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3화(293/300)
◈ 제293화
147. 외전 – 싫은데요 – 1
-건방지구나!!
신의 힘이 하늘을 지배한다.
완전한 빛이 하늘을 가득 차지했을 때.
거대한 어둠이 하늘에 꽂혔다.
“어……?”
키르케는 고개를 돌렸다.
다른 쪽에서 마녀들이 오고 있었다.
싸움을 포기했던 자들.
저항을 회피했던 자들.
그들 모두가 싸움을 택했다.
-한 줌조차 되지 않는 것들이!!
마녀들의 저항에 세라피아스는 분통을 터트렸다.
고작해야 마녀 따위가 감히 신에게 저항하는 것이다.
-나의 아이들아!!
세라피아스의 빛이 군대를 감쌌고 키르케에게 당한 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우리의 신을 위하여!!”
“빛이 그대를 불태울 것이다!!”
빛과 어둠의 싸움이 시작된다.
세계의 요소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있는 키르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아악…….”
환청이 들렸다.
환각이 보였다.
신을 따르는 세계의 요소들이 그녀에게 저주를 내리고 있었다.
그 고통 속에서도 키르케는 검을 놓지 않았다.
“죽어라!! 마녀!!”
신의 힘을 받은 군대가 공격한다.
키르케의 몸을 단번에 부숴 버릴 것 같은 강대한 힘이 그녀에게 쏟아졌을 때.
그녀의 주변에 수많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챙그랑!!
“키르케!! 길은 우리가 만들어 주겠어!!”
마녀들을 이끄는 솔트림이 외쳤다.
싸우지 않는 마녀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서 전장에 데리고 나온 그녀는 필사적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다른 마녀들 역시 그녀를 도와 신의 힘을 막았다.
“키르케에에!!”
그녀의 어머니인 레밀리아 역시 참가했다.
싸울 능력이 없지만 지키기 위해서.
치료하기 위해서.
그녀는 마녀의 약을 들고 전장에 나섰다.
“엄마…….”
키르케는 그녀를 보았다.
필사적으로 약병을 던져 가며 마녀들을 돕던 레밀리아는 방긋 웃었다.
싸우는 것을 막았던 그녀가 응원한다.
그럼 이제 물러날 수 없다.
키르케는 검을 꽉 쥐었다.
-하찮은 것들아!!
마녀들의 저항이 더욱 강한 분노를 불렀다.
세라피아스의 손이 올라간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막을 수 있을까?
그녀는 검을 들어 올렸고 그 순간 검에 검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사라져라!!
“하아아압!!”
빛과 어둠이 충돌했다.
그것을 본 기사들은 키르케를 치기 위해 움직였지만 마녀들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꺼져라!! 마녀들아!!”
“화형당하고 싶은 것이냐!”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화형당할 것 아냐!!”
“키르케에게만 맡겨 두지 않겠어!!”
마녀와 군대의 싸움이 시작되는 동안에도 빛과 어둠은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찮구나. 하찮아. 아무리 신살검을 갖고 있다 한들 고작 이따위 힘으로 신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큭…… 으극…… 윽…….”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신은 너무나도 강했다.
키르케는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리에 더욱 깊숙이 접속했다.
그리고 힘을 쓰는 법을 빠르게 검색했다.
“그만하지?”
“너 따위가 신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포기해.”
“신은 누구도 이길 수 없어.”
환청이 들린다.
아니, 진리에 접속한 부작용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며 키르케의 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진리의 끝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럼 저 신을 쓰러트릴 힘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주르륵.
과도한 접속의 부작용이 가해지고 있었다.
눈과 코, 입에서도 피가 터져 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시야가 붉어졌다.
한쪽 무릎이 꿇렸지만 키르케는 멈추지 않았다.
이게 끝일까.
저항은 고작 이것으로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강대한 신의 힘에 마음이 꺾이려 할 때였다.
그녀의 눈에 피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켈투드의 환각이 보였다.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키르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켈투드.
자신의 주인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씩 웃고 있었다.
“아아…… 주인님.”
자신을 구하는 것은 자신뿐이다.
기회는 준비하고, 싸우는 자만이 얻는 것이다.
그와 함께 여행을 하며 켈투드는 항상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기회를 주었다.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그렇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하아아압!!”
지금 자신에게 기대감을 품고 있는 그를 위해 그가 빌려준 힘을 이용해 스스로를 구원하면 된다.
-이, 이럴…… 이럴 수가?!
밀린다.
신의 힘이 밀린다.
아무리 저것이 신살검이라고 하지만 저따위 마녀에게 밀리다니.
실수였다.
자신을 따르는 저 인간들에게 힘을 나눠 주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한번에 짓누를 수 있었을 텐데.
저 신살검을 경계하며 힘을 나눠 줘 인간이 마녀를 상대하게 한 것이 실수였다.
-뭣들 하는 것이냐!!
고작해야 저따위 마녀들도 잡지 못하다니.
세라피아스가 분노하며 외치자 군대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마녀들 역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 역시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 군대를 막았다.
저 군대가 키르케를 공격하게 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놀랍게도 빛이 밀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결국 신살검에서 쏘아진 어둠이 빛을 갈랐다.
그리고 그것은 빛의 거인의 심장을 꿰뚫었고.
빛이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안 돼!!”
“신이시여!! 우리의 신이시여!!”
신이 사라진다.
이 세계에서 어둠을 없앨 신이 패배하여 흩어지고 있었다.
“이, 이 불경한 년들!!”
“모조리 불태워 죽이리라!!”
분노한 군대가 움직인다.
방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은 광신도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자 키르케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모든 힘을 다 썼다.
신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아윽…… 윽…….”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마력이 텅 비어버린 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아윽…… 윽…….”
하지만 이겼다.
신이라는 거대한 압제자를 이겨 냈다.
키르케는 희미하게 웃으며 싸우는 마녀들을 보았다.
이거면 된 것이겠지.
그녀가 그렇게 만족했을 때.
“억…….”
“커억!”
“으으윽…… 아, 안 돼…… 힘이…….”
군대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그들의 신성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설마……?”
신이 나눠 준 신성력이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며 지상에 빛이 나타난다.
물론 아까와 같은 거인은 아니었다.
인간처럼 작아진 빛의 덩어리가 땅에 나타나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빛은 창을 든 채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이거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군. 고작해야 일개 마녀 따위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크윽…….”
“칭찬해 주마. 대마녀 키르케라 하였느냐? 그래. 너는 신을 지상으로 떨어트린 자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다.”
“키르케에에!!”
다가간 빛이 키르케에게 창을 겨누자 솔트림이 달려들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빛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것만으로 솔트림의 몸에 불이 붙었다.
“아아아악!”
“나의 아이들아. 기억하거라. 마녀는 오늘 이 세계에서 사라질지니. 그것을 이끈 이 아이를. 대마녀 키르케를 영원히 기억하고 경계하도록 하여라.”
자신들의 신인 세라피아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사제들과 기사들은 울었다.
그들의 찬양을 들으며 세라피아스는 키르케의 목에 창을 겨눴다.
“잘 가거라. 예우를 다해 너의 혼조차 완전히 소멸시켜 주겠노라.”
“크으윽…….”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이 없었다.
키르케는 무력하게 주저앉은 채 세라피아스를 노려보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구나.”
그녀를 경멸하며 세라피아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은 절대이니라. 절대에 저항한 말로가 무엇인지. 너는 좋은 선례가 되어 주겠지.”
“세상에 절대가 어디 있냐?”
세라피아스는 흠칫 놀랐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키르케의 옆에 한 남자가 있었다.
하얀 로브를 입은 남자였다.
“……넌 누구냐. 넌 무엇이냐. 아니…….”
세라피아스는 키르케가 쥐고 있는 신살검에 눈조차 둘 수 없었다.
저 남자.
뭔가 이상하다.
“너는……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구나.”
“꼴에 신이라고 그런 것도 아네. 맞아.”
키르케가 쥐고 있는 검을 가볍게 쥔 그는 검을 까딱거렸다.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야. 그건 좀 반칙 아니냐?”
“뭐……?”
“네가 신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만큼의 인간에게서 신앙을 받고 힘을 주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신앙은 신앙대로 받은 주제에 줬던 힘을 빼앗아 가는 건 좀.”
“내가 준 힘!! 내가 가져가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물론 어느 정도는 동감하는데…… 그건 알 것 아냐.”
켈투드는 씩 웃었다.
그리고 격렬하게 싸우는 군대를 가리켰다.
“네가 준 신성력을 빼앗김으로써 저들의 수명이 일 년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는 것쯤은.”
세라피아스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저 빛의 창을 겨눌 뿐.
그런 그를 향해 켈투드는 검을 까딱거렸다.
“이건 좀 도가 지나친 불합리니까 마녀들의 판정승으로 하자.”
그리고.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 가벼운 일격에 세라피아스는 소멸되어 버렸다.
그것을 본 모두는 움직임을 멈췄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 세계에 신은 없을 것이다.”
단언한 그는 신살검을 아공간에 집어 던진 후 말했다.
“거기 너희들도. 신은 이제 없어. 거기에 신성력을 빼앗긴 놈들. 일 년 후에 죽을 테니까 돌아가서 삶의 마무리나 짓지 그래?”
“이, 이, 이 불경한 자가!!”
또다시 신의 패배를 본 이들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들이 비명을 터트리며 달려드는 것을 본 켈투드는 씩 웃었다.
“신을 소멸시킨 나에게 저항하다니. 그 모습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렇기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 나도 예우를 갖춰 주지.”
* * *
전쟁은 끝났다.
신의 소멸.
마녀에 의해 땅으로 떨어진 세라피아스가 현자의 손에 소멸되었다.
그 소문은 빠르게 대륙을 타고 넘어갔고 대륙의 사람들은 마녀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마녀를 핍박했던 나라들은 그 정책을 해제했다.
그리고 세라피아스 교단에 짓눌려 있던 이들은 신성력을 잃은 그들에게 창칼을 겨눴다.
그럼으로써 대륙에 거대한 혼란이 찾아왔다.
그 혼란 속에서 마녀들은 모두 북부 대산림으로 이동했다.
켈투드와 키르케 역시 그들처럼 대산림으로 이동했지만 그들과 같이 살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곳은 대산림의 외곽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주인님. 차입니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키르케가 묻자 켈투드는 그녀가 탄 차를 홀짝거렸다.
“이걸 메이드복이라고 하나요? 후후. 잘 어울리죠? 엄마가 보내 준 거예요. 켈투드 님을 잘 모시라고.”
전쟁이 끝났음에도 키르케는 레밀리아나 다른 마녀들과 같이 사는 것이 아닌 주인인 켈투드를 모시기로 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모시라며 마녀들이 만들어 보내 준 옷이다.
그것을 자랑하듯 보여 주며 키르케가 방긋 웃자 켈투드는 딱 잘라 말했다.
“이제 헛것 같은 건 안 보이지?”
“예. 주인님의 약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 그래도 진리에 접속하면 다시 진행될 거다. 접속하지 마.”
켈투드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제 가라.”
“아. 예. 혼자 계시고 싶으신 거죠? 전 그럼 빨래를…….”
“아니. 그런 거 하지 말고. 너 필요 없으니까 마녀들에게 돌아가라.”
“……왜요?”
“마녀가 신을 떨어트리는 멋진 장면도 봤어. 그러니 됐다.”
그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말했고 키르케는 옷자락을 꽉 쥐었다.
그리고.
“싫은데요. 그 명령에 저항할 겁니다.”
“힘들 텐데? 생각해서 말해 주는 거다.”
“각오했습니다.”
“그럼 그래라.”
그 말에 키르케는 빙긋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