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3화(283/300)
◈ 제283화
142. 갈 때가 되었다 – 1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도 일주일이 지나자 로위나는 자신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이안을 찾았다.
“뭐 해? 바빠?”
“보면 모르냐?”
레일로드 설치 사업의 문제점과 개발점, 그리고 새롭게 설치해야 할 선로.
다른 지역과도 연결되는 분쟁과 관련된 서류들이 연구실에 잔뜩 놓여 있었다.
“이걸 왜 네가 해?”
“프레디시안 백작가에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 게 더 빠르니까.”
“힘이 좋긴 좋네.”
“원래 말로 안 되면 힘으로 하는 게 최고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배치 고사 결과서야. 궁금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
이번에 프레돈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들 중에는 이안이 제안한 특별 장학제도의 도움을 받은 이들도 있다.
그들의 결과도 알려 주고 싶기에 로위나는 보고서를 옆에 놓았고 이안은 빠르게 훑어보았다.
“훌륭하네.”
신분이 낮을 뿐이지 실력과 재능 자체는 좋았던 생도들은 모두 중급이 되었다.
물론 중급의 하위권이지만 그게 어딘가 싶었다.
“주목할 만한 건 얘야. 엘다.”
“그런가?”
“관심이 없나 보네?”
“알아서 잘하겠지.”
사다리는 마련해 줬으니 기어 올라가는 것은 그쪽의 문제다.
이안이 서류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자 로위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 그리고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데.”
“임시 교관 일을 부탁하려는 건가?”
로위나는 짧게 혀를 찼다.
역시 이안이다 싶었다.
“뭔 말을 할 필요가 없구나?”
프레돈 아카데미에 이번에 입학자가 많은 이유는 단 하나.
이안 때문이다.
그런 만큼 생도들 모두 이안을 보고 싶어 했고 그에게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어 했다.
“아란세 교관님에게 들었는데. 너 졸업하면 바로 아카데미 교관직 수행한다면서?”
“그럴까 했는데 사정이 좀 바뀔 것 같다.”
“어?”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로위나는 의아해했고 이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내가 여기 있을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아서.”
“뭐야. 대륙에 또 문제가 생겼어?”
“그런 건 아냐. 이건 내 개인적인 문제니까 캐묻지 말아 줬으면 하네.”
“쩝. 네가 없으면 프레돈 아카데미가 잘 굴러갈지 의문이다.”
“잘 굴러갈 거야. 그리고 못 굴러간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잘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해 놓고 갈 생각이다.
하지만 안배를 해 놨는데도 못 따라간다면 그건 아카데미의 문제다.
거기까지 책임져 줄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
“왜. 아쉽나?”
“그럴 리가. 그리고 나도 올해만 끝나면 졸업인데 아쉬울 건 없지.”
“그래? 그럼 됐고. 아무튼 그 얘기 하러 온 거야? 임시 교관?”
“응. 아. 물론 너에게만 요청한 건 아니야. 상급생도들에게도 요청을 해 놨어.”
그녀는 준비한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에 있는 인원의 절반 이상이 상급 B반의 생도들이었다.
“일단 아카데미 쪽에서 요청을 하고, 받아들인 생도들만 하기로 했어.”
“임시 교관 하면 임무는 면제해 준다는 건가.”
“응. 넌 어때? 연구 쪽이 바쁘면 거절해도 상관없어.”
“그렇게까지 바쁜 건 아니니까 괜찮아. 거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이니까 문제 될 게 있겠나.”
딱히 일정상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이안은 서류에 적혀 있는 공란에 서명한 후 체크를 끝냈다.
“오러 운용이라. 그런데 왜 하급이야?”
수업 내용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안이 맡은 곳이 하급이라는 것이 의아했다.
이왕이면 중급이나 상급을 맡는 것이 낫지 않는가.
거기에 그가 주장하여 도입한 특별 장학제도의 수혜자들은 모두 중급에 속했는데.
궁금해하는 그녀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난 밑바닥에서 올라가는 모습이 좋으니까.”
“하. 취향 참. 어쨌든 알았어. 중급 쪽에서는 다들 아쉬워하면서 난리 치겠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자 이안은 만들던 장치에서 손을 떼었다.
“가기 전에 내 취미 생활이나 하고 가야지.”
<참으로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 * *
이안이 하급생도들을 가르치기 위한 임시 교관직을 맡았다는 소식은 금방 아카데미에 퍼져 나갔다.
당연하겠지만 상급 B반에서도 그 소문을 들었다.
“야. 이안. 그게 정말이야? 너 하급 담당 교관이 된다면서.”
방에서 내려온 이안을 보며 로비에 앉아 있던 블랜치가 물었다.
“임시다. 임시. 그리고 오러 운용만 가르칠 거야.”
“하급에서요?”
그가 놀라는 것처럼 윌디도 꽤나 놀라고 있었다.
하급이면 아직 오러도 깨치지 못한 수준의 생도들만 있는 것 아닌가.
“왜? 너 정도면 중급이 낫지 않아? 아니면 상급이나…….”
“상급은 알아서 잘하겠지.”
“그럼 중급은? 그 엘다인가? 걔랑 다른 애들도…….”
“알아서 하라고 그래.”
이안은 딱 잘라 말했고 블랜치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급생도들을 끌어올려 봤자 이안. 당신에게 도움 되는 일은 없지 않나요?”
“중급생도들이나 상급생도들 중에서도 나한테 도움 되는 쪽은 없어.”
“어우야. 너무 냉정하잖냐.”
“사실인데 뭘. 그런데 너희는…….”
“아. 난 중급 쪽에서 창술 가르치기로 했어.”
“저도 중급 쪽에서 마법을 가르치기로 했네요. 하급으로 가는 건 그래진과 오에리나 정도뿐이겠구요.”
그래진은 유적학.
그리고 오에리나는 기초 마법학이었다.
그렇게 이안과 블랜치, 윌디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로비의 문이 열렸다.
“어이구 죽겠다.”
“오래간만에 밤새 몬스터 헌팅했더니 피곤하네.”
윌발과 하륜이었다.
블랜치는 이제 막 들어온 둘을 가리켰다.
“쟤들은 몬스터 헌팅 쪽만 계속한다고 하더라고.”
“안 그래도 다녀왔다.”
“야. 요새 애들 진짜 개판이더라. 세상에. 고작해야 오크 보고 겁먹고 바닥에 주저앉을 줄은 몰랐다.”
“나 때는 말이지. 오크 무리를 봐도 대차게 싸우고 그랬는데 말이야. 요즘 것들은. 에잉.”
그들이 투덜거리는 것을 무시한 블랜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하급이라. 네가 가르친 애들이 다음 학기 때 승급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글쎄다.”
“오~ 자신 없나 보네요?”
윌디가 싱글거리자 이안은 피식 마주 웃었다.
“그럼 언제부터 수업 시작이야?”
“수업…….”
이안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부터.”
오래간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이제는 가장 허름한 구역에 도착했다.
그곳을 보자 빙의체의 기억이 떠오른다.
절망.
공포.
고통.
도망치고 싶다는 욕구.
하지만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
그 모든 것들 때문에 그는 항상 괴로워했었다.
“앗. 이, 이안 백작님.”
하급 교관 중 하나가 이안을 발견했다.
비록 상대는 생도이지만 결코 하대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나 하급 수준의 교관으로서는 말이다.
그가 굽신거리자 이안은 살짝 묵례한 후 말했다.
“생도들의 준비는 됐습니까?”
“예? 아. 예. 바로 가시죠. 훈련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하급 C반 로메오 윌체 교관님이시죠. 알고 있습니다.”
“예? 여, 영광입니다! 이안 백작님께서 저를 알아주…….”
“옛날 제가 하급에 있을 때 꽤나 무시하셨던 분이죠.”
“……그,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저기.”
누가 알았겠는가.
하급에서도 빌빌거리던 이안이 갑자기 실력을 드러내고 이런 강자가 될 줄은.
로메오는 하얗게 질린 채 덜덜 떨었다.
그를 힐끔 본 이안은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고 걸었다.
“먀아~.”
언제나 이안의 어깨에 자리 잡은 먀네만이 그를 보며 가볍게 울 뿐.
로메오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조심스레 그의 뒤를 쫓았다.
훈련장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예전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저기로 가시죠.”
교관들이 올라가는 단상을 가리키며 로메오가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상 밑에는 이미 꽤나 많은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단상에 올라간 이안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소개는 안 해도 되겠지. 이안 브랜든. 그것뿐이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 중에 이안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대부분은 그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고, 또 몇몇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이안 백작이라고?”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데…….”
“소문이 잘못된 것 아닐까?”
신입생 중에서 도전 의식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를 힐끔 본 이안은 씩 웃었다.
“거기. 푸른 머리 생도.”
“엑.”
짙은 푸른 머리칼을 가진 거구의 소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가 가리키는 주변에 푸른 머리는 자신뿐이다.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헤스티 리칼렌.”
“……절 아십니까?”
“내 소문을 못 들었나? 난 한번 보면 다 안다.”
생도들의 웅성거림이 강해졌다.
혹시 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
“어. 아, 아뇨.”
아까 소곤거린 것뿐인데 그걸 들은 걸까?
식은땀을 흘리며 헤스티가 부정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다 들었다. 나와.”
“……하아.”
머뭇거리던 그가 결국 걸어 나온다.
단상 앞으로 온 헤스티는 도전 정신이 담긴 푸른 눈으로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자군.”
“……사실대로 말씀드려도 됩니까?”
“말해.”
“겉보기에 이안 백작님은 전혀 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덩치도 작고, 근육도…… 아무리 오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무예는 근육도 무시할 수 없다 들었습니다.”
“무인의 숲 출신인가?”
끄덕.
헤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즈 클랜 클랜장 로벤 리칼리의 아들이군. 거기는 오러보다는 근육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곳이니…… 확실히 너의 의견이 틀린 건 아니다. 그리고.”
이안은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너. 익스퍼트군. 왜 하급에 남았지?”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익스퍼트면 중급, 아니 잘하면 상급까지도 노려 볼 수 있는 실력이다.
그런데 왜 하급에 남은 것일까.
모두가 당황하자 헤스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용케 아셨네요.”
“보면 다 안다니까.”
“……프레돈 아카데미가 어느 정도인지 밑바닥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럼 됐다.”
“예? 그게 답니까?”
“힘 숨기는 것에 대해서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궁금하다니 한번 시험해 봐야겠지?”
이안이 단상 아래로 내려가자 헤스티는 히죽 웃었다.
생각치도 못한 행운을 얻었다.
현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이안과 대련할 수 있는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자세를 취했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안은 흐뭇해했다.
최강의 칭호를 지닌 자신에게 도전하는 저 열정과 저항심.
“마음에 들었다.”
“감사합니다!”
헤스티는 기뻐하며 오러를 피워 올렸다.
그것으로 확실해졌다.
익스퍼트다.
하급에 남을 수준이 아닌 강자다.
생도들이 기겁하며 감탄을 토해 내는 사이 준비를 마친 그는 이안에게 달려들었고.
-뻐어어억!!
이안이 든 검의 검면에 맞아 크게 나가떨어져 기절했다.
한순간에 흥분감이 가라앉았다.
그런 그들을 둘러보며 이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
“그럼 수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