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8화(298/300)
◈ 제298화
149. 외전 – 예전의 이야기 – 2
“참 그때는 대단했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키르케의 목소리에 겸연쩍음이 섞였다.
그걸 들으며 그는 손을 움직였다.
아기의 손이 움직이며 여인의 상처를 회복시킨다.
“아…… 으으으…… 아……?”
피가 줄줄 흐르는 구멍이 메워지며 피가 멈춰진다.
그녀를 살린 그는 여인에게 날아가 얼굴을 톡톡 쳤다.
“이봐. 일어나 봐.”
“아…… 아가……?”
“응. 당신 아기지.”
“헉…….”
아기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마녀는 놀랐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씩 웃었다.
“마녀가 남자아이를 낳으면 켈투드의 환생이 된다는 얘기는 또 어디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맞긴 했네.”
“……아가……? 내 아기…… 내 아기를 어떻게 한 거야……!”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네 아기는 아마…… 태아 때 죽었을 거야. 영혼 자체도 정착하지 못했거든. 혹시 임신 중에 뭔 일 있었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아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기를 멍하니 바라보던 여인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아…… 마녀사냥 때문에…… 마녀사냥에 당해서……. 어쩌면…… 어쩌면 그때.”
“아. 그렇군.”
분명 마녀사냥에 쫓기느라 유산을 했으리라.
하지만 마녀가 가진 마력이 그녀의 유산을 막았을 것이다.
“만약 그대로 출산을 했다고 하더라도 죽은 아기가 나왔겠지.”
그는 냉정하게 말했고 여인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를 토닥이며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힘내.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내가 죽인 거 아니야.”
“흑…… 흐흑. 흑…….”
“위로가 먹히지 않네.”
<자식을 잃은 어미는 원래 그런 법이죠.>
<제일 좋은 것은 기억을 잃게 해 주는 겁니다.>
자신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기억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온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키르케가 방법을 제안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상대의 동의를 받은 이후에 하는 거라고.”
<알겠습니다.>
“자. 그럼 물어볼게. 널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나? 힘을 원한다면 힘을 주지.”
하지만 여인은 그저 울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나 큰 고통에 절망하고 일어서기를 포기했다.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것이 너의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나…… 나는…… 나는…….”
“돌아가서. 평온하게 살아.”
-우드득!
허공에 떠 있던 아기의 몸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들은 순간 여인은 깜짝 놀랐다.
막 태어난 아기가 변한다.
아기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며 성장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8살 남짓해 보이는 소년까지 자란 그는 여인의 손을 잡았다.
“원한다면 너의 기억을 지워 줄 수도 있어.”
“……괜찮……아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 현자 켈투드 님……이신가요?”
“그래.”
“그렇다면…….”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녀들을 구해 주세요. 세계의 적이 된 마녀들을 구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녀를 내려다보며 켈투드는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켈투드를 낳아 준 여인은 결국 떠나고 말았다.
같이 다녀도 괜찮다고 했지만 자신은 방해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 지친 얼굴로 그녀가 떠나자 켈투드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래도 제가 있잖습니까.>
“그렇지. 음. 내가 여길 떠나고 몇 년이나 지났지?”
<진리에 접속 중입니다.>
<717년이 지났습니다.>
“꽤 많이 지났는군. 그나저나 신이라. 키르케. 이 세계에 신이 있나? 내가 저번에 지우고 간 것 같은데.”
<이 세계에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인간들이 멋대로 신을 만들어 냈다는 것과 같은 얘기군. 신성력을 쓰는 건 아닐 테고.”
<예.>
<세라피아스의 소멸 이후 신이 없어지자 인간은 신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신을 떨어트린 마녀를 전부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거지?”
<원래 광신자들이 그러잖습니까.>
“하긴.”
<그렇기에 마녀사냥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진리에 접속하여 이 시대에 있었던 결과를 말해 주었다.
켈투드는 고개를 끄덕인 후 허공에 손을 뻗었다.
이 시대에.
과거 살았던 이곳에서 보관해 두고 있던 것들이 아공간에서 꺼내졌다.
현자의 로브를 입은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런데 멍멍이는? 걔 용이라 수명이 꽤 남았을 텐데?”
<대산림의 지배자로 남아 있습니다.>
“걔부터 만나 봐야겠네.”
대산림.
한때 현자 켈투드와 대마녀 키르케가 살았던 곳은 마경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곳.
현자의 뜻에 따라 마녀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곳.
과거에는 지식을 얻기 위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마녀를 지키는 마수왕을 쓰러트려 우리의 신을 부활시키리라!!”
세라피아스의 디바인 마크를 든 군대가 대산림 앞에 모였다.
수만이 넘는 부대였다.
중무장한 그들이 숲을 노려보는 동안 숲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마수왕의 군세가 움직인다!!”
“싸워라! 싸워라!!”
“마녀를 잡고 신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다!!”
각 나라에서 차출된 연합군이 숲을 향해 무기를 들이댔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려고 할 때.
군대의 앞에 갑자기 한 아이가 나타났다.
하얀 로브를 입은 검은 머리의 아이였다.
이런 전장에 있어서는 안 될 아이의 등장에 군대를 이끄는 이들은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저건…… 뭐냐.”
“마수왕의 사절인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다니!! 마녀의 종자로구나!!”
신을 불러내기 위한 광기가 치솟았다.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아이를 향해 막연한 증오가 쏟아진다.
“나는 오래곤 왕국의 국왕이며 빛을 따르는 자!! 신성왕 케온 3세다!! 너는 누구냐!! 정녕 마녀의 주구이더냐?!”
휘황찬란한 보검을 꺼내 든 그가 오만한 어조로 물었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하얀 로브의 소년은 피식 웃었다.
“켈투드다.”
켈투드.
마녀를 도와 신성모독을 행했던 증오의 결정체.
신의 대적자인 그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에 케온 3세는 기뻐했다.
“오오오오!! 사라졌던 신의 대적자가 다시 나타났다. 저자를 잡고 우리의 신! 우리의 주인이신 세라피아스 님을 다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보검을 들어 올리며 외치자 연합군의 모두가 포효했다.
뿔피리가 울려 퍼지고 북이 두들겨진다.
전의가 가득한 그들을 보던 켈투드는 손을 들었다.
“와라. 멍멍아.”
-퍼어어엉!!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터졌다.
하늘이 떨릴 정도의 위력에 놀란 말들이 투레질을 하는 사이 대산림의 중앙에서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거대한 용이었다.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마수왕 세트가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마수왕이다!!”
“마수왕이 나타났……. 뭐야.”
하늘로 치솟은 마수왕이 공격할 것을 대비해 군대는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세트는 공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을 켈투드라 밝힌 소년의 앞으로 날아와 커다란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크르르…… 나의 주인이시여. 드디어 다시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키르케는.”
“걔는 나랑 같이 있어. 그나저나 어째 상황이 불리해 보이는데? 마녀들을 다 구하지도 못한 것 같고.”
“……죄송합니다. 크르르르…….”
콧김을 내뿜으며 세트가 사죄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어쨌든 정리는 해야겠네.”
<이 세계의 구성 요소 중 인간을 배제하시겠습니까?>
‘아. 그건 아니고. 4기사만 불러내자.’
<세계와 접속 중입니다.>
<종말의 4기사 시퀀스를 진행합니다.>
<4기사의 소환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는 군대를 가리켰다.
“난 내게 저항하고자 하는 자들만 상대할 뿐이야. 의미 없는 학살에는 관심 없어.”
그가 말한 순간.
하늘이 열렸다.
검은 틈과 함께 열린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뚝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히, 히익!”
“뭐야?! 뭐야?!”
기현상에 놀란 이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켈투드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 제안하마. 싸우고자 하는 자는 남아라. 하지만 죽음이 싫은 자들은 도망쳐라.”
담담한 목소리이지만 군세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그 기현상이 만든 공포에 질린 이들은 당연히 있었다.
“난 싸움을 원하지 않는 자와는 싸우지 않아. 그러니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꽈과과광!!
-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열린 하늘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공포심이 극대화되자 군세가 흩어지기 시작한다.
명령에 따라 군대에 참가한 이들 중 목숨이 아까운 자들이 도망치는 것이다.
“크르르르르……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자신의 힘과 마수들도 두려워하지 않던 자들이 켈투드의 말 한마디에 도망친다.
그것에 멍멍이가 흐뭇해하는 동안 남은 이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망치지 마라!!”
“우리의 뒤에는 신이 계신다!!”
“싸워라!! 싸워!! 켈투드만 잡으면 우리의 승리다!!”
신성왕 케온 3세가 외친다.
그것으로 사기를 어느 정도 되찾은 이들이 전의를 다지자 켈투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슬 빠질 자는 다 빠진 모양이다.
“그럼 가라.”
들어 올린 손을 내렸다.
그 순간 하늘에서 액체가 떨어진다. 그 검은색 액체가 고여 가며 하나의 연못을 만든 순간.
그것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얀 말 위에 탄 채 거대한 활을 든 해골이었다.
“화이트 라이더.”
그와 동시에 연못에서 붉은 말을 탄 채 검을 든 해골이 나타났다.
“레드 라이더.”
레드 라이더의 뒤에서 녹색의 말을 타고 낫을 든 해골이 나타났다.
“그린 라이더.”
그린 라이더의 녹색 구름이 만들어 낸 그림자에서 검은 말을 탄 저울을 든 해골이 나타난다.
“블랙 라이더.”
그들의 등장에 성전 연합군의 군세는 덜덜 떨었다.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다.
저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켈투드는 멈추지 않았다.
“시작해. 마음을 확인하여 싸움의 의지가 없는 자는 공격하지 마라.”
저울을 지닌 검은 말의 해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그가 손을 휘젓자 열린 하늘에서 성스러운 로브를 입은 해골이 나타났다.
일곱 장의 검은 날개를 지닌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나팔을 들어 올렸다.
-부우우우우우우우!!
그가 나팔을 분 순간.
모여 있는 넷의 라이더들이 움직였고.
죽음을 각오한 수만의 군세는 한순간에 그들이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정리는 금방 끝났다.
성전 연합군의 군세를 몰살시킨 네 라이더들은 빠르게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마녀를 적대하고, 세라피아스를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자들을 시험하고 죽음을 안겨 주기 위해서.
그렇게 그들이 떠나자 켈투드는 세트를 힐끔 보았다.
“……크르르……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힘을 쓰시게 만들었습니다.”
“아냐. 이미 이 세계의 수집이 끝났는데 이 정도는 쉽지.”
가볍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켈투드는 대산림을 보았다.
“내가 살던 집은 그대로 있나?”
“예.”
“그럼 가자고.”
세트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낡은 오두막은 칠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곳의 정원에 앉은 그는 손을 들었다.
“키르케. 아직도 내가 갈 세계가 없나??”
<그렇습니다.>
<현재 세계의 씨앗이 발아하기 직전입니다.>
수많은 세계는 언제나 소멸하고 새롭게 생성된다.
지금은 우연히 그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다.
“그럼 시간이 좀 남겠네. 그때까지 보유한 세계들 돌면서 정리나 하자.”
<준비하겠습니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자 멍멍이는 그를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듯 날개를 펼쳤다.
자신의 날개와 몸, 꼬리로 그를 감싼 멍멍이는 눈을 감았다.
<어디부터 가시겠습니까?>
“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글쎄. 이것도 무작위로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