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화(29/300)
◈ 제29화
15. 저도 그래요 – 1
면담까지 갈 것도 없이 셋은 빠졌다.
하지만 하륜은 끝까지 남기로 했다.
“이거가지고 솔트 후작가에 가자는 소리 따윈 안할테니까 걱정 마. 난 그냥 이런 일을 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거운 모양이다.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다.”
“알아. 그리고 좀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개입할게. 라키드 회장이 말 한마디 하면 브랜든 남작가가 무너질 것 아냐.”
그깟 가문 망하든지 말든지 관심없다.
하지만 저렇게 의욕적으로 나서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래. 뭐.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맡겨 다오. 후후. 내가 또 이런 일의 서포트는 꼭 해 보고 싶었지. 난 주인공보다 이런 조력자가 더 좋더라고.”
“그래도 내가 나서야 할 때는 내가 나설거야.”
“그래라.”
기뻐하며 떠들던 하륜은 발을 멈췄다.
어느새 생도회실 앞에 도착했다.
그는 낮게 헛기침하고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전에 들었던 듣기 좋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하륜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꽤나 많은 서류로 가득 찬 방의 중앙에 있는 책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라키드가 서류의 산에서 나온다.
그를 향해 하륜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이번에 생긴 폭행 사건의 조사를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너흰 그때 그들이군. 분명 중급 B반의 대표 이안 브랜든과 같은 반 소속 하륜 솔트였지?”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일 아니다. 거기 앉도록.”
그는 접대용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들이 앉자 라키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차를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들고 온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안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회장이 서류 업무를 전부 총괄하는 겁니까? 서기나 뭐 그런 이들은…….”
“서기는 작년에 졸업했지. 새로운 서기를 충원할까 하는데…….”
지원자가 없다.
차를 타온 그는 둘에게 내밀고 물었다.
“둘 다. 지원하겠나?”
“아뇨.”
“안 합니다.”
이안도, 하륜도 딱히 생도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답에 라키드는 살짝 샐쭉해졌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사건의 개요는 알고 있겠지?”
“예. 하지만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하륜은 헬리드의 수첩을 펼쳤다.
“회장님의 목표는 이번 사건의 범인. 즉 하급 기숙사에서 생긴 폭행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우선입니까? 아니면 아카데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해결하는 겁니까?”
라키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저었다.
“둘 다 해결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옆에 있던 이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카데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묘한 일과 폭행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일의 시작일이 상급반의 임무 시작일과 동일하다는 것은 아십니까?”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이번 임무에 다녀온 자들은 모두 태양신전에서 사흘 전에 악마 검증을 받았다. 악마와 싸우다 악마에게 홀려 계약하는 일은 흔하니까.”
“오호. 그래서요?”
“전원 악마와 계약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증명서다.”
라키드는 에볼 왕국 포르도 자작령에 있는 태양신전의 인장이 찍힌 검증서를 보여 주었다.
생도회장 라키드 스칼렛.
부회장 위드라 비나스.
B반 에스토드 킬림.
C반 윌피리드 위챠.
네 명의 상급생도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에게 악마와 관련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이 세 분은 어디 계십니까?”
“셋은 대련회 준비때문에 외부에 나갔다. 오늘 밤쯤 돌아 올 예정이지.”
라키드는 옆에 둔 수첩을 들었다.
그리고 이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이안 브랜든. 너에 대한 조사를 좀 해 보았다. 남작가의 삼남치곤 보통 실력이 아니더군.”
“예.”
“나는 솔직히 너를 의심하고 있다. 갑자기 강해지는 것은 악마와 관련된 경우에 자주 발생하는 일이지.”
“저도 그 일로 검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신전에서 봉사 활동을 하죠.”
그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기에 라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가지 더. 너라면 하급 기숙사에 몰래 들어가서 그들을 폭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전례도 있고 말이야.”
그가 루드 패거리와의 일을 언급하자 이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부분은 이미 교관 회의를 통해 해결된 사항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동안 쌓인 원한이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닐 테지. 하급에 있는 동안 꽤나 괴롭힘을 당했다던데.”
“예.”
“또한 발렌타인 교관님께서 말씀하시길 너는 상급생도 수준의 실력이라더군.”
“뭐 더 조사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이안이 도전적인 시선을 보내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제일 궁금한 것은 너를 가르친 사람이 누구냐는 정도. 뭐 예상 가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내 의견은 이거다. 너라면 하급생도들과 원한도 있을 것이고, 또 몰래 침투할 실력도 있다. 그러니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이안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서기를 구하셔야겠군요.”
“음?”
“바쁘셔서 대충 조사하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셨습니다.”
이안은 서류를 뒤적거리는 그에게 피식 웃었다.
“전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기숙사에서 계속 공부했습니다. 본 사람들 많습니다. 여기 하륜도 증인 중 하나죠.”
영웅제 대비를 위해 스터디를 했고 블랜치부터 시작해서 박바레와 하륜, 윌디, 거기에 아란세도 참석했었다.
그 시간에 이안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사람은 넘쳐 난다는 이야기다.
그 말에 라키드는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붉은 눈이 향해지자 하륜은 이안의 말에 동의했다.
“확실합니다. 이 부분은 증언해 줄 사람이 많습니다. 정 뭐하면 솔트 후작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
“그런가. 그렇군. 의심해서 미안하다. 그것부터 확인했어야 했는데 실수했다. 정식으로 사과하지.”
스칼렛 왕국의 왕자가 스칼렛 왕국의 귀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대범함에 하륜이 놀라는 사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왕족이라 하나 잘못은 잘못. 이에 대한 보상은 따로 해주마. 그것이 용사께서 지키고자 하신 평화를 이루는…….”
“아뇨. 그것 때문이 아니라.”
이안은 그를 똑바로 보았고 하륜이 말릴 틈도 없이 바로 말했다.
“저도 회장님을 의심하고 있으니까요. 회장님. 그 시간에 뭐 하고 계셨습니까?”
라키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붉은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지금 날 의심하는 건가?”
“예. 아. 설마 제외되실 줄 아셨습니까?”
이안은 심드렁하게 말한 후 어깨를 으쓱였다.
“조화를 중시하는 엘프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동족 포식을 하더군요. 왕자님. 보빌드 던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모른다.
그가 아는 것은 이안이 보빌드 던전에서 발생한 달의 신전의 죄인을 잡았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그 죄인은 그림갈이라는 악마와 손을 잡고 있더군요. 참고로 그림갈은 달의 교단 성검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가. 그래서?”
“회장님이나 다른 분의 장비 안에도 악마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의견이군.”
“그리고 그 갑옷.”
“응?”
이안은 라키드가 입고 있는 중갑을 가리켰다.
“저게 뭐 어쨌다고?”
“저거 어제 우리가 봤던 갑옷이 아냐. 그렇지 않습니까?”
“아닙니까?!”
하륜은 얼른 갑옷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라키드의 갑옷은 어제의 갑옷과 같은 것이었다.
“그 갑옷 외에 다른 갑옷이 더 있지요? 그리고 그 갑옷을 입고 악마 퇴치를 하셨고.”
이안의 질문에 라키드는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갑옷은 수리를 해도 가벼운 상처는 남기 마련이지.”
이안은 라키드의 갑옷 어깨 부분과 팔목, 그리고 가슴과 목 쪽을 가리켰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갑옷을 하륜은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부분?”
“어깨 쪽이랑 완갑, 그리고 복부 쪽. 지난번 갑옷엔 저 자국이 없었어.”
하륜은 라키드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안의 말대로 실낱같은 미세한 상처들이 있었다.
“저걸 봤다고?!”
“응. 그리고 한 가지 더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지.”
이안은 주머니에서 먀네를 꺼냈다.
기다렸다는 듯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나온 먀네는 라키드에게 다가가 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하품을 한 후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얘도 일단은 그 유명한 빛의 정령인지라 전에 회장님을 보고 경계하더군. 하지만 지금은 안 하잖아?”
“그래서 내 갑옷에 악마가 담겼다. 그리고 그 악마와 내가 손잡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예.”
“난 세례를 받았다.”
“압니다.”
“악마퇴치에 다녀온 이들이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 악마 검증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나?”
“그 악마검증은 사제님 한분에 의한 약식으로 시행되지요. 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임무 갔다오는 생도들도 피곤한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냐면서 상급 교관회의에서 결정된거야. 한 10년 전부터 그랬을걸.”
하륜이 설명하자 라키드도 동의했다.
“그리고 약식으로도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또 악마 검증도 힘든 일이니 태양교단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
“악마들이 힘을 완전히 숨긴다면 발견 못할 가능성도 충분했을텐데요.”
“그런 악마는 지금까지 없었지.”
그가 세계관을 수집하며 만났던 악마 중에는 적은 성력을 버텨내고 존재를 숨기는 것이 가능한 악마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안은 한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어쨌든. 회장님의 다른 갑옷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번 보여주시는게 어떠십니까? 아카데미 내의 사제님이 부담되신다면 솔트 후작령의 사제님들을 모시겠습니다.”
돕기로 한 하륜까지 말하자 라키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라.”
그는 둘을 데리고 생도회실 안쪽 휴게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라키드가 입은 것과 똑같은 갑옷이 놓여 있었다.
“왜 똑같은 갑옷을 갖고 계시는 겁니까?”
“디자인이 내 취향이라 예비용으로 갖고 있는 거다.”
장식도 거의 없고 요철 같은 것들도 실전용이라 뾰족하다.
건틀렛이나 부츠 같은 것들도 투박해서 수리에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어 예비용도 같은 갑옷을 가지고 있었다.
“네 말대로 악마와 싸울 때 저 갑옷을 입고 싸웠지.”
“그렇군요.”
“문제가 있나 확인해 보도록. 그리고 하륜. 윌리스 사제님을 모셔 주겠나?”
“그러죠.”
하륜이 나가자 이안은 먀네를 꺼내 보았다.
하지만 먀네도 딱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또한 그가 보기에도 큰 이상은 없었다.
<이 갑옷에는 특이 사항이 없습니다.>
이안, 먀네, 키르케.
셋 모두 갑옷에서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라키드는 이안을 보다가 말했다.
“뭐 더 확인하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보도록.”
“예.”
하지만 이안은 뭔갈 더 확인해 보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중갑 안에 착용하는 내갑이 없습니다.>
‘알아. 일부러 말 안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륜과 윌리스, 사제 두명이 들어왔다.
이안은 그들에게 인사하고 갑옷을 가리켰다.
“이 갑옷에 악마가 쓰인 것이 아닐까 싶어서요. 검증 가능합니까?”
“흠…… 일단 한번 해 보지요.”
그들은 악마 검증을 할 때처럼 갑옷에 성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걸로 됐나?”
“예. 윌리스 사제님.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안 성도님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니니 지금 제대로 확인해 볼까요? 저번에는 약식으로 했으니 시간을 갖고 자세히 조사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슬슬 예배 시간 아닙니까?”
“악마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윌리스는 단호하게 말한 후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전부터 계속 정식으로 악마 검증을 해야 한다 아카데미에 말씀드렸지만 상급 교관 회의에서 거부하시더군요.”
“그렇습니까?”
“예.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였지요. 하지만 문제가 터진 이후면 늦는데. 아무튼 잘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요청해봐야겠군요.”
이안은 아카데미의 생도다.
아카데미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니 그걸 빌미로 절차를 강화를 요청해보자.
그가 의욕을 보인다.
당장이라도 검증을 해보려는 그에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다른 세분은 외부에 계시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 오신다고 하니 그때 같이 확인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도주 우려도 없잖습니까.”
이안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네명이 쓴 장비만 해도 꽤나 많다.
거기에 넷에 대한 악마검증도 제대로 다시 하려면 태양교단에서도 준비할 것이 꽤나 많았다.
이안의 말대로 라키드나 다른 세명이 도망칠 일이 없으니 준비하고 부르는 것도 나으리라.
“일단 혹시 모르니 지금 잠깐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윌리스는 사제들과 함께 라키드에게 성력을 불어넣었다.
아까보다 훨씬 강한 성력에도 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걸 보고 나서야 그는 약간 지친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라키드 성도님. 그럼 오늘 자정 전까지 다른 분들과 함께 모든 장비를 들고 신전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장비 목록은 저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빼먹지 마라.
윌리스가 웃으며 엄하게 말하자 라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성도님들. 자정에 또 뵙지요.”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사제들이 나가자 라키드는 이안을 보았다.
“이제 만족하나?”
이걸로 끝났다 생각했는지 그는 서랍에서 패 하나를 꺼냈다.
“너도 이번 일을 조사하고자 한다면 권한이 필요할 거다. 임시 생도회 신분증이니 필요할 때 쓰도록.”
“예. 아 그런데 회장님. 이거 아십니까?”
이안은 그를 향해 빙긋 웃었다.
“중급생도 중에서도 약한 자를 괴롭히며 평화를 무너트리는 이들이 꽤나 있다더군요. B반에도 있어서 골치가 아픕니다.”
그 말을 들은 하륜은 흠칫 놀라며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