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1화(291/300)
◈ 제291화
146. 외전 – 신을 떨어트리는 날 – 1
결국 키르케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녀가 축 늘어지자 마녀들은 당황하며 얼른 그녀를 챙기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쓰러진 키르케를 데리고 마녀들이 들어가자 솔트림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 아이가 잘해 낼 수 있을까요? 차라리 제가…….”
“이미 선택은 키르케가 했어.”
“전…….”
“뭐. 싸우고자 한다면 너에게도 힘을 주지.”
켈투드는 담담했다.
그 담담함에 솔트림은 되레 두려움을 느꼈다.
신조차도 모독하는 이자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켈투드 님께서 나서신다면 신을…… 세라피아스와 그들의 교단을 쓰러트리실 수 있으신 것 아닙니까?”
“아직 이 세계를 손에 넣지 못했다지만. 그 정도야 일도 아니지.”
“그런데 왜 직접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궁금했다.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들과 켈투드가 직접 싸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녀의 질문에 켈투드는 피식 웃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너희나 그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
“……예?”
“난 그저 싸우고자 하는 자의 손을 들어 줄 뿐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생각하자고.”
그는 바닥을 가리켰다.
흙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들이 보인다.
“저 개미에게 너는 무슨 감정이 들지?”
“아무런 감정도…….”
말을 하던 솔트림은 흠칫 놀랐다.
켈투드에게는 자신들과 세라피아스.
그리고 세라피아스 교단과 이 세계에서 마녀를 핍박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그저 개미에 불과한 것이다.
“개미들끼리의 싸움에 선악의 구분을 할 생각은 없어.”
“그럼 왜 우리를 돕는 겁니까?”
“개미 하나가 외치더라고. 당신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그러니 설탕을 주세요, 라고 말이야.”
“그저…… 그저 이 모든 것이 현자님께는 유희에 불과하다는 것이군요.”
자신들에게는 생존을 가르는 싸움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는 한낱 유희에 불과하다.
설탕을 줄지.
아니면 물을 부을지.
그저 그의 작은 감정 변화 하나로 결정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솔트림은 두려움과 본능적인 이질감에 빠져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 모습에 켈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옳다. 원래 이질적인 자와는 오래 엮이지 않는 게 나아.”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런 자는 위험하다.
곁에 있어서는 안 된다.
막대한 힘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 힘보다 더 강한 힘으로 짓누를 수 있는 자다.
그렇기에 솔트림은 도망치듯 그에게서 멀어졌고 또다시 혼자가 된 켈투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정신을 차린 키르케는 자신을 보는 시선에 깜짝 놀랐다.
“괜찮니?”
“예? 아…… 예.”
주춤거리면서 일어난 그녀에게 한 마녀가 안타깝게 말했다.
“일어나지 말고 더 쉬렴.”
“괜찮아요……. 이제 가야죠.”
싸워야 한다.
그에게 힘과 지식을 받았으니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 키르케에게 솔트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꼭 싸워야겠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니…….”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솔트림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 아까 전 켈투드와 나눴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결국 저는 그분에게 있어서 밀알 하나를 요구한 개미에 불과하다는 거군요.”
“그래. 위험할 거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솔트림 마녀님.”
그리 말한 키르케는 침대에서 비척거리며 내려왔다.
벽에 기대고 있는 지팡이와 검을 챙기는 모습을 본 솔트림은 다급하게 외쳤다.
“가지 말렴!! 지금이라도 그에게 힘을 돌려주는 게…….”
“아뇨.”
키르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개미면 어때요. 전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킬 뿐이랍니다.”
“그에게 있어서 너에게 준 힘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그러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죠. 그리고…….”
비록 켈투드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그리고 마녀들에게는 구원을 얻을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러니 저도 모든 것을 바쳐야겠지요.”
문을 열고 나가자 아까의 광장에 그가 홀로 있는 것이 보였다.
키르케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인다.
그렇기에 외로워 보인다.
강한 힘을 지녔기에 고독한 것일까?
키르케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걸어갔다.
“왔나?”
“예.”
“좋아. 그럼 가자. 별일 아닌데 시간 오래 끌 필요 없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툭툭 엉덩이를 털었다.
“가기 전에 옷 좀 갈아입어야겠군. 그래도 대마녀라고 불릴 자인데.”
그는 허공을 다시 후려쳤고 그 안에서 하얀 로브를 꺼냈다.
켈투드가 입은 것과 비슷한 로브였다.
자신이 입고 있는 거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해 보이는 로브다.
마치 자신에게 맞춰진 듯 딱 맞는 로브를 입으며 키르케는 의아해했다.
“저를 만나실 것을 예상하신 건가요?”
“착용자의 몸에 자동으로 맞는 옷일 뿐이야.”
“그런 것이 있나요?”
“진리에 접속해 봤다면 이런 거 만드는 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네요.”
상당히 복잡한 술식.
그리고 많은 재료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도 꽤나 어렵다.
진리를 통해 그 지식을 얻었다고 한들 쉽게 만들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왜 갖고 계셨던 건가요?”
“안 되나?”
“안 될 건 없죠.”
“그럼 됐네.”
하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드니 처음 켈투드를 만났을 때의 모습과 닮아져 있었다.
키르케는 긴 검을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어설프게 등에 걸려 했다.
“아공간 활용법을 확인해 봐.”
“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진리에 접속하여 그 지식을 받아들였다.
너무나도 거대한 힘과 지식, 정보 중에서 아공간 활용법을 찾아낸 키르케는 켈투드가 했던 것처럼 허공을 후려쳤다.
-챙그랑!!
공간이 갈라지며 어둠이 드러난다.
그 안에 그녀는 검을 밀어 넣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죠?”
“그래.”
“검은…… 나중에 신을 만나면 쓸게요.”
“그래라.”
“그런데 어디부터 가야 하나요?”
“어디부터라…….”
켈투드는 씩 웃으며 지도를 꺼냈다.
이 세계의 지도였다.
“자.”
키르케의 손에 다트 하나가 들렸다.
그가 지도를 들어 올리자 키르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트 던져서 아무 데나 가자는 얘기다.
그 말을 들으니 아까 전 솔트림의 말이 떠올랐다.
저 남자에게 있어서 자신들은 개미에 불과하다.
그저 물 한번 부으면.
발로 한번 짓밟으면 무너져야 하는 개미.
그렇기에 전략이고 뭐고 필요 없이 아무 데나 가자고 할 수 있는 것이겠지.
키르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트를 던졌다.
“처음부터 멋진 곳을 골랐군.”
켈투드는 피식 웃었다.
다트가 꽂혀 있는 곳은 코와딘 대륙의 중심.
바로 세라피아스 교단의 교황청이 있는 콜 세라피아스였다.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겠지.”
그는 키르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싸우고자 한다면.”
* * *
콜 세라피아스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당장 거쳐 가야 할 곳만 해도 상당했으니까.
그렇기에 키르케는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도보로 간다면 적어도 일 년 이상은 될 거리였다.
거기에 중간중간 있는 관문까지 생각해야 했다.
“마차를 구하고 협력자를 만드는 것이…….”
“그런 게 왜 필요하지?”
“예? 하지만…….”
“이 세계에는 없는 힘 중에 축지라는 기술이 있어. 전에 내가 쓴 건데. 알지? 이제부터 가르쳐 주마.”
“……저에게요?”
“그 외에도 이것저것 가르칠 거니까 잘 배워 봐.”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켈투드와 함께 콜 세라피아스로 향하며.
키르케는 많은 것을 배웠다.
싸우는 법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을 보는 법과 사람을 보는 법.
그리고 살아가는 방법까지.
마녀로서 살아가며 생존에 급급했던 때보다.
켈투드와 함께하며 알아 가는 것이 더욱 많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개미라는 사실을 빠르게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매번 켈투드라고 부르기도 그렇네요. 스승님은 어떤가요?”
콜 세라피아스까지 얼마 남지 않은 날.
관도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키르케가 말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켈투드는 의아해했다.
“이제 와서 갑자기?”
“갑자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전부터 계속 은근슬쩍 얘기했는데.”
켈투드는 눈을 감았다.
꾸준히 기술을 가르칠 때마다 선생님 같다느니, 스승님 같다느니.
키르케가 재잘재잘 떠들기는 했었다.
“그냥 같다는 것 아니었나?”
“……사람의 마음을 모르시네요.”
“알 바냐?”
그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키르케는 빙긋 웃었다.
“그럼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니. 그런 관계는 좀 부담스럽다. 그리고 난 이 세계의 수집이 끝나면 떠날 거야.”
“그래도요.”
“그러므로 사제 관계는 사양이다.”
“그럼 주인님은 어떠세요?”
“……음.”
“세계 수집가로서 수많은 세계를 오가며 노예나 하인을 부려 본 적도 없으신가요?”
모닥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에서 죽을 퍼 그릇에 담았다.
그것을 공손히 내민 키르케가 묻자 켈투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나쁘지 않네.”
“그럼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라.”
그때였다.
자신의 그릇에도 죽을 담으려던 키르케는 고개를 들었다.
멀리 관도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저기다! 저기다!!”
“빌어먹을 마녀 놈과 마법사 놈이다!!”
키르케는 쓱 켈투드를 보았다.
얼마 전 지나온 영지의 추격병인 것 같았다.
“주인님께서 뿌리신 씨앗입니다.”
“알아.”
영지를 지날 때 검문이 있었다.
키르케는 적당히 속이고 가자 했지만 켈투드는 거절했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굽힐 바에는 싸운다.
그것이 켈투드의 지론이었으니까.
그렇게 싸우며 아예 짓밟으면 좋겠지만 또 그런 것도 아니다.
켈투드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 자와는 싸우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추격이 오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키르케는 못 말리겠다는 듯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챙그랑!!
이제는 아공간 이용법도 익숙해졌다.
여유롭게 지팡이를 꺼낸 그녀는 빙글 지팡이를 돌린 후 달려드는 추격병들에게 겨눴다.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 하얀 별이 몇 개씩 박혀 있었다.
“……마녀사냥꾼.”
마녀를 하나씩 죽일 때마다 박아 넣는 세라피아스의 별이다.
즉.
저들은 단순한 원한이 아닌 마녀사냥을 위해서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기 있다!!”
“저년!! 저 하얀 옷을 입은 마녀 년!! 최악의 마녀 키르케다!!”
그들의 외침을 들은 키르케는 씩 웃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적을 만날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마치 저기 뒤에서 팔자 좋게 남 일인 양 죽을 먹는 켈투드처럼 싸움과 저항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당할 수 있었다.
“최악의 마녀 키르케라니요.”
-우우우웅!!
지팡이의 끝에 마력이 집중된다.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지며 그 마법진에서 붉은 전격이 일렁거렸다.
-꽈과과과광!!
거대한 붉은 번개가 터져 나가며 추격하는 마녀사냥꾼들을 휩쓸었다.
수십 명을 일격에 소멸시킨 그녀는 남은 마녀사냥꾼들을 향해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마녀 키르케라고 불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