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1화(281/300)
◈ 제281화
141. 지나갈 날들 – 1
루벨린을 잡고 세계를 위기에서 구했다.
물론 대륙의 모든 나라들이 이 일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안을 돕기 위해 남았던 이들은 각지에서도 한가락 하는 자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퍼졌고 많은 이들이 이안을 영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륙을 구한 영웅.
칠대 죄악을 물리치고 마룡을 쓰러트린 후 마왕을 흡수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마들의 신을 잡은 자.
그런 자가 있다는 아카데미이기에 아카데미에 오고자 하는 생도들은 많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학기 초가 다가오자 평소보다 아카데미 마을에 들어오는 마차들의 수는 훨씬 늘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많네.”
“네 조기 졸업이 예정되어서 그런 거겠지. 임시 교관도 한다면서?”
“나만 하냐? 딴 애들도 하잖아.”
이안의 말대로였다.
현재 상급 B반 생도들에게는 조기 졸업의 특혜가 주어진 상태였다.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더 머물러도 되지만.
상급 B반 생도들 중에 더 남겠다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데 애들 성적이 되나? 조기 졸업하려면 성적이 일정 수준 되어야 하잖아.”
이안이 중얼거리자 그래진은 피식 웃었다.
성적은 충분하다.
“우리 반이 규격 외의 반이긴 하잖냐.”
“그렇지.”
6서클에 도달한 마법사가 있는 데다가 마스터가 몇 명이나 있다.
거기에 가장 수준이 낮다고 해 봐도 익스퍼트다.
그런 이들이니 졸업을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 남고 싶다는 녀석들은 원생 과정을 거치면 되겠지.”
그래진은 새로운 꼬치를 들었다.
살만 쭉쭉 빼서 먀네에게 내밀자 먀네는 기뻐하며 꼬치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먐먀~ 먀아~.”
“그런데 남을 거면 연구 개발 구역에서 원생으로 일하면서 수업 들어야 하는데…… 누가 하겠냐?”
그래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다.
누가 하겠나 그걸.
불야성이 괜히 불야성이 아니다.
“요즘 아카데미 마을 쪽에서 그러는데 아카데미에 출입하는 부랑자가 늘었다고 하더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또 매일 축 늘어져 있고.
심지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남은 이들이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아카데미와 아카데미 마을은 세계를 구한 영웅 이안이 있는 곳인데.
그런 곳에 저런 부랑자가 있어도 되냐는 신고였다.
혹시 루벨린의 잔당이 아닐까 싶어 아카데미 내부에서 조사해 봤지만 그들의 정체는 아카데미 연구 개발 구역의 연구원들이었다.
그것이 알려진 이후 아카데미 연구 개발 구역에 대한 평가가 더 안 좋아졌다.
“월급은 꽤 많이 주는 편인데.”
이안이 아쉬워하자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연구 개발 구역의 연구원이 되면 월급은 다른 기관보다 훨씬 많다.
거기에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당장 그곳의 물품을 원하는 이들은 대륙에서도 이름난 이들뿐이니까.
그러니 그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인 연구 개발 구역 연구원 자리는 확실히 탐나는 자리였다.
물론 엄청나게 힘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연구 개발 구역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월급 신경 안 쓸걸.”
“음…… 그나저나 그래진. 너도 한번 생각해 보지? 내년부턴 유물 연구도 한다는데.”
“하하. 유물 연구만 하는 거면 가겠는데 그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난 벌써 유적학회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유적학회의 정식 유물학자가 되기로 했다.
물론 가문에서도 복귀를 바라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은 아니다.
좀 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
“다른 애들도 비슷하더만.”
“각자의 길을 가는 거지.”
이안은 다 먹은 꼬치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불길에 감싸인 꼬치가 불타오르며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자 그래진이 준 고기를 다 먹은 먀네는 이안의 어깨로 휙 올라갔다.
“슬슬 온다.”
이안은 느긋하게 걸었다.
깨끗하게 만들어진 역사를 지나 안에 들어가자 며칠 전에 완공된 깔끔한 레일로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학 기간 내내 작업을 하더니. 결국 완성이 되긴 했네.”
벤치에 앉으며 그래진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벨린을 잡고 난 후에도 일은 많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사업인 레일로드 설치.
처음 계획 단계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이래저래 문제가 생겨났었다.
계약했던 것과 다른 조건.
혹은 근근이 덤벼드는 몬스터나 산적들.
그때마다 이안이 나서자 빠르게 해결되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이안이 직접 와서 방해하면 죽인다고 말하는데 어떤 미친놈들이 방해를 하겠나.
“안정성 테스트도 다 했으니까…… 별일 없겠지?”
“없겠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사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오. 이안. 먼저 와 있었군.”
아카데미 학장인 카르지드와 교관들이었다.
웃으며 다가온 그는 이안의 팔을 꽉 잡았다.
“아란세 교관에게 이야기는 들었다네. 아카데미에 남기로 했다면서?”
“예. 일단 예정은 그렇습니다. 뭐. 예정일 뿐이지만요.”
“그래도 참으로 훌륭하군. 올해 1학기만 끝나면 바로 교관으로 활동하게나.”
“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좋게 생각해 보게나. 혹시 뭐 더 필요한 것은 없고?”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후후. 좋네. 아주 좋아.”
뿌듯해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릴 것 같았다.
이안 덕분에 프레돈 아카데미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졌으니 말이다.
당장 들어온 입학 신청서만 봐도 작년, 재작년의 몇 배나 되었고 덕분에 학장의 위치도 크게 높아졌다.
“이번에는 각 가문에서도 후계자들이 꽤 온다고 하더군. 거기에 제국에서도 황족 중 하나가 유학을 생각한다고 하니. 기대되는구만.”
“오. 그렇습니까?”
“음. 물론 그리 대단한 황족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는 그만큼 프레돈 아카데미가 인정받는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평민들도 입학하잖습니까.”
“자네가 제안한 거였지. 재능 있는 평민 중에서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하자는 제도는.”
“예.”
“그 제도로 발탁된 이들이 이번에 입학하기로 했다네. 나중에 내 방으로 오게나. 차 한잔하면서 그들을 소개시켜 주지.”
“그러시죠.”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진은 그를 잡았다.
“야. 평민을 지원하는 제도라니? 그런 건 언제 했어?”
“예전에.”
“허. 별일도 다 하네. 네가 평민을 지원할 줄은 몰랐다.”
“하면 안 되냐?”
“안 될 건 없지.”
“기회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하고, 저항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저 언제나 하는 것처럼 기회를 내미는 것뿐이다.
이안이 말하자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그런데 평민들이 귀족과 섞여서 잘 지내려나 모르겠다.”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계급 갖고 떠들면 징계라지만 평민과 귀족이다.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래진이 걱정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알아서 잘하겠지.”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을 때.
땅이 울렸다.
레일로드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오는구만. 올해의 신입생들이.”
“마차나 게이트를 타는 자들도 있을 텐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레일로드가 설치된 영지와 그 근처에서만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도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증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던 열차가 역사로 들어온다.
빠른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었고 정확한 위치에서 멈춰 섰다.
“이게 새로 만든 그 열차라는 건가?”
“음. 일종의 자기부상열차로 봐야 하지.”
“자성 마법을 활용하는 건가?”
“그것도 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마법과 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저걸 만들기 위해서 마탑과 프레디시안 백작가에서 꽤나 고심 좀 했을 것이다.
그래진과 이야기하는 사이 완전히 멈춘 열차의 문이 열린다.
약 30량 정도 되는 열차에서 내린 이들은 아카데미의 생도복을 입은 어린아이들이었다.
호기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된 소년 소녀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카르지드는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렴.”
“어…… 누, 누구세요?”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물었다.
하지만 조금은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카르지드는 훈훈하게 웃었다.
“내가 바로 프레돈 아카데미의 학장인 카르지드 윌리반이다.”
7서클의 마법사이며 대륙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프레돈 아카데미의 학장.
그가 직접 자신들을 마중 나왔다는 말에 예비 생도들은 감탄했다.
그렇게 그들이 좋아하는 동안 카르지드는 가볍게 지팡이를 들었다.
“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일단 아카데미로 가자꾸나.”
그들이 우르르 카르지드와 교관들을 따라가자 그래진은 팔짱을 끼며 피식 웃었다.
“지금은 좋겠지. 이제 들어가면 시험 봐야 할 텐데.”
“실력 평가가 정확하게 되어야 어떻게 가르칠지 아는 법이지.”
“네가 가르치면 하급도 바로 상급까지 끌고 갈 수 있잖아.”
“그것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단다.”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그가 여기 온 것은 레일로드와 열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에 불과했다.
잘 작동하니 더 볼 필요 없다.
그리 생각한 이안이 몸을 돌리려고 했을 때 레일로드에서 소년 하나가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내렸다.
짙은 은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귀엽게 생긴 소년이었다.
열서너 살쯤 되는, 새것으로 보이는 생도복을 입은 그가 자기 몸만 한 트렁크를 들고 내리자 그래진은 의아해했다.
“쟨 뭔데 지금 내리냐?”
“잠이라도 잤나 보지.”
“딴 애들이 안 깨웠나?”
“뭐…… 경쟁자 줄이려는 것일 수도 있고.”
이안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은발의 소년은 트렁크를 끌고 이안과 그래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저기요. 여기 생도들 다 어디 갔나요?”
“갔어.”
“……아.”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진은 피식 웃었다.
“빨리 가 봐야 할 거야. 오늘 등급 결정 시험 있는 건 알고 있지?”
“예? 예. 저기 듣긴 했어요.”
“그럼 됐네. 가자고.”
이안이 말하자 그래진은 의아해했다.
“벌써 가? 열차 확인한다더니.”
“확인 끝났어.”
“햐. 역시 대단하다니까.”
열차의 상태, 그리고 레일로드의 피로도까지.
한번 봤으니 됐다.
그렇기에 이안은 별반 관심 없다는 듯 말했고 그래진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우리도 아카데미로 갈 생각이니까 괜찮다면 같이 가지.”
이안이 권하자 소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했군. 상급 B반의 그래진 우르쿨이다.”
“아…… 바,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에 특별 입학하게 된 엘다 리브론입니다.”
“특별 입학? 아. 그럼 네가 그 재능 있다던 평민 중 하나인가?”
“예. 제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마법 관련해서 인정을 받았답니다.”
엘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그가 내리지 못한 것은 벌써부터 시작된 괴롭힘일지도 모른다.
“음. 뭐 힘내라.”
“예? 아하하. 예. 열심히 해야죠.”
빛나는 태양처럼 활짝 웃은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평민이라서 위를 보지 못했는데. 그 기회를 얻은 거니까요.”
“프레돈 아카데미에는 압도적으로 귀족이 많아. 그래도 아카데미 내부에서 귀족이라고 까불면 바로 징계니까…… 그 기회를 살릴 수는 있을 거야.”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휙 몸을 돌렸다.
“그런데 저분은 누구신가요? 선배님.”
트렁크를 질질 끌며 그가 묻자 그래진은 가볍게 말했다.
“네 키다리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