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1화(31/300)
◈ 제31화
16. 진실은 언제나 하나 – 1
당황한 볼라디는 황급하게 일렁이는 그림자를 회복해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드러나버렸다.
-위험한 놈이다!! 저놈을 죽여!!
‘저자는 내 기준에 적이 아니다.’
-그딴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저놈은 널 봤어!!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검을 휘두른 순간 그림자가 사라져 버렸다.
볼라디는 자신의 이해를 넘어선 현상에 위협을 느끼며 계속해서 외쳤다.
하지만 라키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외골수 같은 놈이 고결한 척은!!
결국 볼라디의 어조에 달콤함이 사라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자고 있을 때 몸을 빌리고 저놈부터 잡을 것을.
태양교단에서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조급함을 느껴 너무 빠르게 움직인 것이 실책이다.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다.
거기에 설마 저 밉살스런 놈이 그림자를 벨 줄을 예측했겠는가.
-빌어먹을…… 그럼 저놈에게 쓰러져라.
그리고 정신을 잃어라.
그럼 네 몸을 이용해 대신 싸워 줄 테니.
볼라디는 뒷말을 꺼내지 않은 채 자신과 손을 잡은 라키드가 아닌 이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의견이 맞지 않는 둘과 다르게 이안과 키르케의 의견은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
<일반 공격으로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없습니다.>
‘혈마기 상대하듯 싸우면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것이 있다.
이안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검이 떨린다.
그것을 본 라키드는 그림자에 감싸인 검을 꽉 쥐었다.
여전히 방어만을 생각하는 그를 향해 씩 웃은 이안은 검을 천천히 내렸다.
그 순간 천마신공의 강력한 초식이 발휘되었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운파.
달빛을 머금은 검에서 구름과 같은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것은 단숨에 라키드의 몸을 감쌌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검기를 쏘아 내기 시작했다.
“크, 크어억……!!”
그림자가 베이고 안에 있는 갑옷이 부서진다.
악마의 방어마저도 베어 넘길 정도의 수많은 검기 다발이 사라졌을 때.
너덜너덜해진 그는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숙주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라키드의 상태를 파악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안 죽고 기절할 정도로만 썼다.
그래야 진짜가 시작될테니까.
<악마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피투성이인 몸이 그림자로 가려지며 악의가 넘실거린다.
의식을 잃은 라키드의 몸에 악마가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멍청한 놈. 것 봐라. 내 말을 따랐어야지.”
돌이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와 비슷한 목소리는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일단 감사하마. 네 덕분에 이 멍청하고 돌 같은 놈 대신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둠이 점점 커져 가기 시작한다.
달빛에 비친 그림자가 영역을 넓히고, 공터를 완전히 잠식했다.
“그 보답으로 네놈의 비루한 삶을 끝내 주마.”
그림자가 변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거대한 개의 형태로 그림자가 변해 버렸다.
그것을 보던 이안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검을 쥐었다.
그때였다.
“이안!! 괜찮냐?!”
아란세를 데리고 온 하륜이 외쳤다.
그가 낮에 말한 대로 아란세가 기숙사에 있게 해 둔 것이다.
하륜의 눈짓을 본 이안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바로 검을 뽑고 소리쳤다.
“뭐야?! 저건?! 이안!! 피해라!!”
일단 교관으로서 위험에서 생도를 대피시키기 위해 아란세는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에도 이안은 피하는 대신.
“검 두 자루 갖고 계신데 하나만 빌려주시죠.”
월운파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금이 가버린 카르자의 검을 보여 줄 뿐이었다.
그걸 본 아란세는 기막혀했다.
그리고 교관으로서 외쳤다.
“위험하니까 무기 없으면 뒤로 물러나 있어!”
이안을 향해 크게 외친 그는 달려드는 그림자의 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개는 능숙하게 공격을 피해 낼 뿐이었다.
“흐흐흐…… 하찮구나. 하찮아!”
“흡!!”
두 자루의 검이 개의 앞발을 베어 냈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가 흩어져 사라진다.
“하! 별것도 아니네!!”
“흐흐흐…… 그림자는 무한하다.”
잘려 사라졌던 다리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을 본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안! 저거 뭐냐?!”
“악마입니다.”
“왜 악마가 아카데미에서 나와?! 젠장! 하륜!! 큰 거 준비해라!!”
“예!!”
그의 요청대로 하륜은 바로 마법을 준비했다.
악마가 상대라면 어설픈 마법 한두 개 정도로는 턱도 없다.
제대로 된 강한 마법을 준비해야 한다.
“너희들 따위가 이 볼라디의 힘을……!”
-서걱!!
순간 이안의 금 간 검이 개의 얼굴을 갈랐다.
그 타격에 볼라디는 비틀거렸다.
다른 자들의 공격은 무시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안의 공격만큼은 타격이 제대로 먹히고 있었다.
“네놈은 도대체 뭐냐!!”
대성하면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무공이 바로 천마신공이다.
아무리 아직 미흡하다지만 천마신공은 일개 악마 따위가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볼라디의 몸 여기저기를 베어 넘긴 이안은 그가 다른 쪽으로 회피하자 인상을 찡그렸다.
‘이 검으론 제대로 된 초식을 못 쓰겠군. 그냥 주먹으로 팰까.’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안!! 내게 맡겨라!!”
아란세는 이안을 돕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볼라디는 그저 포효할 뿐이었다.
“귀찮은 날파리가!!”
그림자로 만들어진 꼬리가 철퇴처럼 변해 아란세를 공격했다.
그것을 쌍검으로 막아 내고 반격을 하려던 때였다.
아카데미 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크악!! 어떤 버러지들이 감히!!”
날아든 화살에 맞은 볼라디는 비명을 토해 내고 화살을 날린 쪽을 보았다.
하륜이 준비시켜 놓은 증인이 되어 줄 생도들이 무기를 든 채 달려 나오고 있었다.
“이안과 교관님, 하륜이 싸우고 있다!”
“죽여 버려!!”
“태양이 이곳에 자리 잡으리라!”
“여기에서 태양의 빛이 악을 물리치리라!!”
거기에 하륜이 협상해 와 있던 C반의 재가 성직자들이 성력을 사용했다.
강렬한 빛에 하마터면 맞을 뻔한 볼라디는 훌쩍 뛰어올라 피했다.
그리고.
<크아아아아!!>
그 틈을 노린 이안이 볼라디의 꼬리를 베었다.
-챙그랑!!
결국 검이 깨져 버리자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루를 휙 버렸다.
“아무나 칼 좀 줘 봐.”
“받아!!”
블랜치는 강하게 외치고 검을 던졌다.
전에 뒷골목에서 검화단의 검사와 이안이 싸웠을 때 그의 힘을 검이 버티지 못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챙겨 왔는데 잘됐다 싶었다.
-파파팍!!
그가 던진 검 세 자루가 근처에 꽂히자 그 중 하날 잡아 든 이안은 히죽 웃었다.
“고맙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얘들아! 쳐라!”
“명령하지 마라! 블랜치!”
“네놈이 시키지 않아도 싸울 생각이었다!”
“이, 이놈들…….”
으르렁거린 B반 생도들이 단체로 달려들었다.
갑작스레 적의 수가 늘어났지만 볼라디는 비웃을 따름이었다.
이안 외에는 그저 귀찮은 날파리에 불과했으니까.
“하찮은 놈들이!!”
“아이스 에이지!!”
볼라디가 몰려든 생도들을 상대하는 사이 하륜이 주문을 완성시켰다.
그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새하얀 빛이 볼라디의 몸에 내리쳐졌다.
“크으으윽!!”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며 몸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림자를 펼치려 해 봤지만 마법 탓에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허어억…….”
전력을 다한 마법이라 마력 탈진에 걸렸다.
하륜이 털썩 주저앉자 볼라디는 그에게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
-콰아앙!!
하지만 그 기운이 하륜을 치지는 못했다.
어느새 이안이 그를 데리고 피했기 때문이었다.
“오…… 고맙다.”
“뒤로 빠져 있어.”
이안이 하륜을 구하기 위해 이탈한 사이 생도들이 볼라디를 잡아 두었다.
아란세 역시 그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C반의 재가 성직자 중 하나인 세이렌이 손을 뻗었다.
“교관님! 축복받고 가세요!”
저게 악마라면 축복받은 무기를 쓰는 것이 낫다.
그녀의 외침에 아란세는 입술을 깨물고 싸우러 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태양이여! 태양이여! 이곳에서 그대에게 간절함이 깃들리라! 이곳에서 그대에게 태양의 축복이 깃들리라!”
두 자루 검에 축복이 맺혔다.
그 검을 꽉 쥔 아란세는 웃었다.
“고맙다!”
이제 잡으면 된다.
그가 전투에 참여하려는 순간에도 B반 생도들은 잘 싸우고 있었다.
“바인드!!”
“실드!!”
오에리나가 펼친 바인드가 볼라디를 잡았다.
내리쳐지는 철퇴 같은 수십 개의 꼬리를 그래진이 마법으로 막는다.
그리고 그 꼬리들을 다른 생도들이 베어 넘겼다.
“하하하!! 같잖은 것들!! 멸망해야할 너희들 따위가 이 볼라디 님의 상대나 될 성싶으냐!!”
하지만 볼라디는 수적 열세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과격하게 날뛰며 포효할 뿐.
결정타가 없다.
축복받은 공격을 제외한 모든 타격이 효과가 없다.
이대로 간다면 전원 저 악마에게 당하고 말거다.
“교관님…….”
“목숨을 걸어서라도 저 악마는 내가 잡겠다! 생도들이 다치게 둘 순 없어! 세이렌! 더 강한 축복을 걸어 다오!!”
“예!!”
세이렌은 집중하며 기도했다.
그녀의 성력이 검에 듬뿍 담기고 아란세가 달려 나가려는 찰나.
블랜치와 발라가 외쳤다.
“이안!!”
“준비됐어!! 날려 버리자고!!”
둘이 각각 창대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안은 그들이 쥔 창대를 향해 빠르게 뛰었다.
“우리야아아압!!”
“하아아압!!”
둘이 온 힘을 다해 합을 맞춰 창대를 휘둘렀다.
그 힘을 이용해 한 대의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이안은 검집에 넣어 둔 검을 뽑았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일섬.
-촤아아악!!
빛과 같은 발검술이 볼라디의 목을 베어 넘겼다.
“크아아아아…….”
제대로 된 타격을 입은 볼라디가 힘을 잃기 시작한다.
거대한 그림자의 개가 작아지며 검은 구체로 변하자 아란세는 당황했다.
“아니?! 벌써 끝이냐?!”
지칠 정도로 축복을 제대로 걸어 준 세이렌이 빤히 바라보자 그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방금 전의 결의가 굉장히 낯부끄럽다.
“어?! 저거 뭐야?!”
목이 베인 볼라디의 몸이 흩어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키드 회장?!”
그것을 본 모두가 경악했다.
피투성이에 자상으로 가득한 그가 기절해 있는 것을 본 아란세는 의아해했다.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부상을 입었지?”
그 말을 들은 이안은 부러진 검을 버리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지친 생도들을 추슬렀다.
* * *
뜬금없는 악마 소동은 하룻밤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처리가 문제였다.
“이번 일. 단순하게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아란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하륜은 동의했다.
악마와 엮인 자가 너무 거물이다.
스칼렛 왕국의 왕자.
거기에 패왕 거스트의 제자이며 마스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문제였다.
그가 프레돈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생도회의 회장이라는 것이다.
일이 꽤나 커지긴 했지만 과연 아카데미에서 라키드를 처벌 하려 할까?
어떻게든 그를 비호하려 할거다.
아란세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하륜은 먀네를 쓰다듬고 있는 이안에게 말했다.
“역시 네가 맞았네.”
“내가 맞다고 했잖냐.”