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7화(287/300)
◈ 제287화
144. 외전 – 첫 만남 – 1
어두운 밤이었다.
달조차 뜨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 밤에 일이 시작되었다.
“읍!”
마을을 지키던 여인의 복부에 길쭉한 화살이 돋아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신의 이름하에.”
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마을을 포위하고 있었다.
신을 내세우며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중갑의 남자는 커다란 망치를 들어 올렸다.
“신의 명령하에.”
기사들이 움직인다.
병사들이 움직인다.
오십 명도 채 되지 않는 숲속의 작은 마을에 들이닥친 재앙은 너무나도 커다란 것이었다.
그 수만 무려 오백 이상.
중무장한 기사들과 병사들의 힘은 작은 마을을 부숴 버리기 충분한 힘이었다.
“꺄아아악!!”
목책에 불이 붙었다.
사악한 것을 쫓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호랑가시나무에 불이 붙었다.
신의 이름을 내세운 불길은 단번에 목책을 무너트렸고 그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신의 이름을 내세웠다.
“빛을 위하여!”
“신을 위하여!”
무자비한 폭행과 살육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폭행을 자행하는 이들에게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것은 신이 정한 일이니까.
신이 원하는 일이니까.
사이한 기술과 마술로 사람들의 눈을 흐리고, 신의 가르침을 어기는 마녀들을 사냥하는 일이니까.
“여기 증거가 나왔습니다!”
오두막 하나로 들어간 기사가 외쳤다.
그의 손에는 머리채가 잡힌 중년 여성이 있었다.
“마녀로구나!!”
“아아악…… 악!! 놔, 놔라!!”
“저 안에 있는 약과 양피지는 무엇이란 말이냐! 사람을 저주하기 위한 것 아닌가! 신을 모독하기 위한 것 아닌가?!”
“놔라!! 그것은 그저 약을 공부하기 위한 재료일 뿐…….”
“저것을 이용해서 너희들이 전염병을 퍼트린 것 아니더냐!”
“아아악! 그,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여기도 증거가 있습니다!”
“여기 신을 부정한 물품들이 있습니다!”
마을이 불타오르며 비명이 터져 나온다.
마녀사냥의 밤.
사람들에게서 신의 가르침을 부정하게 하는 마녀를 치기 위한 성스러운 의식.
그 의식을 진행하는 기사는 커다란 메이스를 들어 올렸다.
“이 불경한 자들 같으니라고!! 이 불충한 자들 같으니라고!! 모두 매달아라!! 위대한 우리의 신! 세라피아스 님의 이름하에!! 불로써 정화하리라!!”
“예!!”
그렇게.
코와딘 대륙에 마녀사냥의 밤이 시작되었다.
코와딘 대륙 각지에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마녀라 의심되는 자들은 화형이다.
마녀의 물품을 가지고 있는 자는 화형이다.
마녀와 관련된 자는 모두 화형이다.
그 끔찍한 결정에 누구도 대응할 수 없었다.
귀족들은 이 사태를 이용하여 정적을 해소하려 하였고 각 나라의 왕들은 이 사태를 이용해서 자신의 힘을 키웠으니까.
신의 이름 아래에 마녀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저항했다간 마녀로 몰리게 되니까.
저항했다간 신의 대행자들에게 철저하게 파멸당하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핍박받는 마녀들을 외면했다.
그 결과 코와딘 대륙에 있는 수많은 마녀들이 잡혀 종교재판에 따라 화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 * *
“허억…… 헉…….”
쥐가 파먹은 것처럼 대충 잘린 머리.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해 비쩍 마른 몸.
거적이나 다름없는 옷을 입은 소녀는 발에서 피가 나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숲을 향해 뛰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뛰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
“아아…… 엄마……. 허억…… 헉…….”
“저기다!! 저기다!!”
-컹! 컹!
뒤쪽의 어둠에서 횃불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개들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힘이 없었다.
이 숲은 아직 어린 소녀가 맨발로 달리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곳이었다.
“아얏!”
가시덩굴이 팔을 스쳤다.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고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쫓는 자들은 자신보다 더 크고, 무서운 어른들이었으니까.
“저기 있다!”
“저년의 어미는 잡았어! 저년만 잡으면 우리 마을도 올해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마녀를 한 명 잡은 마을은 세금이 한 해 절반 감면된다.
마녀를 두 명 잡은 마을은 세금이 한 해 완전히 감면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다급하게 소녀를 쫓았다.
“아아아…… 엄마…… 저들을 구하지 말았어야 했어…….”
마녀사냥이 시작된 이후로 마녀들은 신분을 숨겼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세상에 마녀들은 숨어들었지만.
이렇게 걸릴 때가 있었다.
마녀가 가진 천성 때문이었다.
약과 주술, 마술을 이용해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천성.
인간의 기술로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저항심.
인간은 신이 아닌 인간 스스로 걸어야 한다는 개척심.
그것을 가진 마녀들은 신만을 바라보며 저항을 포기한 이들을 돕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신관조차도 해결할 수 없었던 병이었기에 결국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떠돌아다니던 소녀의 어미가 구했다.
마녀의 약을 써서 그들을 구원했다.
그 보답이 이거였다.
“엄마가 틀렸어……. 아아. 엄마가 틀렸어…….”
틀렸다.
저들은 구원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다.
도울 필요가 없는 이들이었다.
발버둥 치지도 못하고 그저 운명을 감내하며 죽어 마땅한 놈들이었다.
배신한 그들에 대한 증오를 담은 채 소녀는 계속해서 도망쳤다.
-철컥!!
“아아악!!”
순간 다리가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덫이다.
늑대를 잡기 위한 덫이 소녀의 얇은 피부를 찢어발기며 그녀의 다리를 잡아 버렸다.
“저기 있다!!”
“잡아라!!”
이제 도망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싸워야 하나?
소녀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도망칠 때 훔쳐 온 낡은 단검이 보였다.
하지만 이거 하나로 저들과 싸울 수 있을까?
“아아아…….”
횃불이 점점 커진다.
낫과 쇠스랑을 든.
세금 감면에 눈이 뒤집힌 배은망덕한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허억. 허억…… 저 망할 마녀 년이!!”
“어린것이 더럽게 빠르네!”
몽둥이와 쇠스랑을 든 이들은 눈을 번뜩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소녀는 이를 갈았다.
“이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
“뭐라는 거야.”
“마녀 따위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고!”
“너희들은 말했어!! 엄마에게 제발 살려 달라고! 제발 도와 달라고!!”
“설마 마녀일 줄 알았나.”
“아무튼 감사는 하지. 덕분에 우리는 마녀를 잡고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너희들을 저주하겠다!”
“우리는 빛의 신 세라피아스 님께 가호를 받고 있다고. 마녀를 짓밟고 처단하는 것은 신의 뜻이다!”
“어디 더러운 마녀 따위가…….”
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소녀는 단검을 꽉 쥐었다.
“갈 땐 가더라도…….”
한 놈이라도 잡고 가겠다.
목숨을 구원받은 주제에 그 보답을 칼로 하려는 자들.
저들에게 저항하겠다.
그리 생각한 소녀에게 쇠스랑을 든 이들이 달려들었다.
“죽…….”
-우두둑!!
달려든 남자 중 하나의 목이 움직였다.
360도로 빙글 머리가 돌아 버린 그가 털썩 쓰러지자 무기를 든 이들은 당황했다.
“마, 마녀…….”
“마녀가 마술을 썼다!”
“이 무시무시한 년!!”
“모두 불러!!”
겁먹은 이들이 무기를 겨누며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걸 보던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아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가.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사부작. 사부작.
마른 나무와 낙엽을 밟는 소리였다.
그곳을 향해 소녀와 사람들은 눈을 돌렸다.
-끼이잉…… 낑…….
-월…… 월월…….
함께 왔던 사냥개들이 완전히 겁에 질렸다.
커다란 곰이나 멧돼지에게도 이를 드러내는 훈련된 사냥개들의 꼬리가 완전히 말렸다.
다리가 덜덜 떨리며 개중에는 오줌까지 지리는 녀석이 있을 정도다.
“누, 누구냐.”
숲에서 걸어 나온 것은 한 남자였다.
깨끗한 하얀색 로브에, 한 자루 화려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자.
수도에 있는 귀족님들이나 입을 법한 차림에 놀란 이들은 주눅 든 채 물었다.
“뉘, 뉘신지…….”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감정한 눈으로 소녀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려는 거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무표정하던 남자는 그제야 웃었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소녀를 쫓았던 이들 모두의 머리가 돌아 버렸다.
아까의 그 남자처럼 순식간에 그들이 죽어 버리자 소녀는 입을 쩍 벌렸다.
“누, 누구…… 누구세요……?”
“누구냐라. 참 복잡한 질문이군.”
그는 씩 웃으며 지팡이를 움직였다.
지팡이의 끝이 덫에 닿자 소녀의 다리를 끊어 버릴 것처럼 강하게 물고 있던 덫이 힘없이 풀려 버렸다.
굉장한 일이다.
어머니와 친했고, 세라피아스 교단의 이단 심문관과 싸웠던 강한 마녀들조차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소녀는 두려워했다.
비록 그가 자신을 구했지만 넘치는 이질감은 그녀를 두렵게 하기 충분했다.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덫을 무력화시킨 그는 씩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소녀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꺄, 꺄악?!”
허공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소녀가 뭔가 말하려는 찰나.
그는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어……?”
상처가 낫는다.
아까 덫에 당한 상처뿐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배신당해 두들겨 맞으며 생긴 상처들까지 회복되고 있었다.
“마, 맙소사…….”
마녀의 약이나 마술로도 이 정도로 빠른 회복은 불가능하다.
저들이 그토록 떠들어 대는 신의 힘이 이 정도일까?
공포와 더불어 경외의 감정을 가지게 된 소녀는 그가 자신을 내려 주자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것 아니다.”
“저…… 저.”
소녀는 강한 이질감을 풍기는 그에게 기어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간절히 원했다.
“제발……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 주세요…… 제발…….”
“구걸하는 거냐? 내가 좋아하는 모습은 아니구나.”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 아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려고 했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마음에 들었다고.
그렇기에 자신을 도왔다고.
소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꿇었던 무릎을 펴고 고개를 들어 그를 당당히 올려다보았다.
하얀 로브에 지팡이를 든,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법사를 향해 소녀는 두려워하면서도 힘껏 말했다.
“저와 거래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거래라.”
“엄마를 구해 주세요.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너의 미래를 바치라고 해도? 너의 삶을 바치라고 해도?”
“예.”
소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만족스러워했다.
“좋아. 너의 삶은 이제 나의 것이다. 그 전에 소개부터 하지. 나는 세계 수집가다. 이곳에서의 이름은…… 굳이 정하자면 켈투드라고 하지.”
자신을 켈투드라 밝힌 남자가 손을 내밀자 소녀는 그 손을 맞잡았다.
“키르케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