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0화(290/300)
◈ 제290화
145. 외전 – 대마녀 – 2
대산림의 현자.
소문으로 들었지만 그것이 옆에 있는 남자일 줄은 몰랐다.
키르케와 레밀리아는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위대한 현자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 마녀의 숲의 주인이며 마녀들을 보호하는 자. 솔트림입니다.”
솔트림은 얼른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한 번 더 놀란 둘이 뭔가 말하기 전 켈투드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됐어. 굳이 예의 차릴 필요는 없고…….”
“아닙니다. 켈투드 님께서 대산림에 들어갔던 마녀들을 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마녀를 대표하는 자로서 당연히 감사 인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마녀사냥이 시작되고 수많은 마녀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슬럼가로.
광산으로.
도시의 하층민이 사는 곳으로.
혹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그중에서 대산림 역시 도망칠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람이 없고 먹을 것은 풍부한 곳이다.
물론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는 어렵지만 당장 잡히면 화형인데 그런 것이 문제겠는가.
그렇기에 많은 마녀들이 북부의 대산림으로 향했었다.
그런 그들을 잡기 위해서 신성국 헤인스가 움직였던 것이다.
“오는 자는 막지 않고 가는 자는 잡지 않는 게 나지.”
“하지만 신성국 헤인스와는 싸우셨잖습니까.”
“아니 걔들이 짜증 나게 하더라고.”
켈투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건 결코 대수롭게 말할 일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왕이 참여한 정벌이다.
그 정벌군을 몰살시켜 버린 이유가 그들이 짜증 나게 한다 단 하나뿐이라니.
솔트림은 간절한 표정으로 켈투드를 보았다.
“현자님. 부디 이 싸움에서 저희 마녀들을 구원해 주시…….”
“구원은 너희 스스로 얻는 거다.”
“……예?”
“스스로 싸울 생각도 없이 도망만 치는 자들과는 할 얘기 없어.”
켈투드는 단호했다.
그의 반응이 이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솔트림이 당황하는 사이 키르케는 켈투드를 보았다.
“하지만 저는 구원해 주셨잖아요.”
“그냥 거래일 뿐. 너는 너의 삶을 나에게 팔았어. 너는 평생. 죽을 때까지 싸우면서 살아야 한다.”
그 대가로 힘을 준 것뿐이다.
켈투드가 담담하게 말하자 그 사실은 몰랐던 레밀리아는 덜덜 떨었다.
“케, 켈투드 님? 키르케……?”
그런 거래를 했단 말인가.
평생 싸워야 한다니.
그렇다면 자신의 소중한 딸이 평생 마녀를 탄압하는 저들과 싸우며 삶의 행복 따위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그건…… 그건 안 됩니다. 차라리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싸우겠습니다.”
레밀리아가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켈투드는 콧방귀를 뀌었다.
“부모라 하더라도 자식의 삶을 결정할 수는 없지. 그 삶을 대신할 수도 없고. 그리고 키르케. 넌 그걸 원하나?”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이 싸움은 자신의 것이고, 이 저항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어머니를 구했고 힘을 받았다.
그 대가를 다른 자에게 지불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켈투드 님! 저도 싸우겠습니다! 저는 마녀를 이끄는 자!! 당연히 싸워야 합니다!”
“그래? 그럼 너도 거래하자고.”
켈투드는 흐뭇해하며 양손을 벌렸다.
“싸우고자 하는 자들이라면 나와 거래를 할 자격이 충분하다.”
마녀의 숲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을이 있었다.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친 마녀들의 마을이었다.
전투 능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싸움을 싫어하거나.
그게 아니면 싸움에 질렸거나.
다양한 마녀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었다.
“레밀리아. 너는 저 안쪽의 오두막을 사용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키르케. 가자.”
“아뇨. 엄마. 전 켈투드 님 옆에 남겠어요.”
키르케는 뚝심 있게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 반응에 레밀리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켈투드 님께 방해가 될 거다.”
“안 된다.”
“안 된다잖아요.”
레밀리아는 안타까운 눈으로 키르케를 보았다.
저 어린아이가.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저 아이의 미래가 어찌 될까.
하지만 키르케가 말한 것처럼 싸우기로 한 것은 그녀다.
아무리 어머니라고 한들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부디 너에게 승리가 있기를 빌게. 그리고 키르케.”
레밀리아는 키르케를 꼭 끌어안았다.
“이걸 꼭 기억하렴. 켈투드 님께선 싸우는 자를 좋아한다고 하셨을 뿐이란다.”
키르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일까.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던 켈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맞아. 난 저항과 압박에 맞서 싸우는 자를 좋아할 뿐이지.”
즉.
저항하다가 실패한 자를 구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힘을 준 자에게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와 거래로 얻은 힘을 이용해 승리할지, 패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렇군요.”
키르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작한 일이다.
패배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자 레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네가 싸운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다. 비록 나에게 싸울 능력은 없지만…… 약 같은 것은 준비할 수 있어.”
“알겠어요. 고마워요. 엄마.”
“그래…….”
그렇게 모녀가 헤어졌다.
솔트림은 키르케와 켈투드를 데리고 마을의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종을 울리자 마녀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약 이백여 명에 불과한 마녀들의 표정에는 공포와 패배감만이 깔려 있었다.
“모두 들어. 대산림의 현자. 켈투드 님에 대해서는 다들 알겠지?”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
그들에게 켈투드에 대한 설명을 한 솔트림은 단호하게 말했다.
“켈투드 님께서는 싸우는 자를 가호하는 분. 싸움을 결정한 자들에게 힘을 주실 것이다. 키르케. 잠깐 나와 보렴.”
켈투드와 거래해 힘을 받은 키르케가 나섰다.
지팡이를 든 그녀를 보며 마녀들은 안타까워했다.
저 어린아이마저 싸워야 하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앞에 나온 키르케는 자신의 힘을 보여 주었다.
염력.
그리고 어둠의 개.
그 막강한 힘을 본 마녀들은 두려워하며 솔트림을 보았다.
“우리는 싸워야 할 것이다! 싸우고, 또 싸워서 세라피아스 교단을 물리칠 것이다!!”
그녀의 거센 외침에 반응하는 마녀들은 적었다.
모두 전의가 꺾인 이들이었다.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싸우기 싫어서 온 곳에서 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솔트림.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아무리 저런 힘이 있다 한들 이 세계는 이미 세라피아스 교단이 주도하고 있었다.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쓰러트리지 못하는 이상.
그리고 세라피아스 교단이 가진 신성력이 있는 이상.
마녀들의 마술과 기술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길 수 없을 거야.”
“신을 상대로 싸우는 일이라고.”
“이 패배주의자들이…….”
현자 켈투드가 직접 힘을 주겠다고 했는데.
신성국의 군대를 한순간에 쓸어버린 그가 나서 줬는데도.
이미 오랜 핍박과 도망에 지친 마녀들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솔트림이 뭔가 말하기 전.
켈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에게 핍박받는다면 신에게 저항하면 그만 아닌가?”
“……그게 말이 쉽지!”
“신과 어떻게 싸운단 말이야!”
“가능해.”
“뭐……?”
“싸우고자 한다면 신이든 뭐든. 저항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너희는 너희가 가진 가능성을 너무 무시하고 있군.”
켈투드는 한 걸음 나섰다.
“비록 가진 힘의 차이가 있을 뿐. 너희나 신이나 결국 이 세계를 이루는 같은 구성 요소다.”
“그게 무슨…….”
“싸워라. 평생 싸워 나가며 저항해라. 그렇다면 힘은 내가 주지.”
켈투드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거대한 먹구름이 모이기 시작한다.
-쩌저정!!
그의 손이 허공을 후려쳤다.
허공이 깨지며 공간이 무너져 내린다.
짙은 차원의 틈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한 자루 검이었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자들아.”
그 검을 뽑아 그대로 내리꽂은 켈투드는 여유롭게 웃었다.
“이 검으로. 신을 떨어트려라.”
마녀들 중에서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핍박을 받은 것이다.
하물며 세라피아스 교단이 아닌 세라피아스 그 자체와 싸워야 한다니.
나서는 것은 더욱 힘들 뿐이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안다. 무섭겠지, 그리고 괴롭겠지.”
켈투드는 히죽 웃었다.
“어쩌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 주겠지.”
조별 과제나 다름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패배감에 물들어 있는 마녀들 중에 누가 나서겠는가.
눈치만 보는 그들을 향해 켈투드는 한 차례 더 웃었다.
“하루를 주지.”
그 말만 남긴 채 켈투드는 물러나 버렸다.
결국 검 앞에 남은 것은 마녀들뿐이었다.
“시, 신과 싸워야 한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이미 싸우고자 했던 마녀들은 패배해 모두 화형에 처해져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봤고, 또 불타 죽기 전에 간신히 도망쳤던 이들은 쉽게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눈치를 살피던 마녀들 중에 소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들의 마음에 저항의 싹이 피어나려는 순간.
이미 저항을 결심한 키르케가 먼저 나섰다.
자기 키보다 큰 지팡이를 들고 있던 소녀는 단호하게 검자루를 잡았다.
그리고 힘껏 뽑았다.
“제가 할게요. 제가 싸울게요.”
“얘, 얘야.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른다.”
“그래. 차라리 나에게 주렴. 내가 싸우겠다.”
“너는 아직 어려. 그들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단다.”
“그런 건 우리에게 맡겨 주렴.”
마녀들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네가 아직 어리기에 모르는 것이란다. 그들은 아주 무섭고…….”
“전 이미 싸웠고,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키르케의 당찬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감탄했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마녀들의 반응이 나뉘자 뒤에 있던 켈투드가 앞으로 나왔다.
“결정됐군.”
켈투드는 키르케를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녀는 도전과 저항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힘들 거다.”
“각오했어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린 켈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 힘은 네가 신을 떨어트리는 날 가져가도록 하마. 일개 마녀가 오래 버틸 만한 힘은 아니거든.”
그 순간 키르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이, 이건…… 이건……?”
“진리에 접속하는 거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사라졌던 마술과 마법.
시약 제조법.
그 외에 수많은 기술들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어린 키르케가 버티기 힘들 정도의 막대하고 귀중한 지식들이 그녀에게 마구잡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악! 아아아아……!!”
“진리에 접속하여 세계의 비밀을 손에 넣은 너는.”
천천히 손을 뗀 켈투드는 키르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잡았다.
“이제부터 대마녀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