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00화(300/300)
◈ 제300화
150. 에필로그 – 다음에 또 봅시다 – 2
“너희들이 알 필요 없는 얘기야. 그나저나 당분간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내가 머물 곳은…….”
“말했다시피 우르쿨 가문.”
“솔트 후작령.”
“프레시시안 백작가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야야.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남부에 가자.”
이안이 웃으며 화제를 전환하자 다들 옛날처럼 그것에 편승했다.
그와 관련된 얘기는 깊게 생각하면 손해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음 화제인 이안이 머물 곳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그러지 말고 아카데미에서 좀 머물다가 가렴.”
이제 아란세는 프레돈 아카데미 교관 대표다.
그런 만큼 한 명 정도 잘 곳을 못 마련해 주겠는가.
“거기에 연구 개발 구역의 네 방은 아직도 네가 떠난 이후 그대로 남아 있어.”
“어? 그렇습니까? 거기에 있는 자료나 재료들은 알아서 쓰라고 했잖습니까.”
“다들 널 존중한다며 건드리지 못하고 있더라.”
“쓸데없는 짓을. 어쨌든 오늘 정도는 거기서 머무는 게 낫겠군요.”
쓰라고 줬는데 왜 안 쓰고 쟁여 두고만 있나.
이안은 어이없어하며 커다란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야. 그럼 거기서 내일은 우리 집에 오는 거냐?”
하륜이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보고.”
모임이 끝나고 연구 개발실로 들어간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십 년 만에 돌아온 연구 개발실이지만 역시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복잡한 곳이다.
“이안!!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이랄이었다.
어찌나 급하게 온 것인지 헐떡거리고 있던 그녀는 이안과 그의 어깨에 있는 먀네를 보며 씩 웃었다.
“십 년 전과 비교해서 전혀 변하지 않았군.”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나.”
“그 말이 그런 식으로 쓰이는 건 아닐 텐데.”
어이없어하면서도 하이랄은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빤히 보던 이안은 씩 웃었다.
“내가 떠난 후에 깨달음을 얻었나 보지? 한 백 년 정도만 더 노력하면 벽을 깨겠네.”
“역시 대단하구나. 그래. 네가 떠난 이후…… 정확하게 말하면 네가 루벨린과 싸운 이후에 연구와 훈련을 이어 나갔지.”
세계를 이용하는 힘을 익혀 나갔다.
그리하여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백 년이라니. 난 이백 년은 넘게 생각하고 있었느니라.”
“방향 자체는 맞아. 그런데 조심해라. 한 발만 잘못 나가면 그대로 휩쓸려 버릴 테니까.”
“휩쓸린다라.”
“진리에 접속하게 된다는 거지.”
이안의 설명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리에 접속해서 무한에 가까운 지식을 얻게 되고.
그러면서 이질적으로 변해 루벨린처럼 미쳐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기에 그녀는 긴장감을 다졌다.
“이안!!”
또다시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스크랜다를 비롯한 드워프들이었다.
“허어. 자네가 다시 올 줄은 몰랐군.”
“온다고 말했었죠. 그런데 스크랜다 교관님께서 아직 남아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요새는 드워븐 시티보다 여기가 더 좋더군. 드워프들도 자주 오고 있다.”
“좋은 일입니다.”
“거기에 요새 초기형 좌표 고정기를 만들고 있는데 성과가 조금 나오고 있다.”
“오. 그래요?”
“음. 드워븐 시티에서 테스트 중인데. 생명이 없는 것들을 보낼 정도는 되었어.”
물론 생체 실험도 했지만 몇 번 실패해서 물품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스크랜다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손을 내밀었다.
“테스트 결과서 좀 줘 보시죠.”
“오! 그래! 아니지. 오늘 밤에 시간 있냐? 밤에 연구회 하는 것은 어떠냐?”
오자마자 결과물을 봐준다는 말에 스크랜다는 기뻐했다.
그가 연구회를 제안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좋아. 다른 작업자들과 마법사들에게 바로 말해야겠군.”
스크랜다가 나가자 하이랄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당분간은 꽤나 피곤할 거다. 아마 막혔던 것들을 묻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찾아올 테니까.”
“탐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 그를 향해 하이랄은 피식 웃었다.
“이 세계에 수많은 신이 있었다는 것을 아나?”
“알지.”
“그중에 불의 신.”
“산 자에게 지식과 문명을 내려 준 신을 말하는 거지?”
“그래.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너는 그 신이 아닌가 싶구나.”
하이랄의 말에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이안이 돌아왔고 연구회를 한다는 소식은 금방 퍼졌다.
그 때문인지 아카데미에 방학이지만 각지의 연구자들이 모였다.
그들과 토론 및 연구회를 하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확인하고, 또 개량 부분을 알려 주고 새로운 과제를 줬을 때는 아침 해가 밝아 오고 있었다.
밤새 연구회를 했으나 아직도 모자란지 마법사들과 드워프들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하, 하루만 더…….”
몇 달을 고생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이안이 쓱 훑어보니 풀렸다.
그러니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간절해 보이는 그들에게 이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또 다음 기회에 하죠. 저도 가 볼 곳이 있는지라.”
“으으음…… 그럼 꼭. 꼭이다. 꼭.”
내버려 두면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할 것 같았다.
그들에게 웃어 준 이안이 연구 개발 구역에서 나왔을 때.
하륜이 기다리고 있었다.
“넌 왜 거기서 그러고 있냐?”
“네가 그냥 휙 떠날까 봐 애들이랑 순서 짜서 같이 있기로 했다.”
“별짓을 다 한다.”
“먀아~ 먐먀~ 먀~.”
이안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던 먀네가 울었다.
그걸 본 하륜은 먀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먀네도 불안해서 그런지 너한테 아예 달라붙어 있잖냐.”
“참 나. 안 바쁘냐?”
“바쁘지.”
“그럼 가서 일이나 할 것이지.”
“십 년 만에 온 친구 버려두고 해야 할 일은 가문의 위기 외에는 없어.”
씩 웃은 하륜은 이안의 등을 가볍게 쳤다.
“오늘도 여기서 머물 거냐? 딱히 할 거 없으면 에메랄드 비치에 숙소 마련해 놨으니까 가자고.”
하륜의 제안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지. 뭐.”
딱히 휴양을 바라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안은 친구들의 집을 들르며 휴양을 즐겼다.
겨울의 바닷가를 즐기기도 하고.
눈 내리는 설원에서 사냥도 하고.
남부에 가서 오크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무인의 숲에 가서 한바탕 싸움도 했다.
그리고.
“오. 레일라.”
“앗. 이안.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넌 좀 얌전히 있으면 안 되냐? 너 찾으러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헬리드와 레일라는 결국 결혼을 했다.
심지어 벌써 아이까지 있었다.
“어쨌든 와 줘서 고마워요.”
레일라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따뜻한 차와 다과가 있는 자리에 그가 앉았을 때 고풍스러운 문이 열렸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금발의 소녀였다.
레일라를 쏙 빼닮은 소녀가 조심스레 들어오자 헬리드는 웃었다.
“어때. 우리 천사님이.”
“딸?”
“그래. 후후. 남자아이면 이안으로 지을까 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마라. 아무튼…… 반갑다. 이안 브랜든이다.”
그가 인사하자 소녀는 쭈뼛거리다가 하얀 드레스의 끝자락을 잡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이입니다…….”
약간 병약해 보이는 소녀의 인사를 받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얘 수명이 좀 짧네.”
“……뭐?”
남의 소중한 딸을 보고 이게 뭔 소린가.
다른 사람이 했다면 바로 목을 날려 버릴 만한 이야기였지만 헬리드와 레일라는 그럴 수 없었다.
이안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열 살 정도에 죽겠다.”
“……뭔. 뭔 소린데?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세계의 수집이 완료되었으니까. 이 세계에 속해 있는 자의 수명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지.”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다.”
“뭐가…… 된 건데?”
“수명을 좀 늘려 놨어.”
너무 간단하게 말해서 할 말이 없다.
레일라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감싸 쥐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유이의 표정이 너무나도 밝아졌다.
약간 창백했던 볼에 홍조가 드러난 것을 본 헬리드는 그녀를 꽉 끌어안아 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수명을 늘리다니. 그런 것도 가능해?”
“이런 건 일도 아니야.”
“고, 고맙네. 진짜 고맙네. 또 네게 도움을 받았구나.”
“됐어. 별것 아니니까.”
이안은 시큰둥하게 대꾸했고 레일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이안. 당신…… 신인가요? 사람의 수명을 그렇게 간단하게 고치다니. 이게 무슨…….”
딸이 나았다는 기쁨과 이안에 대한 의문.
여러 가지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뭔가요?”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처음에는 그저 인간이었지. 물론 이 차원의 인간은 아니고.”
“그럼…….”
“그러다가 깨달았을 뿐이야. 죽는 것이 싫고, 멈추는 것이 싫었어. 그리고 수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요?”
“그래서 그걸 수집하기 위해 움직인 것뿐이다.”
이안은 씩 웃으며 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의 의지는 강해. 때로는 그 의지가 차원을 넘을 수도 있을 정도로.”
그 말에 레일라는 입을 꽉 다물었다.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신이 되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
“그럼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멈춰 있기 싫을 뿐이야.”
그렇게 다른 곳을 돌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모두 끝난 후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실에서 쉬고 있을 때 키르케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세계의 씨앗이 개화되었습니다.>
‘슬슬 다시 떠나야겠군.’
이안은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에 검을 꽂아 넣자 먀네는 불안한 듯 울었다.
“안 물어봐도 되겠군.”
“먀아아아…….”
먀네는 당연하다는 듯 그의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먀네의 선택이라면 존중할 뿐이다.
이안은 팔찌를 조작해 떠난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안에게 워프용 팔찌를 받았던 이들은 모두 다급히 기숙사의 정원으로 들어왔다.
“아니 이 자식아.”
“갈 거면 좀 며칠 전에 말하라고.”
“제대로 대접도 못 했는데!”
“우리 유이를 도와준 보답도 못 했잖아요…….”
“이안 백작님! 티탄 개량형의 문제가 또……!!”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이들을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나 없어도 알아서 잘 살 수 있을 테니까. 조만간 기회 되는 대로 또 올 테니까 그때 봅시다.”
그리고 전처럼 검 옆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걸 보던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녀석이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했다.
또 찾아온다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다음에 또 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윌디의 질문에 이안은 빙긋 웃었다.
“나도 몰라.”
“예?”
“세계라는 것은 수없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것이지.”
“그럼 저번에 말한 세계의 씨앗이 발화 어쩌고 한 게.”
“그래.”
이안은 빙긋 웃었다.
“새로운 세계가 탄생할 거다. 그걸 손에 넣을 생각이야.”
이안이 눈을 감으려 하자 검성은 다급하게 외쳤다.
“그걸 왜 하는 건가요? 이미 당신은 충분히 강한데.”
모두가 동감했다.
수명마저도 늘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이안이다.
그런데도 왜 세계를 수집하며 힘을 키우는 것일까.
모두가 궁금해하자 이안은 히죽 웃었다.
“취향이다. 존중해라.”
그 말을 남긴 채 이안은 눈을 감았다.
<새로운 세계를 85,547,177곳 발견하였습니다.>
<세계를 등록합니다.>
<환생 시기와 육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키르케는 언제나처럼 선택을 권했다.
‘무작위로. 다양성은 중요한 거니까.’
그의 답과 함께.
이안은 새로운 세계 수집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
<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