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5화(295/300)
◈ 제295화
148. 외전 – 같은 삶, 다른 시선 – 1
대산림 근처의 토스웬 마을.
그곳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에 찾아오는 마녀가 있었다.
칠흑처럼 짙은 검은 머리칼.
백옥처럼 깨끗한 하얀 피부.
짙은 속눈썹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누구보다 깊고 현명해 보이는 눈.
모든 면에서 봐도 아름답다 생각되는 마녀가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메이드복을 입은 채 걷고 있었다.
“와. 말 한번 걸어 보고 싶네.”
마을의 청년 중 하나가 말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대마녀님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 현자님 대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는 분이라고. 너 같은 게 무슨.”
“쳇. 그래도 한번 찔러나 보고 싶다.”
“흥. 야. 촌장님 아드님도 저분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 하는데 네가 무슨.”
“뭐? 까불지 마라. 나 토스웬 마을 제일의 야채 가게 아들 요하네가 그런 것도 못 할 것 같아?”
요하네는 크게 헛기침을 한 후 키르케에게 걸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위축된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보다 작은 키에 덩치도 작다.
하지만 그 위압감은 가끔씩 마을에 머무는 무시무시한 용병들보다 훨씬 대단했다.
“어. 음. 그, 저기. 대, 대마녀님?”
“요하네군요. 무슨 일인가요?”
“헉. 절 아시나요?”
“아하하…… 뭐. 그렇죠.”
일개 마을 주민인 자신을 대마녀 키르케가 알고 있다니.
요하네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감동했다.
“여, 영광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어…… 그게 저기…….”
뭐라고 해야 할까.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잠깐 차라도 한잔 마시자고 할까.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불경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 그를 키르케는 누구보다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예에.”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고개를 젓자 요하네는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대마녀 키르케와 말이라도 한번 해 본 것은 큰 영광이리라.
그가 돌아가자 키르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어이! 거기 예쁜 아가씨!”
“우리랑 잠깐 술이라도 한잔할까?”
뜨내기 용병단일까?
이 마을에서 키르케를 모르는 이들은 없는데도 그녀의 미모를 보고 덤벼드는 이들이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많은 용병들이 히죽거리며 다가오자 키르케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허공에서 지팡이가 나타난다.
“……헉.”
“뭐, 뭐야? 아티팩트 같은 건가?”
“룰비네 켈린. 초한드 영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용병이 되었군요. 위디 미스타. 귀족 강간 및 살해를 저지르고 탈주 중. 윌터 발라그. 소겐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걸려서 도망쳐 용병이 되었네요.”
이 마을에 온 것이 처음인데도 키르케가 자신들을 정확하게 알아내자 용병들은 긴장했다.
그들은 아까처럼 희롱하려던 것이 아닌, 경계의 시선을 보내며 무기에 손을 올렸다.
“……너 뭐냐.”
“어떻게 나에 대해서 알지?”
“개 같은 마녀 년이…….”
그런 그들을 향해 키르케는 차갑게 말했다.
“꺼지세요.”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비밀이 알려질까 두려워 덤벼들 뿐.
그런 그들에게 키르케는 지팡이를 겨눴다.
-꽈과과광!!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황금색 번개는 단번에 그들을 휘감았고 까맣게 태워 버렸다.
그 소리에 마을의 자경단원들이 달려왔다.
“헉?!”
“이게 뭐야? 키르케 님. 뭡니까?”
“오센드 왕국의 죄인들입니다. 왕국에 연락해 주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인을 보내면 상금이 나온다.
대산림 주변에 있는 토스웬 마을은 대산림과 대산림에 살고 있는 현자, 마녀 덕분에 세금에는 자유롭지만 돈은 얼마가 있어도 모자라다.
그렇기에 자경단원들은 기뻐하며 까맣게 타버린 그들을 챙겼다.
“그런데 장 보러 오신 겁니까?”
“네.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거든요.”
“이런…… 요새 용병들이 좀 많이 왔는데. 마녀님께 덤빌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저희가 어떻게 호위라도…….”
“저를요?”
키르케는 빙긋 웃었다.
그 아름다움에 자경단원들은 순간 멍해졌지만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무, 물론 대마녀님에 비하면 저희는 약하지만…….”
“그래도 대마녀님께서 손쓰실 필요도 없으실 거고…….”
“괜찮습니다.”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사양하자 자경단원들은 아쉬워했다.
“그런데 오늘은 현자님께서 같이 오지 않으셨나 봅니다?”
“아…… 주인님요. 주인님께서는 다른 볼일이 있으셔서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자경단원들이 인사하고 가 버리자 키르케는 작게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주인님.”
필요한 것들을 전부 사서 집으로 보내 달라 말한 후 키르케는 주점으로 향했다.
마을의 끝자락에 있는 커다란 주점 앞에는 주당들이 꽤나 모여 있었다.
“으아아아!”
“또 잃다니!! 이건 사기야!!”
주당들이 모여서 주사위 도박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키르케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엇? 대마녀님 오셨네?”
“마녀님! 술 한잔하시죠!”
언제나 유쾌한 주당들이 외치자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맛도 없고 마셔 봤자 정신에 틈만 생기는 저런 술을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주인님은요?”
“저기.”
코까지 빨개진 주당이 도박판이 벌어진 곳을 가리켰다.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도박판을 열고 있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켈투드.
10년 전과 비교해 조금의 변화도 없는 대산림의 현자였다.
“자 자. 걸어. 걸어. 1, 2, 3이냐. 4, 5, 6이냐.”
“으으으…….”
“이번에는 반드시!”
풀로 만든 바구니 안으로 세 개의 주사위가 들어갔다.
신기한 손놀림으로 빠르게 바구니를 돌리던 그가 그대로 바닥에 내리자 사람들이 돈을 걸기 시작했다.
물론 동전 몇 닢 정도 되는 작은 돈이지만 도박의 흥분감 때문인지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어이쿠! 1, 2, 3! 짝이네!”
“이런 젠장!”
“현자님! 사기 친 거 아니우?!”
“내 삶에서 사기는 없다.”
판돈을 쓸어 간 켈투드는 쓱 고개를 들었다.
못 말리겠다는 듯 키르케가 예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왔냐? 살 거 다 샀어?”
“예. 그런데 주인님. 왜 이런 도박을 하고 계세요?”
“하면 안 되나?”
“그건 아니지만요.”
“그럼 됐네.”
모두가 자신을 경애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모에 취해 정신이 홀린 것처럼 행동한다.
그건 단순히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있는 영지의 귀족가에서도 자신을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서 자주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렸을 때부터 모셔 온 주인님은 그런 것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이 세계의 당연함이 당연함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어서 가요. 주인님.”
“어이쿠~ 현자님! 동생분 오셨네!”
“도, 동생이라뇨. 전 주인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그래도 대마녀님 하시는 거 보면 동생 같단 말이지.”
“옛날에는 딸 같았는데 말이야. 현자님. 현자님은 안 늙으시는 겁니까?”
“불로불사도 모르는데 어떻게 현자라고 할 수 있겠냐?”
“허. 불로불사. 좋지. 그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주당들이 술을 홀짝거리며 묻자 그는 씩 웃었다.
“술부터 끊어.”
“……난 그냥 내 수명대로 살다가 죽을래. 그리고 현자님은 그냥 드시잖습니까.”
“이 정도 술은 나에게 술도 아니지.”
커다란 술잔에 잔뜩 담긴 독한 술을 한 번에 들이마셨지만 역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걸 보던 키르케는 켈투드에게 다가갔다.
“자 자. 주인님. 그만하시고 이제 가요. 오늘 저녁은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토켄디구이니까요.”
“오. 그래? 어이. 주인.”
“예!”
주인이 나오자 켈투드는 딴 돈을 모두 그에게 주었다.
“이걸로 쟤들 술이나 먹여.”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야~ 역시 현자님이 최고시구만!”
“너희들은 나랑 도박하면 매번 잃으면서 도전하더라. 그게 기특해서 사 주는 거다. 다음은 없어.”
좋아하는 주당들에게 피식 웃은 켈투드가 일어났다.
“가요. 주인님.”
“장바구니 줘. 내가 들어 줄 테니까.”
“예? 아뇨. 제가 들…….”
켈투드는 기묘한 손놀림으로 키르케의 손에 들려 있는 장바구니를 빼앗아 들었다.
그가 휙 앞서가 버리자 키르케는 한숨을 폭 내쉬고 그의 뒤를 쫓았다.
그걸 보던 주당들은 낄낄거렸다.
“참 잘 어울리는데 말이지.”
“그런데도 남녀 관계 같지 않단 말이야. 친한 친남매 같아.”
“왜 그런 걸까?”
의문은 그리 길지 않았다.
주인이 가져온 술을 본 주당들은 다시 낄낄 웃으며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대산림에 있는 집으로 들어오자 키르케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집의 청소.
창고 정리.
지하실에 있는 냉동고도 정리해야 한다.
거기에 집 뒤에서 키우는, 작년에 켈투드가 잡아 온 거대 괴수인 세트의 밥도 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일 목욕하기를 원하는 그를 위해 목욕물도 준비해야 한다.
이래저래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키르케는 그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주인님. 목욕 준비 끝났어요.”
“멍멍이. 밥 준비됐냐?”
“예? 네.”
“그래? 그럼 밥 주고 목욕해야겠네.”
“그런데 주인님. 세트의 이름을 그렇게 귀엽게 지으면…….”
켈투드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를 만난지도 벌써 십 년이나 지났군.”
“그렇죠.”
“혹시나 해서 묻는데 나를 남성으로 느끼거나 그런 건 없지?”
“그런 건 없고, 아버지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이상하죠? 전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도 없는데.”
어쨌든 켈투드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받았다.
그렇기에 항상 보호자이며, 자신이 모셔야 할 주인이라고만 생각될 뿐이다.
그녀의 말에 켈투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딱히 좋은 건 아냐. 뭐. 아무튼 난 지난 시간 동안 꾸준히 말했어. 내 말, 행동. 이해하기 어렵다면 떠나. 그게 너한테 더 좋을 거다.”
그랬다.
자신은 다른 차원을 누비는 세계 수집가이니 이 세계의 구성 요소일 뿐인 자신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러니 받아들이기 힘들면 떠나라고.
어제도 들었던 말을 떠올린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힘들지 않고 싫지 않아요. 그냥 조금 이해하기 힘들 뿐이지. 그리고 주인님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런 그녀를 향해 켈투드는 피식 웃었다.
“그럼 됐어.”
“예. 됐네요.”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가 끝났다.
키르케는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남들은 항상 자신과 켈투드를 보고 가족과 같은 사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딸.
지금은 동생.
하지만 실상은 이거다.
함께 모시는 자신조차 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계속해서 고독하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뭐 하냐?”
“예? 아뇨. 지금 가요.”
키르케는 켈투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집 뒤로 가니 온몸이 비늘로 뒤덮이고, 거대한 한 쌍의 날개를 지닌 붉은 눈의 검은색 용이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키르케를 보자마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세트.
도시에 나타난다면 하루 만에 그곳을 무너트릴 수 있는 강력한 괴물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 그 괴물이 증오심을 내뿜기 시작하자 켈투드가 나섰다.
“내가 밥 주는 사람한테 이빨 드러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크르르. 죄송합니다.”
“그래. 착하지.”
그 괴물조차 켈투드의 앞에서는 순한 양일 뿐이었다.
세트는 애교를 부렸고 켈투드는 일곱 개의 뿔이 있는 커다란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말했다.
“밥 가져와.”
“네.”
준비한 고깃덩이를 앞에 놓아 주었다.
세트가 그걸 받아먹기 시작하자 켈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슬슬 멍멍이랑 친해져야 할 텐데.”
“……솔직히 자신 없네요. 아니. 저거랑 어떻게 친해져요?”
키르케가 난감해하자 켈투드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한 저 웃음이 키르케는 너무나도 슬프게 보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해 볼게요.”
그 말에 켈투드는 손을 들어 키르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