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0화(280/300)
◈ 제280화
140.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 2
‘어떻게……?’
루벨린은 고개를 숙였다.
갈라진 가슴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커헉!”
거칠게 피를 토한 그녀가 뒤로 물러난 순간 이안은 다시 검을 움직였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태양섬.
이글거리는 불길이 이안의 검에서 나타났다.
그 불길은 집요하게 루벨린을 쫓았고 그녀가 만들어 낸 검은 기운의 보호막을 태워 버렸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혼.
보호막이 사라지자 그 틈을 노려 백색의 달빛이 쏘아졌다.
루벨린의 몸 일곱 곳에 꽂힌 차가운 달빛이 폭발하며 그녀의 몸을 얼려 나간다.
“아으으으!!”
비명을 토해 내며 루벨린은 몸을 비틀었다.
얼어붙어 가던 몸의 얼음이 녹아내리자 그녀는 이를 드러냈다.
“그럴 리 없어!! 내가 본 당신은……!”
“네가 날 본 게 얼마나 된다고.”
천마신공 파천의 장.
호왕퇴.
잠시 몸을 굽혔던 이안이 튀어 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져 나간 그의 무릎은 루벨린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우두둑!
목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에 루벨린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가 간신히 목을 되돌리자 이안은 검을 던졌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어검.
오러에 감싸인 검이 하늘을 누비며 루벨린을 쫓는다.
그것을 피하던 루벨린을 쫓아 뒤에서 그녀를 잡은 이안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커헉!!”
땅이 크게 파일 정도의 위력에 루벨린은 다시 피를 토했다.
회복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용서 못 해!!”
수십 줄기의 검은 기운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에게는 사소한 저항이었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광벽.
가볍게 손을 휘젓자 나타난 백은의 벽은 검은 기운을 가볍게 막아 버렸다.
그것에 놀란 루벨린이 당황하는 사이 어검은 그녀의 가슴을 또다시 꿰뚫어 버렸다.
“윽!!”
“너처럼 날 잡아 두려는 놈들도 많았고, 아예 날 없애고자 하는 놈들도 있었지.”
무덤덤하게 말하며 월광벽을 해제한 이안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손에 하나의 불꽃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은 적색이었다.
그다음은 황색.
그리고 그다음은 백색.
마지막으로 청색으로 변한다.
불길이 압축되며 만들어진 구체가 하늘로 치솟은 순간.
-화르르륵!!
거대한 태양이 완성되었다.
“넌 날 전부 본 것이 아니야. 아주 일부만을 봤을 뿐이지.”
“아…… 아아…….”
이안은 가볍게 손을 쥐었다.
하늘에 있던 태양이 압축되기 시작한다.
거대한 별이 점처럼 줄어들었다.
무시무시한 빛을 내뿜는 아주 작은 구체가 완성되자 이안은 손을 내렸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초신성.
“보려면 좀 잘 보지 그랬냐. 그랬다면 덤비지조차 못했을 텐데.”
이안의 비웃음 섞인 말이 귓속에 들어오는 것을 끝으로.
-콰아아아앙!!
구체는 루벨린의 몸에 닿았고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이 그녀의 몸을 감싸 버렸다.
폭발이 잦아들었다.
모든 것을 하얗게 물들일 정도의 빛이 사라지자 남은 것은 더 이상 회복조차 할 수 없게 된 루벨린뿐이었다.
<초신성을 버텨 내다니. 굉장하군요.>
‘그러게. 그나저나 대비해 두길 잘했군.’
이안이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후 천마신공을 익힌 이유가 바로 이런 일에 대한 대비 때문이었다.
살아가고자 한다면 세계관만 이용해도 최강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틈만 나면 성물을 찾아가며 천마신공을 이 육체에 각인시켜 나갔다.
혹시 이런 일을 생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엿보는 놈들 찾아가서 다 쓸어버릴까?’
<굳이 그러실 필요 있으십니까?>
<주인님의 방침과는 어긋나지요.>
보든지 말든지.
세계를 얻는 것을 방해만 안 한다면 그딴 건 관심 없다.
이안이 늘 하던 생각이기에 키르케는 담담하게 보고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벨린처럼 자신을 좀 훔쳐본다고 소멸시키러 다닐 것이었다면 옛날부터 그렇게 했을 것이다.
“커억…… 쿨럭!!”
만신창이가 된 그녀가 숨을 토해 내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손을 들려다가 멈췄다.
루벨린의 몸이 천천히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저는……요…….”
힘없이.
소멸되어 가며 루벨린은 힘없이 말했다.
“저는 당신의 곁에 있고 싶었어……요……. 언제나 혼자였던 당신의 곁에서 함께…….”
“혼자가 아니다.”
이안은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에 루벨린은 살짝 눈을 떴다.
“……그래요……?”
“이미 나에게는 키르케가 있어.”
루벨린은 눈을 감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이안을 발견했을 때 그와 함께 있었던 소녀의 이름.
분명 그 이름이 키르케였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였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만약.
만약 그때 이안의 곁에 있었던 것이 키르케가 아닌 자신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제가 당신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루벨린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힘겨워하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빙긋 웃은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소멸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아아…… 차여 버렸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안은 피식 웃었다.
“슬퍼할 거 없어. 나한테 차인 녀석들은 많으니까.”
그를 마지막으로 보려는 듯.
간신히 고개를 돌린 그녀는 애달픔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했다.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특별해지고 싶었는데…….”
그것이 끝이었다.
루벨린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고 그녀의 몸이 소멸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 못한 채 루벨린이 어둠이 되어 사라지자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루벨린도 잡았으니 이제 차원의 틈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키르케. 세계관 연결해.”
<세계관과의 접속을 시작합니다.>
접속이 끊어졌던 세계관들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동안 모아 놓은 세계관들에서 힘을 받은 이안은 빠르게 차오르는 내공을 느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차원의 틈이 만들어진다.
“다음 달 스케줄 뭐 있지?”
<레일로드 관련 업무 회의가 있습니다.>
<루벨린의 습격으로 인해 얻은 몬스터 재료들의 매입 및 가공 작업이 남았습니다.>
<티탄 제작을 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키르케가 스케줄을 말해 주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할 일 많네. 세계관 수집 끝나기 전에 할 것들 다 하고 가자고.”
차원의 틈으로 발을 들이민 이안이 말하자 키르케는 담담하게 보고했다.
<지원하겠습니다.>
* * *
차원의 틈 바깥에서 기다리던 하륜은 주먹을 꽉 쥐었다.
평소라면 대부분 한 방에 적을 쓰러트리는 이안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이 불안하다.
“괜찮은 걸까요?”
“괜찮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재앙을 앞에 두고도 이안은 늘 태평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 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별일 없다는 듯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나와 자신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깝다니…….”
창을 꽉 잡고 부들부들 떠는 블랜치의 어깨를 오에리나는 상냥하게 잡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 역시 차원의 틈으로 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안 되겠군. 나도 들어간다.”
차원의 틈을 지켜보던 단주는 검을 꽉 쥐고 걸었다.
그걸 본 위드론은 어이없어했다.
“얘가 미쳤나. 저길 네가 왜 들어가?”
“루벨린에 의해서 검화단의 단원이 죽었다. 거기에…….”
단주는 자신의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 새겨져 있는 마르잔나의 문양.
그것은 약속이었다.
“난 여왕과 약속했다.”
“너만 했냐?”
이세도 나선다.
그의 검에도 새겨진 문양을 확인한 위드론은 인상을 구겼다.
“헛소리 말고 여기 남지? 이안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잖아.”
비록 이안에게는 못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힘을 합치면 저 틈에서 루벨린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상대할 수 있으리.
하이랄이 이를 갈며 말하는 사이 아란세는 발렌타인을 보았다.
“뭔가 아는 것 없나?”
“모르겠네요.”
바람의 정령왕 실피론과 계약한 그녀도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내부의 상황을 살피고자 하였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저곳은 차원과 차원 사이의 틈.
이 세계에 속하는 존재인 정령들도 저곳으로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제길…….”
아란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싹수가 있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 녀석이 이제는 모두의 희망이고, 기둥이 되어 주었다.
“……무사한 거겠지?”
“예.”
“그래. 다행이다……. 응?!”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하던 아란세는 기겁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한 소년이 나타나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냐?!”
그가 들어갔던 차원의 틈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가 갑작스레 나타나자 아란세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이안은 쓱 눈을 돌렸다.
“그냥 차원의 틈 만들어서 나왔는데요. 아. 그리고 저기 들어가시려고 한 겁니까?”
단주와 이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에게 이안은 빙긋 웃었다.
“저기 일방통행입니다.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올 수는 없죠. 막 들어가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한 이안은 차원의 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리자 루벨린이 만들어 낸 차원의 틈이 지워져 버렸다.
“그리고 이것도.”
자신이 만든 차원의 틈도 지워 버린 그는 당혹스러워하며 자신을 보는 이들에게 말했다.
“다 끝났으니까 가서 각자 일 봅시다.”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강력한 악마인 루벨린과의 싸움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연구실로 향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 중 윌디가 나섰다.
“이, 이안?!”
“왜? 아. 야. 프레디시안 백작가로 복귀할 거면 백작님에게 좀 전해 줘. 레일로드 관련해서…….”
“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비명을 터트린 윌디는 그를 꽉 잡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루벨린은요?”
“죽었어.”
“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아니 도대체 루벨린은 뭐였어? 너한테 되게 집착하던데?”
루벨린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훔쳐봐 왔던 자였다.
그리고 진리에 접속하며 미쳐 버렸고 자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세계를 소멸시키려 했다.
그리고 그걸 자신이 막았다.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던 이안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는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말할 뿐이었고, 모두는 황당해하며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뚱하니 묻는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