생한 연구원들은…….”
그들의 어이없다는 시선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필요한 희생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