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99화(299/300)
◈ 제299화
150. 에필로그 – 다음에 또 봅시다 – 1
과거 악마들의 신이 있었다.
악마들의 신은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하였으나 그 무시무시한 계획은 한 명의 영웅에 의해서 무산되었다.
이안 브랜든.
브랜든 남작가라는 아주 작은 귀족가의 핍박받던 삼남이 분연히 일어나 그 힘을 발휘하였다.
그것이 바로 이안의 전설이었다.
“그런데 전설이라 불리는 것치고는 좀 최근 아닌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상급 B반 기숙사는 프레돈 아카데미에서도 연구 개발 구역과 마찬가지로 허가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연구 개발 구역은 많은 자료들과 개발되고 있는 장비들 때문이었지만 상급 B반 기숙사는 달랐다.
그곳에 영웅 이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머물렀던 곳이고, 또 떠났던 곳.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이곳에는 허가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허가받은 자 중 한 명인 그래진은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놈이 간 지도 벌써 십 년이나 지났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제는 뛰어난 유적학자로 이름난 그래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쓰게 웃었다.
프레돈 아카데미에서도 중요한 구역으로 알려진 이 정원은 정성스레 관리되고 있었다.
특히 저곳.
한 자루 검과 앉아 있는 소년의 석상이 있는 곳.
저곳은 특히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안이 남긴 흔적이니 말이다.
“거참.”
아직도 십 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모두에게 인사를 한 이안은 자신의 검 옆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그가 눈을 감은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그대로 석상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설마 돌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언젠가 돌아오겠다더니 돌이 되어 버리다니.
그래진은 볼을 긁적거렸다.
“어머? 그래진. 빨리 왔네요?”
뒤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디시안 백작가에 소속된 마법사로 프레디시안 철도청의 주요 인사인 윌디 프레디시안이었다.
6서클의 마법사이며 몇년 안에 7서클이 되어 로드의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 역시 이 정원에 들어올 수 있는 선택받은 자 중 하나였다.
“여전히 관리가 잘되고 있군요. 그때랑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기부금이 꽤나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그 조건 중 하나가 여기를 관리하는 거잖아.”
상급 B반의 졸업생들 모두가 아카데미에 요청했다.
자신들이 졸업하고 나면 이 기숙사를, 이 정원을 유지시켜 달라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해 주고, 또 아무나 확인할 수 없게 해 달라고.
세상을 구하고 휙 떠나 버린 영웅을 쉬게 해 달라고.
프레돈 아카데미의 학장 카르지드는 그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여~ 친구들! 잘 있었나?!”
또 다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덩치 큰 남자.
블랜치였다.
“요새 너 유명하더라? 케일 산의 마인을 쓰러트렸다면서?”
“아. 그거? 별거 아니야.”
“그런데 발라한테는 졌다던데요?”
“큭. 다음엔 반드시 이긴다.”
예전에 라이자를 만난 이후 발라와 꾸준히 붙어 봤지만 계속 깨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안과 함께 있을 때 더 많은 대련과 훈련을 할 걸 그랬다.
그는 씁쓸해하며 이안의 석상을 보았다.
“그 녀석이 들으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고 했겠지?”
“그랬겠죠.”
“하. 자식. 그렇게 가 버리다니.”
블랜치는 들고 온 고급 와인을 이안의 석상 앞에 놓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하게 살기를…….”
“그렇게 말하니까 이안이 죽은 것 같잖냐.”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셋은 휙 고개를 돌렸다.
하륜이었다.
벌써 7서클에 올라간 이 시대의 천재 마법사.
마탑의 로드 중 하나이며 솔트 후작가에서 철도부장이라는 직위를 지닌 그는 피식 웃었다.
“이야~ 하륜. 너 바쁘지 않냐? 요새 철도 공사 쪽이 정신없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와야지. 우리 B반 애들 모이는 건데.”
그랬다.
오늘은 10년 전 이안이 떠났던 날이다.
그가 떠난 이후 상급 B반 생도들은 약속했었다.
매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꼭 이곳에서 모이자고.
그 모임의 날짜를 이안이 떠난 날로 정했고 벌써 열 번째 모임이었지만 불참하는 이들은 아직 없었다.
“다들 그리워하는 거겠지.”
하륜은 이안의 석상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저 석상이 사람으로 변해서 그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의 석상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아니. 북부 놈들은 뭐 이렇게 빨라?”
그때 헝클어진 머리에 몸 여기저기에 문신을 새긴 근육질 청년이 들어왔다.
그를 보자마자 블랜치는 웃으며 달려갔다.
“형님~.”
그리고 오러 스피어를 휘둘렀다.
“이 미친놈!!”
오러 액스로 공격을 막아 낸 발라는 블랜치를 걷어차 버렸다.
“남부에서 오크들과 매일 죽을 고생 하면서 싸우는 날 네가 이길 것 같냐!”
“제기랄!! 두고 보자! 널 이기고 라이자와 당당하게 결혼하고 말겠어! 아니 그런데 벌써 청혼하고 십 년이 다 돼 가는데 슬슬 포기하지 그러냐?!”
“헷. 해보든가!”
둘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사이 다른 이들도 들어왔다.
윌발, 마틴, 위디아, 오에리나.
그 외에도 한때 이안과 같은 반이었던 다수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다들 온 것 같은데. 슬슬 시작할까?”
하륜이 가볍게 박수를 치자 정원에 모인 이들은 피식 웃었다.
“아란세 교관님 안 오셨잖아.”
“늦었다. 교관 회의가 바빠서 말이지.”
마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아란세가 들어왔다.
그가 술 박스를 몇 통이나 가져와 내려놓자 하륜은 기가 막혀 했다.
“아니 뭔 술을 그렇게 많이…….”
“이럴 때 마셔야지 언제 마시겠냐? 교관 대표 노릇도 힘들어. 그리고 이제 방학이잖냐.”
교관들도 쉴 시간이다.
이번 방학 때는 검성을 찾아가 내내 대련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쉬는 날이나 다름없으니 왕창 마실 생각이다.
“그리고 제자들 모두를 만났는데 말이지.”
그의 말에는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사실 모든 제자는 아니었다.
“뭐. 어쨌든. 자 한 잔씩 하자고.”
“자리 깔아. 자리!”
테이블들이 움직인다.
다들 바깥에서 한자리 차지한 이들이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아카데미 생도 때의 모습과 같았다.
스스로 움직이고 음식들도 자기들이 직접 세팅한다.
의자나 테이블을 나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준비가 되었을 때 하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흠. 그럼 내가 일단은 대표로서 한마디 하겠는데.”
하지만 모두 신경도 쓰지 않고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하륜은 인상을 구겼다.
“아. 진짜.”
“난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와. 그거 되게 오래간만에 듣네.”
“그때는 그랬지. 아. 그립다.”
“이안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다들 이안과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며 먹고 마신다.
그들을 지켜보던 하륜은 쓰게 웃으며 와인 잔과 고기찜을 들고 이안의 석상을 향해 다가갔다.
“네 거다. 매번 놓고 가는 건데 네가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거 말고 소꼬리 와인 찜 가져와라.”
“어? 알았어.”
접시를 내리려던 손을 멈췄다.
이거 말고 와인 찜이라.
졸업 이후로도 계속 요리를 해 요리계의 마스터가 된 박바레가 만든 건데 확실히 맛있긴 했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접시를 들려고 했고 순간 굳었다.
그리고 긴장한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으, 으아아아아아!!”
그곳에는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이안이 있었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은 검을 쥐었다.
“먀네.”
하지만 답이 없었다.
이안은 검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삐졌니? 자 자. 나오렴.”
그는 천천히 검자루를 쓰다듬었다.
그제야 검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진다.
“먀아~.”
그리고 빛은 곧 새하얀 고양이가 되었다.
쭈뼛거리면서도 이안에게 달라붙은 먀네는 그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쟤들 봐라. 쟤들끼리만 맛있는 거 먹고. 너는 안 준 거냐?”
“먐먀.”
“쓰레기 같은 것들이군.”
“먀아~.”
“……쓰레기가 아니라. 먀네가 나와야 주지. 너 떠난 이후 먀네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그래진이 기막혀하다가 간신히 한마디 하자 이안은 웃었다.
“농담이야. 다들 잘 있었냐? 교관님은…… 오. 더 강해지셨군요.”
이안의 말에 아란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다 모였다.
상급 B반의 생도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에 아란세는 흥분하며 외쳤다.
“하하! 자식! 드디어 왔구나!”
크게 웃은 그는 이안에게 잔을 내밀었다.
“일단 한잔해라!”
“예. 먀네. 너도 좀 먹고 있어. 아. 먹어도 괜찮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보며 이안이 묻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지.”
“먀네! 이리 와! 이거 오리찜 되게 맛있어!”
“야. 토웰 와인을 베이스로 한 소스로 구운 스테이크가 더 맛있거든? 먀네. 이쪽으로 오렴!!”
신나 하며 그들은 먀네를 꼬셨고 먀네는 하얀 꼬리를 세운 채 당당하게 걸었다.
그런 그들을 힐끔 본 하륜은 바로 물었다.
“뭘 하느라 오는 데 이렇게 걸렸어?”
“이래저래 인사도 좀 하고, 내가 보유한 세계들 정리도 좀 했지.”
“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소지품 정리 같은 거야.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물론 그 세계에 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일들만 있었다.
“뭐. 잊힌 도시의 탑에 있었던 곳에도 다녀오고 그런 거야?”
“응. 마르잔나도 만나고 왔지.”
“마르잔나라면…… 그 여왕님?”
단주와 이세에게 힘을 주었다는 겨울의 여왕.
그녀를 만나고 왔다는 말에 오에리나는 깜짝 놀랐다.
“걔 말고도 다른 애들도 좀 만나고 왔어. 뭐. 아까 말했듯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자고.”
“히야. 역시 대단하구만.”
블랜치는 가볍게 박수를 쳤고 이안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커다란 고기를 잡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먀네가 다가왔다.
입에는 커다란 고기 조각을 물고 있었다.
당당하게 이안의 옆에 턱 앉아 고기를 오물거린다.
그들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뭐 어쨌든. 고생 많았어. 이제 앞으로 여기서 계속 사는 거냐?”
그래진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왕 사는 것이라면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우르쿨 가문으로 왔으면 싶었다.
“우리 집으로 와. 너 하나 자게 할 곳 없겠어?”
“워. 그래진.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우리 솔트 후작가에도 거처는 많으니까.”
“어머? 프레디시안 백작가는 방이 없는 줄 아나 봐요? 호호호. 한 십 년, 아니 이십 년 정도 살아도 괜찮아요. 아니지. 평생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아예 영지에 저택을 마련해 줄까요?”
“그럴 거면 우리 영지가 좋지 않냐? 저택이야 나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남부 무시 마라.”
다들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었다.
“그렇게 오래 머물 생각 없어.”
“아니 온 김에 푹 쉬고 가지.”
그의 웃음이 이제는 불안하다. 십 년 만에 돌아와서 하루 만에 휙 다시 가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걱정스레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루 만에 가고 그러지는 않을 거야. 만날 사람들도 있고, 정리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정리? 어떤 정리?”
“혹시 이 세계에 또 문제가 생긴 거냐?”
아란세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갈 만한 세계가 없어졌거든. 그동안 좀 쉬는 거야.”
“그럼 언제까지 있을 건데?”
“새로운 세계의 씨앗이 발아할 때까지.”
“뭔 소리야…….”
이안의 대꾸를 들은 모두는 생각했다.
역시 이안은 변한 게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