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8화(278/300)
◈ 제278화
139. 필요한 희생이었다 – 2
연구원들의 피, 땀 노력이 터져 나간다.
하늘에서 펑펑 터져 가는 티탄들을 보며 하륜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세상에. 저걸 다 팔면 어지간한 나라의 1년 국가 예산도 넘을 텐데…….”
“으. 아까워라.”
다들 검은 기운으로 돌진해 자폭하는 티탄들을 아까워했다.
그렇게 어두워진 하늘이 밝아질 정도의 자폭 쇼가 끝나자 이안은 하늘을 가리켰다.
어둠이 꽤나 많이 가셔져 있었다.
“굉장하군.”
“물리력이라는 것은 어느 차원에 가든 대부분 통용되는 힘이니까.”
특히나 티탄이 자폭하며 만들어 내는 파괴력이라면 저 이질감을 중화시키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기다렸고 윌발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해치웠나?”
“앗?!”
하필이면 저런 말을 하다니.
하륜은 윌발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쿠우우웅!!
검은 연기가 점점 한곳으로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블랜치와 윌디는 움찔했다.
저번에 미얄 산맥에서 봤던 루벨린의 꼭두각시처럼 검은 기운에 감싸여 있는 무언가였다.
“야. 저거…….”
“또 꼭두각시 아닌가요?”
“아니야.”
이안이 대꾸했을 때 하늘에 떠 있던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와 동시에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따악!!
하지만 그걸 이안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있겠는가.
그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동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콰아아앙!!
“뭐, 뭐야?!”
“포격. 내 마력을 기반으로 쏘아지는 일종의 파동포지.”
“너 진짜 별걸 다 만들었구나?!”
“내가 왜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열심히 작업했다고 생각해?”
항상 모든 일에 대비를 해 둬야 하는 법이다.
이안은 가볍게 말한 후 포격에 맞은 검은 기운을 보았다.
이번 포격 역시 꽤 타격을 입힌 건지 검은 기운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흑발의 미녀였다.
“와…….”
“헤에…….”
“오우…….”
인간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이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미’라는 것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모습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녀에게 홀리고 있었다.
“저게…… 루벨린……?”
언제나 냉정한 단주마저도 흔들리는 듯 보인다.
이안은 옆에 있는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루벨린을 용서 못 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은 제국의 경국지색이군요.>
나라를 흔들리게 할 정도의 아름다움.
이 정도면 거의 저주나 다름없는 힘이다.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여인을 보던 이안은 숨을 들이마셨다.
<천축의 삼장 사자후를 사용합니다.>
“정신 차려!!”
이안의 사자후가 터지자 미색에 홀렸던 이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춤거리는 그들을 보던 이안은 그녀에게 검을 겨눴다.
“너. 루벨린이냐?”
끄덕.
흑발의 미녀 루벨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마쳤다.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진작 찾아오지 그랬어.”
“그럴 걸 그랬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사이, 당신 역시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상냥하게 웃는 모습에 다시 위험한 아름다움이 퍼져 나가려 한다.
인상을 쓴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채앵!!
무형의 기운과 이안의 오러가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소리 때문일까?
홀리려던 이들은 무기를 들어 그녀에게 겨눴다.
“이안. 저게 루벨린이지?”
“예.”
“그럼 죽여야겠군.”
단주는 루벨린에게 검을 겨눴다.
하지만 그녀는 단주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이 향하는 것은 오직 단 하나.
이안뿐이었다.
“왜 오신 겁니까.”
“오면 안 되냐?”
“제가 당신을 만나러 갔어야 했는데…….”
애달픈 감정이 퍼져 나간다.
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이안이 잘못한 것 같다.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바라보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너네 정신 안 차리냐?”
“으…… 미치겠네. 뭔데? 이거.”
적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움직임 하나하나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블랜치가 이를 갈며 이안에게 말하자 하늘에 있던 루벨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긴 손가락이 움직인다.
-꽈과광!!
“우왁!!”
검은 하늘에서 붉은 번개가 떨어졌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붉은 번개의 흔적을 보니 자칫 잘못했다면 즉사했겠다.
블랜치는 섬뜩함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
“저 개년이…….”
“내가…… 그와 이야기하고 있잖아.”
눈을 크게 뜬 루벨린이 말하자 오에리나는 움찔하며 이안을 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야. 이거 내 머리가 너무 핑크빛이라서 그런 거 아니겠지?”
옆에 있던 위디아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동감하는데. 저기 루벨린이…… 어째 이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저건 동경? 집착? 뭐 그런 거 아닐까?”
수군거리던 생도들은 루벨린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이안에 대한 열망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와. 쟤 운수도 진짜 사납네.”
생도들은 식겁하며 이안과 루벨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사이 하이랄은 이안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섰다.
“그의 옆에 다가가지 마라.”
또다시 하늘에서 붉은 번개가 떨어진다.
하지만 하이랄은 지팡이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녀의 마법진에 빨려 들어간 붉은 번개는 방향을 바꿔 그대로 루벨린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을 루벨린은 콧방귀도 뀌지 않은 채 그대로 지워 버렸다.
“저거 네가 쓰는 것이지.”
“뭐. 마법을 지우는 거? 그래.”
“그럼 적의 실력이 너와 동급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하이랄은 이안을 힐끔거렸다.
처음 그와 붙었을 때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에 대해 알아 갈수록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안이 지금까지 보인 힘은 그가 가진 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루벨린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위험한 것이니 말이다.
“동급?”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사이 루벨린은 하늘로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길 한 번으로 수백 개의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마, 맙소사.”
저 마법진 하나에 담긴 힘이 7서클 마법과 동일하다.
그것이 저렇게 많다니.
어떤 마법인지는 해석할 수 없지만 저 마력량만 본다면 이곳 일대가 순식간에 소멸될 것이다.
“제길!!”
하이랄은 지팡이를 들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마력을 사용해서라도 막아 내겠다.
이를 악문 그녀가 마력을 끌어모으는 사이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울었다.
“먀아아아아아!!”
먀네의 울음으로 마법진이 사라진다.
그걸 본 루벨린은 무감정한 눈으로 손을 휘둘렀다.
“그에게 접근하지 마라. 하찮은 빛의 정령.”
“먀아아! 먀! 먐먀! 먀!!”
털을 곤두세운 채 먀네는 계속 울었다.
대놓고 경계하는 그 울음 때문인지 결국 루벨린은 다시 손을 들었다.
“맙……소사.”
이번에는 달랐다.
하늘 전체를 가득 메울 정도의 마법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천, 아니 수만은 되어 보이는 마법진들이 아카데미로 향해졌다.
“저 힘의 한계는 도대체가…….”
전에 이안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나의 종을 소멸시켜 세계의 구성 요소에서 삭제하면 그 구성 요소를 이루기 위한 힘을 지닐 수 있다고.
어쩌면 저것이 그 힘이 아닐까 싶었다.
하이랄이 지팡이를 꽉 쥐며 다시 막아 내려 하고, 먀네도 난감해하며 털을 곤두세운 채 아카데미만이라도 보호하려고 한 순간.
이안은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허수 세계의 공간 장악을 시작합니다.>
-쿠우웅!!
이안이 발을 내디딘 순간 하늘을 뒤덮은 마법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서 있던 이들이 모두 비틀거렸다.
지독할 정도의 불쾌감이 몸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뭐였지…… 방금?”
“전에 이안이 했던 탐색을 강화한……. 우웩.”
몇몇 생도들이나 마법사들이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토하는 사이 루벨린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역시나 굉장하네요.”
루벨린이 상냥하게 웃었다.
그걸 멍하니 지켜보던 윌리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안 성도님. 저 악마를 계속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성기사들과 사제들도 모두 준비를 끝냈다.
이안이 신호만 주면 바로 공격할 수 있을 거다.
아우트와 함께 있는 달의 교단 측에서도 전투준비를 끝냈다.
그들이 자신만 바라보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까 보았던 막대한 힘도 그렇고.
또 이안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그렇고.
그냥 뒀다간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았다.
“금방 끝날 겁니다.”
“알겠습니다.”
윌리스가 물러나자 이안은 하늘에 있는 루벨린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준비한 건 이게 다냐?”
“후.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아하하하핫!!”
그녀는 웃었다.
고개를 쳐들고.
이제는 맑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럴 리가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미얄 산맥 쪽에서 검은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쪽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이들은 비명을 터트렸다.
“으악!!”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그들의 반응에 다른 이들은 의아해했다.
왜 저러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박바레가 바라보자 오에리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야, 이, 이안! 저거…… 봉인 해제되려면 시간이 남았다면서?!”
“어. 남았지.”
“그런데 왜?!”
“봉인? 저기 뭔 봉인이 있는데?”
봉인이라는 말을 듣고 몇몇은 굳었다.
하지만 아직 듣지 못했던 박바레가 다른 이들을 대표해 묻자 오에리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저기…… 마왕의 봉인이 있…….”
-쿠우우우웅!!
폭발이 끝나고 검은 기운이 치솟는다.
그곳에서 떠오른 것은 거대한 살덩어리였다.
그 살덩어리가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
네 장의 날개를 지녔고 열세 개의 뿔을 지녔다.
온몸에 흉측한 비늘이 있고 길고 긴 세 개의 꼬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을 향해 루벨린은 손을 뻗었다.
“당신은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요?”
“알지. 마왕이잖아. 과거에 수많은 종을 소멸시켰던 마왕.”
하이랄은 기겁했다.
종을 소멸시켰다.
즉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저걸 그냥 둬도 되느냐?!”
“된다.”
“그와 이야기하지 마라.”
또다시 번개가 떨어진다.
과도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그녀에게 하이랄은 이를 갈았다.
그사이 마왕의 육체를 가져온 루벨린은 손을 쥐었다.
마왕의 육체가 사라진다.
그러며 그 안에 담긴 힘이 루벨린에게 흘러들어 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난 순간.
아카데미 전체가 어둠으로 감싸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하륜을 비롯한 몇몇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기겁했다.
“서, 설마 여기?!”
“헉…….”
“또 여기냐?!”
“뭔데. 너희 아는 것이라도 있냐?”
기겁한 아란세가 묻자 하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악몽 속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의 눈앞에 그들의 공포의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