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5화(285/300)
◈ 제285화
143. 떠나는 날 – 1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하던 일은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은 역시 아카데미 개발 구역에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었다.
같은 반 생도들에게 이별을 말한 다음 날 이안은 바로 연구실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마법사가 종이를 내밀었다.
현재 개발 중인 장비에 대한 문제점이었다.
그걸 힐끔 읽은 그가 빠르게 수식과 마법진을 종이에 적어 내밀자 마법사는 기뻐하며 공손히 받았다.
“아아! 이렇게 되는 것이군요!”
“8서클 마법인 클라우드 다이아몬드 더스크는 마력의 집중화가 중요합니다. 매개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하기 위한 마법진이 제일 중요하죠.”
“그렇군요. 음. 역시 방법이 잘못되었다니. 몬드 학파에서 꽤나 아쉬워하겠군요.”
“나중에 몬드 학파 쪽의 사람에게 와 달라고 해 주시죠.”
“이미 아카데미에 와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밤에 연구회 할 거니까 작업 끝내고 오라고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안 백작님. 이렇게 전수해 주셔도 됩니까? 지금 전수해 주시는 것은…….”
“마도국의 유산이냐는 질문이시겠죠? 예. 맞습니다.”
“새로운 학파를 만들지는 않으시는 겁니까? 이렇게 계속 전수해 주시다간…….”
“학파 만들 생각 없습니다.”
이안은 딱 잘라 말했고 마법사는 난감해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마도국의 유산을 마탑에 나눠 주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큰 이득이었다.
만약 이안이 학파를 만들게 된다면?
그 학파는 막대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모든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갑자기 득세한 이안의 학파에 자원이 집중될 것이고 다른 학파들에 들어가는 재화는 줄어들게 된다.
“아쉽긴 하군요. 이안 백작님을 중심으로 마탑이 발전할 것 같았는데.”
“지금 전수하는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마탑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씩 웃은 이안은 작업하던 장치를 끌어당겼다.
“언젠가는 마도국을 재건할 수 있겠죠.”
“반드시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안 백작님께서 중심에 계시기를 빌겠습니다.”
그럴 일 없을 거다.
하지만 이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마법사는 꾸벅 인사한 후 나가 버렸다.
그렇게 그가 나가고 잠시 후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어이. 이안.”
크라울리였다.
생도복을 입은 채 뚜벅뚜벅 걸어온 그녀는 의자에 앉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 떠난다면서?”
“그건 또 어디서 들었냐?”
“정령들이 그것 때문에 좀 시끄럽더라.”
바람의 정령들은 이안을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로비에서 상급 B반 생도들과 나눈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딱히 이해시켜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크라울리는 예쁜 얼굴을 찌푸렸다.
도무지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다.
“괜찮은 거야? 너 없으면 아카데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바람의 정령이 알고 있다는 얘기는 실피론에게도 얘기가 들어갔다는 얘기겠고. 그럼 발렌타인 교관님도 알겠지.”
“그렇겠지.”
“교관님들도 바보는 아니야. 그에 대한 대비 정도는 충분히 해 둘 거다. 그리고 내가 남기고 가는 것들도 있으니까…….”
그거 가지고 알아서 잘하겠지.
이안이 태평하게 말하자 크라울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거는 어쩔 건데?”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걸려 있는 긴고아를 가리켰다.
“이런 걸 걸어 놨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야?”
“너 혹시 나 좋아하냐? 내가 없으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왜 잡으려고 하냐?”
“싫어하지는 않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크라울리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고 이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풀어 줄 거야?”
“그냥 차고 있어.”
“만약에 다른 놈이 이걸로 날 압박하면 어떻게 하려고? 루벨린이 죽고 지옥의 악마들이 전부 소멸되었잖아.”
대륙에 남은 악마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악마들이 가진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지옥으로 돌아가서 세력을 다시 키우면? 그리고 내가 지옥의 왕이 된다면?”
이후에 만약 누군가가 긴고아주를 알고 사용하게 된다면?
자신은 그자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륙에도 위기가 발생할 거다.”
“그럴 일 없을 거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긴고아와 긴고아주는 이 차원의 힘이 아니니까. 긴고아주를 안다고 해서 아무나 그걸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어? 음. 하지만 루벨린 같은 일도 있을 것이고…….”
“그럴 일 없어.”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크라울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어떻게 해도 이걸 풀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쳇.”
“전에도 말했지만 그거 있으면 성력도 버텨 낼 수 있어. 좋은 건데 왜 그렇게 풀려는 거냐?”
“에휴.”
결국 크라울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성력도 막아 낼 수 있다면 이 세계에서 날 막을 수 있는 자는 없겠군.”
“글쎄. 그건 모르는 거지. 거기에 머지않아 드워븐 시티에서도 초기형 티탄이 만들어질 거다.”
또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티탄도 있지 않은가.
드워븐 시티와 하이랄이 협력하고 있고, 거기에 마탑까지 가세한다면 그 제작 속도는 더 빨라질 거다.
“거기에 내가 전수하고 있는 명상법도 생각하면…….”
“으으으윽…….”
“그런 것을 가진 이들과 싸워 이겨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럼 인정해야지.”
이안은 드라이버를 내려놓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 또한 너의 저항이라고 생각하겠어.”
“하아. 거 고집 한번 더럽게 세네.”
“이 정도 고집 없이 어떻게 사냐?”
피식 웃은 이안은 손을 뻗어 다른 장비를 챙겼다.
그렇게 그가 작업을 하는 것을 보던 크라울리는 휙 나가 버렸다.
그녀가 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만들던 것을 다 만들었을 때쯤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이안. 잠깐 얘기 괜찮냐?”
아란세였다.
과자와 차를 들고 온 그가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교관님들 대표해서 오셨습니까?”
“그래. 역시 알고 있구나.”
“교관님이 절 찾는 이유는 그것뿐이죠.”
아란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떠난다면서?”
“예.”
“그것도 다른 차원으로.”
“예.”
“꼭 가야 하니?”
“예.”
이안은 언제나처럼 단호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란세는 안타까워하며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래. 뭐.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막을 수는 없겠지.”
“막지 않으시는 겁니까?”
“막는다고 막아지겠냐? 내가 널 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부러트리지 못할 정도로 이안은 항상 강경했다.
그런 이의 결정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그저 네가 간 곳에서도 그 뜻을 전부 이루길 바랄 뿐이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도 쿨하게 보내 주시는군요.”
“쿨하게 안 보내면 어쩔 건데. 물론 다른 교관들이 널 설득해 달라고는 얘기했지만…… 아무튼. 가도 다시 돌아올 수는 있는 거겠지?”
“예.”
“그럼 됐다. 사람은 언젠가는 이별을 하기 마련이니까…… 그 이별이 좀 빨라진 것이라고 생각하겠다.”
“훌륭하네요. 아란세 교관님.”
“하하. 녀석.”
쓰게 웃으며 아란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차는 선물로 들어온 거다. 향이 좋으니까 틈틈이 마셔. 그리고 과자도 선물로 들어온 거고.”
“잘 먹고 잘 마시겠습니다.”
“네가 떠나며 생길 혼란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비록 네 무게가 크다지만 프레돈 아카데미도 결코 약하지는 않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이안이 씩 웃자 아란세도 씩 마주 웃어 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아란세가 떠나자 먀네는 과자 주머니를 톡톡 쳤다.
“그럼 나머지는 넌데…….”
“먀아~ 먐먀~.”
“아카데미의 태양신전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먀아아…….”
아쉬워하며 마네는 이안에게 달라붙었다.
따라가고 싶었다.
“먀아아아…….”
“나와 같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거인이며 겨울의 여왕인 마르잔나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먀네가 빛의 정령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여행에 마음대로 끌고갈 수는 없었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안은 먀네의 복슬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애정이 담긴 목소리에 먀네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먐먀…….”
“그러니까 기다려. 그리고 생각해봐. 나와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고통과 끝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고통. 둘 중 어느 것이 나을지.”
“먀아.”
“난 반드시 다시 올 거니까.”
* * *
이안이 떠난다는 것을 알렸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쌀쌀했던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아카데미에 영웅제 시기가 되었을 때.
아카데미로 손님이 찾아왔다.
“왜 왔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블라드 제국의 황제가 직접 프레돈 아카데미를 찾은 것이다.
그가 온 것 때문에 프레돈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각 나라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안은 언제나처럼 시큰둥할 뿐이었다.
“올해가 지나면 오스넨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황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안의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제국 마법부의 연구실보다 더욱 복잡한 내부를 둘러보던 그는 검을 잡았다.
“하지 않은 승부를 내 봐야 하지 않겠나.”
“세간에 도는 소문을 듣지 못했나 보네?”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들었다.
세간의 많은 사람들이 검성, 황제, 숲지기 이 셋보다 이안이 더 강하다고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 생각은…….”
그의 말이 끝나기 전.
벌컥 문이 열렸다.
“야! 이안……. 어?”
문을 열고 들어온 블랜치는 당황했다.
“화, 황제 폐하께서 여기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황제가 왔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학장실로 간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로 왔을 줄이야.
블랜치는 난감해하다가 이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지금 검성과 숲지기가 와 있어.”
“그래?”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도 내가 전했으니까.”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니 슬슬 최강의 자리를 정해야 하지 않겠냐.
그의 말에 검성과 숲지기가 아카데미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듣자 하니 너는 곧 떠난다고 들었다.”
“그건 또 어떻게 들었냐?”
“제국 정보부를 얕보지 마라.”
황제는 씩 웃었고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무리 중이라 할 일 많으니 빨리 끝내지. 훈련장으로 와.”
현 세계 최강자인 이안 브랜든.
그리고 과거의 최강 반열에 있던 검성과 황제, 숲지기.
그들이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마을에도 퍼졌다.
“으아. 나도 해보고 싶은데!”
새로운 단원을 뽑으러 온 위드론이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단주는 검을 잡았다.
“다음은 나다.”
“그냥 난입해 버릴까.”
“그러다가 처맞고 울지나 마라.”
영웅제마다 찾아오는 강자들.
그리고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흥미진진해하며 기다리는 사이 선수들이 입장한다.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만 검술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검성.
노인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근육질에 수많은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웨폰 마스터 숲지기.
마지막으로 일검으로 벨 수 없는 것이 없다는 황제.
그들은 훈련장의 중앙에 서 있는 이안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저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겠다는 겁니까?”
“제가 어느 수준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검성은 이안에게 척 검을 겨눴다.
그걸 본 숲지기는 가방에 들어 있는 무기들을 모두 바닥에 던졌다.
“한 번쯤은 붙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시죠.”
그들을 둘러보던 황제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하겠다.”
그가 나서자 검성은 이를 드러냈다.
“꺼지세요.”
숲지기 역시 들고 있던 도끼를 황제에게 겨눴다.
“지금 네놈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검성과 숲지기의 날 선 반응에 황제는 으르렁거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복잡하게 여러 번 할 필요가 있을까요.”
-쿠우우우우웅!!
이안에게서 폭풍과 같은 투기가 터져 나왔다.
구경하던 이들까지 공포에 질릴 정도의 막대한 투기에 검성과 숲지기, 황제는 씩 웃었고.
“같이 덤비시죠.”
이안은 검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