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89화(289/300)
◈ 제289화
145. 외전 – 대마녀 – 1
세라피아스 교단의 사제인 위블통은 덜덜 떨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히, 히이익…… 힉…….”
신성모독이라 할 수 있는 외침을 토해 낸 커다란 지팡이를 든 소녀가 걷고 있었다.
그 소녀가 움직일 때마다 교단의 마녀사냥병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우두두둑!!
“마, 마녀!! 마녀!!”
-우두두둑!! 콰직!!
소녀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개가 두꺼운 갑옷을 입은 기사를 베어 물었다.
저 단단한 갑옷조차도 개의 이빨에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치즈 잘리듯 살과 뼈가 잘리고 내장이 터져 나온다.
그걸 본 위블통은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느꼈다.
“우웨에엑!!”
어째서 이렇게 된 건가.
그냥 평소에 있었던 것과 같은 평범한 마녀사냥이었을 텐데.
아무리 마녀라고 하지만 세라피아스의 가호를 받은 갑옷을 입은 이들과 싸울 수 없었을 텐데.
왜 저 어린 마녀에게는 빛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세, 세라피아스 님…….”
덜덜 떨던 위블통은 휙 고개를 돌렸다.
마을 사람들이 잡은 피투성이 마녀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설마 저 마녀를 구하러 온 것일까?
그는 황급히 바닥에 있는 창을 들었다.
“머, 멈춰!! 멈춰라!!”
그의 외침에 지팡이를 휘두르며 개를 조종하던 소녀가 멈췄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지?”
“이년을 구하기 위해서 온 것 아니냐?! 네년! 며칠 전에 도망친 이 마녀의 새끼 아니더냐!!”
“그 창 치워.”
“웃기지 마라! 이 모든 것은 세라피아스 님의 은총 아래…….”
-우드득!
그의 머리가 돌아 버렸다.
-우드득!
한 바퀴.
-우드득!
두 바퀴.
-우드득!
세 바퀴.
네 바퀴.
다섯 바퀴.
한도 끝도 없이 돌던 그 머리가 결국은 찢겨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그걸 본 생존자들은 덜덜 떨었다.
“아, 아아…… 사, 사제님…….”
마을 사람들이었다.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을 치료한 것은 자신의 어머니였다.
저기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여인이었다.
“당신들을 구한 것은 우리 엄마였어.”
“이…… 이 마녀!! 마녀!!”
“그런데 왜 배신했지?”
“세라피아스 님…….”
“왜 우리를 버렸지?”
“빛께서 우리를 축복하실 것이고…….”
덜덜 떨며 울면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 이들을 키르케는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지팡이를 가볍게 움직였다.
그녀의 염력에 의해 그들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픽픽 쓰러져 버렸다.
모두가 죽었다.
자신과 어머니를 배신한 모든 이들이.
마녀사냥을 성공한 것에 기뻐하던 이들을 전부 죽었다.
하룻밤 만에 마을뿐만 아니라 사제와 기사, 병사들까지 학살한 그녀는 묶여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아…… 으으…… 아…….”
“엄마……?”
“아으…… 아으으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키르케는 황급히 묶여 있는 그녀를 풀어 주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던 키르케는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설마…… 설마…….”
덜덜 떨며 그녀를 확인한 키르케는 결국 눈물을 흘려 버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구멍만이 뚫려 있을 뿐이다.
혀는 잘려 있고 팔다리의 힘줄이 끊어져 있다.
당장 죽어도 이상치 않을 상태인데도 살아 있는 것은 아까 그 사제가 끝까지 고통을 주기 위해 치료를 한 탓이겠지.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키르케는 울어 버렸다.
“흑…… 흐흑…… 흑…… 엄마…….”
“마녀사냥을 하며 이런 식으로 고문을 한다고는 하더라고.”
그때 뒤에서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키르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그녀를 향해 켈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튼 죽지는 않았네.”
“하지만…….”
이대로는 얼마 못 가 죽을 것이다.
키르케가 힘없이 말하자 켈투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됐어.”
“되지 않았어요. 엄마를…… 엄마를 이렇게 만든 놈들…… 절대로 용서 못 해.”
“이미 다 죽었어. 여기 있는 놈들은.”
“아…….”
“자. 그럼 일단 돌아가자고.”
“돌아갈 수 없어요.”
키르케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세라피아스 교단…… 절대로 용서 못 해요. 절대로. 절대로!”
“오호.”
“싸울 거예요. 지금 이 세상의 모든 마녀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어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눈물을 터트리며 키르케는 울부짖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켈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훌륭하고, 또 칭찬하고 싶긴 하지만 네 어미를 죽게 놔둘 거냐?”
“하, 하지만 엄마는…….”
얼마 못 가 죽을 거다.
지금 그녀의 부상으로 살아 있는 것은 세라피아스 교단의 힘일 뿐.
그것도 화형을 위해 살려 둔 것뿐일 것이다.
다른 세라피아스 교단의 사제를 불러와 치료를 시킬 수도 없는데 어떻게 살리겠나.
키르케는 눈물을 쓱쓱 닦았다.
“저는 아직 약을 만들 줄 몰라서 치료도 못하고, 병도 못 고치고…….”
“치료 따위야 간단하지.”
켈투드는 가볍게 나섰다.
그의 손이 움직이자 잘려 나간 힘줄이 재생하기 시작한다.
“에……?”
거짓말처럼 상처가 사라졌다.
너덜너덜하게 해진 손목의 상처가 사라져 버린 것에 키르케는 당황했다.
마녀의 약도 이 정도는 아니다.
아니, 신의 힘을 빌려 쓴다는 세라피아스 교단의 사제들조차 이런 기적은 행할 수 없었다.
“켈투드…… 다, 당신 뭐예요? 시, 신이에요?”
“신은 무슨. 말했잖아. 세계 수집가라고.”
무덤덤하게 대꾸하며 그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안구가 적출된 곳으로 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은은하며 따뜻한 빛이 뿜어졌다.
“태양의 힘을 이용해 상처를 치유하고, 달의 힘을 이용해 상처를 입으며 받은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거다.”
“굉장……하네요.”
이런 힘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이자는 무엇일까.
신이 아니라면 정말 마녀를 수호하는 악마인 것일까?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을 때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떼어졌다.
“……맙소사.”
눈이 돌아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엄마의 눈이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혀인가.”
커다란 손이 입을 가렸고 아까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는다.
그 손이 치워졌을 때.
키르케는 덜덜 떨었다.
“키르케……? 살아…… 있었구나…….”
엄마의 목소리였다.
다시는 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키르케는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엄마…… 엄마……!”
키르케는 그녀에게 안겨 들려 하였다.
하지만 켈투드는 그녀를 막았다.
“왜, 왜요?”
“아. 치료가 아직 안 끝났거든. 그리고.”
-철컥. 철컥.
사슬과 철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 나갔던 마녀사냥병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켈투드는 키르케를 향해 씩 웃었다.
“자. 싸우기로 한 자야. 어쩔 거냐? 이제 네가 얻을 것은 다 얻었어.”
복수도 했다.
그리고 엄마도 구했다.
이제 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키르케는 지팡이를 꽉 잡았다.
“싸울 거예요.”
그런 그녀를 향해 켈투드는 씩 웃었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널 만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구나.”
모든 마녀사냥병들이 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키르케가 그들을 제거하고 나자 키르케의 어머니 레밀리아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아아…… 아…… 왜 그랬니. 왜…… 왜 그랬어…….”
“싸워야 했으니까요.”
하룻밤 만에 수백이 넘는 사람을 몰살시켰다.
이제는 세상이 힘들어도 아름다운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아니게 되었다.
키르케가 그리 변한 것을 눈치챘기에 레밀리아는 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제 세상이 너를 죽이려 할 것이란다…….”
이미 이 세계는 마녀를 핍박하는 세계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숨기고 살아야 했다.
싸울 수 있어도 싸우지 말아야 했고 자신을 최대한 숨기고 살아가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내어 버리다니.
레밀리아가 엉엉 울자 키르케는 그녀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게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엄마.”
눈물을 닦으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녀사냥병을 잡고 세라피아스 교단의 사제를 쓰러트렸다.
어린 나이치고는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거다.
위블통과 마녀사냥을 위한 부대가 이리 당한 것을 안다면 세라피아스 교단은 본격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것이다.
아무리 키르케가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들 전부와 싸울 수 있을까?
레밀리아가 걱정하자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전 싸우기로 했어요.”
“아아…….”
레밀리아는 키르케를 꽉 끌어안았다.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키르케만은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고 싶었는데.
그녀는 힘없이 켈투드를 응시했다.
“왜.”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누구냐는 거겠지. 신 아니고 악마도 아니야. 그냥 세계를 수집하는 자일 뿐이지.”
“그게 무슨…….”
그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레밀리아는 키르케의 손을 잡았다.
“만약 네가 정말 싸우기로 했다면…… 마녀의 숲으로 가자꾸나.”
그곳에 세상과 싸우려 하는 마녀들이 있다.
혼자서는 싸울 수 없다.
마녀들과 함께하며 마녀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네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
“그건 나도 동감해. 힘은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이고 같은 힘만 반복해서 쓴다면 적들은 그 대응법을 준비할 테니까.”
“맞아요. 하지만 마녀의 숲까지는 여기서 꽤나 멀…….”
“거리는 대충 27,612헤이브 정도인가.”
힐끔 북서쪽을 본 그는 성큼성큼 걸었다.
그리고 키르케와 레밀리아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너희 걸음으로 가면 느릴 테니까.”
그가 말을 마친 순간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다.
너무나 빠르기에 주변이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바람 한 점 느껴지지 않는다.
놀란 레밀리아와 키르케가 자신을 보았지만 켈투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달려 그가 발걸음을 멈췄을 때.
그들은 어두컴컴한 숲 안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너희는 누구냐!!”
숲에서 외침이 들렸다.
그걸 들은 레밀리아는 황급히 대꾸했다.
“저는 마녀 레밀리아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딸 키르케이고. 그리고…….”
켈투드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녀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숲에서 두려움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 백색의 로브…… 그리고 저 아이가 쥐고 있는 지팡이……. 설마 당신.”
긴장감에 가득 찬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둠의 숲에서 백발의 마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켈투드 님이십니까……?”
그녀의 질문에 켈투드는 히죽 웃었다.
“아, 아시는 분입니까?”
레밀리아가 공손히 묻자 백발의 마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야 알 수밖에.”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세라피아스를 따르는 신성국 헤인스는 알고 있겠지?”
“예. 1년 전에 멸망한 나라잖아요. 국왕까지 참전해야 했던 과한 전쟁으로 결국 멸망한 곳.”
백발의 마녀는 켈투드를 가리켰다.
“그들이 침공한 곳은 북쪽에 있는 대산림이다. 대산림에 들어간 삼만의 군대는 단 한 순간에. 단 한 명에 의해서 궤멸당했지.”
국왕의 죽음과 대군의 전멸로 헤인스는 국력을 잃고 와해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한 명에 의해서 그리된 것이었다니.
키르케와 레밀리아는 놀라며 켈투드를 보았다.
그는 그 말에도 조금의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 대산림의 주인이시며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현자님이 바로 저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