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79화(279/300)
◈ 제279화
140.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 1
악몽들이 나타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공포가 구현화되자 루벨린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비명을 터트렸다.
“아아악!”
“으, 꺼, 꺼져!!”
“뭐야! 이건 뭐냐!”
순식간에 혼란이 펼쳐지자 하늘에 있던 루벨린은 웃었다.
“자신의 공포조차 마주할 수 없는 것들 따위가 감히 그의 옆에…….”
“정신 차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안은 사자후를 터트렸다.
정신을 일깨우는 외침은 단번에 루벨린의 영역 전체를 감싸 버렸다.
-챙그랑!!
공포가 사라진다.
내면에 있던 두려움이 구체화된 악몽의 존재가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잠깐에 불과했다고 하나 자신의 공포를 대면한 이들은 하나둘씩 지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고작 이게 다냐?”
“그럴 리가요.”
루벨린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와 함께 하늘이 불길한 청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건?!”
위드론은 이를 갈았다.
그도 아는 것이다.
예전 펠레 영지에서 봤던 포자들이다.
“제길!! 모두 코와 입을 막아!”
그의 외침에 따라 다들 코와 입을 막았다.
하지만 흩뿌려지는 푸른 포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저것이 내려오면 끝장이다.
“실피론 님!!”
발렌타인은 손을 들었다.
바람의 정령이라면 저 포자를 한 번에 감쌀 수 있겠지.
그녀가 외치자 발렌타인과 계약하고 있던 실피론이 움직였다.
-우우우웅!!
태풍이 불어닥친다.
강력한 바람이 모든 포자들을 모아 한곳으로 밀집시켰다.
그제야 위드론은 안도했고 루벨린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하찮은 정령 따위가.”
그녀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태풍이 사라진다.
그리고, 태풍 속에 모여 있던 포자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하나의 거인으로 변해 버렸다.
<버섯왕이군요.>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펼쳐졌던 것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쯧.”
버섯왕의 거대한 몸체를 본 이들은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마법과 오러가 날아다니며 버섯왕을 공격한다.
-푸슈슈슈슛!!
프리디온의 오러가 버섯왕의 몸에 상처를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서 푸른 포자가 터져 나왔고 발렌타인은 필사적으로 바람을 부렸다.
“마법사들!! 태우세요!!”
“파이어 볼트!”
“익스플로전!”
“블레이즈!!”
여기저기에 있던 마법사들의 화염계 마법이 푸른 포자를 불태운다.
그렇게 그들이 버섯왕과 처절한 결전을 벌이자 이안은 손을 들었다.
-화륵!
작은 불씨 하나가 그의 손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것을 이안이 휙 집어 던지자 하늘하늘 날아가던 불씨는 버섯왕에게 닿았다.
-화르르르르륵!!
오러로도 쉽게 상처 낼 수 없고, 상처 내도 포자를 퍼트리거나 재생하는 버섯왕의 몸체를 한 번에 재로 만들어 버렸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루벨린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것과 함께 구름이 움직인다.
하늘의 구름이 변화하는 것을 본 아우트는 깜짝 놀랐다.
저 구름에서 말도 못 할 정도로 사악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건…….”
-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이히히히히히!!
구름 속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의 것이 아닌 비명이었다.
“백귀야행입니다!!”
“어? 윌리스 사제님.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저도 예전에 잊힌 도시의 탑에 들어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문제는 저 백귀야행을 어떻게 루벨린이 만들어 냈느냐다.
혼란에 빠진 윌리스에게 이안은 간단하게 대꾸했다.
“악마들도 잊힌 도시에 자주 갔었으니 그 과정에서 요괴를 가져왔겠지요.”
“그게 가능한가?”
“안 될 건 또 뭡니까?”
예전에는 호랑이도 빼냈었는데.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고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잡자고.”
구름이 움직이며 안에 있는 요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지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사람의 얼굴을 한 거미.
수많은 요괴들이 산 자를 증오하며 잡아먹기 위해 구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천축의 삼장. 광명진언을 사용합니다.>
“열 가지 악과 다섯 가지의 거스름, 네 가지의 중대한 죄가 이 진언 앞에서 사라지리라.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이안의 뒤에서 신성한 후광이 나타났다.
그 후광과 함께 진언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의 진언이 끝나자 백귀야행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게 다야?”
“그럴 리가요.”
마왕까지 흡수하며 진리에 좀 더 접근했다.
그렇기에 루벨린은 다른 수를 꺼냈다.
하지만.
막힌다.
모든 것이 이안에게 간단하게 막혀 버리고 있었다.
거대한 불길도.
살을 에는 추위도.
심지어 사람의 심리를 공격하는 것조차도.
모든 것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 굉장하시군요.”
“할 거 다 했지? 그럼 이제 끝내자. 먀네. 잠깐 내려.”
“먀아아~.”
아쉬워하면서도 먀네는 이안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빠르게 뛰어 누아브의 머리 위로 올라간다.
“금방 갔다 올게.”
“먐먀……?”
먀네는 별빛의 눈으로 이안을 응시했다.
어딘지 불안하다.
방금 저 거대한 힘을 드러낸 주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먀아!! 먀먀먀먀!!”
그리고 바로 누아브의 머리에서 뛰어내려 이안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이안은 어느새 다리에 힘을 넣고 있었다.
-쿠우웅!!
땅이 파일 정도의 힘으로 그가 뛰어올랐다.
일격에 끝내려는 듯 그가 검을 당겨 쥐었을 때.
루벨린은 씩 웃었다.
“역시. 이럴 때 당신은 항상 세계의 검을 사용하더군요.”
순간 루벨린의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차원의 틈입니다.>
그녀가 있던 자리 바로 뒤에 미세한 공간의 흠이 있었다.
그곳으로 도망쳐 버린 것을 확인한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야! 이안!!”
“어디 가려는 거야?!”
그가 틈 쪽으로 손을 가져가려 하자 생도들이 외쳤다.
“멈춰!! 루벨린이 도망갔다면 그걸로 끝내자! 불안하다!”
“오랜 시간 세계의 멸망을 준비한 자다!”
“갑자기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루벨린도 뭔가를 준비했다는 이야기야! 가지 마!!”
아까 전 이안의 막대한 힘을 봤음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모두가 막았다.
‘위험할까?’
<그럴 리가요.>
키르케의 말에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모두를 내려다보며.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별일 아닐 테니 걱정 말고 있어.”
그리고 그대로 차원의 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원의 틈 안에 들어간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죽어 버린 대지.
태양과 달, 별조차 없는 하늘.
있는 것은 완전한 소멸만을 앞에 둔 죽어 버린 땅과 불길한 불꽃들 뿐이었다.
“이딴 곳에 이런 걸 만들어 놨다고?”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그를 향해 흑발의 미녀, 루벨린이 사뿐사뿐 걸어왔다.
“제 한계는 여기까지거든요. 저는 차원을 넘어갈 수 없어요.”
그렇기에 차원과 차원 사이의 틈에 만들어 두었다.
빙긋 웃은 그녀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하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안타까워요. 이런 것이 아닌데. 당신은. 당신은 이런 존재가 아닌데.”
얼굴을 매만지며 루벨린은 처연하게 웃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곳이라면. 모든 것이 멈춘 이곳이라면.”
처연한 웃음에 집착이 생겼다.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은 어깨를 꽉 쥐었다.
“이곳에 만들어 둔 저만의 세계라면…… 당신과 영원히 있을 수 있으니까.”
“여긴 멈춰 있는 곳이군. 죽은 차원을 끌어다가 만든 곳 같은데.”
“예.”
“내가 그걸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 텐데?”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루벨린은 화사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명백하게 망가져 있었다.
“쯧쯧. 진리에 너무 접속했군. 감당할 수도 없는 것에 계속 다가가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나?”
진리에 계속 접근한 결과 결국 미쳐 버린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목적만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맹목적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광기에 가득 찬 그녀를 보며 이안은 검을 들었다.
그걸 보던 루벨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호!! 절 소멸시키려는 건가요? 세계의 검으로? 우후후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뒤로 물러난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이안의 눈앞에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세계관을 수집하며 만났던 이들이었다.
“이거 환각은 아닌 것 같네. 내가 가진 세계에서 배제된 놈들인가?”
“후후후. 예. 진리에는 여러 가지 힘이 있죠. 후후후. 전 말이죠.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봐 왔습니다. 당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알아요.”
나타난 환영들이 그를 저주하기 시작한다.
처음 세계관을 얻었던 곳에서 자신에게 죽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계에서 만났던 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적의와 저주를 퍼붓는다.
또 세 번째.
이어서 네 번째.
그렇게 세계를 떠돌며 만났던 이들이 이안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무수한 세계들이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당신이 가진 힘은 당신이 보유한 세계관들이죠. 그들의 저주가 얼마나 괴롭나요?”
“흠…….”
“힘든가요? 힘들어요? 저 때문에 힘든 거겠죠?”
이안의 무표정이 깨진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자 루벨린은 광기에 가득 찬 채 웃었다.
“당신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 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어!! 그러니까…….”
루벨린은 한 걸음 걸어왔다.
그리고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막아 줄게요. 후후. 당신도 이걸 막는 방법을 알죠? 진리에 접속했던 자의 혼을 이용해서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는 도우미를 만드는 거죠.”
그녀가 즐거워하며 지껄이자 이안은 루벨린을 밀쳐 냈다.
“아아. 절 거부하지 말아요. 이게 제 꿈이었어요. 당신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이깟 세계. 멸망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제 몸? 의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당신만 있다면.”
하지만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삶은 당신에게 유희에 불과하잖아요? 그러니 그 유희에 제가 함께 하게 해주세요. 제가 당신의 스킬이 되게 해주세요.”
루벨린은 웃었다.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는 포효했다.
“오직 저만이 당신을 봤고, 저만이 당신을 느꼈어요!! 저만이 당신을 알고! 저만이 당신의 여행을 응원했어요!! 그러니까!!”
그녀의 비명과 집착이 섞인 구애를 들으며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키르케. 세계관 접속 끊어.”
<세계관과의 연결을 해제합니다.>
이안의 말에 루벨린은 당황했다.
설마 세계관과의 접속을 끊어 버리다니.
그럼 세계의 검도 못 쓰는 것 아닌가.
아니, 그가 가진 세계를 이용한 막강한 힘을 못 쓰는 것 아닌가.
“……당신. 세계관도 없이 저를 상대하려는 건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루벨린은 고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내가 싫은 거야……?”
“그럼 좋겠냐?”
루벨린은 얼굴을 쓸어 만졌다.
아까 전까지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강력했던 힘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일개 인간에 불과했다.
<세계관 접속이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을 봐 왔어요.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그에게 반했다.
그의 힘에 반했고, 행동에 반했으며 성격에 반했다.
그것은 동경이 되었고, 지옥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자신에게 모든 것이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부정한다.
“전 당신을 좋아했어요.”
“이제는 아니라는 얘기겠군.”
“……날 데려가 주지 않겠다면. 나와 함께하지 않겠다면.”
아까 전까지의 상냥함이 사라진 그녀는 비명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당신을 강제로라도 잡아 두겠어!”
막대한 힘을 드러내며 루벨린이 달려들었다.
모든 것을 갈라 버릴 날카로운 손톱으로 이안을 베어 버리려던 루벨린은.
-퍼억!!
이안의 주먹질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어?”
당황했다.
세계관과 접속하지 못하는 이안이 어떻게 자신을 친 것이지?
아니, 어떻게 한 방에 자신을 쓰러트린 것이지?
비틀거리며 일어난 루벨린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응시하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뭐……라고……?”
“첫 번째. 너처럼 미친것들 상대한 게 처음이 아니야.”
“그게 무슨……?”
“날 훔쳐보던 게 너만은 아니었다는 거지. 아. 지금도 보는 자들이 있네.”
루벨린의 안색이 변한다.
자신만 그를 봐 왔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허망감.
자신만의 것을 빼앗겼다는 듯한 질투심.
끔찍한 감정이 미쳐 버린 몸을 지배하는 사이 이안은 검을 겨눴다.
“그리고 두 번째.”
천마신공 파천의 장.
천마섬.
어느새 루벨린의 앞에 나타난 이안이 검을 휘두른 순간 그녀의 가슴이 깊게 갈라져 버렸다.
“난 세계관 안 써도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