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2화(282/300)
◈ 제282화
141. 지나갈 날들 – 2
키다리 아저씨라는 말에 엘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에게 그래진은 피식 웃었다.
“쟤가 이안 브랜든이야.”
“헉.”
엘다는 깜짝 놀랐다.
능력은 있지만 신분이 낮아 교육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 외친 후 아카데미에서 특별 장학 제도를 만든 자.
마룡을 꺾고 악마들의 신을 물리쳐 대륙에 평화를 가져온 자.
프레돈 아카데미의 주인이며 대륙 최강인 이안 브랜든을 직접 보게 되다니.
엘다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를 쫓았다.
“이안 백작님! 저, 저기.”
“저항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기회가 없어서 그것을 못하는 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지.”
“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불합리에 저항하고, 그 저항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야.”
“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런 거 보는 게 무슨 기쁨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은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판조차 깔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판이 깔린 것 아닌가.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를 판가름하게 된 것이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훌륭하네.”
옆에 있던 그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래. 훌륭하지. 자. 그럼 가자고. 그런데 특별 장학생이 얘밖에 없지는 않을 텐데?”
“열차를 타지 않고 오는 애들도 있을 테니까.”
“그런가?”
하긴.
아직까지 레일로드의 선로는 하나밖에 없다.
솔트 후작령까지 연결되는 레일로드가 만들어지고.
또 엘프의 숲까지 선로가 연결된 후 다른 선로들이 추가 및 확장되면 그걸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선로를 열심히 만들어야겠군.”
“연구 개발 구역의 마법사들과 기술자들이 죽어나겠네.”
“원래 기술 개발에는 그들의 피, 땀, 노력이 쓰이는 법이지.”
“티탄 수백 대를 자폭시킨 네가 할 소리는 아닌 듯싶다.”
그들의 대화를 엘다는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티탄이라니.
그것도 수백 대라니.
정말 굉장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그때 그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낮게 울며 엘다에게 뛰어갔다.
“먀아~.”
“와~ 귀여운 고양이네요! 사람을 되게 잘 따르는 것 같아요.”
먀네가 트렁크에 앉자 하얀 솜뭉치 같은 발을 움직인다.
그걸 보며 엘다가 감탄하는 사이 골목에서 덩치 큰 남자가 다가왔다.
“야. 이안. 아카데미로 복귀할 거냐?”
이안과 그래진과 함께 나왔지만 다른 일이 있어서 시장에 갔다가 온 블랜치였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는 그를 보며 그래진이 의아해했다.
“손에 그건 뭐냐?”
“오늘 다과회 때 쓸 과자들. 그런데 거기 있는 처음 보는 소년은 누군데?”
“신입생. 아카데미까지 가는 길이 같아서 동행하는 거야.”
이안의 대꾸에 블랜치는 신기해하며 그를 보았다.
당당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엘다를 마주하던 블랜치는 히죽 웃었다.
“눈빛이 좋네. 잘해 봐.”
“예! 선배님!”
그렇게 만남을 마치고 넷은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입구는 입학하기 위한 생도들과 그들의 가족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자 자. 지나갑시다.”
자신의 자식이 프레돈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귀족들은 지나가려는 이안 일행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안과 블랜치. 그래진은 생도복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엘다는 생도복을 입었다.
그것도 신입생을 나타내는 표식이 있는 생도복을.
“뭐냐? 너희들은? 신입생인가? 흠…….”
그의 옆에 있는 셋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귀족가의 기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평범함 차림새로 보아 기껏해야 남작가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는 거만하게 웃었다.
“감히 이 로블랑 자작에게 비켜 달라고 하다니. 매우 시건방지구나.”
“아저씨. 여기 처음 오지?”
블랜치는 콧방귀를 뀌었다.
가끔씩 있다. 저런 사람이.
자신의 영지에서 왕처럼 취급받는 영주들 같은 경우 다른 곳에서 왕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프레돈 아카데미는 아무나 그렇게 나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흥. 그래 봤자 아닌가. 신입생을 데리고 이제 온 것을 보면…….”
“뭔 소리야?”
“이번에 프레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계급별로 입학 순서가 결정되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처음 듣는 얘기다.
블랜치는 의아해하며 이안을 보았고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귀족들끼리 결정한 내용입니다.>
<프레돈 아카데미는 계급이 아닌 실력을 중시하는 곳입니다.>
<그것에 불만을 품고 새롭게 입학하는 신입생을 위해 귀족들끼리 협력했습니다.>
‘아. 그래? 그런데 전부 포함된 건 아니잖아.’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프레돈 아카데미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입학 전에 귀족의 권리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뭐라고 하겠나.
하지만 입학한 이후에도 그러면 바로 징계 대상이다.
‘잘됐네. 로위나에게 말해 두자고.’
<가담한 귀족들의 명단을 작성하겠습니다.>
이안이 키르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로블랑은 자신의 멋들어진 수염을 쓰다듬었다.
“아무튼 지나가고 싶다면 저기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거다.”
“아니 왜 우리가 돌아가야 하지? 그리고 좋은 말로 할 때 비키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흥. 너희들이 누군데? 그리고 보아하니 그 녀석은 평민 같은데. 평민을 데리고 올 정도라면 너희들도…….”
그가 몇 마디 더 하려는 찰나, 이안은 그래진과 블랜치를 잡고 나섰다.
“이안 브랜든이다.”
“……네?”
로블랑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니, 그의 옆에서 구경하며 실실 웃던 귀족들 역시 표정이 굳었다.
“누, 누구시라구요……?”
“이안 브랜든이다. 비켜.”
“우, 우, 웃, 웃기지 마라. 이, 이안 배, 백작님은…….”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 위로 칠흑 같은 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목을 따야 비킬 건가?”
“야. 목 따면 못 비키지 않냐?”
“지금 그런 소리 할 때냐?”
그래진이 블랜치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그걸 신경 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이안이었다니.
로블랑은 안색을 하얗게 물들이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구경하던 귀족들 역시 두려워하며 물러났다.
대륙 최강자 이안.
마룡을 쓰러트리고 악마들의 신을 잡아 세계를 구한 영웅.
하지만 이안의 성격을 생각하면 절대 나대서는 안 되었다.
지금이야 사이가 좋지만 한때 그는 스칼렛 왕국과 전쟁도 불사했었다.
거기에 제도의 성문과 성벽을 파괴했고 제국의 2인자였던 철혈공을 직접 몰락시키기도 했었다.
그 앞에서는 왕족이고 귀족이고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시, 실례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런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 튈까 두려웠던 귀족들이 물러나는 사이 로블랑은 덜덜 떨며 무릎을 꿇었다.
“모르고 한 일이니까 됐어.”
이안은 오러 블레이드를 해제했다.
그의 대응에 로블랑은 깜짝 놀랐다.
“예?”
“알고 덤빈다면 저항으로 알고 성심성의껏 상대해 주겠지. 하지만 모르고 덤빈 데다 굴복하는 자에게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마,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알았으니까 됐지?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이안은 로블랑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후 프레돈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와 블랜치, 그래진.
그리고 덩달아 옆에 있었던 엘사까지 들어가자 구경하던 귀족들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안 백작이라니…….”
“그런데 저 신입생은 누구지?”
“이안 백작의 동생이나 자식일까?”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없는 걸로 알려졌는데?”
이안과 엘다가 그냥 역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을 다들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귀족들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아카데미로 들어온 이안은 엘다에게 말했다.
“저기 신입생들 모인다.”
이미 몇몇 신입생들끼리 모여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과 이안을 번갈아 바라보던 엘다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이안 백작님. 저기…… 백작님께서는 상급에 속하시죠?”
“그래.”
“저…… 저도 상급에 가고 싶습니다.”
“쉽지 않을 텐데.”
옆에 있던 블랜치가 웃으며 말했다.
상급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최소 익스퍼트.
마법으로 따진다면 5서클에는 도달해야 한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쉽겠나.
“뭐. 이안에게 특별 강습을 받으면 다음 학기 때는 가능은 하겠다.”
고작해야 2서클의 마법사였던 샤를 황녀를 한 달여 만에 이안은 마스터로 끌어올렸다.
그것도 들어 알고 있는 엘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기.”
“후원은 여기까지가 다다. 나머지는 자기 손으로 기어 올라와야지.”
“아…….”
눈에 띄게 아쉬워하는 그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상급까지 올라가 봐. 지금 네 수준은 3서클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아셨어요?”
“난 한번 보면 다 알아. 그럼 수고하고. 야. 가자.”
블랜치와 그래진을 데리고 이안이 휙 가 버렸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엘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동경의 대상이 생겼다.
“……반드시 상급에!”
그렇게 다짐한 그는 신입생들이 모이는 대강당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갔다 왔어?”
로비에 들어가자 하륜이 있었다.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윌발이 심각하게 고심하는 것이 또 내기 장기라도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질문한 그에게 블랜치는 짐을 들어 보였고 하륜은 씩 웃었다.
“과자 새로 사 왔구나? 그럼 빨리 끝내고 차 한 잔씩 하자.”
“차는 내가 끓이지.”
“이야~ 영광이네. 그 이안 백작님께서 차도 다 끓여 주시고.”
“뭐래. 어제도 마셔 놓고선.”
능숙한 손놀림으로 이안이 차를 준비하는 사이 위에서 다른 생도들도 내려왔다.
블랜치가 테이블에 과자를 까는 것을 본 위디아는 이안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 집에서 갖고 온 걸로 끓이는 거지?”
“그래. 야. 이거 좋네.”
“흐흐. 나중에 우리 집에 가서 마시면 더 좋을 거야. 올해 차는 특별하게 잘된 거니까.”
싱글거리며 말한 그녀는 이안이 타 온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즐거워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이안이 탄 차는 다른 사람이 탄 차보다 한결 더 향이 좋았다.
“이거 어떻게 끓인 거야?”
“햇살 두 스푼과 달빛 한 스푼. 그리고 애정 한 스푼을 넣어서 정성을 다해 끓였지.”
“좋네. 뭘 넣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도들이 차와 다과를 먹으며 짧은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
기숙사 로비의 문이 벌컥 열렸다.
발라와 박바레였다.
“야! 나와 봐!”
“왜?”
“싸움 났어! 구경 가야지!”
“싸움은 원래 맨날 나는 것 아니냐?”
“신입생들 싸움이야!”
싸움은 원래 약한 것들끼리의 싸움이 재밌는 법.
몇몇이 흥미를 느끼며 나가자 블랜치는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았다.
“갈 거냐?”
“안 가.”
이안은 별 관심 없다는 듯 말하고 먀네의 등을 쓰다듬었다.
느긋하게 하품한 먀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그걸 본 블랜치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가서 보고 오련다. 이번 신입생들이 얼마나 할지 기대가 되는데?”
그러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이안은 차만 홀짝거렸다.
그렇게 생도들이 전부 나가고 조용해진 로비에서 이안은 홀로 남은 채 말했다.
“키르케. 세계관 수집률 어떻게 되지?”
<97% 완료되었습니다.>
“예정보다 좀 더 빠르네.”
<주인님의 힘이 강해졌으니까요.>
<또한 루벨린을 처단하며 얻은 세계의 구성 요소 획득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완료되는 예정 시기는?”
이안의 질문에 키르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쯤 세계관 수집이 완료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